Research Article

국토지리학회지. 30 June 2025. 117-137
https://doi.org/10.22905/kaopqj.2025.59.2.3

ABSTRACT


MAIN

  • I. 서론

  •   1. 연구 배경 및 목적

  •   2. 연구 대상 및 연구 방법

  • II. 이론적 배경 및 분석틀

  •   1. 기획권력 주체로서 시장의 역할재고

  •   2. 이데올로기적 정책과 도시공간의 정치적 전유

  •   3. 연구 분석틀

  • III. 노들섬 공간교체의 정치

  •   1. 노들섬 형성 배경

  •   2. 민선 4~8기 노들섬 공간기획

  •   3. 노들섬 실행공간과 정책도구

  •   4. 전임시장 공간유산 해체와 재구성

  • IV. 결론

I. 서론

1. 연구 배경 및 목적

전 세계적인 지방 분권화 흐름 속에서 지방정부는 점차 더 많은 기능과 권한을 부여받게 되었으며(Grindle, 2007; Smoke, 2015; Stren, 2012), 지방정부의 정치 리더들은 유권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정책 방향을 주도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확보하게 되었다(Stren and Friendly, 2019). 서울특별시 또한 1995년 지방자치제의 본격적 시행 이래 선출직 시장의 정책결정권, 기획권한, 조직운영권, 예산편성권한 등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편되어왔다(서울시, 2001; 2013a).

이러한 맥락 속에서 서울시는 1995년 지방자치제의 본격적 시행 이후, 2006년부터 현재까지 약 20년 동안 정치 성향이 상반된 두 명의 선출직 시장인 오세훈과 박원순에 의해 교차적으로 시정이 운영되어 왔다. 각 시장은 자신의 정치적 이념과 철학을 기반으로 시정 목표를 설정하고, 공약 이행이라는 제도적 정당성을 바탕으로 가용한 자원과 정책 수단을 동원하여 도시공간에 그 비전을 구현해 왔다. 이 과정에서 서울은 동일한 도시공간에 서로 다른 정책적 이념과 비전에 기반한 공간 기획이 반복적으로 추진되었으며, 시장 임기에 따라 공간의 의미와 기능이 재정의되는 재구성의 과정을 경험해 왔다.

이러한 특징이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사례가 바로 한강 중심에 위치한 ‘노들섬’이다. 노들섬은 2005년 이명박 시장의 오페라하우스 계획을 시작으로 오세훈 시장의 ‘한강 예술섬’, 박원순 시장의 ‘노들꿈섬’, 그리고 다시 오세훈 시장의 ‘글로벌 예술섬’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기획 전환 과정을 겪었다. 이는 서울시장의 정치적 기획권력에 따라 동일한 공간이 반복적으로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과정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각 시장은 자신이 구상한 서울의 미래상과 정책 이념을 바탕으로 노들섬을 새롭게 기획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전임자의 공간유산을 폐기하거나 전환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성을 표상하는 매개로 사용하였다.

본 연구는 이러한 노들섬 사례를 통해 ‘서울’이라는 도시공간이 ‘서울시장’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기획 권력과 결합하여 어떻게 정치적으로 전유되었는지 그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실증적으로 밝히고자 한다.

2. 연구 대상 및 연구 방법

본 연구의 대상지는 노들섬으로 해당 공간에 서울시장의 기획권력이 공간을 어떻게 반복적으로 재구성해왔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도시공간이 정치적으로 전유되는 과정을 규명하고자 한다. 노들섬은 서울시 소유의 공유지로, 거주민이 없고 사유재산권에 대한 제약이나 기존 이해관계자의 저항이 없는 공간이다. 이에 서울시장의 정치적 의지만으로 공간의 성격과 용도를 전면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권력 교체 시기마다 전임자의 흔적을 지우고 새로운 정치적 비전을 실험할 수 있는 이상적인 무대로 기능해왔다. 노들섬의 기획과 재구성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이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권리자가 서울시장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공간이 정치적 기획권력에 종속된 장소로서 갖는 상징적 함의는 크다.

연구의 시간적 범위는 민선시장 체제 이후, 정치적 성향이 상반된 단 두 명의 시장이 번갈아 서울시를 이끈 2006년부터 현재까지로 설정하고, 동일 시장의 재임 기간을 기준으로 전체시기를 세 구간으로 나누어 변화 양상을 분석하고자 한다(표 1).

표 1.

서울시 민선 4~8기 시장 재임기간

시장(정당) 민선 기수 시장 대수 재임기간 노들섬 공간기획
오세훈(한나라당) 4기 33대 2006. 7. 1 ~ 2010. 6. 30 한강 예술섬
5기 34대 2010. 7. 1 ~ 2011. 8. 26
박원순(민주당) (보궐) 5기 35대 2011. 10. 27 ~ 2014. 6. 30 도심텃밭 (맹꽁이 논)
6기 36대 2014. 7. 1 ~ 2018. 6. 30 노들꿈섬
7기 37대 2018. 7. 1 ~ 2020. 7. 9
오세훈(국민의 힘) (보궐) 7기 38대 2021. 4. 8 ~ 2022. 6. 30 글로벌 예술섬
8기 39대 2022. 7. 1~ 현재

2006년은 직전 이명박 시장이 청계천 복원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대권 주자로 부상하며,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최초로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가 등장한 직후로(이용숙 등, 2022), 도시공간을 통해 정치적 비전을 실현하고자 했던 상징적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기준점이 된다. 또한 이 시기는 두 시장이 서로 전임자가 되어 재집권한 시기로, 동일한 공간을 두고 각 시장이 전임자의 공간유산을 어떻게 폐기하거나 전환하며 자신만의 기획을 실행했는지를 비교 분석할 수 있다. 본 연구는 문헌조사, 공간계획 관련 자료 분석, 현장 방문을 주된 연구방법으로 삼았으며 공론화되지 않은 내용을 보완하기 위해 심층 인터뷰를 보조적으로 수행하였다.

문헌조사는 서울시장 공약집과 연설문, 시의회 전자회의록, 서울시 발간 백서, 언론보도자료, 기자설명회 자료, 내부 결재문서 및 관련 이해당사자의 저술과 인터뷰 내용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공개된 자료는 서울시 홈페이지를 통해, 내부자료 및 비공개 문서는 실무자 면담을 통해 수집하였다.

공간계획 분석은 설계공모 지침, 패널, 도면, 작품설명서, 그리고 서울시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설계공모 프레젠테이션 영상 등을 통해 계획의 방향성과 의도를 분석하였다. 아울러 현장 방문을 통해 물리적 구성과 운영 프로그램, 주변 맥락을 직접 확인하였다.

심층 인터뷰는 2006년 7월 1일부터 현재까지의 서울시장 재임 시기를 세 구간으로 나누어, 참여 건축가, 운영 기획자,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하였으며 개별면담 형태로 진행되었다. 인터뷰 실시 1주일 전에 반구조화 된 질문지를 이메일로 사전 발송하여 피면담자가 진술 내용을 미리 숙지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해당 기간 동안 실제로 사업에 참여한 경험을 중심으로 노들섬 공간계획 관련 의사결정 과정과 정책 추진 경위, 그리고 시장 교체에 따라 체감된 변화를 파악하는데 초점을 두고 질문하였다. 인터뷰 내용은 녹음 후 전사하여 분석 자료로 활용하였으며 참여자는 표 2와 같다.

표 2.

심층 인터뷰 참여자 목록

ID 시기 역할1) 일시
A 민선 4,5기(오세훈 시장) 공모 참여 2025. 2. 11
B 민선 5,6,7기(박원순 시장) 설계 참여 2024. 7. 3
C
운영 기획 2024. 7. 31
D 민선 7,8기(오세훈 시장) 서울시 운영 담당 2024. 11. 4
E 서울시 공간조성 담당 2024. 11. 12
F 운영 실무 2025. 2. 13

II. 이론적 배경 및 분석틀

1. 기획권력 주체로서 시장의 역할재고

자본의 이동성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입지 선택이 유연해지면서(Short and Kim, 1998) 지역 간 자본 유치를 위한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서구 도시들에서는 자본과 기술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성장 촉진을 중심으로 권력과 자원이 재편되며 ‘신도시정치(new urban politics)’이론이 활발히 논의되기 시작하였다(MacLeod, 2011).

그 중 1980년대 중앙 정부의 재정 지원 축소와 함께 도시의 성격이 점차 기업가적으로 변모하며 등장한 ‘기업가적 도시’ 이론은 지방정부의 성격을 행정적 관리 주체에서 전략적 기획 주체로 전환시켰으며(Harvey, 1989), 경쟁원리에 기반한 도시 거버넌스는 도시공간 생산 자체가 거대 개발사업을 통한 상품화와 이윤추구의 대상이 되었다(김용창, 2015).

지방분권화가 확산됨에 따라, 도시 및 지방정부는 이전보다 더 많은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받게 되었고(Grindle, 2007; Smoke, 2015; Stren, 2012), 이에 따라 지역 정치 리더들은 유권자의 이해를 반영하고 대변하기 위한 동기와 수단을 동시에 확보하게 되었다(Stren and Friendly, 2019).

지방자치단체장은 공간 기획, 예산 편성, 정책 우선순위 결정 등의 권한을 통해 도시공간의 생산과 재편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으며, 언론 발표와 도시 브랜딩 등을 통해 도시공간을 정치적 기획의 매개로 삼음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과 이념, 비전을 시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재현하는 정치적 기획자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처럼 지방분권화와 기업가적 도시 전환의 흐름 속에서, 시장은 더 이상 도시행정의 최고 결정권자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공간의 의미와 경관을 재편하는 정치적 기획자로 부상하였다.

그러나 도시 권력의 구성과 작동을 분석한 기존 연구들에서는 도시 리더, 특히 시장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도시 거버넌스를 연구하는 지리학자들 또한 공간, 스케일, 국가 전략과 같은 구조적 요소에는 주목하면서도, 특정 행위자(actor), 특히 시장을 중심으로 한 이론적 탐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이거나 모호한 태도를 보여 왔다(Jayne, 2011).

그러나 시장을 ‘장소’, ‘공동체’, ‘정치’라는 이념적 추상성을 공간적으로 구현하는 기획 권력의 주체로 바라보는 시각은 도시 거버넌스와 권력구조의 복합성을 보다 입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Amin, 2004a, 2004b; Massey, 2007). McNeill(2001c)은 도시국가와 시장 간의 관계를 둘러싼 담론이 장소적 특수성의 구현으로 이해될 수 있음을 제시하였으며, 정치・경제적 분석과 문화지리학적 통찰을 결합함으로써 시장의 정치적 행위자성과 리더십의 속성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켰다(McNeill, 2001a; 2001b). 이를 통해 시장과 도시 거버넌스 간의 관계적 구성을 탐구하는 데 있어 지리학이 기여할 수 있는 이론적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도시공간의 생산과 재편 과정을 분석함에 있어 시장에 대한 이론적 주목은 도시정치의 작동 원리를 규명하고 공간의 정치성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2. 이데올로기적 정책과 도시공간의 정치적 전유

전 세계 정치 리더들은 자신이 대표하는 도시에 경관적 흔적을 남기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MacNeill, 2002). 정치 리더들이 유권자의 기억에 강하게 남기 위해 도시의 새로운 비전을 가시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건축물은 본래의 기능을 수행함과 동시에 상징적 의미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작용하며, 특정 건축물에 투입된 자원, 도상학적 특징(iconography), 스타일, 분위기(atmospheres), 정치적 연출을 위한 공간 설계(spatial design for political dramaturgies) 등 그 자체로 이데올로기적 성격과 긴밀히 연결된다(Müller, 2023). 도시가 표상되는 기획행위는 권력의 흔적을 담고 있으며, 사회적 권위와 정치적 권력의 개입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Short and Kim, 1998).

시장은 기획권력과 발주권력을 동시에 보유함으로써 건축가, 도시계획가, 기술관료 등 타 주체들의 공간 생산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원천적으로 규정할 수 있으며, 이들을 정치적 권력구조 내에 종속적인 위치에 머무르게 하는 중심 행위자로 기능한다. 이때 권력의 핵심 실행도구는 ‘정책’으로 도시를 어떻게 개념화하느냐는 정책의 수립과 실행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Vigar et al., 2005), 공간은 기존질서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분배, 관계, 연결, 단절을 발생시킨다(Dikec, 2012).

정부는 종종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기계로 간주되지만, 보다 정확하게는 세계를 특정한 문제들로 구성하고, 집합적 행위의 패턴이 그 문제에 대한 해답처럼 보이도록 설정할 수 있는 존재이다(Colebatch, 2002). 이러한 문제 정의는 정책 방향을 정당화하고 촉진하기 위한 전략적 서사로 기능하며(Stone, 1989), 상황을 어떻게 문제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특정한 정책 해법에 유리한 정책 이데올로기가 형성된다. 이 이데올로기는 정책과 제도적 구조를 정당화하고 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Wison, 2000). 공간개발사업에서 구상과 계획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정책사업이 내세우는 이념이 어떻게 현실로 연결되는지에 천착한 연구는 많지 않다(김준우・안영진, 2022).

정책은 완결된 형태의 축소판으로부터 성장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정책에 가해지는 다양한 외부 압력과 조건에 따라 변화하면서 성장하며, 정책 시행이 이러한 진화적 관점에서 이루어진다고 했을 때 정책 목표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자원이나 현실적 여건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되며, 사실에 맞추어 프로그램을 수정하거나 목표에 따라 자원을 재배치하는 형태가 된다(Colebatch, 2005).

정책 변화에 관한 연구는 정치권력의 성격과 정책 형성과정 등 다양한 쟁점을 포괄하며, 정책 변화의 원인을 이해관계 집단, 정치 리더, 정책 결정자, 정책 의제 등에서 찾는다(Wison, 2000). 공공정책의 급격한 변화는 권력 배열의 변화에서 비롯되며, 이는 기존 체제에 도전하는 반대 세력이 지식, 조직, 리더십 역량을 확보하면서 가능해진다(Truman, 1971). 이러한 정책에 의해 기호화되고 상징화된 공간은 헤게모니적 수단으로 작동하며, 공간에 대한 일방적 실천을 유도함으로써 그 공간이 지닌 고유의 성격과 일상적 문화를 왜곡시킬 수도 있다(윤지환, 2011).

이처럼 도시공간을 규정하고 재구성하는 정책은 중립적 행정 수단이 아닌 도시공간을 특정 정치적 비전과 이해관계에 따라 재편하는 기획권력의 합리화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 정책은 문제 정의, 정책 수립, 이데올로기적 정당화의 과정을 거치며 도시공간에 대한 새로운 통치 질서를 구축하고, 권력구조의 재편을 정당화하는 데 적극 활용됨으로써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도시공간의 기획이 어떠한 정책적 수단을 통해 실행되었는지를 분석하는 것은 도시공간의 정치적 전유를 입증하는 중요한 분석 틀이 된다.

3. 연구 분석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도시공간은 지방정부 리더의 정치적 비전, 이념, 권위를 구현하고 정당화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기능한다. 이때 '정책'은 도시공간의 문제를 의도적으로 설정하고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과정을 통해 공간의 의미를 재정의하는 정치적 기획권력의 핵심 도구로 작동한다. 따라서 도시공간은 특정한 정치적 방향성과 이해관계에 따라 기획되고 실행되며, 전임자의 공간 유산을 해체하거나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정치적으로 전유되는 양상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관점에 기반하여 본 연구는 노들섬 사례를 통해 서울시장의 기획권력이 도시공간을 어떻게 반복적으로 재구성해왔는지 분석함으로써, 도시공간이 정치적으로 전유되는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다음의 세 가지 연구 질문을 중심으로 분석틀을 설정하였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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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연구 분석틀

첫째, 각 시장은 어떠한 정치적 서사와 도시 비전을 노들섬이라는 공간에 투영하고자 했는가? 둘째,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공간의 실행을 위해 어떠한 정책적 실행도구를 이용하여 물리적・사용적 공간으로 표상하였는가? 셋째, 정권 교체 이후 후임 시장은 전임자의 공간 유산을 어떤 방식으로 해체하고, 자신의 이데올로기적 공간으로 재구성하였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도시공간의 정치적 전유 과정을 단계적으로 설명한다. 정치적 비전과 이념에 기반한 기획은 정책적 실행 도구를 통해 물리적 공간으로 구체화되며, 이 과정에서 정치성은 가시적이고 물질적인 형태로 드러난다. 조성된 공간은 특정 이념을 체현하는 상징적 매개체로 기능하며, 정권 교체 시 후임 시장은 전임자의 공간 유산을 해체하고 자신의 이념에 맞게 재구성함으로써 공간을 통한 정치적 헤게모니를 재편한다. 이러한 반복적 재구성의 과정은 도시공간이 정치적 기획권력에 의해 끊임없이 재정의되는 정치적 전유의 공간임을 보여준다.

III. 노들섬 공간교체의 정치

1. 노들섬 형성 배경

노들섬은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한강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섬으로 본래는 육지였으나 1917년 한강 북단의 이촌동과 남단의 노량진을 연결하는 철제 인도교가 놓이면서, 모래언덕에 흙을 돋우어 석축을 쌓아 원형의 인공섬을 만들고(그림 2) 이곳을 ‘중지도(中之島)2)’라 불렀다(서울시,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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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좌)1940년 대경성명세도, (우)1945년 미공군이 촬영한 중지도(출처: 서울역사박물관)

1950~60년대에는 섬 동쪽의 모래밭을 ‘한강 백사장’이라 부르며 여름에는 피서지,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이용하기도 했다(그림 3). 그러나 1967년 ‘한강 개발 3개년 계획’에 따라 백사장에서 퍼 온 모래로 중지도에 매립공사를 진행하고 시멘트 둔치를 조성하여 지금과 같은 노들섬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섬의 면적은 약 15만㎡로 이전에 비해 다섯 배가 증가하였고 1973년에 국토부는 매립 시공사인 진흥기업에 소유권을 불하하며 노들섬은 사유지가 되었다. 이후 1986년에 진흥기업은 ㈜건영에 섬을 매각하여 소유주가 바뀌었는데 건영은 이곳에 수영장, 선착장 등을 포함한 종합 유원지 개발 계획을 세우기도 하였고, 호텔을 포함한 대규모 종합관광타운 계획을 시도하기도 하였지만, 주로 접근성 문제로 대규모 개발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그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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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1960년대 중지도 위쪽 피서풍경(출처: 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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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중지도 유원지 개발계획도(출처: 경향신문, 1983. 8. 30)

한동안 별다른 계획이 없이 방치되었던 노들섬에 이명박 시장은 오페라하우스 건립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시장은 “청계천이 복원되면 현재 연간 600만 명 수준인 관광객이 700만~800만 명으로 늘어날 텐데 그에 걸맞은 문화시설과 수준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만한 세계적 수준의 대형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하겠다”고 발표3)하며 노들섬을 건립 예정지로 꼽았다. 이에 서울시는 당시 법정관리 상태였던 노들섬 소유주 ㈜건영으로부터 공매를 통해 237억 원에 섬을 매입하며 오페라하우스 건립계획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2. 민선 4~8기 노들섬 공간기획

1) 오세훈 1기 시정의 한강예술섬 기획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는 2006년 7월 1일부터 2011년 8월 26일까지로, 민선 4기와 5기에 걸쳐 이어졌다. 취임사에서 그는 시민을 ‘고객’이라 칭하며, 서울을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서울시를 하나의 거대 기업처럼 경영하려는 기업가적 리더십을 표방하였다. 또한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시민이 시정의 중심이 되는 '시민 고객 중심의 경영'을 펼쳐 나가겠습니다.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의 행정 서비스를 시민들께 드리겠습니다. (...중략...) 21세기는 ‘모든 것이 디자인’인 시대입니다. 오늘 이 순간부터 우리는 모두 ‘세상에 하나뿐인 서울’을 만드는 디자이너들입니다. 창의적 상상력이 우리를 변화시키고, 그 변화가 서울을 바꿔나갈 것입니다.” -민선 4기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사 중-

오세훈 시장은 ‘디자인 서울’ 정책을 통해 디자인을 시정 전반의 핵심 가치로 설정하고 모든 간부들에게 각자 추진 중인 사업을 디자인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요구하였으며, 이로 인해 모든 정책과 행정 사업에 디자인 서울의 이념이 침윤되었다(권영걸, 2010). 이러한 관점에서 오세훈 시장에게 ‘한강’이라는 자연 자원은 서울을 매력적인 도시 브랜드로 재구성하는데 핵심 전략자산으로 인식되었다. 그는 한강을 세계 주요 도시들과 경쟁 가능한 수변 경관자원으로 재정의하고, 이를 통해 서울의 상품성을 극대화함으로써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만약 누군가 서울의 상징을 묻는다면 무엇이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저는 한강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중략...) 한국경제의 상징이 ‘한강의 기적’으로 표현되었듯이, 이제 한강이 다시 태어나 세계가 부러움으로 바라보는 그러한 멋진 문화공간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한강을 서울만의 고유한 상징이자 세계의 자랑거리로 만들겠습니다.” -민선4기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사 중-

이러한 목표 아래 서울을 한강 중심으로 재편하고자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서울을 쾌적하고 매력적인 수변 도시로 탈바꿈시키고, 나아가 경쟁력 있는 문화・관광 수변도시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서울시, 2007). 이에 오세훈 시장은 전임 이명박 시장 시절 추진된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사업을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에 편입시켰는데, 당시 오페라하우스는 특정 계층만을 위한 고급 문화시설이라는 비판과 막대한 예산 투입에 대한 여론을 의식하여, 이를 '한강 예술섬'으로 명명하고 그 기능을 복합 문화시설로 확장함으로써 사업의 추진 동력을 확보하고자 했다.

“노들섬은 굉장히 좋은 위치입니다. 랜드마크를 만드는 데 아주 적지예요. 특히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나 바이어들이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88도로를 타고 들어오고 나가고 하면서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위치거든요. 그래서 활용을 해야 됩니다. (...중략...) 서울시의 목표는 정말 한강을 대표할 수 있는, 서울을 대표할 수 있는 랜드마크가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리랑TV 오세훈 시장 신년대담 중 (2007. 1. 5.)-

오세훈 시장의 노들섬 랜드마크화 전략은 이 공간을 서울의 글로벌 위상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상징적 매개체로 전환시켰다. 노들섬은 ‘한강 르네상스’라는 미래 비전을 구체화하는 핵심 거점으로 재구성되었으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도시 브랜드 가치 제고라는 정책 목표를 실현하는 전략적 플랫폼으로 활용되었다. 이는 노들섬의 입지적 특성을 기반으로 서울의 인상을 만드는 시각적 랜드마크로 기능하도록 기획된 것으로, 노들섬 자체의 내재적 가치보다는 ‘디자인 서울’과 ‘글로벌 도시’라는 비전 구현을 위한 정치적 무대로 전유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강 예술섬 사업은 과도한 예산 투입 문제, 맹꽁이 집단 서식지인 노들섬의 자연환경 훼손 문제 등의 이유로 결국 무산되며 2010년에 ‘노들섬 예술센터 건립기금 조례’가 폐지되기에 이르렀고, 2,879억 원의 건립 기금은 서울시의 부채 감소를 위해 전용되며 예술센터 건립 사업은 표류하였다.

2) 박원순 시정의 노들꿈섬 기획

2011년 10월, 박원순은 보궐선거를 통해 제35대 서울시장에 당선되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과도한 경쟁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는 지속 가능한 사회의 방향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며, 도시 경쟁력 향상을 주된 목표로 내세운 전임 시장의 기조를 의식한 듯한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아울러 “누가 꾸미지 않아도 아름다운 서울, 소박하고 검소해도 안전한 서울”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전임 시장과는 뚜렷이 차별화된 시정 방향을 예고하였다.

“디자인 서울의 화려한 가치 아래 많은 고통의 현장이 가려져 있었습니다. (...중략...) 사람이 중심이 되는 서울시정에서 시민은 고객이 아니고 시청은 기업이 아닙니다. 시민은 홍보 마케팅의 대상이 아닙니다. 주권자입니다. 이끌리고 가르침을 받으며 통제받는 시혜대상이 아니라 복지를 누릴 권리를 가진 시정의 주체입니다.” -2012년 서울시장 박원순 시장 신년사 중-

‘디자인 서울’과 ‘한강 르네상스’로 대표되는 오세훈 시정은 시민을 ‘고객’으로 상정하고, 도시의 상징성과 조형성에 집중하여 도시를 브랜드화하는 전략을 통해 시각적 정체성과 외형적 경쟁력의 강화를 추구하였다면 박원순 시정은 도시개발의 패러다임을 ‘도시재생’으로 전환하고, 사람 중심, 공동체 회복, 시민 주권의 회복을 핵심 이념으로 내세우며, 시민을 정책의 수혜 대상이 아닌 주체적 존재로 정의하였다. 또한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한 협력적 거버넌스 체계를 지향함으로써 정책 형성과 실행 과정에서 시민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자 하였다.

한강예술섬 사업 보류로 노들섬 부지의 활용방안을 새롭게 마련해야하는 상황에서 박원순 시장은 23인의 내외부 전문가로 이루어진 ‘노들포럼’을 구성하고 추진 방향을 논의하였다(그림 5). 그 결과 오세훈 시정의 노들섬 사업의 사회적 합의 부족을 지적하며 구체적인 계획 수립에 앞서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온라인 여론조사, 시민 아이디어 공모, 전문가 워크숍, 시민 대토론회 등 다양한 공론화 프로그램을 운영하였으며4)(서울시, 2014),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시설보다는 실용적이고 대중적인 중소규모 시설이 노들섬에 적합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며 ‘과정 중심’의 단계적 개발방식(그림 6)을 제안하였다(서울시, 2016). 이는 서울시가 완성된 공간을 시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 아닌 공간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고 점진적으로 형성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한강과 노들섬이 갖는 장소적 의미와 시민이 공유할 수 있는 미래의 가치를 꿈으로 설정하고, 그 꿈을 노들섬에 실현하고자 사업명을 '노들꿈섬'으로 명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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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노들섬의 시민 공감대 형성 과정(출처: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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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과정 중심의 노들섬의 계획방식(출처: 서울시)

이러한 ‘과정 중심’의 접근은 전임 시장이 랜드마크 조성을 통해 도시를 상징화하려 했던 결과 중심적 기획과는 상반된 가치 지향을 보여준다. 박원순 시장은 다양한 공론화 프로그램을 행정 절차로 간주하기보다는 ‘시민 주권’이라는 정치적 이념을 도시공간에 구현하는 핵심 전략으로 활용하였으며, 이는 도시공간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전면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이처럼 노들섬을 둘러싼 기획 이념은 서로 달랐지만, 궁극적으로는 양측 모두 자신이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를 도시공간에 투영함으로써 공간을 정치적으로 전유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공통된 특징을 지닌다.

3) 오세훈 2기 시정의 글로벌예술섬 기획

오세훈 2기 시정(민선 7,8)에서 추진된 노들섬 기획 역시, 1기 시정과 마찬가지로 도시 마케팅 전략의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그는 ‘매력있는 글로벌 선도도시 서울’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글로벌 top 5 도시 진입을 목표로 10년 전 중단된 ‘디자인 서울 2.0’을 재가동하고, 그간 ‘방치’된 노들섬을 세계적 명소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서울시, 2024b). 이를 위해 ‘그레이트 선셋 한강프로젝트’를 발표하고 한강의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선셋 랜드마크 조성하여 서울의 도시 이미지를 제고하고 관광도시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또한 용산의 국제 업무기능과 여의도의 글로벌 금융기능을 연계하여 한강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혁신코어’를 구축하는 전략적 도시구상을 이어갔다(그림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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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한강중심 글로벌 혁신코어 조성계획(출처: 서울시, 2023)

“앞으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의 심장 역할을 할 용산 국제 업무지구와 여의도지구 국제금융허브와 삼각축을 이루는 곳이 바로 노들섬입니다. 서울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중심 공간 중 하나를 국제 사회에 내놓고 서울의 또 다른 랜드마크로 자랑을 하고 싶은데...” -노들 글로벌 예술섬 설계공모 공개 프레젠테이션 중 오세훈 시장 인사말 (2024. 5. 28)-

오세훈 시장의 2기 시정에서도 노들섬은 다시금 서울의 글로벌 위상을 시각적으로 표상하는 전략적 거점으로 기획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박원순 시장 재임기에 조성된 ‘노들꿈섬’이라는 구체적 공간 유산 위에서 출발해야 했다는 점에서 1기 시정과는 다른 조건인 것이다. 이미 조성된 건축물과 운영 체계를 ‘글로벌 예술섬’이라는 새로운 브랜딩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은, 전임자의 기획 흔적을 완벽히 지우지 못한 채 이를 변형・재구성하여 자신의 비전에 맞게 재정의해야 하는 과제를 동반했다. 이러한 맥락은 문제를 규정하고 공간의 의미와 기능을 새롭게 구성하는 전략적 정책도구를 필연적으로 요구하였다.

3. 노들섬 실행공간과 정책도구

1) 노들섬 실행을 위한 유례없는 정책신설

노들섬은 서울시가 소유한 공유지이자 섬이라는 독립된 공간적 특성으로 인해, 두 시장 모두에게 자신이 추구하는 이념에 기반한 기획공간을 온전히 실현할 수 있는 정책 실험의 장으로 작동하였다. 이에 기존의 행정 프로세스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기 보다는, 유례없는 정책을 신설하고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마련함으로써 각자의 정치적 기획을 구체화하고자 하였다.

박원순 시정은 시민 참여, 공동체 회복, 사용자 중심의 공간 구성을 핵심 가치로 삼고, 이를 ‘노들꿈섬’을 통해 실현하기 위해 서울시 최초로 ‘선(先) 운영자 선정, 후(後) 설계’라는 사업 방식을 기획하였다(서울시, 2016). 일반적으로는 시설물을 먼저 건립한 뒤 운영자를 선정하는 방식이지만 노들섬 사업에서는 운영자를 먼저 선정하고, 그 운영 프로그램에 맞춰 시설을 설계・조성하는 전략을 시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1차 ‘운영구상 공모’, 2차 ‘운영계획 및 시설구상 공모’, 3차 ‘공간 및 시설조성 공모’라는 총 세 번의 공모를 추진하기로 하였다(표 3). 2차 공모에서 선정된 운영자가 직접 운영프로그램과 콘텐츠를 기획하고, 이에 최적화된 시설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운영자의 구상에 부합하는 공간을 조성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표 3.

노들꿈섬 단계별 공모

운영구상 (1차)공모 운영계획・시설 구상(2차)공모 공간・시설조성 (3차)공모
참가자격: 제한 없음 참가자격: 1차 당선자(팀) 참가자격: 국내・외전문가
노들꿈섬 운영기획안 운영계획+공간 및 시설 개략 구상 공간 및 시설설계안

이는 사업 절차상의 기술적 개선이라기보다는 공공 공간의 개념을 구성하는 방식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사용자 중심의 프로그램 맞춤형 설계를 통해 실질적 활용성과 참여의 가치를 강조하겠다는 전략적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즉 도시공간을 구성하는 주체로서 '사용자'를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건축물 중심의 물리적 상징성보다 사용 경험과 실질적 운영 능력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그러나 2016년 8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개정으로 인해 당초 계획했던 혁신적 사업 방식을 뒷받침할 행정적 근거가 부족해졌고, 운영할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운영사와 계약을 맺는다는 것에 대한 법적・제도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여 2차 공모 당선팀과 정식 운영 계약을 체결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정식 운영사 자격이 부여되지 않은 상태에서, 2차 공모를 통해 제안된 운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설계 지침이 마련되었고, 3차 시설조성 공모가 추진되었다.

이처럼 제도적 기반의 미비와 한계로 인해 최초 구상되었던 사업 방식은 부분적으로만 실현되었다. 이후 2018년 3월, 대표사였던 어반트랜스포머가 ‘민간위탁업체’자격으로 별도의 심사를 거쳐 다시 운영자로 선정되었지만, 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된 선 운영자 선정, 후 설계 방식은 실행 과정에서 여러 제약과 한계를 드러냈다(김정빈, 2019).

“노들꿈섬의 꿈을 꾼 자들은 멋있을 수 있지... 근데 그 꿈에 뛰어든 자들은 엄청 피를 철철 흘려야 되는걸 온몸으로 겪었기 때문에 공공사업에서 함부로 꿈을 꾸지 말자가 내 모토가 됐어요.” (노들꿈섬 운영기획, C)

이처럼 유례없는 정책 실험은 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획권력에 의해 추진된 것이었으며, 그로 인해 발생한 행정적 불확실성은 사업에 참여한 민간 주체들에게 고스란히 부담으로 전가되었다. 서울시가 소유한 공유지라는 제약 없는 조건 속에서 시장의 정치적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실험적 공간 기획이 전개되었으나, 제도적 장치와의 충돌로 인해 시행착오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한 책임은 결국 기획에 참여한 주체들의 몫이 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오세훈 시정은 도시의 디자인적 완성도와 상징적 조형성을 중시하는 ‘디자인 서울’의 관점에서, 노들섬을 시각적 랜드마크로 재구성하기 위해 디자인 주도형 공간 기획이 가능하도록 별도의 정책 수단을 마련하고, 공간의 기능과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진하였다. 2023년 4월 20일, 오세훈 시장은 노들섬의 새로운 미래비전을 발표하는 기자설명회를 통해 창의적 디자인 구현을 저해해온 기존 제도와 행정 절차를 대폭 개선하고, 혁신적 건축물이 서울 곳곳에 조성될 수 있도록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노들섬을 공공분야 시범사업의 첫 적용 대상지로 선정하고, 창의적 디자인 안을 확보하기 위해 ‘선(先) 디자인, 후(後) 사업계획’이라는 새로운 사업방식을 도입하였다.

기존에는 표준 건축비를 기준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한 후, 투자심사 등 행정절차를 거쳐 설계공모를 진행했기 때문에, 이후 제안된 혁신적인 디자인이 예산을 초과할 경우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선 디자인 후 사업계획을 통해 1차 디자인 공모로 건축가들로부터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구상안을 우선 제안 받고, 이를 기반으로 적정 공사비를 산정한 뒤, 그 예산 규모에 맞춰 ‘글로벌 예술섬’의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다시 구체적인 설계를 공모하겠다는 전략이었다(표 4).

1차 디자인 공모에 국내외 건축가 7팀5)이 초청되었으며, 이 중 해외 건축가 3팀인 비야케 잉겔스(BIG), 위르겐 마이어, 토마스 헤더윅은 오세훈 시정에서 자주 디자인 혁신건축의 사례로 언급된 건축물을 구현한 대표적인 설계자들이었다. 이러한 설계자들의 초청은 오세훈 시장이 추구하는 도시 미학적 비전과 가치를 서울에 구현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표 4.

글로벌 예술섬 공모 절차

(1차) 디자인공모 사업계획 수립 및 행정절차 이행 (2차) 설계공모
참가자격: 지명 건축가 혁신 건축 디자인에 따른 공사비 책정 참가자격: 지명 건축가
디자인, 콘텐츠, 규모, 공사비 제안 투자심사 등 행정절차 이행 혁신디자인 토대 설계 공모

“오세훈 시장은 모든 참여 건축가들을 만나 본인이 상상하는 노들섬에 대해 진심을 담아 설명했고, 이 사업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서 건축가들이 아이디어를 제안 받는 기획 디자인 공모였음에도 불구하고 퀄리티 있는 제안을 했다고 생각해요.” (글로벌 예술섬 조성 담당 공무원, E)

시장의 기획 의지 표명이 아이디어 제안 수준의 1차 공모 단계부터 건축가들의 적극적인 참여 동기를 고조시키고, 결과적으로 높은 수준의 설계 제안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오세훈 시장이 공간 기획의 서사를 직접 생산하고 이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정치적 기획권력의 주체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업 방식은 창의적 상상력을 정책 수립의 출발점으로 삼는 발상의 전환을 반영하며, 공공 건축의 상징성과 정체성을 ‘디자인 혁신’을 통해 구축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창의적 기획을 우선시하는 이 같은 접근은 ‘디자인 서울’을 하나의 정책 이데올로기로 정착시키는 동시에, 도시공간을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재편하려는 기획 권력 중심의 공간 정치 실천으로 작동하였다.

이처럼 노들섬은 각 시장의 정치적 이념과 정책 기조에 따라 상이한 방향의 제도적 실험이 전개된 공간으로, 도시공간이 정치적 기획권력에 의해 반복적으로 구성되고 재정의되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2) 건축적 측면에서의 노들섬 실행

(1) 오세훈 1기 시정: 랜드마크공간 조성

오세훈 1기 시정에서 추진된 ‘한강 예술섬 국제지명공모’는 전임 이명박 시장 시절 시작된 오페라하우스 조성사업의 연장선상에서 기획된 것이다. 그러나 기존과 달리, 특정 계층만을 위한 고급 문화시설이 아닌, 보다 많은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복합문화시설 조성을 목표로 다시 추진되었다.6) 서울시는 노들섬을 문화도시 서울의 상징이자 국제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기획 방향을 제시하고(서울시, 2009). 건축가들에게 다음의 설계 지침이 제시되었다.

창의적 설계안을 제출한 설계자를 선정하여 아름답고 독창적인 건물을 건립해 문화도시 서울을 대표하는 세계적 문화단지를 조성하고 국제도시 서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적 아트센터를 건립한다.

• 한강의 생태적 특징을 보전할 수 있는 환경공원을 조성하고, 이를 이용하는 외국 관광객 유치 및 서울시민의 유원시설조성하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다.

• 수준 높은 공연예술을 제작, 기획하는 창의적 예술센터를 지향하며 서울시민 및 해외 방문객,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에게 예술적 영감과 최상의 예술체험을 제공하고 대한민국 공연예술계를 선도적으로 이끄는 혁신적 리더로서 대한민국 공연예술의 발전에 기여한다.

• 서울의 중심 한강의 문화적 변화를 선도하고 문화도시 서울을 상징하는 공간이 된다.

창의적 예술교육의 산실로서 서울시민, 특히 어린이・청소년층과의 문화적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한다.

해당 내용은 오세훈 시장이 추구하는 정치적 비전이 건축가들에게 설계 지침의 형식으로 전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가 구상한 노들섬의 기획 방향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데 ‘세계적 문화단지’, ‘랜드마크적 아트센터’, ‘한강의 문화적 변화’, ‘문화도시 서울의 상징’ 등과 같은 표현은 이러한 기획 의도를 대변한다.

공모 심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선정된 박승홍(문박DMP 대표)의 ‘춤’(그림 8)은 한강대교로 인해 양분된 섬의 동・서측을 하나의 지붕 볼륨으로 연결함으로써,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조형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어 오세훈 시장이 상상하던 한강의 스펙터클한 경관을 형성하며 랜드마크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동측에는 오페라 극장, 서측에는 청소년 야외음악당이 배치되었으며, 이 두 시설은 산책로로 연결되어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광장으로 계획되었다. 이를 통해 오페라 관람객뿐 아니라 일반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개방적인 문화공간으로 설계되어 특정 계층의 향유 공간이라는 비판을 완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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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박승홍의 ‘춤’(출처: 서울시)

해당 작품은 비록 물리적 실체로 완성되지는 못했지만, ‘디자인 서울’과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라는 정책 기조 아래 문화와 디자인을 중심으로 서울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투영된 프로젝트로 시민들에게 강력한 도시 이미지와 정체성을 제안하는 장치로 기능하며, 공간을 통한 정치적 비전의 시각화는 기획 권력의 작동 방식을 보여주었다.

(2) 박원순 시정: 가변형 모듈공간 조성

박원순 시정에서 노들섬의 건축적 실행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시점은 민선 7기부터였다. 당시 노들 포럼 논의를 바탕으로 시민참여 중심 공연장, 노들장터, 문화집합소를 포함한 복합 문화 공간 조성과 생태 숲 보전을 통해 음악과 사람, 자연을 연결하는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노들섬을 조성할 것을 목표로 삼았다(서울시, 2020). 노들포럼 구성원들의 논의를 통해 설정된 기본 방향은 “노들섬의 고유한 가치를 공유하면서, 시민 모두가 함께 지속적으로 가꾸고 즐기는 과정 중심의 공간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이었다. 이에 일곱 가지 세부 원칙이 수립되었고, 공모에 참여한 설계자들에게 공모지침의 형식으로 공유되었다.

• 물리적 시설은 쓰임을 우선 고려한다.

• 최적의 규모로 제안하되 대규모 시설을 지양한다.

• 한강과 노들섬의 역사성을 존중한다.

• 노들섬의 생태가치를 증진한다.

• 노들섬이 가진 경관적 가치를 고려한다.

주변지역의 맥락을 고려한다.

• 대중교통 및 보행 등 친환경 교통체계에 기반 한 계획을 수립한다.

최종 당선작으로는 MMK+(맹필수 대표)의 ‘땅을 재구성한 노들 마을’이 선정되었다(그림 9). 이 작품은 형태적으로 완결된 공간보다는 모듈형의 가변적 공간을 계획하고, ‘참여적 설계’ 개념을 적용해 새로운 구조물을 세우기보다는 땅을 재구성하고 사용자가 직접 공간을 채워나가는 방식을 제안하였다(서울시, 2017). 이러한 설계 방식은 조형성을 강조하는 랜드마크적 공간을 조성하고자 했던 오세훈 시장 시기의 기획과는 대조되는 것으로 형태가 드러나지 않는 배경적 공간을 지향했다. 또한 한강을 조망의 대상으로 설정하기보다는, 내부 사용자의 활동을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된 지형의 연장 내에 공간을 구성함으로써, 한강을 높은 시점에서 내려다보는 방식이 아니라 동일한 눈높이에서 흐름 속에 위치하여 산책이나 이동 동선을 따라 점진적으로 체험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그림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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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9.

노들꿈섬 당선작 ‘땅을 재구성한 노들마을’ (출처:, M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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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0.

땅의 재구성 개념도(출처: MMK+)

그러나 이러한 설계적 의도는 본래 ‘선 운영자 선정, 후 설계’라는 사업방식에 기반해 사전에 수립된 운영계획을 바탕으로 실시설계를 진행하는 것이었으나, 제도적 미비로 인해 실행되지 못함에 따라 입주자와 운영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설계가 이루어졌고, 이로 인해 핵심 구상이었던 ‘50㎡ 모듈’과 ‘참여적 설계’ 개념이 제약을 받았다. 특히 50㎡ 모듈은 다양한 주체의 참여와 소규모 프로그램의 유기적 조화를 염두에 둔 사용자 중심의 공간 단위였으나, 운영 프로그램이 미확정된 가운데 일부는 통합되어 대형 공간으로 변경되었고, 사용자가 직접 구성할 예정이었던 공간 또한 실현되지 못하였다.

“중요한 공간계획의 개념이었던 50㎡의 70개의 모듈형 공간들이 운영 관련 결정 과정에서 합쳐지기도 했어요. 작은 공간을 묶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가장 아쉬운 점은 남측 파사드(Façade)입니다. 최초 설계 의도는 남측 메스의 파사드는 ‘시민 참여형 설계 공간’으로 입주자들이 직접 꾸밀 수 있도록 하는거였는데... 저희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기다렸는데 실현 못한게 제일 아쉬웠어요.” (노들꿈섬 설계참여, B)

(3) 오세훈 2기 시정: 노들섬 공중부 조성

오세훈 시장은 기존 노들꿈섬의 기획을 기반으로 새롭게 ‘글로벌 예술섬’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 공모 참가자들에게 노들섬을 (그림 11)과 같이 수직적으로 네 개 층위로 구분하고 각 층위에 적합한 최적의 계획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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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1.

노들 글로벌 예술섬 공모범위 (출처: 서울시 공모지침)

‘공중부’는 노들섬을 상징적 공간으로 인식시키는 영역으로, 섬 전체가 도시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공간 경험을 유도하는 입체적 설계가 요청되었다. ‘지상부’는 기존 건축물의 20% 이내 철거를 허용하며 예술 활동에 적합한 유연한 공간 구성을 제시하도록 하였다 ‘기단부’는 지상부와 수변부를 연결하는 중간 매개 공간으로, 한강 수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층적이고 적응력 있는 공간 활용이 요구되었으며, ‘수변부’는 물과 섬이 만나는 경계 공간으로, 한강의 자연 경관을 배경으로 석양과 강물을 무대 소품처럼 활용하는 야외 공연 및 수상 예술 활동이 가능한 무대 및 지원시설이 포함되었다.

이와 같이 네 개 층위는 각각의 장소성과 기능에 따라 특화된 사용 경험을 제안함으로써, 노들섬을 예술과 일상이 공존하는 입체적 문화공간으로 구현하고자 한 시도였다. 이는 오세훈 2기 시정을 통해 노들섬을 다시 한번 한강의 대표 랜드마크로 조성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했다.

최종 당선작은 토마스 헤더윅의 ‘사운드 스케이프(SoundScape)’(그림 12)로 전임 시장 시절 조성된 노들꿈섬의 일부만 철거하면서 공중부를 적극 활용하여 기둥으로 지지된 꽃잎 형상의 공중부 섬을 조성해 완전히 새로운 경관을 연출함으로써 대대적 변화를 도모하였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의 형상을 닮은 구조물은 한강 양안에 강한 시각적 존재감을 드러내며 서울 도심으로 향하는 관문의 역할을 하도록 기획되었다(서울시, 202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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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2.

토마스헤더윅 당선작 ‘사운드스케이프’ (출처: 서울시)

“현 시장님은 노들꿈섬에는 본인이 생각하는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빠져 있었고, 글로벌을 추구하려면 글로벌에 걸맞는 형상이 필요했고, 그 형상을 결국은 왕관으로 찾은 거니까...” (노들꿈섬 설계참여, B)

인터뷰에서도 지적되었듯이, 오세훈 시장은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한강 경관과 연결된 새로운 상징성을 재구성하고, 이를 조형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공중부를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글로벌 예술섬의 건축공간이 노들꿈섬의 리노베이션이나 기능 개선의 개념을 넘어, 기존 박원순 시정의 공간유산 위에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공중부’ 공간을 설계 영역으로 설정함으로써, 노들꿈섬의 물리적 조건과 기획 방향을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도 자신의 도시 비전을 투영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으로 새롭게 창출하고자 한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3) 사용적 측면에서의 노들섬 실행

(1) 오세훈 1기 시정: 공연장과 개방공간의 병치

한강 예술섬의 고정된 사용목적은 ‘고품격’, ‘전문화된 미래형’, ‘글로벌 경쟁력’ 같은 담론 아래 오페라극장, 심포니홀 등 대규모 공연시설과 이를 통해 만들어질 프로그램 중심으로 구체화되었다. 이는 공간을 관람의 장소, 완성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무대로 상정하고, 사용자는 선정된 예술가, 전문 제작자, 관객으로 국한하는 폐쇄적 구조일수 있으나 이러한 사용적 공간 간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음악의 거리’와 ‘사람의 광장’을 통해 노들섬의 동측과 서측 사이를 거닐 수 있는 산책로로 구성하여 노들섬의 자연 지형과 공간의 틈 사이의 움직임을 유도하여 모두에게 열린 공간을 조성하고자 하였다(그림 13). 이러한 프로그램 구성은 제도적 공간계획에서 오페라로 인해 엘리트 문화 중심의 예술가-공간-관객이라는 위계적 구도를 흐트러뜨리며 비판을 감소시키고 비정형적인 사용을 가능하게 하였다.

고정성과 폐쇄성을 내포한 대규모 공연시설 중심의 기획에 완충적으로 삽입된 산책로와 광장 등의 개방형 공간은 노들섬의 사용 주체의 범위를 확대시키고 문화적 구조의 유연성을 부여하는 전략으로 고급문화의 전유라는 비판을 완화하는 동시에, 공간조성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정치성의 사용적 표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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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3.

한강예술섬의 공간구성 다이어그램 (출처: 서울시, 2009)

(2) 박원순 시정: 입주자 선별과 참여형 공간조성

박원순 시장의 노들꿈섬은 그의 정치 철학답게 ‘사용중심’, ‘시민참여’를 강조하며 노들섬에 이를 투영하고자 하였다. 이는 전임 시정 하에 반복적으로 제기된 공간 활용의 문제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했다.

“노들섬과 가장 비교가 됐던 게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세빛 둥둥섬이었어요. DDP도 만들어놓고 어떻게 사용해야 될지를 계속해서 서울시가 연구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고, 세빛 둥둥섬도 일단 만들어졌는데 그 안을 채우는 것들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던 시점에서 노들섬은 어떻게 할까라고 했을 때 운영을 먼저 설정하고 그에 맞는 시설물을 계획을 하는 쪽으로 처음부터 공모가 갔었고...” (노들꿈섬 설계참여, B)

건축물 없이 공모를 통해 운영안을 먼저 선정하고, 그 계획에 맞춰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정책 실험의 결과, 1차와 2차 공모를 거쳐 최종 당선된 ‘밴드 오브 노들(Band of Nodeul)’ 팀은 어반트랜스포머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 집단이 결합하여 사단법인을 구성하고, 음악을 매개로 다양한 시민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가변적 공간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제도적 기반이 미비하여 공모에 당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와의 정식 운영자 계약이 체결되지 못하였고, 그 결과 팀은 해체되었다. 이후 2018년 3월, 어반트랜스포머는 민간위탁 입찰을 통해 민간위탁사 자격으로 서울시와 운영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노들섬은 대규모 개발보다는 입주자의 창의적인 공간 사용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중심에 두고 기획된 만큼, 서울시는 운영사를 통해 이러한 기획 의도에 부합하는 조건을 갖춘 입주자를 선정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운영 취지는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조건에 비해 높은 임대료와 짧은 계약기간 등으로 입주자 모집에 난항을 겪었다.

“접근성이 낮고 상권이 형성되지 않았는데 높은 임대료와 22개월이라는 짧은 계약 기간, 그리고 시설 투자를 자부담하면서 창의성을 요구하는 조건으로 인해 입주자 모집에 큰 난항을 겪었어요. 노들섬을 창의적으로 운영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소규모 업체들은 이러한 불확실한 조건을 감수하고 입점을 결정하는게 어렵고... 스타벅스는 긍정적인 입장이었는데 시장님이 ‘혹시 여기 스타벅스 같은 건 안 들어오죠?’ 이러셔서... 다행히 공유재산법이 개정되며 사회적기업은 수의계약도 가능하고 임대료의 1/5라서 사회적 기업만 찾으면 되겠구나 했는데 또 그만한 자본을 가진 사회적 기업도 없더라구요... 그래도 결국 사회적 기업들로 F&B를 다 채우긴 했어요.” (노들꿈섬 운영기획, C)

시민운동가 출신답게 정책 전반에 걸쳐 생태와 공동체, 시민참여를 중심에 둔 박원순 시장의 이념이 노들섬이라는 공간 위에 투영되면서 자본력을 갖춘 대형 프렌차이즈 기업은 배제되고, 그의 이념과 기획의도에 부합하는 입주자를 선정하고자 한 것이나, 상권이 형성되지 않고 접근성이 낮은 노들섬의 현실적 조건 속에서 안정적으로 구현되기 어려운 가치였다. 이는 기획권력의 이념적 지향이 물리적 공간의 한계와 제도적 조건을 고려하지 못한 채, 이상적 운영 모델만을 선행시킨 결과라 할 수 있다.

2019년 9월, 여러 우여곡절 끝에 개장한 노들꿈섬에는 전임 시장이 구상했던 오페라극장 대신, 456석 규모의 대중음악 콘서트를 위한 라이브하우스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공간7)이 조성되었다. 섬의 양 끝에는 ‘노들마당’과 ‘노들숲’이라는 외부 공간을 배치하여 교류와 휴식을 위한 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 외에도 공방, 강연, 워크숍이 가능한 복합 문화공간과 음악 관련 기업의 입주 공간, 식음료 판매 공간 등이 함께 구성되었다(그림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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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4.

노들꿈섬 용도별 위치도(출처: 서울시)

그러나 코로나 19의 확산과 낮은 접근성이라는 공간적 한계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을 증식시켜 나가는 기획을 실행하는데 무리가 있었다. 이에 언론에서는 노들섬에 대한 부정적 보도를 내놓았다. 유연한 공간 활용을 위해 설치된 모듈형 입방체 구조의 회색 콘크리트 박스는 배경적 건축과 쓰임을 강조한 기획 의도와 달리 ‘교도소’라는 별칭으로 불렸고8), 낮은 방문객 수로 인해 ‘유령섬’이라는 표현까지 언론에 등장9)하면서 공간 자체의 정당성이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코로나를 지나면서 나무들은 다 뿌리를 내리고 자연은 자리를 금방 잡았는데 오히려 사람들은 그 시기 때문에 뿌리를 못 내리고 코로나가 끝나자마자 노들섬을 뺏겨버린 거니까... 어떻게 보면 어떤 상황이었어도 결국은 그런 평가를 내렸을 거라고 생각되요.” (노들꿈섬 설계참여, B)

모듈형 공간구조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하는 한편, 공간의 고유한 디자인적 정체성을 약화시켰고, 운영 주체와 프로그램 역시 제도적으로 고정되지 않아 안정성과 연속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정치적 판단과 결정에 따라 쉽게 교체 가능한 상태로 놓이게 되었다. 이렇게 박원순 시정 하에서 사용자 중심의 가변성을 강조하며 제안된 모듈형 공간 구성과 프로그램 운영 방식은 오세훈 시정에서 전임 시장의 공간 유산을 손쉽게 해체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하였다.

4. 전임시장 공간유산 해체와 재구성

1) 한강예술섬 백지화와 도심텃밭 조성

오세훈 시정의 한강 예술섬 사업이 과도한 예산 투입 문제와 맹꽁이 서식지로 알려진 노들섬의 자연환경 훼손 우려 등으로 실행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박원순 시장은 민선 5기 공약을 통해 한강 르네상스 사업 전면 재검토를 위한 정책 조정 기구의 구성을 약속하고, 한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세부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서울시, 2013b). 이후 2012년 5월, 오페라하우스 조성 사업이 최종적으로 전면 보류되었으며, 박원순 시장은 노들섬을 대규모 개발보다는 일상적 가치와 생태적 실천을 중심으로 기획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구현하는 상징적 무대로 재정의하였다. 도시농업을 주요 정책사업으로 삼으며 도심 곳곳에 텃밭을 조성하던 박원순 시장은 노들섬의 새로운 활용방안을 마련하는 기간 동안 이 곳을 텃밭으로 전환하였다.

“저에게 농사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가르침을 주는 교과서'였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일어나는 도시농업을 통해 바로 이런 깨달음을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더불어 식량 자립과 도시와 농촌 간의 상생의 길을 마련하는 기회가 되길 희망했습니다.” -광화문 벼 베기 행사(2012. 10. 8) 중 박원순 시장 인사말-

이러한 발언을 통해 박원순 시장이 왜 도시농업을 중시했는지 엿볼 수 있다. 노들섬의 기존 사업을 백지화하고 텃밭으로 조성한 결정은 행정적 합리성이나 체계적인 의사결정의 결과라기보다는, 서울시 내 유휴 공간에 자신의 유년기 체험에서 비롯된 정서적 기억과 생태적 감수성을 투영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서사가 도시 정책으로 전환된 상징적 기획의 일환인 동시에 전임 시장이 구축하려 했던 질서와 공간적 헤게모니를 해체하고, 대안적 도시 비전과 공간 가치 체계를 새롭게 정립하려는 정치적 기획권력의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박원순 시장은 2012년을 ‘도시농업 원년’으로 선포하고, 그 상징적 장소로 노들섬을 선택해 선포식을 개최했다. 그는 노들섬에 서울을 ‘제1의 도시농업 수도’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밝히며, 시민 1,500여 명과 함께 모내기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그림 15). 이 논은 ‘맹꽁이 논’으로 명명되었으며, 토종 벼 70여 종이 심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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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5.

노들섬 모내기 행사(출처: 뉴시스, 2012. 6. 3)

맹꽁이는 전임 오세훈 시장 시기 한강 예술섬 건립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했는데 노들섬이 멸종 위기종인 맹꽁이의 서식지로 확인되며 환경단체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은 노들섬에 생태적 가치를 중심에 둔 정책 방향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자 하였다. 또한 노들꿈섬 조성 과정에서 맹꽁이 서식지 문제는 여전히 뚜렷한 해결책 없이 잔존하며 사업 추진의 잠재적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는데 박원순 시정에서는 이 생태적 이슈를 오히려 시민참여 기반의 홍보 콘텐츠로 전환하여, 시민과의 소통과 참여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으로 승화시켰다(그림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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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6.

맹꽁이 서포터즈 모집 포스터(출처: 서울시)

“맹꽁이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면 자칫 사업이 망가지고 끝도 없이 늘어질 수 있는 것이 굉장히 큰 리스크였어요. 논의 결과 맹꽁이를 노을공원 같은 곳으로 보내는 것 보다 노들섬 서측으로 이주시키는 것이 사업 측면에서는 가장 빨리 실행할 수 있으니 좋고, 맹꽁이가 스트레스도 덜 받아서 좋고... 그런 논의를 하다가 이러한 상황을 오히려 더 드러내서 노들섬의 생태적 부분을 홍보 컨텐츠로 삼자고 해서 맹꽁이 서포터즈도 만들고... 학생들이랑 같이 옮기고 했어요.” (노들꿈섬 설계참여, B)

이는 생태적 제약 요인을 도시개발의 장애물이 아닌 정치적 전략 자원으로 전환함으로써, 박원순 시장이 추구한 생태와 공동체 중심의 메시지를 투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는 전임 시장의 기획이 ‘맹꽁이 논란’으로 인해 좌초된 것과 대비되며, 동일한 환경 요소를 통해 오히려 정치적 정당성과 정책적 차별성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시도였다.

2) 노들꿈섬 해체와 글로벌 예술섬 재구성

민선 7기의 오세훈 시장은 취임 4달 뒤 노들섬 운영 전반에 대해 문제가 있다며 조성과정과 운영 실태 등의 적정성을 살펴보는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전임시장 흔적 지우기로 오해받을 수 있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일들이 노들섬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답했다.10) 최종 감사 결과 운영사가 민간 위탁 사업비를 횡령하고 5,600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서울시는 이를 서울경찰청에 고발하며 운영사를 교체하였다.

박원순 시정 하에서는 민간위탁 방식을 통해 민간의 자율적 운영기획을 행정적으로 허용하였다면 오세훈 시정에서는 노들섬 운영체제를 ‘운영대행 용역’ 방식으로 전환하며 2022년 4월 ‘인터파크 씨어터’를 대행사로 선정하였다. 이후 2024년 1월부터는 서울시 산하 기관인 ‘서울문화재단’이 공공위탁 방식으로 운영을 맡게 되면서 운영 체계는 사실상 서울시로 내부화되었다.

“저희는 서울시와 의견 충돌이 있을 수 없어요. 시키는 대로 하는 거기 때문에... 저희 의견을 참고로 말씀드리는 정도는 할 수 있겠죠.” (노들섬 운영실무, F)

“노들섬 재구조화 과정에서 변동성에 유연하고 내실 있게 대응하기 위해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어요” (노들섬 운영담당 공무원, D).

이러한 운영 방식의 전환은 박원순 시정 당시 시민단체 중심의 민간위탁 운영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오세훈 시장은 민선 8기 공약으로 ‘시민단체를 표방하는 단체에 대한 위탁 수수료 최소화’와 ‘민간위탁 심의 강화’를 제시하며, 민간위탁 운영 전반에 대한 제도적 재정비를 예고하였다(서울시, 2024b). 이는 행정 운영의 효율성과 투명성 제고라는 실무적 목적뿐만 아니라, 전임 시장의 추진 방식과 분명한 선을 긋고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과 차별성을 강조하려는 전략적 행보로도 해석된다.

“서울시는 지난 10년 간 민간 보조금, 민간위탁금이라는 명목으로 시민단체에 지원을 해왔습니다. 마을, 도시재생, 사회적 경제, 주민자치, 도시농업, 환경 등 전통적으로 민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인식되던 영역과 행정의 생소한 분야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인 지원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총 금액이 1조원 가까이 됩니다. 집행내용을 점검해보니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중략...) 서울시의 곳간은 결국 이렇게 시민 단체 전용 ATM기기로 전락해 갔습니다” -오세훈 시장 서울시 바로세우기 입장문 발표 중, 2021. 3. 13)-

운영 방식의 변경과 기존 입주자들의 계약 종료에 따라 2022년 6월 노들꿈섬의 입주자들은 전원 퇴거하였고, 이후 오세훈 시장의 공약에 따라 음악과 미술을 매개로 한 ‘글로벌 예술섬’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용 프로그램이 전환되었다. 기존 라운지 공간은 어린이, 청소년, 성인 대상 예술 체험 프로그램운영공간으로 재구성되었고, 전시공간을 확보하여 대중성 높은 전시 유치를 통해 예술섬으로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그림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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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7.

예술섬 정체성 확립을 위한 공간개편(출처: 서울시)

“박원순 시장 때 운영방식은 입주자들끼리 소규모로 뭔가를 하는... 그래서 문화공간이라기 보다는 오피스 집합공간으로 보이더라구요. 대시민적인 공간이라고 인식되지는 않았어요. 갤러리나 이런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에는 좀 부족한... 들어와 있던 업체들은 다들 괜찮은 업체들이었어요. 편의점도 중증 장애인들이 하는 곳이었고 패션 라운지 업체도 재활용을 통해서 하거나 가치있는 업체들이 많이 들어와 있지만 그런데 모객행위를 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니까...” (노들섬 운영 담당 공무원, D)

서울시는 2027년 글로벌 예술섬 개장을 목표로 또 한 번의 노들섬의 재구성을 예고하였다. 정책의 반복적인 방향 전환에 따른 공간의 교체는 노들섬을 찾는 방문객은 물론, 운영 측면에서도 혼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직까지도 문의가 많은 게 (박원순 시장 시기 운영하던) 지금은 없어진 노들섬 스케이트장이에요. 사실 노들섬 재구조화가 당장 진행될 것처럼 말하지만 그냥 계획일 뿐 인거니 또 언제 바뀔지 모르고...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고 이미 혼란스러운지 너무 오래돼서... 운영 계획을 세우고 싶어도 공사 때문에 못하게 되면 진행할 수 없잖아요. 저는 노들섬에서 오래 일하고 싶어요.” (노들섬 운영 실무, F)

표 5.

노들섬의 정치적 전유과정(출처: 저자작성)

구분 민선 4,5기 오세훈 시장
(2006.7.16~2011.8.26)
민선 5,6,7기 박원순 시장
(2011.10.27.~2020.7.9)
민선 7, 8기 오세훈 시장
(2021.4.8.~현재)
기획 공간 기획목표 한강 예술섬: 서울 한강의 대표 랜드마크, 서울의 도시 경쟁력 강화 수단, 도시 브랜딩 제1의 도시농업 수도 노들꿈섬: 생태・밴드음악중심 복합 문화기지 글로벌 예술섬 :한강과 석양 조망 및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한강 랜드마크
도시비전및 이념 한강 중심 서울재편 (한강르네상스), 도시경쟁력 강화, 관광도시 전면개발→도시재생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생태주의, 시민참여, 공동체회복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 글로벌 도시, 관광도시
실행 공간 정책수단 국내외 유명건축가 지명초청 공모, 건립기금 조성 맹꽁이 서포터즈 모집 선 운영자선정 후 설계 최초실행 선 디자인 후 사업계획 최초실행,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방안 시범사업 1호 대상지 선정
건축공간 조형성이 강조된 대형 건축물, 한강대교에 의해 나뉜 섬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지붕형 구조 - 사용자 중심 가변적 모듈 공간, 참여적 설계, 대규모 시설 지양, 배경적 건축 기존 노들꿈섬 공중부에 7개의 섬 조성
사용공간 오페라극장 1500석 이상, 심포니홀 1900석 이상, 청소년 음악당, 한강 조망 가능 광장 도심텃밭(맹꽁이논) 민간 위탁 운영, 창의적 사회적 기업 입주 (음악, 출판, 청년창업 관련) 서울시 산하기관 운영, 산책, 조망 등을 통해 경관 자체를 사용적 공간으로 활용예정, 음악 교육 및 연습 공간, 레저 공간
공간의 재구성 공간유산 해체방식 오페라하우스→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사용자 층을 폭넓게 정의, 변형 기존 사업 전면 보류 감사 실시 및 결과에 따른 운영자 교체, 기존 공간 운영프로그램 개편, 노들꿈섬 상부에 신규공간 조성을 통해 기존 공간 은폐

IV. 결론

본 연구는 지난 20여 년간 서울시장으로 재임한 오세훈과 박원순이 동일한 도시공간인 노들섬을 상반된 정치적 이념과 도시 비전에 따라 반복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하였는지, 그리고 전임자의 공간 유산을 어떻게 해체하거나 재구성했는지를 분석하고 도시공간이 정치적 기획 권력이 자신을 표상하고 정당화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밝히고자 하였다.

연구 결과, 노들섬은 각 시장의 정치적 비전과 정책적 기조가 구체적인 기획 형태로 공간에 투영되고, 정책이라는 실행 도구를 창의적으로 고안하여 실행기반을 마련하고 물리적 공간으로 실현되며, 정권교체 시마다 공간의 의미와 구조가 재구성되는 ‘정치적 전유의 현장’으로 기능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세훈 시장은 ‘디자인’과 ‘도시브랜드’ ‘글로벌 도시’등의 가치를 중심에 둔 도시경쟁력 강화 전략 아래, 노들섬을 글로벌 수변도시 서울을 상징하는 경관적 자산으로 기획하였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창의적인 설계를 우선한 ‘선 디자인, 후 사업계획’이라는 새로운 실행 모델을 도입하였다. 반면 박원순 시장은 ‘도시재생’과 ‘시민참여’를 핵심 가치로 설정하고, 노들섬을 생태와 공동체가 공존하는 열린 문화 플랫폼으로 구상하였으며, ‘선 운영자 선정, 후 설계’라는 정책 실험을 통해 사용자 중심의 공간 운영을 시도하였다.

이러한 정책 실험과 공간 기획은 각각의 시정이 추구하는 정치적 이념의 방향을 물질화한 결과이며, 정책이 공간을 통해 정치성을 구현하고 정당화하는 핵심 매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노들섬은 서울시가 소유한 공유지이자 섬이라는 특수한 공간적 성격 때문에 장소 자체의 내재적 가치보다는 기획 권력의 작동이 제약 없이 실현될 수 있어 반복적 실험과 상상적 공간구상의 대상이 되었으며, 정권 교체 시마다 전임자의 공간 유산은 정치적 상징성을 제거하거나 비판을 통해 변형하는 방식으로 재구성되었다. 이 과정에서 노들섬은 특정 정치권력에 종속된 실험장으로 기능하며, 정책의 연속성과 공간의 정체성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본 연구는 시장을 기획 권력의 주체로 설정하고, 도시공간이 어떻게 정치적으로 기획・실행・재구성되는지를 분석함으로써 공간의 정치적 전유 과정과 수단을 실증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특히 도시공간이 단순한 개발행위의 물리적 산물이 아니라, 정치적 이념과 리더십에 의해 구성되고 반복적으로 해체・재구성된다는 사실을 노들섬을 통해 구체적으로 입증하였다.

다만, 본 연구는 아직 오세훈 2기 시정의 글로벌예술섬 사업의 건축적 공간 조성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과 정치적으로 전유된 공간에 대한 기획권력의 의지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시민들의 주체적 행위나 경험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연구의 한계라 할 수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도시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민주적 정당성이 어떻게 확보되는지를 탐구하도록 할 것이다.

[1] 1) 해당 기간에 관련 업무에 참여한 인원이 매우 제한적이므로, 연구 참여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소속, 직위, 구체적 역할 등 신 식별이 가능한 정보는 포함하지 않고 기재하였다.

[2] 2) 1995년 ‘일본식 지명 개선사업’에 따라 지금의 명칭인 ‘노들섬’으로 불리게 되었다.

[3] 3) 문화일보, 2005년 1월 7일자, “한강에 오페라하우스 세울 것”

[4] 4) 시민 투표를 통해 노들섬 활용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강의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조용한 휴식공간이 60%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시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가장 많이 제안된 아이디어는 체험, 스포츠, 캠핑 등 활동공간이 40%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도출된 시민들의 요구는 이후 구현된 ‘노들꿈섬’의 실현 내용과 비교해볼 때 실질적으로 반영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5] 5) 해당 공모에는 강예린(서울대)+건축사사무소 SOA, 김찬중(더시스템랩), 나은중+유소래(네임리스), 신승수(디자인그룹오즈)의 국내4팀과 비야케 잉겔스(덴마크), 토마스 헤더윅(영국), 위르겐 마이어(독일)의 해외 3팀이 참가하였다.

[6] 6) 이명박 시장 시절 추진된 ‘노들섬 예술센터 지명설계공모’에서는 오세훈 시장 취임 직후인 2006년 7월 21일,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의 설계안이 당선되었다. 그러나 과도한 설계비를 요구한 탓에 서울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결국 설계권을 박탈하였다.

[7] 7) 소규모 음악공연이 가능한 ‘뮤직라운지 流(류)’, 18개의 독립서점과 출판사가 참여한 책 문화 플랫폼 ‘노들서가’, 체험형 식물편집 문화 공간 ‘식물도’와 자전거 수리가 가능한 카페 ‘자전거 카페 보이’, 공유주방 ‘앤 테이블’,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소규모 브랜드를 위한 전시형 마켓 공간 ‘스페이스 445’ 등이 입점하였다.

[8] 8) 중앙일보, 2021년 8월 23일자, “560억 들였는데 교도소 악명”

[9] 9) 한국경제, 2020년 6월 2일자, “한강 금싸라기 땅 노들섬, 어쩌다 인적 끊긴 ‘유령섬’됐나”

[10] 10) 2021년 11월 17일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답변한 내용으로 노들섬에 기대감을 갖고 10년간 지켜보았는데 불행히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활용도를 높이고 싶은데 불행하게도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섰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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