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II. 이론적 배경 및 분석틀
1. 데이터센터 입지 현황 및 특성
2. 관련 이론 검토 및 분석틀 도출
III. 경기 안양시 데이터센터 입지 갈등 사례분석
1. 개요
2. 데이터센터 님비화의 주요 요인
3. 갈등 전개 과정에서 나타난 데이터센터 신 님비화의 양상
IV. 결론 및 제언
I. 서론
최근 정보통신 기술이 사회 전반에 걸쳐 급속한 혁신을 일으킴에 따라 대규모 데이터의 저장 및 처리를 담당하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 기반 경제가 가속화되는 오늘날, 데이터센터는 도로・철도・공항과 같은 전통적 물적 인프라에 필적하는 필수 기반시설이나 다름없다.
국내 데이터센터는 주로 수도권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안정적인 전력공급, 고속 통신 인프라, 인접 산업과의 시너지 등 다양한 이점을 바탕으로 수도권은 데이터센터 입지의 최우선 지역에 해당한다. 산업통상자원부(2023)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의 과반이 서울・경기・인천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향후 건립이 예정된 신규 데이터센터 역시 대부분 수도권 외곽지역에 계획 중이다.
초기 데이터센터는 지역 경제 활성화, 고용 창출, 첨단산업 유치 등 긍정적인 기대를 불러일으키며 환영받았으나, 최근에는 전력 과소비, 소음, 열섬 현상, 전자파, 배연(排煙), 부동산 가치 하락 등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데이터센터를 ‘기피시설’로 간주하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역시나 수도권에서 두드러져 경기 시흥시 광석동,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경기 김포시 구례동 등에서 주민 반대 민원의 급증과 함께 인허가 보류 또는 사업 철회 사례가 속출한 바 있다.1)
이는 전통적인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와 같고도 다른 양상이다. 데이터센터는 소각장이나 매립지와 같은 직관적인 기피시설은 아니지만, 기술개발이 항상 지역 경제에 이익이 된다는 통념에 대한 회의와 전기, 용수 사용 등 장기적인 환경 영향에 대한 불안감 등이 결합되면서 새로운 님비시설로 인식되고 있다(Data Center Watch, 2025). 이미 미국, 유럽 등지에서 데이터센터는 ‘물과 전기를 먹는 하마’라 불리며 애물단지로 전락하거나 데이터센터가 입지한 지역의 주민 이탈, 건립 계획에 대한 반대 현상 등이 큰 편으로2) 미국 내 데이터센터 반대 현황을 추적하는 ‘데이터센터 워치(Data Center Watch)’가 2024년 5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조사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미국 전역에서 640억 달러(88조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지연된 바 있다(Data Center Watch, 2025).
우리나라도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5년간 전국에 발간되는 중앙일간지와 지역일간지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건립 관련 갈등 보도 건수를 살펴본 결과, 데이터센터 건립에 따른 갈등 및 님비와 관련된 기사 건수는 2020년 1건에서 2024년 36건으로 증가하였다.3) 주로 안양, 고양, 용인 등 수도권 곳곳에서 데이터센터 건립을 둘러싼 지역사회 갈등이 거세게 일어났으며, 일부 기업은 결국 건설계획을 철회하거나 부지를 매각하는 사태까지 발생하였다.
대표적 예가 바로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데이터센터 건립 취소 사례이다. 본 사업은 2021년 6월 도시관리계획 결정 입안 제안으로 시작되었으나, 인근 주민들의 조직적인 반대로 인해 2023년 10월 사업 철회서를 제출하며 무산되었다. 사업자는 법적 유해성이 없다는 검증 결과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냉각수 처리, 전자파, 소음, 경관 문제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였다. 허가권자인 안양시는 사업시행자에게 주거지와의 거리가 더 먼 지역으로의 이전을 권고하고, 반대 측 주민들에게는 완충녹지 설치 및 전자파 방지시설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업부지의 효율성 축소 및 주민생활권 침해 우려 등으로 인해 최종적인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결국 전통적인 기피시설에 준하는 실패 사업으로 남게 되었다.
본 연구는 데이터센터의 급속한 확산 과정에서 나타나는 ‘님비화’ 현상을 중심으로, 기술 기반 인프라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저하와 갈등 발생의 구조적 요인을 분석하고자 한다. 특히 안양시 사례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가 어떤 방식으로 기피시설로 인식되고 주민 반발이 형성되는지를 규명하는 데 연구의 목적이 있다. 그리하여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최근 님비갈등의 달라진 양상과 속성을 살피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문헌조사를 통해 데이터센터 입지 특성과 님비 이론 등을 검토하고 분석틀을 도출한 후 안양시 데이터센터 건립 갈등 사례를 심층 분석한다. 갈등의 전개 과정과 이해관계자 간 입장 차이 등을 분석함으로써,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사회적 긴장의 촉발점이 되는 과정을 해석하고자 한다. 나아가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디지털 인프라 개발에 있어 지역사회의 공존을 위해 고려되어야 할 정책적 대안과 제도개선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본 연구는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갈등이 단순한 님비현상을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 현상일 수 있음을 제시하는 데 연구의 의의가 있다.
II. 이론적 배경 및 분석틀
1. 데이터센터 입지 현황 및 특성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기술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는 국가적 전략 인프라로 자리매김하며 설립 수요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의 수도권 특화성에 따른 결과로(정진원 등, 2020), 인베스트조선(23.12.7)이 보도한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내용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현재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의 34.2%가 서울, 21.5%가 경기도에 입지하여 전체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위치한다[그림1]. 이러한 수도권 편중 현상은 전력, 통신, 교통 등 인프라의 집적과 안정적인 수요 기반, 그리고 기업 집합도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특히, 2008년 전국에 99개소였던 데이터센터 수는 2014년 130개, 2019년 158개, 2021년 177개, 2023년에는 202개소로 늘어나며, 15년간 약 2배 이상 증가하였다[그림1].
이와 같은 시설 증가는 디지털 수요 확대와 클라우드 산업의 성장, 그리고 공공・민간의 정보 저장 수요 증가에 따른 결과로, 향후 공급 계획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산업통상자원부(2023)에 따르면, 2029년까지 총 637개소의 데이터센터 신・증설이 예정되어 있으며, 이 중 86.3%가 수도권에 집중될 것으로 분석되었다. 인프라 집약의 효율성이라는 경제적 논리에 따라 수도권은 데이터센터 건립의 최적지로 손꼽히며, 이러한 경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데이터센터는 운영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을 발생한다. 첫 번째는 열 발생이다. 서버와 연산 장비가 작동하면서 발생하는 막대한 열을 식히기 위해 대규모 냉각 시스템이 가동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양의 물이 사용된다. 실제로 데이터센터는 ‘물 먹는 하마’라 불릴 정도로 수자원 소모량이 많아 특정 지역에서는 수자원 고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며 이는 지역사회와 환경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두 번째는 전력 소비이다.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 건립 신청은 300개가 쌓여있고, 센터 하나당 5만 가구 전력 수요와 맞먹는 가운데 건립 계획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지만, 해당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력계통망이 수도권에 갖춰지지 않아 이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언급한다(ESG경제, 25.7.8보도). 앞으로 5년간 새로 지어질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충당하려면 원자력발전소 53기를 추가 건설해야 할 정도의 전력이 필요할 정도다(유재국, 2024).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어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전 세계 전략 소비의 1.5%에 해당하는 약 415TWh로, 이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2%의 증가세를 보인 수치로서 2030년에는 약 945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신정수, 2025).
이와 같은 문제점에 대응하는 세계의 정책 방향은 크게 두 갈래로 구분 가능하다. 강경과 온건으로, 전자인 유럽연합은 500KW이상의 데이터센터에 대해 매년 에너지와 물 소비량 보고를 의무화하는 에너지 효율 지침을 수립한 반면, 후자에 속하는 미국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보고를 장려하는 AI 환경 영향 법안(AI Environmental Impacts Act of 2024)이 발의되어 현재 계류 중이다. 그러나 같은 영토라 할지라도 미국 캘리포니아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물 사용량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재활용수 냉각 시스템 도입과 디젤 발전기 사용 금지를 법제화하고 있으며, 텍사스는 75MW이상의 데이터센터에 대해 전력망 연결에 필요한 비용을 직접 부담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주별로 대응의 차이는 존재한다(황성익, 2025).
우리나라의 경우,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에너지이용 합리화법」등을 통해 데이터센터나 대규모 산업단지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신규 대규모 전력 소비자는 사용 전력의 일정 비율을 분산에너지로 충당하여야 하는 한편, 해당 시설이 지역 전력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고 보강 방안을 마련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너지공단과 같은 전문기관으로부터 주기적으로 에너지 이용 실태를 점검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는 해당 시설의 물리적 공급 및 운영에 초점을 맞춘 제도적 접근으로, 발전소, 송전탑, 쓰레기소각장 등 비선호시설의 건립과 갈등 조율을 위한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등과 같이 데이터센터 건립에 따른 갈등 예방이나 조정, 주민 지원 및 보상에 관한 직접적인 법률은 부재한 상황이다.
2. 관련 이론 검토 및 분석틀 도출
1) 님비의 개념 및 발생원인
공공시설의 입지와 관련된 갈등은 오랜 시간 지역사회의 핵심 이슈로 다뤄져 왔으며, 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개념은 바로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이다. 1980년대 초 보편적 약어로 통칭되기 시작한 님비라는 용어는 지역의 환경위협(environmental threats)에 대응해 출현한 지역공동체의 저항활동을 논의하는 개념이었으나(Portney, 1984; Matheny and Williams, 1985; Hager, 2015), 오늘날에는 혐오감을 유발하거나 생존권 등을 위협하는 시설에 대해 공공적으로 필요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우리 동네에는 안 된다’라고 반대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간주된다(심준섭, 2008; 홍성태, 2019). 그리하여 님비는 사회 전체의 공익선을 저버리고 공공선의 실현을 저해하는 지역이기주의로 읽히기도 한다(홍성태, 2019).
님비의 발생 원인을 설명한 O’hare(1977)의 연구에 따르면 님비는 크게 세 가지 원인에 기인한다. 첫째, 해당 시설이 지닌 위험성・유해성이다. 시설의 입지로 인한 지역주민의 건강 및 생명 등에 장기적인 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둘째, 시설 입지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인 혜택과 지역 주민에게 발생하는 보상이 균형적이지 않을 때이다. 충분한 수준의 보상이 없는 조건에서 님비현상은 강화될 수 있다. 셋째, 시설의 입지로 인해 지역 내 자연환경이 훼손될 우려가 있는 경우, 님비가 발생할 수 있다. 환경훼손으로 인한 경관, 일자리 등 직간접적 피해가 연결될 경우가 이에 속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님비가 발생하는 원인 및 작동방식은 단일하지 않고, 이를 입증하는 국내외 다수의 연구가 존재한다. Kraft et al.(1991)은 주민들이 입지 시설에 대해 느끼는 위험 인식과 더불어 그들이 지닌 정보의 양적 수준, 지역 중심적인 사고, 그리고 감정과 같은 정서적 요인을 님비 발생 원인으로 설명하였다. 임현지・윤순진(2019) 또한 태양광 발전시설 입지 관련 이격거리 규제라는 제도적 대응이 주민 수용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분석한 결과, 이격거리는 단순한 물리적 분리 기준에 따른 결정이 아니라 주민의 심리적 불안감 및 갈등 민감도 등 정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 다음으로 Gervers(1989)는 님비가 절차적 불공정성, 대상에 대한 신뢰의 결여, 비공개 협상 과정, 정치적인 압력으로부터 님비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와 관련하여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을 중심으로 주민 수용성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박천희 등(2024)의 연구와 서울시립 장사시설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비선호시설의 장기 입지로 인한 주민 갈등과 피해유형 간의 관계를 규명한 남창우・최화식(2010)의 연구, 폐기물 처리시설 입지 갈등을 분석한 조경훈(2015) 등은 시설의 안전성 부족에 대한 우려, 정책과정의 불투명성과 공정성 부족, 주민과 공공기관 간 신뢰 결여, 피해에 대한 보상의 부재, 주민 참여 미흡과 같은 공통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한편, 갈등을 관리하고 변동하는 차원에서 지방정부의 갈등 조정 능력은 간과해서는 안 될 지점이다. 국지적 특성이 강한 님비갈등의 특성상 지방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데,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할 지방정부의 능력이 결핍되고 정치과정의 공공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갈등은 사회적 분절로 증폭할 수 있기 때문이다(홍성태, 2019). 특히 갈등 대응에 있어 당사자 간 신뢰 구축이 갈등의 향방을 결정하는 핵심 동인임을 고려할 때(임정빈, 2007), 지방정부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간의 적극적인 정보 공유 및 투명성 확보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님비의 발생 원인은 복잡다단하며 님비현상에 대한 지역사회의 수용성을 결정하는 단일한 요인을 찾기란 실로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선행연구 고찰을 통해 얻은 님비 발생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간추리고 이를 중심으로 사례를 분석해보고자 한다[표 1]. 먼저, 기피시설에 대한 위험인식은 해당 시설에 대한 위험지각, 기술에 대한 부정적 태도 및 가치관 등 기피시설을 기피하게끔 하는 환경적 위해성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를 담는다. 둘째, 입지조건은 기피시설과 거주지 간의 이격거리, 입지규제의 불합리성 등으로 해당 시설의 물리적 입지 특성으로 인한 갈등을 조명한다. 마지막 이해관계자 간 정책 신뢰 형성은 공공주체에 대한 신뢰, 절차적 정당성 등 최근 들어 강조되는 정책추진과정에 대한 갈등 양상으로 님비현상에 대한 구조적 이해를 구하는 단서로써 삼는다.
표 1.
선행연구 분석을 통한 님비 발생 주요 원인
2)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님비의 새로운 양상들
님비로 설명되는 현상은 최근 다원화・다각화하는 추세다. 전통적인 기피시설에 해당하는 쓰레기매립장, 화장장, 하수처리장, 발전소 등과 같이 악취, 소음, 환경오염, 질병 유발에 따른 물리적 위해 요소가 분명한 환경위험시설 또는 문화적 혐오시설뿐만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특수학교, 청년주택 등 지역주민의 재산권 침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시설에 대해서도 어김없이 님비라는 용어가 등장한다.4) 그리고 데이터센터와 같은 신산업 인프라 역시 ‘첨단’이라는 수식어와는 별개로, 지역 공동체 내 반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 데이터센터는 전통적인 기피시설과 성격이 같고도 다르다. 먼저, 데이터센터는 전통적인 기피시설과 같이 위험성과 유해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데이터센터 입지선정 요인을 분석한 유남선(2025)의 연구 결과, 데이터센터와 특고압선 인입에 따른 전자파 노출, 가동 시설의 소음 및 배연, 지역사회 편익 부재 등이 주요 민원 항목으로 도출되었다. 이 중 전자파에 의한 건강권 침해 우려는 데이터센터 입지 갈등을 심화시키는 가장 지배적인 변수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전력 설비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최대 14mG(밀리가우스)로 가정용 전자레인지(29.21mG)의 절반 수준이며, 이는 정부가 인체보호 기준으로 삼는 국제비이온화방호선위원회 기준(883mG)의 1.5%에 불과하다(국민일보, 25.7.1.보도). 이처럼 객관적 안전성 지표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체감하는 위해성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지 않는 점은 갈등 해결의 핵심적인 난제로 보인다.
데이터센터는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을 특징으로 하는 공공재적 성격의 전통적 기피시설(임정빈, 2007)과 달리 경합성과 배제성을 가지는 사유재이다. 물론 필수 기반시설로서 공익성이 강한 국가전략 자산에 속하나 엄밀하게 데이터센터는 공공재가 아니다. 시설 공급의 주체는 공공이 아닌 시장으로 기업의 이해와 동떨어질 수 없고 수익 극대화를 위한 전략적 입지선정 과정은 물론, 정보 보안 및 비대칭성이 공공재보다 클 수밖에 없다. 결국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갈등은 공익적 기능을 내포한 사유재를 매개로 기업의 사익과 지역 주민의 집단적 사익이 충돌하는 양상을 띤다. 이는 보편적 공익과 개별 집단의 사익 간 대립으로 해석되던 전통적인 님비현상과는 본질적으로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기존 전통적인 님비와 달리 첨단 기술 기반시설에 대한 님비현상을 두고 배상영(2019)은 신(新)님비 또는 기술화된 님비(Technologized NIMBY)라 정의한다. 그는 기술 인프라에 대한 ‘지식기반의 갈등’으로서의 신님비적 특성을 강조하면서, 최근 님비현상이 정보 비공개, 과학기술 불신, 제도에 대한 불만, 공정성 요구 등 복합적 요소가 얽힌 구조적 문제로 진화하고 있음을 지적한다(배상영, 2019).
한편 이것은 1990년대 초중반 도입된 지방자치제 발전에 따른 지역주민의 참여 의식 증대와 지방정부의 재량권 확대 등의 정치적・사회적・제도적 환경변화를 통해 님비갈등이 님비운동(NIMBY movement)으로 전환되는 맥락과도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 여기서 님비운동이란 지역의 주민들이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에 맞서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관련 계획이나 지원의 철회를 요구하는 집합적 노력을 의미한다(홍성태, 2019). 예컨대, 단순 민원이나 항의 집회를 넘어 정보공개 청구, 주민설명회 요구, 지역 조례 제정 운동, 언론 및 SNS를 통한 공론화 등 제도적・정책적 대응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여 주민들은 그저 수동적인 반대자가 아니라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주체가 되길 원하며, 이는 곧 갈등 해결 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양상이라 할 수 있다(배상영, 2019).
3) 분석틀 도출
이상의 논의 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데이터센터는 수도권 입지를 선호하며 상당수의 데이터센터가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에 들어설 예정이다. 향후 데이터센터에 대한 입지 선호가 변하지 않는 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입지 갈등은 지속적인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둘째, 데이터센터는 특성상 고성능 장비를 대량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와 냉각 부담이 크며, 이로 인해 배연 발생, 폐열 배출, 전자파 확산, 대기 오염 등 생활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셋째, 데이터센터는 엄밀한 의미에서 사유재로서 입지선정과 시설건립 등에 있어 공공재와 달리 사적 이익의 충돌로 바라볼 여지가 존재한다.
갈등은 하나의 고정된 사건이 아닌 일정한 단계를 거치며 변화하고 전개되는 역동적인 과정이다. 따라서 님비의 발생 원인은 단일하지 않다. 님비갈등은 시설의 위험여부 뿐만 아니라 주민의 인식과 정서, 정부의 정책설계, 절차의 정당성, 지역사회와의 관계 형성 등에 의한 복합적인 현상으로, 결국 현장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이들 요인이 다층적・중첩적으로 얽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님비갈등의 양상이 님비운동으로 전환하는 현 정책 환경변화 속에서 당사자 간 신뢰 구축 여부나 절차의 공정성, 중재자의 역할 등은 더욱 큰 갈등 증폭의 요인이 된다.
본 연구는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새로운 님비현상을 신님비라 정의한다. 여기서 신님비란 전통적 님비와 동떨어진 개념인 것은 아니다. 이전 님비갈등 및 대응 양상과 달리 새롭고 변화된 측면이 있음을 강조한 개념이다. 이에 본 연구는 신님비를 ‘전통적인 기피시설은 아니나 환경적 위해성에 대한 불안과 불신, 정책추진 과정의 불공정성과 비합리성 등으로 인해 지역주민들로부터 조직적이고 지식 기반적인 대응 과정이 표출되는 기술기반시설 중심의 갈등 현상’으로 조작적으로 정의한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최근 급부상한 데이터센터 갈등 사례를 설정된 연구 분석틀에 입각하여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본 연구가 궁극적으로 답하고자 하는 두 가지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데이터센터를 기피시설로 인식하게끔 하는 주된 요인은 무엇인가. 이는 데이터센터를 비선호시설로 기피하게끔 하는 현상적 맥락에 대한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데이터센터의 특성과 선행연구에서 밝힌 주요 요인을 토대로 위험인식 등 환경적 요인과 이격거리 등 입지 조건 측면을 중심으로 분석을 수행한다.
둘째, 갈등 전개 과정에서 나타난 데이터센터 신님비화의 구체적 양상은 무엇인가. 이는 데이터센터 갈등 과정에서 나타난 단순 민원이나 항의 집회를 넘어서는 지식기반 대응, 논리적・절차적 반발 등을 포함하는 정책 신뢰 요인에 대한 분석으로, 님비갈등 속 중재자의 역할도 포함한다. 데이터센터는 기업의 이익과 효율이 크게 작용하는 시설인 만큼 기업 대 지역주민이라는 사익 간 대립으로 바라볼 수 있고, 이를 조정하는 중재자, 즉 지방정부의 역할은 갈등 증폭 및 해소 차원에서 중요한 분석지점이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안양시 데이터센터 건립과 관련한 지역사회의 인식과 갈등 양상을 파악하기 위하여 질적 연구 기법인 심층인터뷰 분석을 적용하였다. 심층인터뷰는 참여자의 주관적 경험, 인식, 감정 등을 구체적이고 맥락적으로 탐색할 수 있어 복잡한 사회적 갈등의 배경과 의미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다(이지영 등, 2016). 특히 갈등이 구조적으로 형성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상호작용을 분석하고, 갈등 원인의 인식 차이를 드러내는 데 적합하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목적과 부합한다.
인터뷰는 사전에 준비된 반구조화된 개방형 질문지를 토대로 진행되었으며, 주요 질문 항목은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한 인식과 태도, 전자파・소음・급수 문제 등 생활환경 관련 우려, 주민 반대운동 참여 경험 및 활동, 지방정부 및 사업자의 대응에 대한 평가, 향후 지역사회 공존방안에 대한 의견 등에 초점을 두었다. 면담은 개별 심층 대화 방식으로 1시간 내외가 소요되었으며 2025년 6월 13일과 7월 1일에 집중되었다. 일부 참여자의 경우 전화 등 추가 접촉을 통해 내용을 보완하였다.
인터뷰 녹취 내용은 주제별로 분류・정리하여 공통된 인식과 차별적 인식을 체계적으로 구분하였다. 분석과정에서는 이해관계자 집단별 차이를 드러내는 데 주안점을 두었으며, 특정 집단의 일방적 진술에 의존하지 않도록 교차 검증 과정을 거쳤다. 본 연구에서의 교차 검증은 동일한 쟁점에 대해 주민, 공무원, 기업 등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 집단의 진술을 상호 비교・대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전자파・소음・입지 적합성 등의 쟁점에 대해 주민의 인식과 행정 및 기업 측의 설명을 함께 검토함으로써, 진술의 옳고 그름보다는 인식 차이가 형성되는 맥락과 원인을 분석하였다. 또한 분석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연구자는 기존 선행연구에서 제시된 님비(NIMBY) 갈등 요인과 비교・대조하면서 응답을 재검토하였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본 연구는 안양시 사례를 보다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서술하고자 하였다.
III. 경기 안양시 데이터센터 입지 갈등 사례분석
1. 개요
1) 안양시 데이터센터 현황
안양시는 경기도 중남부에 위치한 2024년 기준 인구 약 55만 명 도시로, 서울특별시와 인접한 교통요충지이자 정보통신 산업 및 제조업이 밀집한 지역이다. 안양시는 우수한 입지 조건과 전력・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2010년대부터 데이터센터 유치가 활발히 전개되었다. 현재 안양시 내에서 운영 중이거나 추진된 사례는 총 3개소로, LG유플러스 평촌메가센터와 NC센터가 가동 중이며, 호계GDC 데이터센터는 추진 과정에서 철회된 바 있다[표 2].
표 2.
안양시 데이터센터 현황
출처: 안양시청(2024)
본 연구의 사례지이자 허가취소 사업장인 호계 GDC 데이터센터는 호계동 911번지 일원에 계획되었던 사업이다. 해당 시설은 대지면적 12,627.3㎡, 연면적 61,817.87㎡ 규모로, 수도권 남부 대표적 상업용 데이터센터인 평촌메가센터에 비견될 만한 대규모 사업으로 추진되었다. 애초 지하 2층, 지상 8층 규모의 건물로 계획되었으나, 전자파・소음・환경오염 및 조망권 침해, 부동산 가치하락 등의 문제 제기로 인해 주민 반발이 심화되어 결국 사업시행자인 ㈜에브리쇼는 2023년 10월 사업제안서를 자진 철회하였다.
안양시청(2024)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본 연구의 사례지인 호계 GDC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이미 건립이 완료된 타 사업장 두 곳에서도 운영 과정 중 여러 차례 민원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표 3]. 상수도 사용량 증가로 인근 지역의 수압이 떨어지거나 단수가 발생하는 사고, 건물 옥상 냉각탑 운영 시 발생하는 소음 문제 제기 등이 확인되었고, 전자파에 대한 우려 등에 따른 지중선로 운영, 관로 전체 차폐판 설치, 주기적인 모니터링 요청 등이 있었다. 지역 내 데이터센터 입지 및 운영에 따른 민원이나 주민 불안 등이 결코 본 사례지에만 국한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으며, 데이터센터에 대한 지역사회 내 부정적 여론 및 인식을 형성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표 3.
안양시 데이터센터 주요 민원사항
출처: 안양시청(2024)
2) 심층면담 참여자 특성
본 연구에서는 안양시 호계동 데이터센터 건립과 관련된 갈등 과정을 분석하기 위하여 주요 이해관계자를 선정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실시하였다. 참여자는 호계동 H아파트 주민 3인(비상대책위원장 포함), 안양시청 담당 공무원 3인, 기업(LG U+) 관계자 4인으로 구성되었다. 참여자들은 갈등의 주요 행위자로서 서로 다른 입장을 대변하고 있어 다양한 시각을 비교・분석하는 데 적합하였고 자세한 특성은 <표 4>와 같다.
표 4.
심층면담 참여자 특성
2. 데이터센터 님비화의 주요 요인
1) 전자파 등 환경적 영향과 불안감 형성
환경적 영향은 본 갈등 사안의 핵심 쟁점으로 자리한다. 주민들은 전자파・소음・열섬・배연, 그리고 냉각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학물질 문제를 복합적으로 거론하며 건강권과 생존권의 침해를 강하게 주장하였다.
“냉각탑에서 사용하는 물을 보면은 그게 오래되면은 이끼가 껴요. 석회가 낄 거 아니에요. 수돗물도 석회가 끼잖아요. 그러면은 그것을 정제할 수 있는 약품을 탈 거 아니에요. 고엽제 같은 거라든지 살포할 거라고. 수돗물을 살균하는데 쓰는 약품하고 거기에서 쓰는 약품하고 그러면 실제적으로 약품의 성분이 어디로 가겠어요. 안양시민이 다 먹어야돼. 거기에는 납이 있어. (중략) 중금속이나 수은이나 납이나. 납은 우리 몸속에 들어오면 빠져나가지를 않아요. (중략) 우리가 봤을 때는 (데이터센터가) 도시 인근에 들어오면 생활, 환경에 침해를 줘요. (중략) 전기도 단전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중략) 주민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시설물인데 그것을 방송통신시설이라 배제하고... 이것은 중금속이 안나오는 공장이 아니에요. 물부터 봐보세요. 뜨거운 물을 안양천에 계속 내보내면 안양천에 고기가 살겠어요? 못살지.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고....” (주민 A)
주민은 본 사안을 단순한 기술적 관리의 문제가 아닌 생존 문제로 이해하고 있었다. 반면, 안양시는 외부 전문기관의 용역 결과를 토대로 과학적 안전성 지표를 제시하며 행정적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하였고, 기업 측 역시 법적 기준 충족과 기술적 해결 가능성을 내세워 안전성을 강조하는 등 인식의 평행선을 달렸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위해 검증용역을 실시했습니다. 물론 돈은 사업시행자가 내고, 발주는 우리가 하고, 왜냐하면 사업시행자가 발주를 하면 사업시행자의 의견을 반영한 용역 보고서가 나올 것이다고 의심하기 때문에.. (중략) 그게 전자파에 대해서는 OOO연구소라는 곳, 비상발전기 부분은 △△△학회라는 곳이 있었거든요. 2021년 11월달에 용역 결과가 나왔고 이것을 안내했는데 여전히 계속 반대하고...(중략) 위해성 검증용역도 이렇게 전자파, 발전기, 열섬현상, 냉각수의 문제가 있다 또 배연현상이 있다 해서 용역결과는 괜찮다고 했지만은 주민 설득에는 사실 실패했다고 봅니다.” (공무원 A)
실제 안양시 호계GDC 추진사항(2023)에 따르면, 주변 아파트에서 측정된 전자파 자계는 0.006μT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민 보호기준인 83.3μT의 약 1/13,800 수준에 불과하였다. 또한 냉각수 설비는 화학제가 포함되지 않는 티타늄(Titanium) 여과 방식으로 설계되어 레지오넬라균 기준과 냉각수 수질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검증되었다. 이러한 공식 검증 결과는 주민들이 체감하는 주관적 위험 수준과 법적 기준에 근거한 객관적 환경 영향 사이에 상당한 인식의 간극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전자파가 실제 케이블에 딱 붙었을 때는 나와요. 안 나오지는 않고 나오는데 우리나라 표준에서 정한 것보다 훨씬 낮아요. 그런데 주민들이 걱정하는게 우리 같은 지중선로는 땅 속에 파묻혀 있고 그 위에 보도블럭 깔려 있잖아요. 바로 그 위에서 재도 한 10mG 밑으로 나와요. 그니까 거의 영향이 없는거에요. 우리나라 기준이 625mG가 기준치인데 실제로 바닥에 지중선로라고 해서 메인선로를 죽 안양시내를 관통해서 설치를 했습니다. 그 위에서 쟀을 때 10mG. 1m만 벗어나면 뚝뚝 떨어져요.” (기업 A)
그러나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주민들은 용역보고서를 ‘기업과 시가 이미 짜고 맞춘 결과’라 의심하며 수용하지 않았다.
“여기 평촌에 가면 데이터센터가 있어요. 거기서 130미터 떨어진데 아파트가 있어요. 거기에 우리가 정보를 많이 집중을 하려고. 거기도 저층은 소리가 안나. 15층 이상부터 소음이 들리는 거에요. 어떻게 소리가 들리냐. 우리가 탐방을 해보니까, 거실에서 티비를 틀어보니까 소리를 38이상 불륨을 올려야 들려. 비행기 가는 소리같이. 문을 열어놓지 못하고. 지금도 계속 해마다 몇 십억을 들여가지고 방음시설하고 (거기에) 사는 분을 오시라고 했었어요. 여기는 어떠냐 했더니. 여기는 못산대. 살 수가 있는 곳이 아니래.” (주민 B)
주민들은 기 조성된 데이터센터 인근 거주자와의 정보 공유를 통해 불안 심리를 증폭시켰으며, 이후 제시된 각종 보완 대책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심리적 불안감은 쉽게 불식되지 않았다. 유남선(2025)의 연구와 마찬가지로 본 사례 역시 환경적 불안이 갈등 형성의 주요 동인임을 보여준다. 특히 과학적 사실(Fact)과 주민들이 체감하는 주관적 인식(Perception) 사이의 현격한 괴리는 객관적 지표가 사회적 수용성으로 전이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2) 입지조건
본 사례의 입지 조건은 데이터센터 갈등의 전개 방향과 성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이다. 주민들은 데이터센터 건립지와 아파트 단지의 물리적 근접성을 가장 큰 문제로 인식하였다. 게다가 호계동 H아파트 단지는 초등학교와도 인접해 있어, 주민들은 자녀들의 학습・건강 환경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컸다.
“요점은 주거지역과 30미터 밖에 안되고 공업지역과 주거지역과의 사이가 용도변경을 했을 때는 완충녹지 지역을 규정에 맞게끔 했었는데 완충녹지가 없고, 교육환경보호지역에다가 학교가 가까워 가지고 거기에 대해서 교육청에 질의를 하고 도청에도 질의를 하다보니까 방송통신시설이라고 해가지고 그게 해당이 안된다는 거야.” (주민 B)
주민들은 데이터센터 자체를 무조건 거부하기보다 주거지역 인근이라는 입지가 가진 위험성과 불합리성을 문제로 삼았다. 시설과의 이격거리가 지나치게 짧아 직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호소한 주민도 있었다.
“30미터 앞에 계획을 한 분들이 과연 어떤 머리를 가지고 했는지 궁금해요. 데이터센터 그 기능에 대해서 효력만 알고 있지 거기서 발생하는, 정화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그런것들은 하나도 제어가 안되고...(중략).” (주민 C)
<그림 2>에 제시된 바와 같이, 호계동 H아파트는 아파트 단지와 예정부지를 좁은 도로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있어 사실상 이격거리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반면 평촌 데이터센터나 NC 데이터센터는 최소한 공원이나 골목길 한 블록 정도의 간격을 두고 입지해 있어, 상대적으로 생활공간과 직접 맞닿는 위험은 덜하다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타 사례와의 비교 분석은 주민들로 하여금 호계동 데이터센터의 입지가 지닌 상대적 부적절성을 확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기업 측은 실질적인 서비스 품질 유지와 관리 편의성을 근거로 수도권 중심의 도시 거점 입지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즉, 데이터센터는 기업 입장에서 단순한 부동산 개발이 아니라 계약상 서비스 연속성을 유지해야 하는 인프라 사업으로, 고객사 요구와 실질적인 이익 실현 등을 위해 수도권 밀집 입지를 고수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확고하였다.
“서버가 고장이 나서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거나 할 때 유지보수 인력들이 빠르게 도달해야 합니다. 고객사들과의 계약 조건도 몇 분 이내에 최초 보고, 몇 분 이내에 이차 보고, 한 시간 이내에 복구, 그런 것들이 다 계약 조항 안에 있다보니까 저희도... (중략) 운영하는 직원들도 수도권에 있어야 쉽게 고용할 수 있고, 고객사도 왔다갔다하는데 용이하고...(중략) 통신라인들도 주, 예비가 다 있습니다. 당장에 카카오톡 서비스가 한군데가 죽는다고 해서 전국이 다 죽지 않잖아요. 한 쪽이 죽으면 인근에 있는 데이터센터가 바로 수용을 해서 커버를 하거든요. 고객사들도 내부적으로 다 규정이 있습니다. 한 센터가 있으면 인근 몇 키로 이내에 또 다른 센터가 있게끔. 수도권에 한 번 생기면 그 인근에 생기고, 또 생기고 그물식으로 퍼져나가게끔 되어있어요. 그런 것 때문에 수도권에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기업 A)
한편 안양시는 해당부지가 일반공업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용도지역 측면에서 데이터센터 입지의 법・제도적 적합성이 높고, 건축물 배치 역시 이격거리 기준이나 관행상 특이한 수준은 아니었다는 점을 들어 입지의 타당성을 설명하였다.
“일반공업지역이니까 용도지역적으로 사업성은 좋은 위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중략) 건물과 건물 간의 이격 거리로 봤을 때는 이것보다 더 가까이 배치된 사례들도 많았거든요. 서울에도 서너 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무원 B)
해당 쟁점에서 갈등당사자인 지역주민과 기업 각각의 입장은 분명하다. 주거 환경의 안전성 및 교육 환경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주민들의 생활권 보장 요구와, 수도권 입지 수요 및 서비스 연속성 확보를 내세운 산업적 경제 효율성 논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생활의 공간과 산업의 공간 간의 대립 속에 양측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행정은 일반공업지역이라는 제도적 여건과 관행 등을 이유로 입지를 허가하였으나, 이후 사업시행자에게는 주거지와의 거리가 더 먼 지역으로의 이전을 권고하고, 반대 측 주민들에게는 완충녹지 설치 및 전자파 방지시설 등 대안을 제시하면서 절충안을 찾고자 하였다. 그러나 사업부지의 효율성 축소와 주민생활권 침해 우려라는 사적 입장 간 대립 속에 합의점은 쉬이 찾을 수 없었고, 중재자인 행정은 “(데이터센터는) 수도권 전력 수요와 통신 인프라 수요를 고려해야 입지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주거지역과 가까운 위치는 갈등이 불가피하다”를 피력하며 중재 역량의 한계에 봉착하였다.
3. 갈등 전개 과정에서 나타난 데이터센터 신 님비화의 양상
본 사례는 전자파 및 소음에 따른 환경적 위험 인식과 주거지 인접이라는 공간적 부적절성, 이해관계자간 소통 부족 등이 맞물리며 ‘필요성은 인정하되 수용은 거부하는’ 전형적인 님비화 현상으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정책 신뢰 요인 차원에서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구체적인 갈등 과정은 님비현상의 새로운 양상을 보였다.
첫째, 지식 간 갈등 구도이다. 데이터센터 님비갈등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은 데이터센터가 수도권 전력 및 통신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시설이라는 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왜 하필 아파트 단지와 교육환경보호구역 옆이어야 하느냐”는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이곳이 거주권과 교육권 등의 가치적 측면이 우위를 갖는 공간임을 주장한다. 즉, 주민들은 데이터센터의 사회적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시설 수용에 대해 감정적이거나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안전한 정주와 교육을 위해 주거지역과의 근접 입지는 수용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특히, 그 과정에서 주민들은 지자체가 실시한 안전성 입증 결과를 단순히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의뢰・수행한 조사와 계산을 통해 별도의 위험 평가 체계를 구축하였다. 주민 비상대책위원회는 시와 사업자가 제시한 용역 결과와 별도로 자체 비용을 들여 환경 영향을 재조사한 것이다.
“수은, 칼륨, 납 같은 것들을 따로 조사했고...(중략) 데이터센터 부지가 3,820평이었어요. 넓이가 80m. 높이가 한 개층이 6m, 8층이니까, 그 때 당시 18층으로 올린다고 했으니까...(중략) 그 위에다가 냉각탑하고 비상발전기가 6기가 올라가고 냉각탑이 12개가 올라가요. 365일 거의 풀 가동을 하면, 소음, 거기서 나오는 강한 열기체. 하루에 물 사용량이 27만 3천톤을 사용해요. 하루 증발량이 2,745톤이 증발해요. 안양시민이 거의 8천 몇명이 먹고 하루에 증발하는 거에요. 이 지역은 대기권 관리지역이에요. (냉각탑에서) 공중으로 쏘면 미세먼지하고 섞여서 어디로 떨어지겠어요.” (주민 B)
그 배경에는 “우리가 무식하게 안된다 그러면 이 사람들이 안된다는 것을 받아들여 주겠냐”는 입장이 크게 작용하였다. 이에 비상대책위원회는 중금속 관련 항목을 포함한 환경 조사를 진행하고, 냉각탑・비상발전기 대수, 하루 물 사용량과 증발량, 열배출 규모 등을 종합하여 지역 기후 변화와 생태계 교란 가능성등을 제기하였다.
특기할 점은 주민 공동체 내부에서 이러한 자체 조사 결과는 시와 사업자가 제시한 공식 용역보다 더 신뢰할 만한 근거로 인식되었고, 그만큼 공식적인 ‘과학적 사실’에 대한 수용성은 낮아졌다는 점이다. 이에 본 사례의 갈등 구도는 과학 일반에 대한 맹목적인 불신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과학적 근거 체계가 충돌하는 지식의 경쟁 양상에 가깝다. 주민들은 외부 전문가가 제시한 객관적 수치보다, 자신들이 직접 참여하고 확인하여 생산한 ‘대항 지식(Counter-knowledge)’에 더 높은 정당성을 부여하는 경향을 보였다.
둘째,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이해의 간극이다. Rainey (2021)에 따르면 의사결정과정에서 공공은 법적 절차와 외부 이해관계자를 중시하는 반면, 민간은 수익성 및 신속한 결정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본 사례에서 이러한 가치관의 차이가 노정되는 지점은 데이터센터 입지 선정의 초기 의견 수렴 단계이다. 당시 기업과 소수의 주민 대표 중심으로 진행된 폐쇄적・형식적 합의 절차는 당사자 간의 신뢰 형성을 저해하는 한편, 과학적 안전성 검증 결과의 수용성을 낮추고 공람회나 간담회 등 행정 절차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장애물로 작용하였다.
“어느날 동 대표님들이 데이터센터 들어오는걸 효성 관계자들하고 잠정 합의를 하고 있었어요. 제가 가만히 이렇게 보니까 여기 들어오는 게 딱 가로막고 공해라던지 이게 심각하겠더라구요. 그 때 제가 안된다. 동 대표 5명으로 합의를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고, 전원 합의를 해라. 그래서 며칠 후에 소집을 해가지고...(중략) 적당히 보상해주는 거 듣고... 이 사람들이 주민의 의견 없이 진행을 하다가 주민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생각하고...동대표들은 사표를 쓰고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새로운 임원이 구성되고....” (주민 C)
님비갈등을 관리하고 조정하는 차원에서 중재자로서 행정의 역할은 충분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큰 입장 차는 절차적 정당성이었다.
“의회에서도 계속 간담회, 면담 계속 했던거죠. 법적인 절차로서 2022년도에 주민공람회를 한 거죠. (중략) 그리고나서 여전히 아파트하고 사업시행자 간에 여러차례 간담회도 주선도 하고...소통은 많이 했다고 봅니다. 계속 간담회, 설명회, 주민 의견 이런 것들에 대해서...주민들이 의견 주면 거기에 대한 조치계획도 하고 간담회도 개최하고 또 법적인 절차로서 공람도 하고...노력은 많이 했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뿐입니다.” (공무원 C)
실제로 사업이 제안된 2021년 6월 7일부터 최종 철회된 2023년 10월 24일까지 수 차례에 걸쳐 전문가 자문과 심의 과정이 있었다.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한 검증보고서 안내, 보름간의 주민공람 공고 등 주민 참여를 위한 절차적 과정 또한 완료하였다[표 5].
표 5.
호계GDC 데이터센터 지구단위계획 제안 추진경위
출처: 안양시청(2023)
그러나 본 사례에서 주민들이 제기한 ‘절차적 정당성 부족’은 단순히 법적 절차의 준수 여부가 아니라, 절차가 주민의 참여권이나 투명성, 설명 가능성 등 사회적 정당성을 충족했는가를 의미한다. 행정과 기업은 설명회 개최, 기술자료 제공 등 제도적 절차를 이행했지만, “초기에 우리에게 알리지도 않고 사후 통보만 했다”는 주민의 관점에서 이는 ‘일방적 전달’에 가까웠고 의사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참여권은 보장되지 않았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성공적인 갈등 주체 간 참여・소통・합의 단계는 각각 독립적으로 작동하기보다 통합된 갈등 해결 메커니즘 내에서 상호작용하며 기능한다는 점에서(오선영, 2025), 본 사례에서 확인된 법적 절차의 충족과 주민이 기대하는 사회적 정당성 간의 간극은 신뢰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로 인한 불신은 외부 전문기관의 검증 결과조차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하며 결국 “위험은 지역이 부담하고 이익은 기업과 사회가 향유하는 구조”라는 인식을 지역주민에게 자리 잡게 하였고, 행정은 “노력은 많이 했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뿐이다”는 중재자로서의 한계를 밝히며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간극을 구체화하였다.
IV.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기술 확산에 따라 필수 기반시설로 부상한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님비화 현상을 안양시 호계동 데이터센터 건립 취소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문헌조사를 통해 님비 이론과 데이터센터 입지 특성을 검토하고, 심층인터뷰를 통해 주민・행정・기업의 인식과 갈등 전개 과정을 분석한 결과, 데이터센터 갈등은 전통적인 기피시설과는 구별되는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1990년대 지방시대 전개와 더불어 비선호시설의 입지 문제가 단순한 지리적, 기술적, 환경적 문제의 차원을 넘어 행정적・사회경제적・정치적인 문제양상으로 변화한 이후(김재철, 1999), 다원화・다각화하는 최근 님비현상의 추세 속에서 나타난 신님비적 특성이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전통적인 기피시설은 아니지만 기술 기반시설에 대한 불안과 불신, 정책 추진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 결여에 대한 인식이 결합되어 조직적이고 지식 기반적인 대응이 표출되는 갈등 현상을 신님비라 정의하고, 데이터센터 갈등을 단순한 입지 문제를 넘어, 기술 사회에서 과학기술을 수용하는 인식의 틀과 신뢰와 참여의 동태적 상호관계를 살피는 지점으로 삼았다.
주요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자파 등의 환경적 영향에 관한 불안은 데이터센터를 님비화하는 주요 요인에 해당한다. 공공과 기업이 객관적 수치와 기술 수준을 들어 해당 시설의 환경적 무해성과 통제 가능성 등을 설파한다 해도, 당장에 주민들이 가진 관념적 또는 체험적 지식을 뛰어넘기는 어렵다. 전자파・소음 등 환경적 위험 통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부정은 아닐지라도 과학적 사실 그 자체만으로 정책의 주요 주체인 주민을 설득하기란 충분하지 않다.
둘째, 데이터센터는 국가전략자산으로서 공익성을 가지나, 기업의 수익성과 서비스 연속성에 크게 의존하는 사유재다. 이는 공익 대 사익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님비로 설명되기 어려운 갈등 구조를 형성하는 시발점으로, 본 연구 사례는 사익 간 충돌 즉, 기업의 수도권 입지 선호와 지역주민의 생활권・교육권 보호 요구가 직접적으로 맞붙은 경우에 해당한다. 특히 본 사례에서 주목할 지점은 해당 시설을 둘러싼 주체 간의 대립이 서로 다른 지식 체계 간의 경쟁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행정과 기업이 제시한 공식 검증 결과에 대응하여 주민들은 자체 조사와 계산을 수행하며 별도의 위험 평가 체계를 구축하였고, 주민이 참여해 생산한 지식은 소위 공식적이라 일컬어지는 지식 체계보다 더 높은 정당성을 가졌다. 이로써 주민들은 그저 수동적인 반대자가 아닌 정책 결정 과정의 능동적 주체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셋째, 기업으로부터 최초 사업이 제안되고 지역주민과 실질적으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경직적이고 폐쇄적인 합의 방식은 주민들에게 불신을 키웠고, ‘기업과 행정을 한통속’이라 여기게 하며 갈등 중재자로서 지방정부가 가진 운신의 폭을 좁혔다. 이후 갈등 과정이 본격화되고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주민과 행정의 언어는 상이하게 나타났는데, 정보 공개와 열람, 소통 등을 통해 최대한 갈등을 중재하고 해소하고자 한 지방정부의 노력은 주민의 관점에서 ‘일방적 전달’로 읽혔다. 이해관계자 간 신뢰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외부 전문가에 의존한 자문과 심의 등 합의를 위한 절차 진행은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였고, 행정이 강조하는 법적 절차의 충족과 주민이 기대하는 사회적 정당성 간의 간극을 분명히 하였다.
이상의 내용을 토대로 본 연구는 크게 세 가지의 정책적・제도적 시사점을 제시한다. 첫째, 데이터센터와 같이 환경 및 생활권 영향이 큰 시설 입지 결정과 관련해서 주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기술 신뢰 확보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히 자료를 안내하거나 열람하게끔 하는 일방향적인 정보공개보다는 주민이 공동 참여하는 민・관 전문가 검증단을 구성하여 눈높이에 맞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 및 관리하고 이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테이터센터와 지역사회 간 연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센터의 폐열을 지역난방네트워크로 활용하는 에너지 공유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다수의 국가에서는 이미 널리 추진하는 정책으로, 정부는 보조금 지급,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오세신, 2019). 이른바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편익을 제공함으로써 해당 시설에 대한 수용성을 제고하고 공생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창출할 필요가 있다.
셋째, 갈등조정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의 제도화가 요구된다. 데이터센터 입지 거리 제한이나 지역 기여 방안 등을 담은 조례 제정을 통해 지역 실정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선제적으로 수립하는 한편, 인허가 과정에 숙의기간을 의무화하여 부지선정 단계에서부터 행정, 기업, 주민, 외부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사전 협의체를 구성하는 접근 등이 유의미하다. 갈등의 중재자로서 지방정부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직위제를 확대하여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고, 갈등 전담 부서의 위상을 강화하여 통합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등의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신님비현상의 지리학적 함의를 살펴보면 데이터센터는 디지털경제의 기반으로 초연결사회를 지탱하는 필수 시설인 만큼 그 혜택은 국가는 물론 전 세계로 광범위하게 공유하나, 이로 인한 환경적 비용은 오직 해당 지역주민이 감당하는 국지적 편중성을 가진다. 이른바 혜택의 광역화와 비용의 국지화로 인한 공간적 불일치(spatial mismatch)가 발생하는 시설로, 이러한 공간적 부정의는 지역주민들로 하여금 집단적 저항과 님비현상을 유발하는 구조적 동인이 될 수 있다. “위험은 지역이 부담하고 이익은 기업과 사회가 향유하는 구조”란 결국 데이터센터 입지의 사회적 수용성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갈등 요인이다.
본 연구는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기술 기반 인프라가 지역사회에서 어떠한 과정을 거쳐 ‘신님비’ 현상으로 전환되는지를 분석한 국내의 선도적인 실증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연구의 한계를 지닌다. 첫째, 국내에서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신님비 현상에 대한 선행연구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구를 수행함에 따라, 이론적 논의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신문 기사 및 보고서 등 간접 자료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는 데이터센터 갈등의 사회적 맥락을 파악하는 데에는 유용하였으나, 학술적 논의를 개진하는 과정에는 제약으로 작용하였다.
둘째, 본 연구는 질적 연구 방법에 기반하여 심층 인터뷰를 수행하였으나, 인터뷰 대상자의 수와 범위에 한계가 있어 주민 내부의 다양한 인식 차이와 행정 조직 내의 세부적인 판단 논리를 충분히 포착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특히 갈등에 소극적이거나 중립적인 주민 집단의 인식, 그리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상급 행정기관의 역할 등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점은 본 연구의 큰 한계이며, 추후 연구를 통해 보완해야 할 지점이다.
셋째, 본 연구는 단일 사례 분석에 초점을 두고 있어, 연구 결과를 모든 데이터센터 입지 갈등에 일반화하는 데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향후 연구에서는 복수의 지역 사례를 비교하거나, 비수도권 지역 및 산업단지 내 데이터센터 사례를 포함함으로써 신님비 현상의 조건과 유형을 보다 정교하게 분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설문조사 등 양적 연구 방법을 병행하여 갈등 요인의 상대적 영향력을 검증하는 후속 연구도 요구된다.
데이터센터는 첨단 기술 인프라가 지역사회에서 기피시설로 인식되는 신님비 현상의 전형적인 사례이자, 디지털 전환과 AI 산업의 확산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정책 현장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변화의 초입에서 데이터센터 갈등의 구조와 의미를 실증적으로 조명함으로써, 기술 발전과 지역사회 공존이라는 과제를 학문적으로 재고하는 출발점을 제공하였다. 본 연구의 분석이 향후 기술 기반 인프라의 사회적 수용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 설계와 정책적 논의에 기초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