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II. 이념과 공간의 개념적 구성
1. 정책과 의도
2. 정책 목표와 현실 결과
III. 주요 공간개발 사업에 대한 실증 분석
1. 공간개발 사업에 대한 전문가 조사
2. 4개 유형에 대한 개방형 질문
IV. 결론
I. 서론
각종 공간개발 사업의 추진과 실행에 있어 개발 사업의 구상과 계획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이러한 공간개발 정책사업 등이 내세우는 이념이 어떻게 현실로 연결되는지 그리고 공간개발 사업의 구상이 구체적으로 사업 시행에 따른 결과가 나타내는 사업의 이해와 평가와 얼마나 다른지, 왜 다른지에 대해 천착한 연구는 많지 않다.
이처럼 이념과 공간에 관한 연구가 많지 않는 것은, 이념이라는 단어가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된 경우가 적지 않았고, 이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필자들은 이념과 공간에 관한 기존 논의를 정리하고, 사회과학적 분석 및 연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틀을 제시한 바 있다(김준우·안영진, 2020). 이에 ‘현실적 이념’과 ‘정치적 수사’를 구분하고, 이념과 수사 둘 사이의 간격을 ‘공식적으로 기대하는 결과’와 ‘현실의 결과’ 간의 차이와 연결시키고자 하였다.
이 연구는 이념과 공간에 대한 이러한 접근을 도식화하고 실증적으로 조사해 보고자 하였다(그림 1). 개념적 명료성을 위해 기존의 논의에 대한 부분적인 수정을 행하였다. 각종 공간개발 사업의 ‘정책’과 ‘의도’의 개념을 제시하고, 정책의 면모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았다. 이를테면, 정책의 면모는 지역발전을 가져오고 주민의 삶을 개선한다는 정치인의 이런저런 약속, 전문성을 뽐내는 관료가 제시하는 어마어마한 숫자, 바뀌어 지는 미래 공간개발의 조감도 등이 대표적이다. 당연히 접근 도식에서의 ‘공식 정책과 실제 의도의 차이’는 절대적일 수 없다. 사실 정책과 의도는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특정 공간개발정책과 관련하여 과연 양자가 완전히 일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제기할 수 있다(김준우·안영진, 2010a; 2017a).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과 의도가 불일치하는 부분은 일반인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를 테면, 불법 거래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시간이 상당히 지난 이후 공식화된다. 당연히 공간개발 사업의 실제 의도가 정책과 다른 점이 반드시 불법적인 것은 아니다. 상식적이지 않은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합법적 영역에서 추진될 경우도 많다. 처음부터 서로 모순된 공간개발 사업의 정책 목표를 내세운다는 점도 정책과 의도 간의 애매함을 키우는 원인이 된다. 예를 들어, 환경보존과 경제성장,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를 한꺼번에 내세우는 정책의 경우가 이와 관련한 하나의 사례이다. 물론 모든 것이 진짜 의도인 경우는 드물다(김준우·안영진, 2010b).
이러한 맥락에서 연구의 목적은 각종 지역개발 사업의 이념과 공간에 대한 논의의 체계를 현실 사례에 적용하여 설명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이 연구는 우선 이념과 공간에 대한 논의를 구체화시키기 위해 각종 공간 개발사업의 이념이 표현된 정책 방향과 그것의 내재적 의도가 얼마나 유사하지 아니면 다른지, 그리고 개발사업의 이념을 반영한 정책 목표와 개발사업의 추진 결과에 대한 이해가 과연 일치하는지, 일치하지 않는다면 왜 그러한지에 관해 기존 사례와 논의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어서 이 연구는 각종 개발사업의 이념과 현실 공간에 대해 구성한 분석 도식에 의거하여 관련 전문가의 설문조사를 통해 주요 공간개발 사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평가를 고찰하였다.
II. 이념과 공간의 개념적 구성
1. 정책과 의도
위에서 제시한 도식화가 의미를 가지게 하기 위해 공식 정책과 실제 의도가 분명하게 차이나는 경우를 다룬 공간 이론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로버트 달 : 공식정책과 은밀한 추종자 챙기기
미국 도시 뉴헤이번(New Haven) 정치과정을 연구한 로버트 달(Robert Dahl)은 ‘공식 정책’(overt policies)과 ‘은밀한 추종자 챙기기’(covert commitment to subleaders)는 서로 다르다고 주장한다(Dahl, 1961: 98). 공식 정책 부분은 누구나 이해하기 쉬우며, 정치인이 내세우기 때문에 공약으로도 불린다. 이와 달리 전혀 공식적이지 않으면서 실제 의도에 가까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은밀한 추종자 챙기기’가 그것이다. 미국 동북부에 자리 잡은 뉴헤이번 도시의 경우, 대표적 은밀한 추종자 챙기기는 일자리 챙기기이다. 정치인이 자신을 따르는 이에게 도시정부 관련 일자리를 주는 것이다(Dahl, 1961: 97). 정치 지도자의 목표는 다양하지만, 추종자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Dahl, 1961: 96).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가 그냥 생겨나지 않는다. 하급 지도자(혹은 제자, 추종자, 조력자)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지도자가 그 대가로 주는 것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보상은 다른 것보다 다루기가 더 쉽다. 기업 조직에서는 보상이 주로 돈이다. 다른 것보다 다루기가 아마 제일 쉬울 것이다. 하지만 기업이 아닌 다른 조직에서는 제시할 수 있는 돈이 너무 작을 수 있다. 지도자가 원하는 정도의 서비스를 요구하기에는 작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 기업도 마찬가지 일 수 있다. 혹은 다른 보상이 훨씬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지도자는 돈이 아닌 다른 보상을 조력자에게 행하려고 한다. 사회적 지위, 명성, 재미, 친목,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 등이다”(Dahl, 1961: 96).
조직의 생존이 지도자와 추종자의 거래에 달려 있는 셈이다. 뉴헤이번의 경우에는 도시정부 관련 일자리 거래가 대표적이다. “그래서 지도자와 추종자 간의 빈번한 거래가 조직의 생존 여부를 결정한다. 하급 지도자에게 대가를 치르기 위해서 지도자는 보통 조직 외부의 자원에 기대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외부로부터 강제로 자원을 가져오기도 한다. 강제력을 쓰기에 가장 효과적인 제도인 정부를 장악한 경우가 특히 그러하다. 지도자 간의 투쟁에 있어 정부가 왜 그렇게 중요한 존재가 되는지를 설명하는 하나의 이유가 이것이다. 물론 이게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중략)... 뉴헤이븐의 정치 지도자는 거느리고 있는 하급 지도자에게 최대한 시정부 관련 일자리를 챙겨준다. 이런 일자리에서 나오는 소득이 하급 지도자 정당 활동의 대가이다. 일자리를 가진 하급 지도자는 선거철에 정치 기부금을 납부하게 된다. 이러한 ‘초과 자금’은 도시정부의 일자리를 챙기지 못한 하급 지도자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Dahl, 1961: 96-7).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바와 마찬가지로 정책은 표심을 자극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어떤 경우에는 선거에서 이길 수 있게 해준다. “유권자 지지를 이끌어 내는 유일한 수단은 아니지만, 정책이란 중요한 수단이다. ...(중략)... 지도자가 유권자에게 약속하는 정책이, 공식정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은밀하게 추종자를 챙기는 그런 것과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는 이 둘은 서로 어긋날 수도 있다”(Dahl, 1961: 98). 선거 때마다 이기는 당이 바뀌는 그런 경쟁적인 분위기가 될수록, 지도자가 공식정책에 더 무게를 두게 된다(Dahl, 1961: 102).
2) 존 로건과 하비 몰로치 : 정책과 부동산 투기
존 로건(John Logan)과 하비 몰로치(Harvey Molotch)라는 두 학자는 정책과 의도 간의 불일치 원인을 부동산 투기로 본다. 부동산 투기가 정책의 본질이다. 정책이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것과는 달리 당연히 실제 의도는 토지를 매개로 한 돈벌이이다. 첫 번째로 투기꾼의 영향력이 크다. “실제적으로 정치인들이 사적인 선거자금 모집에 의존하고 있다. ...(중략)... 부동산 사업자들, 특히 대규모 구조적 투기자들이 후보 지원에 적극적이다. ...(중략)... 결과적으로 양당 모두의 후보는 이념적 지향이 어떻든 간에 이런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후보들은 성장 동맹의 손아귀에 들어간다”(김준우, 2013: 119).
두 번째, 투기꾼 권력은 체계적이다. 공식 정책을 펼치는 공직자를 포함한 다양한 집단과의 광범위하고 꾸준한 상호작용이 힘의 기반이다. “(상당한 금액의 선거운동 기부금을 포함해서) 기업가들의 공직자와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은 기업가들에게 체계적 권력을 준다(Alford and Friedland, 1975; Stone, 1981, 1982). 한번 조직화되면, 이들은 계속 조직화되어 있다. 기업가들은 ‘동원된 이해관계 집단’이다. 일상적인 부의 창출에 있어 이들은 지방정부를 필요로 한다. 구조적 투기가 연관될 때는 특히 그러하다. 변호사, 자금조달 연합체(syndicator), 부동산 중개업자의 도움을 이들은 받는다(Bouma, 1962). 도움을 주는 이런 사람들은 고객에 유리한 정책결정이 나오는 한, 큰돈을 벌 수 있다”(김준우, 2013: 114).
세 번째, 돈 뿐만 아니라 이념 역시 투기꾼과 정책을 연결시킨다. 가치중립적 개발을 주장하고, 또한 도시 간 경쟁을 부추긴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대중이 성장을 선호하고 가치중립적 개발이란 이념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지역의 구체적 유인이 미래 정치인에 의해 지켜질 것이라는 것을 이러한 대중의 태도가 투자자들에게 확신시켜준다. ...(중략)... 성장이 가져다주는 전반적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혜택을 그 지역의 성장과 묶어 시민의 자부심과 성장 목표를 연결시키는 것은 힘든 일이다(Wolfe, 1981). 아마도 이런 점을 부분적으로만 이해해서 엘리트는 대중의 애향심을 만들어내고 유지시킨다. 투기꾼 정신이 도시를 만든 정도로 도시 간 경쟁이 ‘투기꾼 정신을 만든다’고 Boorstin(1965: 123)은 말한다. 19세기 도시들 간에 운하와 철로를 둘러싼 경쟁구도는 개인 이익이 아닌 공공 혜택에 관심을 기울인, 대단한 정치적 구경거리였다. 철로기술이라는 새 기술의 도입과 함께 일반 시민들도 도시 간 경쟁에 끼어들었다. 자신의 마을이 새로운 ‘요충지’가 되거나 최소한 정거장이 생기는 것을 적극 응원하였다”(김준우, 2013: 111-2).
투기꾼 이념은 성장과 애향심을 연결시킨다. “지역문화에 있어 지역 성장을 찬양하는 것은 아직도 남아 있다. 이런 저런 생산 활동에서 양적 우위를 찬양하고 자신의 도시나 지역의 경제기반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지역 역사로 보도록 학생들은 배운다. 지역의 위대함이라는 주제에 대한 글쓰기 대회를 시민 단체들은 후원한다. 사는 사람과 외부인들 모두의 혜택을 주면서 지역의 이름이 빛날 수 있도록 축제나 볼거리를 시민 단체들은 장려한다. 무동력 자동차 경주, 풍선차량 행렬, 미인대회를 이들은 후원해서 지역의 이름이 언론과 멀리 떨어진 경쟁지역에 알려지도록 한다”(김준우, 2013: 112).
3) 정책과 바벨탑 콤플렉스
조금 더 미묘한 실제 의도도 존재한다. 플라이버그 등(Flyberg et al., 2003)은 거대 건설사업이 예측보다 돈이 많이 들고, 또 예측보다 활용되지 못하는 현상을 주목한다(Häußermann and Siebel, 1993). ‘거대사업 역설’(megaproject paradox)이다. 비용과 편익 분석에서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된 것이 이른바 ‘바벨탑 콤플렉스’(monument complex)이다. “정치인은 ‘기념비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기술자는 무엇인가를 짓고 싶어 한다. 지역 행정관료 역시 때때로 제국 건설의 생각에 빠져 있을 수 있다”(Flyberg et al., 2003: 46).
4) 정책과 사회통제
이 논문에서 추구하는 유형화에 상당히 가까운 형태가 ‘내부 식민주의’(internal colonialism) 도시화 논의에서 나온다. ‘결정권자 의도’(the motives of the decision-makers), ‘실행된 정책의 결과’(the results of their implemented policies)라는 두 차원이 논의된다. 정책과 의도가 다를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사회통제가 제시되고 있다. “내부 식민주의에는 몇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다. 결정권자의 의도와 실행된 정책 결과 둘 간의 관계가 이 논의에 암묵적으로 존재한다. 목표로서의 개발과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 간의 중요한 연결점에 대해 더 정교하게 논의해야 한다. 이상적으로 발전을 추구하려는 동기로 진행이 될 경우, 우리는 어떤 정책을 흡혈적(parasitic) 존재로 볼 수 있는가? 두 가지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하나는 정책 결정자는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니면 어떤 다른 숨은 의도(아마도 사익의 추구)를 숨기고 있는 것이다. 둘 중 어떠한 경우라도 실행된 정책은 기생적일 수 있다. ...(중략)... 추구하는 정책이 전부 사익 추구용이라고 편하게 인정할 만큼 권력이 센 정책 결정자는 없다. 착취적 형태의 피빨기(exploitative type of parasitism) 기반 사례를 살펴보자. 국가개발 이야기가 ‘사익을 추구하는 덜 명백한 의도’를 정당화하는 경우이다. ...(중략)... 또 한편으로는 결정권을 가진 이의 동기가 사익추구에 있지 않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지역 스스로가 최대한 성실히 발전을 계속하려는 의도를 가진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도 정책결과는 흡혈적일 수 있다. 의도와는 다른 것이다. 목표와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자원 간의 차이가 너무 커서 극복 불가능한 경우이다. 이런 경우 하나의 경제부문 혹은 한 쪽 사람들을 결정권자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개발을 목적으로 삼는 이러한 우선순위 계산은 피빨기이다. 불평등을 존속시키거나 확대시키기 때문이다. ...(중략)... 더 생각해 보면, 세 번째 형태의 흡혈이 있을 수 있다. 오랜 착취와 방치의 역사 이후에 한 국가의 결정권자는 ‘진짜’ 개발정책을 실행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수 있다. 개발을 그 자체 목표로 삼아서가 아니다. 자신의 특권 지위를 존속시키기 위해서이다. 최근에 커진 힘과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중략)... 이러한 경우 개발정책은 ‘사회통제’(social control)의 수단이다. 정책은 착취의 미묘한 한 형태이다. 지배와 정당화를 재주 좋게 섞는 것이다. 적으로 삼는 집단의 힘이 줄면, 정책은 후퇴한다”(London, 1979: 489). 좋은 뜻을 내세우는 공식적 정책이, 실제로는 사람들을 권력자에 굴복시키기 위한 의도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진짜 의도인 정당성 확보가 이루어져서 반대세력의 힘이 빠지면, 정책이 후퇴한다.
2. 정책 목표와 현실 결과
정책 목표와 현실의 차이는 정책과 의도에 관한 논의와 연결되어 있지만, 명확히 별개의 주제이다(김준우·안영진, 2003; 2004). 이는 시간 진행상 개발사업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문제이다. 앞서 언급한 ‘거대사업 역설’ 논의는 두 주제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텅 빈 공항과 같은 거대사업 역설이 사실상의 결과이다. 예컨대, 환경재앙을 가져온 중국의 삼협댐 개발사업도 하나의 사례이다(Flyberg et al., 2003).
그 원인은 다양한 데, 예를 들어 적용된 방법론의 문제점, 정보 부족, 이용자 행동 및 환경의 변화, 외부환경의 예측 불가능한 변화, 예기치 못한 정치활동 및 관련 정책의 미실행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교통기반시설 수요예측 실패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그러하다. 그리고 후자의 세 가지의 경우와 같이 단순히 상황이 변하였을 수도 있다. 플라이버거 등이 가능한 여러 원인 중 가장 주목하는 것은 정치인, 개발 이익을 가져가는 세력, 건설사의 이해관계이다. 거대사업 역설은 대부분 민주주의 결핍에서 비롯되고 있다(Flyberg et al., 2003: 5).
III. 주요 공간개발 사업에 대한 실증 분석
1. 공간개발 사업에 대한 전문가 조사
이 연구는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있으며, 현재 각 대학 및 연구원에 재직하고 있으면서 지역개발 및 공간정책 관련 연구를 최소 10년 이상 진행해 온 국내의 5명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2021년 12월에 실시하였다. 이에 먼저 7개의 구체적인 공간정책 및 지역개발 사업에 대하여 질문을 던졌다. 이에 따른 응답자의 답변은 분량 상 일부 발췌 방식으로 서술하였다.
1) 4대강 개발사업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정책과 실제 의도’ 그리고 ‘정책 목표와 실제 결과’ 둘 다 불일치로 응답한 전문가는 4명이었다. 나머지 1명은 ‘정책과 실제 의도’는 일치한다고 응답하였으나, 역시 원하는 결과는 이루지 못했다고 평가하였다.
A는 4대강 개발사업의 ‘공식 의도와 실제 의도의 일치여부’에 대해 “홍수조절, 지역발전 등을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토목공사”라고 평가하고, “공식적 달성 목표와 실제 결과의 일치 여부”의 경우에는 “환경에 심대한 문제를 야기했고, 지역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고 지적하였다. B는 “목적이 분명하지 않았고, 이에 따른 정책적 실천 수단조차 명확하지 않았다” 그리고 “잘못된 데이터의 수집과 이에 따른 분석”이라고 응답하였다.
C는 “실제 의도는 대운하 토대 마련과 건설 분야, 특히 토목분야 지원”이며, “문재인 정부에서 2017년 7월 3일부터 10월 25일까지 실시한 감사원 감사에서 수질 개선의 기준을 적절치 못하게 설정한 점, 조류 발생 등의 위험요소에 관한 내용을 삭제하였던 점, 실제 물 부족량에 비해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해결된 양은 4%정도인 점, 낙동강과 영산강의 수질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점,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감사에서 홍수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 보 주변에 홍수위험이 있고 본류 준설로 인한 지천의 역행 침식이 발생하여 지류 제방이 붕괴되거나 교량이 유실될 위험, 녹조발생으로 일부 보의 해체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잘못된 사업임이 입증되었다. 4대강사업 일부 구간에 수변 복합 공간을 조성하여 워터프론트(waterfront) 개발을 통한 지역발전을 유도하려는 목표도 제대로 수행된 곳 없다”라고 응답하였다.
D는 “예를 들면 4대강 중에서 영산강처럼 내륙 수운개발과 상대적으로 관련성이 적고, 시급성이 우선되는 유역에 대한 공간적 범위에서 시범 혹은 선도 사업을 추진하고 이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확대 추진하였다면 공식 의도에 대한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겠지만, 실제로는 단기간에 그리고 전역에 걸친 사업으로 추진하였기에 당시 정부의 추진 목표와 의도를 신뢰하기 어려웠다고 생각 된다”고 하고, “4대강 사업의 공식적인 달성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E는 “하천을 이용한 물류의 활용 등의 목표와 실제 의도가 일치”한다고 평가하였지만, 정책 목표와 실제 결과는 불일치한다고 보고 “실제 집행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문제로 인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하였다.
2) 혁신도시
혁신도시를 두고 2명의 전문가는 완전히 부정적이다. ‘정책과 실제 의도’ 그리고 ‘정책 목표와 실제 결과’의 두 문항 모두 불일치이다. 또 2명의 전문가는 정책과 의도는 일치하지만, 결과는 불일치한다는 ‘시작은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나머지 1명은 두 가지 응답 모두 중립적으로 평가하였다. 원래 설문지는 하나만 선택하게 되어 있지만, 1명의 전문가는 둘 다 세모를 선택하였다.
A와 C는 의도와 결과 둘 다 불일치로 평가하였다. A는 “가족동반 이주율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지역사회와 융합과 어려운 실정”이며 “정책을 아무리 수립해도 개인의 욕구를 제어할 수는 없다”라고 비판적 견해를 피력하였다. C전문가 역시 부정적이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공공기관을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것이 공식 의도였으며 실제 의도는 수도권의 인구를 혁신도시로 분산하고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인구를 줄여 수도권 과밀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10개 혁신도시에 115개의 공공기관이 분산·이전되어 있다. 혁신도시의 인구는 계획인구의 4분의 3에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수도권 인구는 다시 증가하는 추세이다”고 진술하고, “산·학·연·관 연계를 통한 혁신거점도시, 개성 있는 특성화 도시, 살고 싶은 친환경 녹색도시, 학습과 창의적 교류가 가능한 교육·문화도시 조성이 공식 목표였다. 2019년 상반기 기준 10개 혁신도시에 근무하는 공공기관 임직원은 약 5만 명으로, 이 중 가족과 함께 이주한 직원은 40%정도이다. 60%는 혁신도시 이외 지역에서 출퇴근하거나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경우로 임직원의 정착율이 낮다. 평일 오후 6시 이후와 주말과 공휴일에는 유동 인구가 적어 일부 혁신도시의 상가 공실률이 70%에 달한다. 이는 과도한 상가 공급과 대부분 1인 가구로 정주인구가 부족한데 그 원인이 있다. 공공기관이 중심이 돼 고용과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됐던 산·학·연 클러스터의 경우 입주율은 28%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신규 고용 역시 1만 1,000명으로 당초 예상했던 13만 명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정주여건이 개선되지 않아 젊은 층이 살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새로 조성된 혁신도시와 원도심과의 연계성이 부족해 단절되는 현상과 기존 시가지의 공동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자가용이나 택시가 아니면 이동이 불편할 정도로 교통체계가 미흡하며, 특히 교육 및 의료 문제로 혁신도시를 떠나 주변 원도시나 수도권으로 회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연지형을 최대한 보전하고 생태계의 다양성과 순환성을 확보하는 친환경녹색도시 조성은 계획 설계 단계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였다”고 응답하였다.
B와 E 두 전문가는 일치 그리고 불일치의 평가를 내렸다. B는 “혁신도시에 기업이전 또는 기업유치가 큰 목적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고 진술하였다. 동일하게 ‘일치’ 및 ‘불일치’를 선택하였지만, E 전문가의 진술은 뉘앙스가 조금 다르다. “균형발전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공식적 의도와 실제 의도가 일치”하며, “아직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이고,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도 부족하였다”고 조금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D 전문가는 ‘정책과 실제 의도’ 그리고 ‘정책 목표와 실제 결과’의 두 항목 모두에 대해 중립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이 사업의 공식적인 추진 내용이고, 실질적으로는 대전·충남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이에 상응하는 나머지 비수도권 시·도에 대한 지역별 보상 혹은 안배라는 것이 실제 의도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수도권 공공기관의 이전이라는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일관성은 유지되었다고 생각한다”고 하고, “공공기관 지방이전이라는 측면에서는 공식적 달성 목표와 실제 결과가 어느 정도 일치하고,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특히 혁신창출, 특성화, 녹색, 교육과 문화도시라는 다양한 유형의 혁신도시를 개발하여 지방의 성장거점지역을 조성하겠다는 당초 의지가 실현되었는지, 최소한 수도권에 대한 인구, GRDP 등 계량적 지표가 지난 10여 년 동안 과연 개선 또는 완화되었는지를 살펴보면, 현 시점에서는 상당히 부정적이다”고 진술하였다.
3) 세종특별시
세종특별시 개발의 경우에는 시작 단계와 마지막 단계에서 전문가들의 ‘일치’ 의견이 많았다. 이는 성공한 정책이라는 의미이다. 3명의 전문가는 두 항목 모두 일치로 의견을 모아지고, 1명은 의도와 결과 모두에서 불일치 평가를 내렸으며, 나머지 1명은 의도에서 불일치를 체크하고 결과에서 양쪽에 세모 표시를 하였다.
A는 “많은 부처가 이전하여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B도 “공무원 조직의 강제 이동이 주효했기 때문”이며, “국가 차원의 지원과 후속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고 긍정적으로 설명하였다. C도 “균형발전 목표”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거점도시 육성”으로 마찬가지로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하지만 D 전문가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에 따른 부작용 완화, 국가균형발전 및 국가경쟁력 강화, 북한의 침공 시 대응할 시간 확보를 위한 신도시 건설이 공식 의도였다. 실제 의도는 신행정수도를 건설하여 청와대, 중앙정부, 국회가 이동하는 것이었다. 2003년 신행정수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였으나,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려 일부 행정부처만 이전하였다. 청와대와 국회가 옮겨오지 않고, 부처들이 서울시와 세종시로 나뉘어져 있어 행정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고, “중앙행정기관 이전에 따른 행정중심기능을 수행하는 행정도시, 생활권간 연계 및 교류 강화를 통한 지역·세대·계층 간 조화로운 상생도시, 역사·문화·사람·과학이 소통하는 교류도시, 경제·산업이 역동하는 교류도시, 자연과 더불어 숨 쉬는 친환경도시가 공식 목표였다. 구도심지역인 읍면 지역과 신도심 지역인 동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간의 계층적, 연령적, 문화적, 경제적 갈등도, 공공기관과 주택만 존재하고 공무원들은 주변 타 대도시(대전, 청주)에서 소비하는 공동화, 위성도시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무원들은 상당수가 수도권 출신으로 수도권의 상업, 서비스 시설에 익숙해져 주말에 서울에 가서 돈을 쓰는 경향이 있다. 정부청사가 고층아파트에 둘러싸여 랜드 마크적 기능을 상실하고, 낮은 구릉 지역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어 도시 경관미를 해치고, 친환경도시와는 거리가 있다. 신도심 상가 공실률도 높은 편이다. 보행 친화도시와 차가 적은 도시로 설계 개념을 잡아 거점과 거점 사이가 멀어 차가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한 구조이다. 세종시에 KTX 역이 없는 것도 문제이다. 지방에서 세종시를 가려면 버스노선이 원활하지 않아 자가용을 이용해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E는 ‘정책과 실제 의도’는 불일치를, ‘정책 목표와 실제 결과’에 관련해서는 중립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2002년 대선 공약이었던 신행정수도 건설 자체가 공식적 의도인 국가 균형발전과 달리 실제 의도는 충청권에 대한 득표 전략이었다는 회고적 진술이 이미 있다. 그리고 신행정수도 추진 과정 중 있었던 헌법재판소 판결의 핵심은 서울이 관습 헌법상 수도이기에 위헌이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 헌법에 성문으로 서울이 수도임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역사적·사회적·경제적·문화적 등 여러 측면에서 이에 준하는 헌법적 위상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개헌과 마찬가지로 국민투표를 통해 수도 이전에 대한 전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여당, 야당 모두가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국민투표 대신,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입법부 내의 합의, 타협만으로 세종시 건설을 계속 진행하였고, 이것은 이후의 지방선거, 총선, 대선 등에서 충청권에 대한 득표 혹은 실표를 막기 위한 미봉책이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투표가 있었다면,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전 국토 및 국가적, 국민적 논의(혹은 합의)로 이어질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는 충청권의 아젠다로 격하된 듯하여 아쉽다”고 설명하고, “혁신도시 개발과 마찬가지로 정부 중앙부처의 이전 및 50만 명에 가까운 인구를 수용하는 물리적 도시의 공간이 개발·건설되었다는 측면에서는 일정 정도 달성된 듯하고,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부정적으로 판단된다”고 응답하였다.
4)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대해서는 5명의 전문가의 평가는 모두 엇갈리고 있다. 1명은 ‘정책과 실제 의도’ 그리고 ‘정책 목표와 실제 결과’의 두 항목 모두 일치이다. 1명은 두 항목 모두 불일치이다. 1명은 의도에서는 일치, 결과에서는 불일치이다. 나머지 1명은 이와 반대로, 일치 및 불일치 응답이다. 나머지 1명은 정책과 의도에 대해서는 중립적이며, 정책 목표와 결과에 대해서는 일치를 선택하였다.
우선 모두 일치를 선택한 A 전문가는 개방형 응답이 없었다. 모두 불일치를 선택한 B 전문가는 일관되게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규제 완화 및 경제 개방을 통하여 국외자본과 기술을 끌어오기 위한 경제특별 구역 조성이 공식 의도였다. 송도, 영종, 청라 지역의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자본 유치를 통해 대규모 신도시를 조성하고 이들 통해 발전을 유도해 보자는 것이 실제 의도였다”고 하고, “첫째, 송도국제도시는 국제업무단지, 지식정보산업단지, 바이오단지, 송도국제화복합단지, 첨단산업클러스터, 송도랜드마크시티, 인천신항 조성이, 둘째 영종국제도시는 인천국제공항 2, 3, 4단계 사업, 영종하늘도시, 미단시티, 용유무의 복합도시 조성이, 셋째 청라국제도시는 업무단지, 테마파크형 골프장, 산업단지, 인천로봇랜드, 유통산업 조성이 공식목표였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이 본래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투자 유치라는 본래 목적과 달리 대부분 국내기업이 입주하고 있어 산업단지 혹은 신도시 건설과 차이가 없는 실정이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살리기에 효과가 미진하며, 외국인 투자유치, 국제비즈니스, 글로벌 기업, 명문대 유치가 원활하지 못하다. 주거시설을 먼저 조성하여 그 이익금으로 업무시설을 조성하는 방식이 성과를 이루지 못한데 일차적 원인이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구도심 파급효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으며, 경제자유구역 내 대규모 아파트건설이나 기반시설건설은 구도심과 불균형을 유발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불일치 및 일치를 응답한 C는 “서울의 과밀화로 인한 혜택은 받고 있으나, 지속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유보적 입장을 피력하였다. 일치 및 불일치를 응답한 D는 “국가 및 지역경쟁력 강화”라고 실제 의도가 정책과 부합한다고 평가하였지만, 이어서 “사업의 지연 및 추진과정상의 애로사항(사업자 선정 등)으로 인한 문제”를 지적하였다. 그리고 E 전문가는 먼저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인천 경제자유구역 개발의 근거가 되는 법률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고, 동법의 목적(제1조)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을 통하여 외국인투자기업의 경영환경과 외국인의 생활여건을 개선함으로써 외국인투자를 촉진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의 강화와 지역간 균형발전을 도모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상기 법률은 ‘국토기본법’, ‘수도권정비계획법’ 보다 우선된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회피하고, 수도권 내에서도 FDI를 유치하겠다는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공식 의도와 실제 의도가 일치해 보이지만, 당초 IFEZ가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모순이었다고 판단된다”고 진술하였다. 그리고 E 전문가는 긍정적 응답을 이어가고 있는데, “IFEZ가 수도권에 입지하고 있기 때문에 여타 경제자유구역들 중에서 FDI 관련 성과지표들이 탁월한 것은 사실이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자체가 IFEZ에 맞춰 제정된 것이고 나머지 FEZ들은 구색 맞추기였다고 개인적으로는 판단한다”고 지적하였다(김준우·안영진, 2010a).
5) 인천을 제외한 경제자유구역 조성
인천을 제외한 경제자유구역(부산·진해, 광양만권, 평택·시흥, 경산·영천·포항, 강릉·동해, 청주) 개발에 관해서는 다수인 3명의 전문가는 ‘정책과 실제 의도’ 그리고 ‘정책 목표와 실제 결과’에서 둘 다 불일치라는 ‘완전한 실패’를 선택하였으며, 나머지 2명의 전문가는 일치 그리고 불일치라는 ‘시작은 성공이나 결과는 실패’를 선택하였다.
A와 B 전문가는 정책과 의도는 일치하지만, 실제 결과는 못 미친다는 입장을 개진하였다. “부산의 경우 소프트한 면을 제외하고는 표면적으로 보면 성공적인 분양이 이루어져 기초적인 단계에서는 성공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 A 전문가의 입장이다. B는 “각 지역의 국제경쟁력 강화 목적” 그리고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는데 한계”라고 설명하였다.
둘 다 불일치를 선택한 C는 개방형 응답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D와 E는 역시 다 불일치 평가를 내렸다. D는 “동북아중심국가로 부상하기 위해 규제 완화 및 경제 개방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국외자본과 기술을 끌어오기 위한 경제 전문 특별 구역 조성이 공식 의도였다. 신도시 조성을 통해 외국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여 발전을 유도해보자는 실제 의도도 내포하였다”고 하고, “외국인 투자 및 거주에 유리한 국제화된 기업환경 및 생활환경을 조성, 해외자본의 유치를 촉진하여 선진적인 산업구조로의 전환도모, 글로벌 기업 활동의 중심거점을 육성하는 것이 공식 목표였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이 미개발 상태이며, 외국인 투자 유치 실적도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 유치라는 당초 목적과 달리 대부분 국내기업이 입주하고 있어 사실상 산업단지와 차이가 없는 실정이다. 주변의 산업단지 공급 규모에 대한 고려 없이 경제자유구역 내 산업용지를 과다하게 공급하여 미개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외국인투자 금액이 실질적으로 국내 투자활동에 집행되도록 해야 하나 제대로 수행되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하였다.
E 전문가는 “언급한 것처럼 IFEZ 외에는 들러리이고, 수도권 이외에 대한 지역적 안배를 위한 지정일 따름이라고 판단한다”고 하고, “부산진해, 광양만권, 충북, 경기, 광주, 동해안권, 울산, 대구경북 등과 인천을 포함하여 9개 FEZ의 주요 프로젝트는 주거지역 중심의 신도시 개발이다”고 하며 비판적으로 설명하였다.
6)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문 조사에 응답한 4명의 전문가는 의도와 정책 모두 불일치라고 평가하였으며, 나머지 1명만이 ‘정책과 의도는 일치, 정책목표와 실제 결과는 불일치’라는 설명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결과에 있어서는 5명의 전문가가 모두 불일치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실패라는데 모두 다 의견을 같이 하였다.
모두 불일치 의견을 내 전문가는 A, B, C, D이다. A는 “군중심리가 부동산 정책을 압도한다”고 하고, “부동산 정책은 일시적인 대응으로 효과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B는 “집값 안정화, 공공주택 확대 등”이라고 하고 “부작용이나 시의성 등의 측면을 간과하였다”고 지적하였다.
C는 “서민 주거안정, 투기수요 근절, 실수요자 보호, 생애주기별 소득수준별 맞춤형 주거 환경 조성, 청년과 신혼부부 주거 부담 경감, 공공 임대주택의 공급과 활성화가 공식 의도였다. 주택의 공공성 강화를 핵심으로 포용적 주거복지를 위한 주택시장 안정과 실수요자 중심의 지원·공급이 실제 의도였다”고 하고, “부동산 투기수요 근절과 주택 가격안정, 실수요자 보호와 서민의 주택 부담 경감, 주택 공급이 핵심 공식 목표이었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수차례 대책을 발표하였으나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급등하는 추세이다. 부동산정책이 실패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출범 초기 보유세 강화를 과감하게 수립하고 집행하지 못한 데 있다. 엘리트 집단의 저항 특히 기획재정부가 종부세율 인상을 반대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주택매매 시장과 전월세 시장의 유기적 관계 파악이 미흡하였고 투기적인 시장상황에 대한 일회성 규제,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조세로 인한 다주택자 소유 주택이 원활히 매물로 나오지 않은 점도 실패 원인이었다. 반복된 규제정책의 발표로 시민들이 정책을 불신하고, 적절한 공급 확대가 이루어지지 못한데도 원인이 있었다. 코로나 대응을 위한 금리인하로 시중에 풀린 자금이 주택시장으로 과도하게 유입된 데도 원인이 었다”고 지적하였다.
D는 “문재인정부를 포함하여 역대 정부·정권의 공식적 부동산 정책 목표는 주거 안정(혹은 부동산 가격 안정)이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의 공식적 의도도, 실제 의도도 무엇인지를 전혀 알 수 없다”고 하며, “시장 실패를 초과하는 정부 실패이다. 주식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기가 불가능하듯이 부동산에 대한 투자와 투기를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다. 부동산에 대한 과다한 투자·투기로 시장이 과열되었다고 한다면, 우선적으로 시장 자체에서 균형점을 찾아갈 수 있다는 일반 경제학적 원리를 무시하고 성급하게 정부가 투기를 발본색원하고 투기이익을 환수하겠다고 인위적으로 개입했고, 결과적으로는 시장 실패를 확인하기도 전에 정부 실패를 목격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그리고 E만이 정책과 의도 자체는 일치한다고 응답하였다. “집값 안정화, 공공주택 확대 등”이라는 긍정적 평가에 이어, “부작용이나 시의성 등의 측면을 간과”라는 부정적 의견을 덧붙였다.
7) 가덕도 공항 건설
가덕도 공항 개발에 대한 응답은 3명이 ‘정책과 실제 의도’ 그리고 ‘정책 목표와 실제 결과’의 두 항목 모두 불일치이고, 2명이 두 항목 모두 일치이다. 우선 A, D, E의 전문가의 경우, 일관되게 불일치 의견을 개진하였다. A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인식정도가 너무 크다”고 하고, “지방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없으면 어떠한 사업도 수렴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D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공식 의도이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 때 중국 민항기 김해공항 추락사고로 신공항 조성 검토를 지시한 후, 신공항 부지로 밀양 하남과 부산 가덕도가 첨예한 갈등을 보였다. 2011년 이명박정부는 동남권 신공항 사업을 백지화하였으나, 박근혜정부는 2015년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여 김해신공항을 조성하기로 결정하였다. 문재인정부에서 2021년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가덕도가 신공항 부지로 최종 결정하였다. 논란이 많은 신공항 부지가 가덕도로 결정된 것은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를 위한 의도도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소음피해 없이 24시간 운영 가능한 공항, 장애물이 없이 안전하고 중장거리 운항 제한 없는 공항,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공항, 미래수요에 대비한 확장성과 우수한 접근성이 있는 공항, 김해신공항(안)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공항건설이 공식 목표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여러 조사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기도 했으며, 주무부서인 국토부의 반대의견으로 혼란을 초래하였다. 해상매립에 과다한 비용이 소요되며, 낙동강 하구의 철새가 공항운영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되어 위험과 부담이 생길 수 있으며, 막대한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선거용 사업이라는 비판이 있다”고 설명하였다.
E 전문가 역시 ‘정책과 실제 의도’ 그리고 ‘정책 목표와 실제 결과’의 두 항목에서 모두 불일치 의견을 피력하였다.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위해, 내년 대선을 위해 여당과 야당 모두 급조선 동남권 득표 전략에 불과하므로”라고 지적하고, “부산상공회의소, 부산 지역 민간방송국과 신문사 등등이 추동한 도당정치와 성장기제(growth machine)의 산물, 토건 사업일 따름이다. 마치 신공항 건설이 동남권 지역개발의 마중물인 것처럼 포장되어 있을 뿐이고, 실제로 토지보상금과 토건 비용 약 20조가 탐이 나고 그것을 지역 도당과 성장 연합, 엘리트들이 나눠 먹으려고 시작되는 사업이다”고 설명하였다.
B와 D는 일관되게 일치 의견을 내고 있다. B는 “동남권의 국제경쟁력 강화”라고 하고 “제2의 경제권으로서 지역의 국제화가 절실”이라고 평가하였다. D는 두 문항 모두 일치를 선택하지만, 개방형 질문에는 응답을 하지 않았다.
2. 4개 유형에 대한 개방형 질문
이상에서 살펴본 7개 공간개발 사업에 대한 질문 이후에는 응답자가 생각할 수 있는 가능한 사례를 물어 보았다. 이러한 개방형 주제와 관련해서는 네 가지 가능한 형태에 대해 질문하였다. 나머지 세 질문은 의도와 결과 부분의 일치 여부가 각각 달라지는 형태이다. 즉, “공식적 의도와 실제 의도가 일치하고, 또 공식적 달성 목표와 실제 결과가 일치하는 사례(사업이나 정책)를 하나 들어 주십시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그렇게 분류하시는 이유)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라고 질문을 던졌다(표 1).
표 1.
정책과 의도, 정책과 결과의 일치여부 유형
| 구분 | 공식 정책과 실제 의도의 차이 | ||
| 없음 | 있음 | ||
|
정책 목표와 실제 현실의 차이 | 없음 |
- 부산 마린시티 건설 - 각 지역의 도청소재지 이전 사업 | - 부산 해운대 LCT 개발사업 |
| 있음 |
- 부산 사상첨단산업단지건설 - 경인아라뱃길 사업 - 평창 동계올림픽 |
- 부산 에코델타 시티 - 새만금 개발 사업 | |
분석 결과는 첫째 차이가 둘 다 없는 경우이다. 흔히 사람들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공식 정책과 실제 의도, 정책 목표와 실제 현실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부산 마린시티 건설과 도청소재지 이전 사업이 언급되었다. 그 이유로는 각각 “상업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건설 성공”과 “장기적으로 지역발전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둘째, 차이가 둘 다 있는 경우이다. 흔히 최악 사례로 거론된다. 부산 에코델타 시티(“전혀 에코스럽지도, 스마트도시도 아님”)와 새만금 개발사업(“중앙정부와 지역의 의도가 다르고, 그렇다 보니 방향성이 일관성이 없고 추진도 느릴 수밖에 없음”)이 거론되었다.
셋째는 공식 정책과 실제 의도는 차이가 있고, 정책 목표와 실제 현실의 차이는 없는 경우이다. 공식 정책을 수행할 의지가 없었는데도 결과적으로 사업이 정상 진행되어 원하는 결과가 나온 경우이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 사례로는 해운대 초고층 주상복합개발사업인 LCT 개발사업(“관광개발을 목적으로 아파트를 성공적으로 건설”)이 거론되었다. 넷째는 공식 정책과 실제 의도는 차이가 없고, 정책 목표와 실제 현실의 차이는 있는 경우이다. 진실하게 사업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경우이다. 사상첨단산업단지건설(“박근혜 대통령 때부터 시작했으나 아직까지도 가시적 성과가 없음”), 경인아라뱃길 사업(“운하를 활용하여 지역발전을 촉진하고자 하는 목표는 같으나, 여건을 고려할 때 실제 달성 가능성은 매우 낮은 사업”) 그리고 평창 동계올림픽(“정부와 조직위원회가 제시한 개최 효과는 국가발전의 획기적 전기 마련 및 지역발전의 지속가능한 유산창출, 경제 활성화 기여, 국가 브랜드 향상, 지역 균형 발전, 국가 발전 에너지 결집, 첨단 산업 발전 촉진, 남북 간 화해 협력 및 평화 증진, 선진국 진입의 상징적 계기, 아시아의 동계 스포츠 허브 등이었음. 중앙정부, 강원도, 평창군이 유치 및 조직위원회라는 큰 틀에서 함께 활동했지만, 현 시점 강원도와 평창군이 동계 올림픽 개최를 통해서 남긴 효과, 유산이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러움”)의 세 가지 개발 사업 및 정책이 거론되었다.
IV. 결론
현재 우리나라는 철근·콘크리트 개발 사업 및 정책으로 넘쳐나고 있다(김준우·안영진, 2017b). 물론 필요한 공간개발 사업도 있고, 필요 없는 공간개발 사업도 있다. 잘 된 공간개발 사업도 있고, 잘못된 공간개발 사업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공간개발 사업 및 정책에 대한 논의이다. 이러한 공간개발 사업 및 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공간 연구자의 의무이기도 하다. 실제 공간개발 사업 및 정책에 관한 논의의 첫 걸음을 내딛는 것이 이 논문의 의의이다.
개념의 명료화는 논의를 용이하게 한다. 공간개발 사업 및 정책의 공식 정책과 실제 의도를 구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각종 공간개발 및 정책 사업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연구에서는 7개의 구체적인 공간개발 사업 및 정책에 대한 5명의 전문가 설문조사를 진행하였으며, 그 분석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 공간개발사업 결과가 공식 목표치에 미달하는 경우, 대체로 애당초 잘못된 사업이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공간개발 사업의 공식 정책과 실제 의도가 달랐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4대강 사업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대체로 그러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투기를 매개로 한 부동산 성장 동맹론과 선거에서의 표를 대가로 삼는 사회통제 이론과도 맞아 떨어진다. 그리고 의도와 결과의 교차표로서 나오는 4개 유형에 대한 응답은 이러한 유형화가 담론의 불씨로서 작동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결과로서 실패한 2개의 유형이 흥미롭다. 그냥 상황이 달라져 실패한 사업도 제시되고, 정책과 의도가 분명히 엇나간 공간개발 사업과 정책도 제시된다. 큼직한 공간개발 사업이 연이어 실패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대부분 민주주의의 결핍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이 연구는 보여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