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국토지리학회지. 31 March 2024. 39-65
https://doi.org/10.22905/kaopqj.2024.58.1.4

ABSTRACT


MAIN

  • I. 들어가는 말: 메가시티와 균형발전론

  • II. 이론의 검토: 발전국가에서부터 포스트발전국가로 이어지는 불균등발전

  • III. 국토종합계획 속의 ‘균형’발전

  •   1. 수도권의 제도적 등장과 경계 강화의 오류

  •   2. 비합리적 구분에 따른 비수도권 지역의 경계 설정의 오류

  •   3. 균형정책의 지방이양과 종속적 경계의 한계: 지역특화산업의 역설

  • IV. 균형발전은 실현가능한 목표인가

I. 들어가는 말: 메가시티와 균형발전론

# A의원은 SNS에 올린 ‘서울은 아직 작다’라는 제목의 글에, ‘김포만 편입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없으며, 주민의 생활권과 행정구역을 일치시켜주는 노력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저자 강조)이기에 고양, 구리, 하남, 성남, 남양주, 의정부, 광명, 과천, 안양 등도 주민의 뜻을 묻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1)

2023년 10월 정치권에서 시작된 메가시티 이슈가 수도권 주변 지역의 여론을 자극하면서 2024년에 시행될 총선의 표심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서울과의 접근성이 높고, 수도권 인구 이동량이 많은 지역은 경기도가 아닌 서울시로의 행정구역 개편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수도권에 대한 주변 지역의 열망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지만, 행정구역이라는 영토의 구획 변경이 단순히 행정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이고, ‘국가적’인 드라이브에 의해 추동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메가시티(Mega city)2)라는 개념은 2000년대 초반에 마뉴엘 카스텔(Castells, 1996)이 제안한 것으로서 도시 단위의 세계 경쟁력과 연관되어 있던 용어로 주로 한 국가의 수도의 규모, 기능, 네트워크 등의 특성들을 통해 전 세계 도시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변미리, 2011). 예를 들어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이 IT 특성화 산업도시 혹은 최첨단 기술 클러스터로서 도시의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 고유한 속성을 가지고 세계의 도시들과 우위를 다투는 것은 메가시티의 단면을 보여준다(정재영, 2010). 반면에, 국내에서는 메가시티가 광역경제권과 같은 뜻으로 통용되면서(이철호・김윤진, 2022) 2007년 ‘지역균형발전 전략’으로 충청을 포함한 대수도권, 대영남권, 대호남권 등 3대 메가시티 건설을 통한 국토의 종합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으로 제시된 바 있고(한국경제연구원, 2007), 메가시티 지역 간의 패권 다툼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등장하기도 하였다(국토연구원, 2009).

실제로, 2009년에는 서울-인천-경기도가 수도권 광역경제권을 구상한 바 있으며, 경남의 창원, 마산, 진해시의 행정구역 자율 통합이 확정됨에 따라 새로운 행정구역이 등장하였다.3) 이와 같이 국내의 메가시티는 지역 간의 통합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어 왔으며, 인위적인 행정구역의 합병과 행정체계의 개편을 통해 새로운 지역권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이해된다.

광역 단위의 지역을 지칭했던 과거의 메가시티 논의와는 달리, 2023년 정치권과 언론에서 언급되고 있는 메가시티는 ‘대도시로서의 서울의 규모 확장’, ‘생활권과 행정구역의 일치’라는 근거로 등장한 정치적 담론을 보여주는 용어라고 볼 수 있다(조재욱, 2023). 다시 말하자면, 현재 국내에서 전개되고 있는 메가시티 논의는 당초 메가시티를 설명하였던 개념과는 무관한, 서울의 확장을 통한 선거구 개편 이슈라는 평가와 행정구역의 현실화 사이에서 찬반이 팽팽하게 대립을 이루고 있다.4)

여기에서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메가시티가 되기 위한 수도권 확장의 필요라는 당위성 속에서 독특한 영토적 사고를 확인할 수 있다. 영토 구획의 제도적 결과물로서 행정구역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국가를 운영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정치적 여론을 형성하고 도구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행정구역의 개편을 통해 도시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제와 동시에 이를 추진하기 위한 국가의 전폭적인 지지와 노력이 당연시된다는 점에서 메가시티 논의는 단순한 수도권 편입 논쟁이 아니다.

국가의 영토 통치는 주변국의 견제와 권력의 유지, 확장 등에 중요한 장치이다(Foucault, 2007). 따라서 경계선을 긋고, 행정구역을 구획하는 국가의 영토적 행위는 국가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권력의 발현이다. 국가는 효율성과 균형이라는 두 가지의 목표를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영토 전략을 취한다. 한국은 발전국가 형태로 성장하면서, 특정 지역의 발전을 유도하여 그에 따른 낙수효과를 통해 국가 전체의 성장효과를 노렸으나, 현실은 성장 거점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저발전, 소외 심화만을 야기하였다(조재성, 1993). 이로 인해 1970년대부터 한국 정부는 국토종합계획을 통해 효율적인 국토 개발과 균형 성장을 도모하였다. 지역균형정책은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서 확인되지만, 최근 발표한 제 5차 국토종합계획에 이르기까지 균형성장론은 도달하지 못한 목표로 설명된다(정성훈, 2016).5)

국토계획 속에서 균형성장론은 지역균형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관점으로 보완적 투자를 통한 동시 발전이 가능하다는 전제를 가진다. 정권마다 균형성장에 대한 용어나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지역균형 정책은 저발전 지역으로의 파급효과를 창출하고 혁신을 통한 성장 동력을 만들어 균등한 성장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임형백, 2013). 해당 이론에서 출발한 지역균형 발전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3개의 키워드가 결합된 합성어로 단순 균형 상태라기보다는 지역 간의 창의적 경쟁과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는 가운데 지역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조건 하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설명된다(이정식, 2001).

또한 지역의 혁신역량 강화를 통해 모든 지역의 발전 기회와 잠재력을 증진시켜 어느 곳에 살더라도 기본적인 삶을 향유하고, 이를 통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최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이병규, 2015). 수도권의 발전 억제를 통해 비수도권의 저발전을 교정하는 것이 아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발전 전략이 지역균형발전의 형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참여정부 시기, 국가균형발전정책으로서 공공기관 이전 및 행정 수도 이전과 같은 수도권 기능의 분산이 실현되면서, 지역의 내생적 발전을 강조하는 경향이 심화되었다(노승용, 2007; 박경, 2008).

이와 같이 균형성장론에 대한 연구는 국가 및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학계와 대중의 높은 관심만큼 많은 다양한 측면의 성과가 도출되었으며, 크게 3가지의 영역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첫째, 연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연구는 재정을 비롯한 각종 사회적, 경제적 지표로 지역 격차를 분석하거나 균형발전정책의 효과성을 측정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염명배, 2004; 김경수・김형빈, 2006; 최병호 등, 2012; 박인권, 2018; 김선명・노진희, 2023). 둘째, 지역균형발전정책에 대한 평가와 전망에 대한 것이 있다(이호영, 2006; 김재훈, 2007; 고병호, 2010; 임형백, 2013; 김현호, 2017; 김우석・김형진, 2020; 전성만・정현민, 2023; 김형진, 2023). 셋째, 균형발전을 위한 법, 제도의 검토에 대한 것도 상당한 연구가 진행되었다(김남철, 2002; 강기홍, 2022; 김동균, 2022; 김수연, 2022; 정재황, 2023).

이러한 선행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균형발전론이 가진 불변하는 전제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 비수도권의 발전 당위성은 수도권을 기준으로 비수도권의 저발전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적 차이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비수도권 인구 유출을 중심으로 야기된 인구 불균형, 교통, 교육, 의료, 문화 등 인프라의 비대칭 등은 비수도권 발전에 필요한 근거가 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이분법적 사고는 단순한 지역구분이 아닌 수도권의 발전상태를 기준 삼아 비수도권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자 두 권역 간의 위계적 구도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이상봉, 2018).

둘째, 균형에 대한 맹목적 지향, ‘균형 만능론’이 여전히 균형 발전론의 핵심에 위치해 있다. 주택 부족 및 노동시장 격차 등의 각종 사회문제의 근원을 지역 불균형에 두면서, 균형성장을 이루면, 우리가 직면한 다양하고 복잡한 과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강화되었다. 이러한 연유로 국토종합계획에서 균형발전론은 국토의 균등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성취되어야 할 목표가 되었다.

셋째, 균형성장의 효과로서 수도권의 발전상태를 언제나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가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균형발전의 결과물에 대한 실체가 불명확하다. 성장거점전략이 야기한 불균등성장의 결과물은 특정 지역에만 집중되었고, 이를 중심으로 다시 인구와 자본이 몰려드는 효과를 발생시켰다. 막연한 균등 성장의 기저에는 수도권 인구 집중을 막고, 지역으로 유인할 수 있는 동등한 투자 유치 기회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을 갖는다. 대부분의 지역균형발전 이슈가 문화, 사회적 균등성보다는 경제적 균등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도 균형발전 효과에 대한 불명확한 예측에서 비롯된다(소진광, 2018). 이와 같이 기존의 균형발전론이 가진 수도권-비수도권의 이분법, 지역균형 만능주의, 균형의 효과에 대한 불명확한 기준이라는 균형발전론의 한계는 지역균형발전의 관점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함을 의미한다.6)

본 연구는 지역발전의 문제가 불균형과 균형 사이의 선택이 아니라 지역의 불균형을 누가 양산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서두에 언급한 메가시티 논의는 지역균형발전정책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주의’가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메가시티로서 ’서울의 규모가 작아서’ 더 키워야만 세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을 통해 비수도권은 배제되고 수도권에 대한 집중과 열망만 강화된다. 이러한 상황을 확대시키는 것은 역설적으로 ‘국가’라는 점에서, 50년 이상 지속해온 국토균형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근본적인 원인을 거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동아시아 국가들에게서 나타나는 권위주의적 정치경제체계로서의 발전국가론(developmental state)과 이것의 연속선상에 있는 논의로서, 경쟁과 효율을 우선시하는 성장 중심주의의 신자유주의적 국가로서 포스트 발전국가론(post-developmental state)의 관점에서 영토의 불균등발전이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살펴보고, 지역불균형이 자본주의의 차등적 효과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영토를 통한 국가의 통치 행위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불균등발전(uneven development)은 정치경제학, 특히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이 강하게 반영된 개념으로, 계급, 기업, 국가 간의 비대칭적이고 착취적인 관계를 의미하며, 불균등의 모든 것은 자본주의 발전의 일시적 특징이 아니라 고질적인 특징으로 이해된다(Peck, 2017). 이러한 차원에서 본 연구는 지역 격차의 발생 원인을 공공부문의 제도나 개발정책으로 인해 나타나는 의도적인 공간불평등 현상으로 보고(소진광, 2020), 그것이 ‘국가’에 의해 추동된다는 점을 설명하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논의되어 온 발전국가론은 해당 논의의 해체와 지속, 혹은 혁신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으나(윤상우, 2009), 이러한 관점이 국토 개발, 공간 정책에 대한 것을 구체적으로 다루지 못하였으며(최병두, 2011), 행위자로서 국가가 자본 간의 관계 변동에 따라 정치적 우선순위를 달리해 온 흐름들을 단순하게 접근하였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80년대 말, 신자유주의를 수용한 발전국가는 권력의 유지와 확장을 위해 ‘균형’을 정치화하며, 자본과의 관계 변동에 따라 균형 이슈를 ‘배분’ 혹은 ‘성장’과 연결지어 국토계획을 수정한다. 지역균형에 대한 국가의 관심은 변함없으나, 여전히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것은 국가와 자본 모두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불균형을 어쩔 수 없는 결과로 방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이러한 발전국가론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이 논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토계획 속의 균형 논의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불균등 발전을 주도하는 행위자가 ‘국가’이며, ‘균형 발전’이 장기간의 계획에도 불구하고 성취되지 않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사례연구로서 1차에서 5차에 이르는 국토종합계획에서 근거를 찾고자 한다. 국가가 의도하는 완벽한 균형은 ‘이상형’에 불과하고, 권력의 형성, 유지, 강화를 위해 국가가 영토를 의도적으로 불균등 발전시킨다는 주장은 불균등발전의 주요 행위자로서 ‘국가’를 호명하는 것이며, 지역 불균등 발전이 산업, 노동구조, 경제의 결과물이 아니라 영토의 불균등 발전을 통한 국가의 통치성 강화 전략임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국토종합계획은 1963년 계획의 수립 근거가 되는 국토건설종합계획법의 제정을 바탕으로 1972년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서 시작되었다. 10년을 주기로 국토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다가 1999년에 수립된 4차 국토종합계획부터는 계획기간 및 명칭의 변화로 인해 20년의 계획기간을 가진 국토종합계획으로 변경되었다(윤영모, 2016). 2002년부터는 국토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계획의 재검토 및 정비를 규정함으로써 주기적 수정이 활성화되었다. 2019년 수립된 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은 국민 수요에 부합하는 공간 정책을 마련하고, 중앙과 지방 사이의 협력적 관계를 강화하여 저성장과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공간 전략을 담았다(대한민국정부, 2019)

불균등발전의 원인으로서 국가의 행위를 확인하기 위하여 국토종합계획을 살피는 것은 이 계획이 영토의 균등한 개발을 목표로 일관되고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내용이 선별된 것이 아니라 당시의 사회적 맥락을 강하게 반영하는 국가 권력의 정치적 도구였다는 점(이주영, 2015)에서 매우 유효한 분석자료라고 할 수 있다. 전 국토를 대상으로 하는 개발계획이자, 개별 지역과 교통, 토지 등 부문별 계획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영토적 비전으로서 국토종합계획은 국가의 불균등발전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주요한 자료이다.

1차에서 시작되어 5차에 이른 국토종합계획 속에서 주요 행위자로서 국가가 지역을 다루는 방식으로써 수도권 집중에 대한 (의도적인) 방임, 비수도권에 대한 불분명한 경로의존적 정책의 적용, 국토종합계획의 차수가 높아질수록 지역의 역할이 확대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주어진 자율성과 책임에 반비례하는 권한과 집행 능력이 국토의 불균등성을 지속시키고 있음을 확인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국토종합계획 내에서의 ‘수도권’, ‘비수도권’, ‘권역’, ‘균형’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를 서술하는 방식을 분석하고, 회차에 따라 해당 개념들이 상이하게 다루어지는 지점을 세밀하게 검토하였다.

II. 이론의 검토: 발전국가에서부터 포스트발전국가로 이어지는 불균등발전

불균등 발전의 주체로서 국가를 설명하기 위해, 발전국가론과 포스트 발전국가론 그리고 이로 인해 야기된 불균등발전의 원인과 효과에 대한 이론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1982년 Chalmers Johnson의 저서인 ‘MITI and the Japanese Miracle: the growth of industrial policy, 1925-19757)에서 출발한 발전국가론은 20세기 후반 동아시아 국가들의 정치-경제적 발전 모델로 설명되어 왔으며(Johnson, 1982), 국가가 압축적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 상황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것의 비용을 경감시켜주는 행위자로 다루어진다(양재진, 2005; Stubbs, 2009). 예를 들어, 발전국가론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되는 일본, 한국, 대만 등의 경우, 다른 집단들로부터 견제받지 않는 국가의 자율성과 강압적 통치 능력을 통해 급격한 경제 발전을 성취하였다.

또한 효율적인 사회 통제와 광범위한 자원의 동원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미국 등과 같은 강대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호국 시장에 대한 특혜, 보호정책의 과잉 우대, 그리고 수출주도성장이 가능하게 만드는 국가 간의 변칙적 교역 조건 등이 발전국가론을 뒷받침하는 조건으로 다루어진다(Chibber, 1999; 윤상우, 2006; 문돈・정진영, 2014). 무엇보다 경제 이념이자 정치적 목표인 국가주의와 개발 우선주의는 발전국가가 성립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설명된다(Haggard, 2018; Woo-Cumings, 2019). 따라서 이를 실행할 기업과 엘리트 집단을 정치적으로 포섭하고, 산업을 비롯한 경제 체제 구성에 적극적인 행위자로 참여하도록 장려함으로써 국가는 자신의 통치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Minns, 2001; Caldentey, 2008).

그러나 아시아를 비롯한 라틴 아메리카(Hochstetler and Montero, 2013), 아프리카 지역(Edigheji, 2010; Mann and Berry, 2016) 등과 후발도상국가들을 발전국가로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발전국가가 시공간을 초월한 보편적 발전 모델이 될 수 없다(양재진, 2005)는 성찰과 함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등장으로 인한 국가의 자율성 위기가 포스트 발전국가론이 대두될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하였다(윤상우, 2020). 한국의 경우, 포스트 발전국가로의 이행은 80년대 후반부터 발전국가모델의 해체가 진행되는 와중에 1997년 외환위기를 통해 강제적 전환이 이루어졌다(박상영, 2015; 지주형, 2016). 포스트 발전국가로서 한국은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과 같은 외부적 압력이 1차적인 전환 요인이기도 하였지만,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자 했던 발전국가의 유산이기도 하였다(조영철, 2007; Doucette, 2016; 임혜란, 2018).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발전국가와 신자유주의의 결합이 개발 독재와 발전국가를 움직이는 정경 유착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되었고, 이를 통해 국가 신뢰의 회복과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믿었다(Wong, 2004; 윤상우, 2016). 이에 대해 윤상우(2020)는 한국의 포스트 발전국가의 경로가 해체, 지속, 혁신과 상관없이 신자유주의적 성격이 강화되고 있으며, 실제 신자유주의 체제의 형태는 국가의 제도적 특수성에 의해 혼종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혼재적 성격은 도시 공간의 개발에 대한 경쟁과 특정 집단의 독점 상황이 충돌하면서 자본 집중의 수혜를 받은 ‘상품화된 경관’과 거기로부터 배제된 공간을 무수히 만들어내었다(Park et al., 2012; Glassman, 2018).

포스트 발전국가론 안에서, 발전주의와 신자유주의는 동등한 관계의 결합이라기보다, 내부의 동학에 따라 발전국가의 경로의존성을 따르거나 완전히 다른 양상의 융합된 형태 등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혼재성의 다양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김인영, 2013; 박상영, 2015). 윤상우(2018)는 이러한 혼종성을 ‘발전주의적 신자유주의‘로 규정하며, 신자유주의와 상충되는 국가 주도의 정책과 신자유주의의 경제 논리가 함께 작동한다고 설명한다(임현진, 2020; Uttam, 2019). 뿐만 아니라 복지 및 재분배 성격의 사회민주주의적 성격도 누더기처럼 발견(양재진, 2008)되는데, 예를 들어, 억압적 발전주의 생산레짐에 따른 비공식적 복지 체제는 엘리트와 기업의 계급적 우위를 지속시켰다(심상용, 2010). 이는 복지국가를 지향하거나 신자유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전략이었다기보다는, 신자유주의로 인한 불균형 심화에 대한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였다고 볼 수 있다(윤상우, 2020).

발전국가 형태가 우세하였던 박정희 체제의 지배 이념은 ‘불균형을 통한 효율성’으로, 평등을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불평등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합리화하였다(임현진, 2017). 정치적 정당성이 중시되었던 정권 초기의 반공주의의 자리에 성장주의로 대체되면서 국가는 구조적인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이러한 양상은 포스트 발전국가에서도 확인되며, 신자유주의가 발전주의의 경제성장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김인영, 2008; Wade, 2018). 국가는 세금 면제, 규제 완화 등과 같은 방식으로 기업을 길들이기도 하지만, 재벌로 통칭되는 기업, 경제 엘리트, 민간 정책 집단 등과 결탁하여 신자유주의적 담론을 주도하며 불평등을 일상화한다(Radice, 2008; Doucette and Hae, 2022).

포스트 발전국가에서의 불균등성은 중요하면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지목되지만, 그에 대한 대안은 충분하지 않고 경제성장을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만 여겨지고 있다. 경제성장과 민주주의의 발전 이면에 노동계급과 시민사회의 성장이 국가에 비해 여전히 미흡하고, 불평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성장우선주의와 개인책임론에 경도된 신자유주의적 사고에 동화되고 있기 때문이다(장상철, 2021). 지역불균형 역시 비슷한 논리로 전개되고 있다.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사회문제의 심화, 비수도권의 인구 감소 및 지역 경제 악화라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균등 성장을 지역의 경쟁력 문제로 치부하고, 임시방편적인 인구감소 대응 정책만 반복하고 있다(최민정・백일순, 2023).

정치경제학적 측면에서, 지역불균형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불균등 발전(uneven development)8)은 비(非)역사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과정이며, 영구적인 균등발전이 가능하지 않은데 따른 불가피한 결과로 간주된다. 즉, 모든 것은 불균등하게 발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불균등 발전의 발생은 자본주의 지리의 핵심이다. 공간은 완전히 균등화되지도, 무한히 차별화되지도 않는다. 이렇게 형성된 지리적 패턴은 공간의 생산을 유도하는 모순적 역동성의 특정한 산물로서의 불균등 발전의 형태를 가진다(Smith, 2008).

결국 영토의 불균등 발전에 대한 해석은 공간과 사회적 과정을 통합하여 접근해야 하며, 국가와 자본은 공간 전반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불균등 발전이 실질적 공간 규모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출발해야 한다(최병두, 2015). 공간적 균형은 단순히 자본주의 발전에 따르는 흥미로운 부작용이 아니라 자본의 한계를 나타내는 척도이자 영토에 대한 국가 권력의 실현과 유지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불균등 발전은 결정론적 법칙의 원천으로서가 아니라, 축적 과정의 모순적인 동인-겸 역동성으로서의 것이며, 자본주의적 사회적 관계들에 의해 체계적으로 착취되고 재생산되는 조건이다. 스미스(Smith, 2008)는 불균등한 공간적 발전은 종종 세계화 내러티브로 쓰이는 “평평한 지구(flat Earth)”처럼 경쟁적 수렴으로 가는 도중에 일시적인 단계로 환원될 수 없으며, 자본주의적 발전의 불가피한 부산물 혹은 불행한 부작용 그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불균등 발전의 토대가 되는 국가 공간은 자본주의적 축적 과정의 표준화된 작동을 위한 단순한 “배경”을 넘어서, 그 자체가 정치투쟁의 장으로서, 그리고 축적 동학을 위한 수단과 매개체로서 끊임없이 재구조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Peck, 2017).

지리적으로 불균등한 발전은 자본주의적 경쟁과 경제적 비효율성의 제로섬 형태로 이어질 수 있고, 적대적인 사회적 관계에 대한 기존 형태의 규제와 사회적 결속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정치적 갈등을 촉발한다. 불균등한 발전의 지형은 사회적, 경제적 발전을 규제하기 위한 정치적 노력의 중요한 표적이 된다(Oosterlynck, 2010). 이때, 국가는 ‘공간적으로 차별화된 국가 구조(spatially differentiated state structure)’를 지향하며(Brenner, 2003), 일관되고 실행 가능한 스케일별 분업을 부여하고자 한다. 따라서 국가의 공간적 구조는 상이한 경제적, 사회정치적 행위자들 사이의 권력 관계의 층층이 쌓인 시공간적-제도적 응축의 결과이며(Jessop, 2001), 지역은 지리적으로 분화되고 불균등한 통치 체계를 작동시키고자하는 국가의 분권화 전략과 밀접한 관련을 맺게 된다(Brenner, 2003).

그러므로 ‘지역’은 차별화된 국가공간의 산물로(Hudson, 2020), 목표로 삼은 지역 간 균등화는 차별화에 의해 꾸준히 좌절된다(Smith, 2008). 이로 인해 공간적 조정수단으로서의 차별화는 그 자체가 조정해야 할 문제가 된다. 지리적 차별화는 자본의 부산물이 아니라 자본을 위한 내적 필수 요건이기 때문이다. 이때, 불균등 발전을 교정하기 위한 행위자로서 ‘국가’의 역할이 강조되는데, 국가는 지역 개발을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해 개입하는 주체로 그려진다. Mackinnon(2021)은 지역 불평등에 대한 지속적인 이의제기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고 이것의 수행을 통해 국가의 정당성이 확보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국가는 불균등이라는 만성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선의의 행위자로서만 설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국가’의 불평등에 대한 대응이 지역의 정치적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불평등을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게끔 만드는 담론을 통해 균등의 실현 여부에 관심을 낮추는 전략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Rolf, 2015).

자본에 내재한 전 지구적인 균등화 경향을 고려했을 때 국가는 경제적 생존뿐만 아니라 정치적 통제의 수단으로서 공간을 차별화하고자 한다(Smith, 2011). 이에 대해 Peck(2017)은 지역 측면의 불균등 발전이 지역화된 성장과 국지적인 쇠퇴의 역동적인 공존, 핵심과 주변부 사이의 불평등한 상호 작용과 비대칭적 권력 관계, 초국가적 경제 발전의 매트릭스에 대한 질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단절/연결을 특징으로 하는 불균형 경제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불균등한 지역발전의 특정한 패턴과 형태는 항상 역사적으로나 국부적으로 우연적이지만, 일반화된 조건으로서의 불균등한 지역발전 그 자체의 생산은 반복적이고 실로 체계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Smith, 2008).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불균등 발전 논의는 ‘불균등성’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어떠한 상태가 균등한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Taylor, 2008). 대다수의 연구에서 불균등성은 그 양상과 불균등으로 인한 격차, 강도 등의 차이만 있을 뿐 국가의 정치적 형태에 상관없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여겨진다(Lim, 2014).

이상의 선행연구들을 분석해본 결과, 발전국가론과 불균등발전에 대한 본 연구의 의견은 다음의 세 가지로 압축하여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발전국가론의 중단, 해체, 혁신 등과 같은 입장을 취하며 포스트 발전국가론에 대한 논의가 2010년대 중반부터 활발하게 이루어졌지만, 다양한 갈림길에 대한 입장 차이만 명확해졌을 뿐, 국가와 자본 간의 관계가 (합리적이라고 여겨지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변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Quark, 2008; Hayashi. 2010). 예를 들어,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하여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던 진보 정권과 경쟁과 선발을 통한 지역의 자율적 성장을 유도하고자 했던 보수 정권 모두 포스트 발전국가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국가와 자본의 관계에 따라 국가의 책임이 강조되기도 하고, 자본의 역할이 두드러지기도 하였다(김왕배, 1991; 장시복, 2012).

이와 같이 발전국가는 발전국가의 경로의존성이 소멸되거나 대체되었다기보다는 정치적 강조점을 어디에 둘 것이냐에 따라 국가를 앞세우기도 하고, 자본 뒤에 위치하며 조정자의 역할로 대체되기도 한다. 또한 국가의 역할을 무엇으로 두느냐에 따라 배분을 강조하기도 하고, 경쟁을 장려하기도 한다. 따라서 발전국가와 포스트 발전국가론의 ‘과정적’ 속성을 세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으며(박상영, 2012), 특히 국가-자본 간의 관계 속에서 국가주도 혹은 자본주도의 양상이 반복되거나 혹은 이해관계자들 간의 상호적, 관계적 영향에 따라 국가의 역할이 매우 역동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박세훈, 2004; 김경필, 2019).

둘째, 발전국가론과 마찬가지로 포스트 발전국가론에서도 정치, 경제 영역에서의 ‘국가’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국가를 지탱하는 지역의 의미를 종속적이고, 수동적인 것으로 설명한다. 더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지역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려진다. 박배균(2012)은 1980년대 이후 지역주의 정치의 활성화로 지역균형의 담론이 확대되었다고 주장하나, 실제로 발전국가론에서의 지역은 결코 성장을 주도하거나 국가를 넘어서지 못하였다. 그러나 발전국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요소로서 노동력과 영토의 공급처인 지역은 국가 성장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발전주의적 관성을 답습할 뿐만 아니라 실제 신자유주의의 실현의 장으로서 기능한다(최병두, 2011; Etherington and Jones, 2009). 따라서 (포스트) 발전국가론에서 지역을 이해하는 것은 국가의 정치적-경제적 효과가 재현되는 양상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고, 행위자로서 지역이 국가와 자본과는 다른(혹은 유사한) 역할과 입장을 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Doucette and Park, 2018)

예를 들어, Hwang(2016)은 국가 중심 주의로 경도된 발전국가론에 대한 비판을 다중스케일적 관점을 통해 시도하고자 하였다. 그는 동아시아 발전주의 국가 논의에서 지역과 같은 하위 스케일에서 발생하는 불균등한 발전의 실제 조건을 은폐하고, 특정 헤게모니 메커니즘을 구축할 때 대안적이고 탈국가화된 개발 모델에 대한 논의를 차단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발전국가론 속에서의 ‘국가’의 일방적, 단일적 역할의 강조로 인하여 국가 행위를 (자발적 혹은 강제적) 지지하는 지역의 역할이 삭제되었다는 것이다(Park, 2008).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스마트 도시에 대한 논의도 중앙집권적인 국가 프로젝트가 아닌 도시 단위의 개발주의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Joo(2023)의 연구도 그러한 연장선에서 읽힐 수 있다.

셋째, 발전국가를 견인하는 국가와 엘리트의 권력 독점이 사회 전반의 불균형을 야기하는 것을 인정하지만, 어떠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다. 특히 국토계획과 관련하여 ‘국가’의 균형에 대한 입장과 의도를 해석한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다. 공간정책 차원에서 발전주의적 신자유주의를 설명한 최병두(2007, 2011)의 연구가 유일한데, 이 연구에 따르면 발전국가의 공간정책은 경제발전의 목적에 기여하기 위해 개발업자들에게 개발 명분을 제공하는데 중점을 두었다면, 포스트 발전국가에서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시민과 지역의 참여가 증가함에도, 국가 균형 발전과 지역 혁신 체계 구축이라는 이유로 탈규제, 민영화 등을 공간계획의 효과적인 방식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발전국가가 어떠한 모습이든 간에, 지역불균형과 양극화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심화된다(최병두, 2011). 최병두(2011)의 연구가 가지는 학술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연구의 시기적인 이유로 본 연구의 대상이 되는 제 5차 국토종합계획을 포괄하지 못하고, 현 정권의 국토 균형 논의도 비교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갖는다. 일부 연구에서 각 정권별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입장 차이를 비교하였으나 대통령 연설문(유희연, 2023)이나 균형발전정책(강현정・최충익, 2022)만을 초점을 두고 있어 전체적인 국토계획 속의 지역균형 논의를 다루지 않았다. 또한 이러한 연구들은 지역균형에 대한 각 정권의 입장 차이만 확인할 뿐, 지역불균형 상황 전체를 관통하는 ‘국가 주도’의 의도적 불균형성을 설명하지는 못하였다.

결국 포스트 발전국가론을 포함한 발전국가론의 전반에 깔린 논의들은 권력의 형성과 유지를 위한 국가와 자본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유효함에도 불구하고, 국가-자본에 대한 경직된(rigid) 입장 고수, 지역이라는 행위자의 수동성 강조, 불균등성을 보여주는 영토 정책과 재현에 대한 설명 부족이라는 한계를 지적할 수 있다. 따라서 영토의 불균등성을 다루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역의 관계를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국가가 가진 지역에 대한 관념, 동시에 균등 발전에 대한 실천적 행태를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Pike and Tomaney, 2009).

본 연구는 불균등발전 논의에서 발전주의적 국가가 영토적 불균등을 정책적 목표가 아닌 권력의 도구로 활용한다는 주장을 전개하고자 한다. 다시 말하자면, 현재의 국가 영토의 불균등성은 국가의 영토 통치 전략이자 불균등성을 통한 권력의 유지와 강화를 위해 유인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영토적 분업’을 영토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의 정치적 권한 강화라는 목적에서 출발하면, 지방에 부여하는 영토적 기능은 국가 권한의 분산보다는 국가에 대한 종속성을 유지하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공간적 균등화-차별화 과정은 Smith(2008)의 설명에 따르면 시소 작용을 거치며 확장되는 것으로 이해되지만, 실제 국가의 영토 개발 전략은 균형정책의 끊임없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불균등의 지속(혹은 확대)을 묵인하며, 특정 지역의 성장과 국토에 대한 통치력을 강화하기 위해 매우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전개된다.

III. 국토종합계획 속의 ‘균형’발전

본 장에서는 1차에서부터 5차에 이르는 국토종합계획 분석을 통해 ‘균형’ 논의를 살핀다. 이는 국가가 영토의 불균등 발전을 야기한 권역 설정의 오류와 비합리적인 추진방식을 검토하는 과정으로 첫째, 수도권의 제도적 등장 이후 발생한 경계 강화의 오류, 둘째, 비합리적 구분에 따른 비(非)수도권 지역의 경계 설정의 오류, 셋째, 균형발전 이행의 또 다른 주체로서 지방정부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국가 종속적 경계의 오류 등 이상 3가지 측면으로 크게 구분된다.

연구의 분석 대상은 1차부터 여러 회차의 수정 단계를 거쳐 현 5차까지 이르는 국토종합계획과 국가균형발전계획, 관련 선행연구, 법령, 신문기사 등이다. 헌법과 국토기본법에 근거한 최상위 국가계획이자 국가의 장기적인 국토정책 방향과 전략을 선도하는 공간계획인 국토종합계획 및 관련 계획의 검토를 통해 균형발전에 대한 국가의 목표를 확인해보도록 하겠다.

1. 수도권의 제도적 등장과 경계 강화의 오류

수도권은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은 국토이용의 능률화와 균형화를 통한 효율적인 국토관리를 위해 4대강인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유역권을 중심으로 대(大)권역을 구분하고 8개 중(中)권역으로 재구분하였는데, 이중 서울, 경기, 강원도 철원을 포함하는 지역을 수도권으로 명명하였다. 공간 계획상 ‘수도권’이라는 명칭이 최초 등장하는 지점으로 당시 계획에서 특기할만한 점은 크게 2가지다.

첫째, ‘수도권’이라는 용어는 국토이용 불균형의 원인이 아니라 이를 시정하고자 등장한 개념이라는 점이다. 즉, 수도권은 태백권, 충청권, 전주권, 광주권 등과 마찬가지로 권역별 조화된 국토 공간 질서를 확립하고자 도입한 인위적 지역구분으로 그 중 수도권은 적정규모를 넘어 과밀집중을 거듭하고 있는 서울의 도시기능을 분담하기 위한 일정 단위 지역에 해당한다.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서 서술하는 1960-70년대 당시 국토 이용의 문제점은 좁은 국토면적 내 국토 이용이 서울-부산축과 대전-목포간 중앙지대에 인구와 산업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에 있었다. 따라서 국토의 균형적 이용의 측면에서 전 국토를 8개 권역으로 구분하고 산업 및 사회공공시설의 배치 등을 재검토하는데, 수도권 역시 이러한 계획적 행위의 일환으로 다루어졌다.

둘째, 현재 강원도로 분류되는 철원이 수도권에 포함되었다는 부분이다. 서울, 경기, 인천을 포함하는 현행 수도권 정의와 달리 최초의 수도권은 강원도 일부를 포함하는 지역이었고, 이를 설명하는 당시 정부 입장에 따르면 국토 공간의 합리적 이용을 위한 계획 수립의 단위로서 도입한 권역은 행정구역이나 여타의 지역적 인습 등과 무관한 것으로 설명되어 있다(대한민국정부, 1971:112-113).

이처럼 ‘수도권’이 현재의 의미와 권역 경계를 가지게 된 것은 지난 50년간 국토종합계획 시행 과정상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국토 균형발전의 방안으로 등장한 수도권이라는 개념은 역설적으로 국토 불균형 발전의 원인이 되었으며, 불균등 발전을 해소하고자 했던 국가의 노력은 지역 불균형을 가속화시켰다. 즉, 수도권이라는 행정권역의 형성과정에서 국가는 의도적으로 권역의 경계를 만들어 그 세력을 강화하려는 (비)가시적 의도를 실행하여 왔으며, 이는 곧 수도권 중심의 강력한 발전 경로를 형성하는 척도가 되었다.

이러한 주장을 확인하기 위하여 국토종합계획으로 다시 돌아가 보면,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이 지목한 국토 불균형의 원인은 수도권이 아닌 수도 서울에 있었다. 당시 정부는 1970년 수도권 내 인구는 전국 인구의 28.4%라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나 이중 약 62%가 서울에 분포하고, 수도권 내 공업생산액은 동년 기준 전국의 45.2%라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나 서울 및 서울 인접 도시지역에 제반 산업시설이 집중된 양상이며,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시설 등이 수도 서울에 편재하여 인구집중의 유인 요소가 되고 있음을 문제로 지적한다(대한민국정부, 1971:116-117). 반면 과밀한 서울 대비 서울 근교지역 및 농촌지역은 지리적 여건상 집적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개발 적지임에도 개발 이용이 상대적으로 지연되고 있음을 문제로 언급한다(대한민국정부, 1971:116). 이러한 해석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국토불균형이라는 난치병을 야기하는 요주의 대상이나, 문제의 인식이나 증상의 진단은 오로지 서울로 국한시키고 있다는 한계를 가진다.

당시의 국토 문제로서 수도권 정책은 크게 2가지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첫째, 수도권의 외적 분산으로서 권역 간 합리적인 기능 분담이다. 수도권 중심부는 중추관리기능 중 전국적이거나 국제적인 관리기능만을 담당케 하고 기타의 기능은 각 권역 간의 특성을 감안하여 합리적으로 기능을 분담시킨다는 내용이다. 둘째, 수도권의 내적 분산으로서 수도권 내 지역별 기능 분담이다. 수도권이라는 권역 전체가 하나의 복합체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전체를 포괄하는 광역적 개발계획을 수립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첫째, 인구와 산업의 조속한 분산을 위해 서울 광화문을 중심으로 반경 30km밖의 지역에 인천, 수원, 안양, 의정부, 소사, 구리, 덕소, 성남 등 10개의 위성도시개발을 촉진한다. 둘째, 위성도시에 조성한 단지 내 공장건설에 대해서는 지방공업장려법에 의한 조세감면 등의 특별조치를 강구하여 분산공업을 유치한다. 셋째, 권역 내 각 도시를 통근권 내에 들어오도록 서울 지하철 및 교외선 철도를 전철화하는 한편, 도시고속도로 교통망을 정비하여 서울의 생활권화한다 등이다.

전 국토를 대상으로 하는 국토종합개발계획이라고 하나 당시 계획의 우선순위는 수도 서울로, 수도권은 비대해진 서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적 해결책으로 상정되어 국가에 의해 우선적으로 계획 개발된 측면이 있다.9) 다시 말해 불균형 발전을 내포한 1960년대 1,2차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한 이후 제대로 된 공간계획을 마련하지 못하던 시점에서 수도권은 다른 권역에 앞서 구체적인 발전 방향과 내용을 수립하고, 서울이라는 강력한 중심도시 배후지로서 세력권을 형성하기 시작하였다.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 수립 이후 불균형 발전을 시정하고자 하는 각종 정책 추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토 불균형의 문제는 여전히 수도 서울의 몫으로 남아있었다. 1980년 서울의 인구는 8,550천 명으로 전국 인구의 22.3%에 달하였으며(대한민국정부, 1982:8), 국영기업체와 정부출연연구소의 대다수, 대기업체의 90%, 전국 은행의 대출 및 예금액의 65%, 대학 및 대학교의 55%, 전문의의 50%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었다(대한민국정부, 1982:29).

이는 새로운 수도권 정책이 필요하다는 당위로 연결되고, 뒤이어 수립된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은 서울의 인구 및 산업집중을 억제하려는 정책은 서울시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판단하에 수도권정비계획을 통해 서울과 주변을 포함한 대도시권은 종합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합의로 이어졌다. 본격적으로 국가는 수도권을 현행과 같이 개발 정도 및 특성에 따라 정비지역을 차등 구분하고 이러한 조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제정을 통해 법제화된다.10) 아울러 본 법에 의거하여 수도권의 지역 범주는 서울과 경기도 그리고 81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직할시로 승격한 인천시를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됨으로써 수도권의 제도적 경계를 완성하게 되었다.

1982년 12월 당시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르면 수도권은 이전촉진권역, 제한정비권역, 개발유도권역, 자연보전권역, 개발유도권역 등 이상 5개 정비지역으로 구분된다. 이때 이전촉진권역과 개발유도권역은 상보관계로 인구와 산업이 과도하게 집중된 이전촉진권역 내 인구집중유발시설을 인구 및 산업이 상대적으로 과소한 지역인 개발유도권역으로 계획적으로 유치함으로써 수도권 내 확장적 개발을 허용하였다.11)

여기에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 말미에 추진한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은 수도권의 경계를 주변 위성도시뿐만 아니라 신도시라는 새로운 공간 개념과 결합함으로써 수도권의 영역적 확장을 공고히 하는 한편, 서울의 인구집중 억제와 인구의 지방정착 유도라는 당시 계획의 목표(대한민국정부, 1982:16)를 형해화하였다.

주택 200만 호 건설계획은 서민 주거 안정을 목표로 1987년 기준 우리나라 주택 총수의 1/3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으로, 그 중 서울로부터 반경 20-25㎞ 이내 거리에 위치한 경기도 내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부천시 중동 등 5개 지역에 수도권 공급물량 90만 가구의 약 1/3을 차지하는 주택 물량을 계획 조성하여 116만 8천 명의 인구를 수용할 계획을 밝혔고, 이는 1995년 당시 수도권 인구의 5.8%에 해당하는 수치였다(박인권, 2019:252). 서울의 주택난 해소를 위해 등장한 1기 신도시는 급조된 도시라는 오명(최막중, 2003)에도 불구하고, 분당 지역의 경우 ‘천당 위에 분당12)’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매력적인 주거공간으로서 수도권의 입지를 강화하였다.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은 계획적인 수도권 정비를 통한 서울의 과밀해소 및 균형발전 도모를 목표하였으나 수도권 균등화를 통한 확장적 영역 개발을 승인하였고, 대규모 주택건설 등을 통한 수도권 투자 집중으로 인해 수도권과 지방간 기회 격차는 지속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은 균형발전에 대한 국가의 정책의지 미약과 실천력 미흡을 인정하며 국토불균형 문제의 원인을 수도 서울이 아닌 수도권으로 바라보기 시작하였다(대한민국정부, 1992:24-26).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의 서두는 1990년 당시 전 국토의 11.8% 면적의 수도권에 인구 42.7%, 제조업종업원 48.8%, 금융대출 62.9%, 대기업본사 95.9% 등이 집중되어 있음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대한민국정부, 1992:24). 이때부터 국가는 지난 균형발전 개발계획의 성찰에 따라 수도권에 대항할 적극적인 지역개발 중심의 자구책을 선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지방 4대도시의 중추관리기능 특화 육성을 통해 수도권 비대화를 견제하는 방안이다. 국제 무역 및 금융의 부산, 업무・첨단기술・패션산업의 대구, 첨단산업・예술・문화의 광주, 행정・과학연구・첨단산업의 대전으로 도시별 특화 방향을 수립하고 비수도권 거점으로서 중추기능을 담당하도록 설정하였다.

그러나 수도권은 균형발전 실현을 위한 견제의 대상이었음에도 균형정책을 강조할수록 국가공간계획에서의 수도권의 차별성이 도드라져 성장 우위의 대상으로 거듭난다. 국가는 수도권에 국제공항, 금융, 국제회의 등 국제적 기능 보강을 통한 새로운 발전 경로를 제시하는데, 1991년 수도권신공항건설촉진법 제정과 그 결실로서 2001년 개항한 인천국제공항이 그 예다. 당시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속전속결로 진행된 수도권의 국제화는 균형발전 논의를 교묘히 비켜 가며 국가를 대표하는 관문이자 중심으로서 수도권의 위상과 지위를 재정립하였다. 여기에 수도권 인구집중에 따른 제반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시한 내부공간구조 개편과 방사・순환형 고속간선도로망, 전철, 철도 등의 기반시설 확충은 수도권 중심의 기능 확장으로 이어졌고 수도권으로 향하는 인구집중의 연쇄 고리가 여전히 유효함을 입증하였다.

제4차 국토종합계획은 ‘수도권’의 역할을 재설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1999년에 발표된 제4차 국토종합계획은 이제까지의 국토계획과 집행 과정을 다시금 반성하며 획일적인 산업단지 개발정책과 수도권의 규제시책에만 치중한 이전 계획들이 진정한 지방의 육성을 통한 국토균형발전과는 괴리가 있음을 인정한다(대한민국정부, 1999:7). 그리고 균형발전 효과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중앙정부기관의 과감한 지방분산 추진을 공식 언급한다(대한민국정부, 1999:25). 이후 수도 서울의 중추관리기능 집중 해소는 균형발전을 국정과제로 승격시킨 노무현 정부에서 본격화되는데,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의 제정을 비롯하여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추진, 혁신도시 건설을 통한 비수도권 지역발전 거점 육성 등 수도권이 아닌 비수도권 중심의 공간계획을 강조한다. 실제 계획의 외형상으로도 노무현 정부의 제4차 수정계획은 수도권을 상대적으로 비중 있게 다룬 이전계획과 달리 모든 권역을 균등하게 다루는 특성을 가진다.

그러나 당시의 정책적 접근은 행정구역 간 산술적 균형을 위한 중복・분절적 투자의 한계, 수도권을 향한 경직적・물리적 규제에 따른 수도권 글로벌 경쟁력 저하 등의 비판에 봉착하고, 후임으로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수도권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는 제4차 수정계획을 재수립한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는 그간 균형발전 논의가 전제한 한정된 국가 영토에서 벗어나 글로벌 스케일에서의 지역경쟁력을 제고할 광역경제권 형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한다. 수도권은 성장억제의 대상이 아닌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핵심으로 다루어졌는데, 세계 도시의 프레임 속에서 수도권은 경쟁의 대상이 내부가 아닌 외부에 있었기 때문에,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할 수도권의 개발이익은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이처럼 국토의 공간적 균등화를 강조한 노무현 정부와 차별화를 강조한 이명박 정부 간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시소 과정은 광역경제권의 실효성을 향한 비수도권 지방의 반발과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인해 이전의 균형발전 논의로 회귀하는 양상을 보인다. 단, 최근 수립된 제5차 국토종합계획은 수도권 억제나 규제를 통한 지역 격차 완화를 강조하기보다 지역 특성을 살린 상생형 균형발전을 핵심으로 삼는다. 수도권, 지방대도시권, 중소도시권, 농산어촌 각각의 지역이 보유한 자원과 특성에 근거하여 발전을 추구하되, 연대와 협력을 통해 ‘따로 또 같이’ 잘 살기를 강조한다. 이는 새로운 균형발전 패러다임으로서 지방분권을 통한 지역주도적 균형발전정책 대두와 세계경제시장에서의 대도시경쟁력의 중요성을 동시 고려한 결과로, 수도권을 향한 기존의 국가의 하향적 규제 위주 방침이 더이상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여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국토교통부가 2020년에 발표한 혁신도시 성과평가 및 정책지원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중추관리기능 분산을 목적으로 추진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완료에 따른 성과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인구가 역전되는 시점을 당초 2011년에서 [그림 1]과 같이 2019년으로 8년간 지연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자평한다(국토교통부, 2020:76-77). 하지만 이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혁신도시의 실상을 살펴보면 밀집된 수도권 인구를 지역으로 분산시킬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혁신도시 이전이 막바지에 다다른 2017년을 기점으로 대다수 혁신도시에 수도권으로부터 유입되는 인구는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기존 도심 인구를 혁신도시로 이주시키는 인구의 풍선효과로 원도심의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었다.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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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수도권-비수도권 인구집중 현황(1975-2022년간, 단위: 명)

김태환 등(2020)에 따르면 2012~2018년 6년간 행정중심복합도시 20만 8,628명, 혁신도시 18만 2,127명 등 총 39만 755명의 인구가 유입되었는데, 이중 수도권에서 옮겨온 인구는 8만 3,645명(21.4%)에 불과하고 행복도시 유입 인구 중 62.5%, 혁신도시는 76.8%가 주변 지역14)에서 들어왔다. 혁신도시 건설의 취지인 수도권 인구분산 효과보다 원도심 인구를 흡수하는 빨대 효과가 우세한 상황으로 지역 간 불균형 완화라는 본래 계획 목표가 무색하다. 여기에 기존 도심 외곽에 신도시를 형성하고 그 과정에서 신도시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는 등 기존 도심 지역주민과 생활 격차를 초래하면서 지역 내 또 다른 불균형마저 생겨나는 실정이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표 1]과 같이 1,2차 계획기간 동안 수도권은 문제의 지점이 아닌 문제해결의 방안으로 읽힌다. 7-80년대 초기 수도권 정책은 국토불균형 발전을 가중하는 수도권 성장유도전략이었다. 국가는 서울집중완화를 위한 균형적 권역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수도권을 계획적으로 개발하고 관리하였다. 국가공간계획의 주요 행위자로서 국가는 수도권 성장패턴을 형성하였고, 특히 80년대부터 서울의존형에서 벗어나 경기도 중심의 대도시권 성장방식으로 전환하면서(윤철현・손태민, 1998:56), 수도권의 경계를 생성 및 확장, 완성하고 성장을 유도하였다. 이른바 수도권의 경계를 주변 위성도시 등과 결합해 인구와 산업, 교통을 유기적으로 연계・확장하는 과정을 통해 수도권의 발전토대는 구축되었다.

90년대에 이르러 수도권은 국제적 기능이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고 차별화된 우위를 선보이고 1기 신도시는 근대화된 주거의 거점으로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신도시의 등장은 수도권의 경계를 확장시켜 균형개발의 목표와는 반대로 주변 지역을 포섭하는 형태로 불균형의 심화라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2000년대 들어 ‘균형발전’을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수도권 기능의 과감한 분산과 비수도권 성장거점육성 등을 강조한 균형발전정책은 약 20년이 지난 지금 성과를 체감할 수 없는 탁상공론이 되고 말았다(대한민국정부, 2019:19). 결국, 정부가 균형발전의 실패를 인정하고 숱한 정책이 폐기되는 와중에 수도권의 경계는 오히려 공고해졌고 수도권은 유일한 승자로 살아남았다.

표 1.

국토종합계획에서 수도권에 대한 설명

구분 1차 2차 3차 4차 5차
지역 불균형의
원인 지역
서울 서울 수도권 수도권 수도권
기능 및 역할 서울 과밀 해소를 위한
개발 적지
수도권정비를 통한
효율적 이용
국제적 위상 확보
및 내실화
국토 균등화를 위한
억제와 차별화를
위한 특화발전
연대와 협력을 통한
상생발전의 대상
수도권 (경계)
범위
서울, 경기,
강원도 철원
경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좌동 좌동 좌동

2. 비합리적 구분에 따른 비수도권 지역의 경계 설정의 오류

수도권과 달리, 국토종합계획에서 비수도권 지역의 권역 설정은 마치 불균등성을 보여주는 모자이크와 같다. 계획마다 여러 공간 범주로 병합과 분리를 반복하는 비수도권의 경계는 그야말로 영토의 이합집산(離合集散) 표본이다.

먼저,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은 4대권 8중권 17소권으로 영토를 구분한다. 4대권은 우리나라 4대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 구분으로 수자원 개발과 지리적 조건을 감안하여 설정된 권역이다. 8개 중권역은 국토불균형 시정을 위해 구분한 계획권역으로 도 단위 행정구역을 중심으로 설정되어있지만, 반드시 행정도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에는 강원도 철원이 포함되고, 충청권에는 서천군이 제외되었다. 17소권은 8-10개 군(郡)단위가 모여 경제권 형성이 가능한 배후지와 중심도시를 감안한 권역 구분으로 볼 수 있다.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은 기존 권역 구분과 완전히 다른 체계를 선보인다. 지역적 불균형을 시정하고 인구의 지방정착을 유도하고자 도시와 배후 농촌지역을 통합한 일정 단위 지역을 범위로 한 28개 지역생활권을 획정하였다. 생활권은 성격과 규모에 따라 5개의 대도시생활권, 17개의 지방도시생활권, 6개의 농촌도시생활권 등 3개 유형으로 구분한다. 각 생활권은 권역 내 취업기회 확대, 중심도시의 생활편익시설 확충, 생활권 내 접근도 향상 등을 목적으로 1-2개의 성장거점도시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28개 지역생활권의 생명력은 오래가지 않아 5년 후인 1987년 제2차 수정계획이 도입되자, 새로운 대권 중심의 지역경제권으로 변경되었다. 대권 중심의 경제권이란 지방 대도시의 직・간접적 영향권에 속한 지역을 ‘국가계획의 지역화’ 단위로 삼고자 하는 것으로(윤철현・손태민, 1998:53) 강원도와 제주도를 제외한 1-2개 도를 중심으로 권역을 설정하여 수도권, 대전 중심의 중부권, 부산・대구 중심의 동남권, 광주 중심의 서남권이라는 4대 경제권과 특정지역으로 구분하였다.

다시 5년이 경과한 1992년에 수립한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은 대도시권의 확대와 지방자치의 조화 등을 이유로 지역계획권역을 재설정하는 것으로 조정되었다. 도를 기준으로 하되 인접특별시와 직할시를 포함하는 9개 권역으로 설정하여 수도권을 제외한 광역지자체명을 모두 포함하는 방식으로 권역 명칭을 수정하였다.

1999년 발표한 제4차 국토종합계획은 20년으로 계획기간을 늘려 더욱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토계획을 제시하였다.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지역균형개발의 거점형성을 목표로 10대 광역권을 설정하였고, 권역마다 지역경제집적 기반으로서의 특화산업을 배치하였다. 아산만권, 광양만・진주권 등 행정구역에 구애받지 않고 산업입지적 특성 및 기능을 중심으로 한 권역 구분이 특징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집권 이후 국토공간계획 흐름은 급변하여 이를 반영한 2006년 제4차 수정계획이 수립되고 권역은 남해안축, 서해안축, 동해안축으로 구성된 개방형 국토발전축과 더불어 자립형 지방화를 위한 공간 단위로서 행정구역 중심의 7+1 경제권역으로 재편된다. 하지만 이 또한 오래가지 않아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2011년 제4차 수정계획에서 권역은 인구규모, 산업연계성 및 보완성, 역사문화동질성 등을 고려한 5+2광역경제권으로 재설정되었고 특히 글로벌 스케일에서 지방경쟁력을 강조하기 위하여 초광역권 형성을 추진하였다.

제5차 국토종합계획은 개성있는 지역발전과 연대・협력 촉진을 강조하며 기존 권역 구분과 인구 규모, 지역 특성 등에 따라 수도권, 지방대도시권, 중소도시권, 농산어촌 등으로 지역을 구분할 뿐 별도의 권역 범주를 지정하지 않는다. 지방분권과 지역주도성을 강조하는 계획 기조에 따라 지역발전을 위한 지자체 간 연대와 협력의 방향은 경직적・단편적인 권역 경계에 머물기보다 유연하고 다양하다는 입장을 강조한다.

이상의 논의를 토대로 국토종합계획에서 비수도권 경계 설정과 관련하여 크게 2가지 측면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비수도권 권역의 빈번한 수정으로 인한 권역 구분의 불안정성이다(이기석, 1995). 국토종합계획에서 지역을 지정하는 이유는 지역을 상호의존성의 네트워크로 묶어 국토의 효율적 관리와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데 있으나, 국가가 지역을 여러 차례 전면수정 해온 것은 국토가 지역 간 의존관계에 의해서 발전한다는 보편적인 이해가 부재한 결과다.

실제 강원도 철원의 경우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서는 수도권에 포함되었으나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서는 지방도시생활권에, 제2차 수정계획에서는 특정지역에 해당하고, 호남지역의 경우 제4차 국토종합계획에서 전주・군장권, 광주・목포권, 광양만・진주권으로 나눠 다뤄지다가 2006년 제4차 수정계획에서는 전북권과 광주권으로 각각 분리된 경계를 가지고, 2011년 제4차 수정계획에서는 전북・전남을 포함하는 하나의 호남권으로 구분된다.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을 제외하고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서부터 제5차 국토종합계획에 이르기까지 변하지 않는 권역은 수도권이 유일하다.

다시 말해, 수도권은 지역이 하나의 공간체계로 기능할 수 있는 유일한 경계의 공간으로서 지역 간 상호의존 및 상호작용을 통해 누적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국토불균형을 시정하고자 도입한 권역 설정 과정에서 국가가 일으킨 비수도권의 잦은 경계 수정의 결과는 수도권의 외적 경계를 공고히 하고 내적 상호작용을 통한 능률성을 제고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과정이 된 셈이다.

둘째, 비수도권 권역을 구획하는 기준의 비합리성이다.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서부터 제5차 국토종합계획에 이르기까지 수도권 집중에 따른 국토불균형은 국토종합계획 수립의 당위이자 필요에 의해서였다. 이는 곧 국토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하는 장치의 수정 및 변형, 폐기와 연결되고, 실제 비수도권을 구획하는 권역은 불균형 시정을 목표한 지난 계획의 미진한 성과를 자성하며 계획마다 수정과 폐기를 거듭하였던 것과 연관된다(이용우, 2000).

권역은 불균형을 시정하고자 도입된 장치이긴 하나 그 기준 자체가 엄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토의 면밀한 분석과 진단에 따라 지역을 개발해야겠다는 철학 자체가 결여되었다는 비판(윤철현・손태민, 1998:54)을 받을 정도로 국토종합계획에서의 권역 기준은 성글고 거칠다. 주로 전통적인 지형, 행정구역, 도시 인구규모와 지역특성, 산업단지 배치 등을 단일하게 또는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분하는데,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은 등질지역 개념의 전통적인 지형을 중심으로 4대강 유역과 도 단위 행정구역을 권역 설정의 기준으로 삼았지만, 반드시 행정구역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고,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은 도시인구 규모와 지역 특성을, 제2차 수정계획은 지방 대도시의 직간접적 영향권을 강조하였다.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은 도를 기준으로 하되 인접특별시와 직할시를 포함하게끔 권역을 설정한 행정구역 중심이었고, 제4차 국토종합계획은 규모의 경제를 고려한 서로 다른 특화산업을 보유한 10개 산업단지 배치를 권역 설정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후 2006년 4차 수정계획은 광역지자체 행정단위를 중심으로 경제권역 개념을 내세웠고, 2011년 수정계획의 광역경제권은 인구규모, 산업연계성 및 보완성, 역사문화 동질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마지막으로 5차 계획은 별도의 권역을 지정하지는 않고 행정구역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협력체계를 강조한다.

결국 문제는 갈수록 심화되는 국토불균형 현상에 매회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권역 구획이라는 처방을 내리지만, 실제 그 처방이라는 내용 자체는 계획권역 간의 유기적 연계성이 부족하고, 계획 실천을 위한 제도적 정비가 미비할 뿐만 아니라(이용우, 2000) 명확한 논리나 근거, 합당한 연구 절차 등을 통해 계획에서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권역 구분의 폐기가 잦은 이유는 이를 마련할 제대로 된 기준이 애초에 부재함을 방증한다.

여기에 국토종합계획 내 균형에 대한 부정확한 개념과 사회적 합의 부재도 한몫한다.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 및 균형발전 도모라는 계획의 목적 자체가 다분히 선언적이고 규범적인 수준으로만 제시되어 있어 계획의 목표로서 ‘균형’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 이해 자체가 어렵다.15) 이와 관련하여 국가는 제5차 국토종합계획 수립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국토계획에 대한 공론화 과정으로서 국민참여단을 도입하고 계획의 핵심가치를 도출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보편적인 선에 입각한 원칙과 같아 균형에 대한 정의로 받아들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정책 현장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과의 격차 축소’를 균형발전이라 이해하는 경우가 흔하다(차재권, 2017). 예컨대, 지방시대위원회가 제공하는 균형발전종합정보시스템(NABIS)은 균형발전지표에 따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수치적 차이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게끔 지도 및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연평균인구증감률, 재정자립도 3개년 평균, 최근 3개년 사업체수 증감률 등 여러 균형발전지표 수치를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대별하여 나타냄으로써 균형발전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수적 격차 좁히기로 오독할 여지를 남긴다[그림 2]. 심지어 균형발전지표의 수치적 계산의 허점으로 인해 지역 격차가 잘못 파악되는 경우도 있다. 인구십만명당 문화기반시설수, 인구천명당 의료기관병상수 등과 같이 인구당 시설 수를 토대로 한 균형발전지표는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어 불리한 지역의 발전도를 높게 분석하는 경향을 보여(이소영 등, 2020) 지역발전의 실정을 오역하게끔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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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균형발전 종합정보시스템(NABIS)의 균형발전지표

수도권-비수도권을 기준으로 가부를 판단하는 이분법적 균형발전 이해는 비수도권 이권 확보와 연결되어 일종의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수도권 내 인구감소지역을 수도권역에서 제외시키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을 두고 균형발전을 촉구하는 비수도권 소재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도입한 기회발전특구 지정에 수도권 중 인구감소지역 및 일부 접경지역을 포함하게 되자 균형발전을 역행하는 독소조항으로 즉각 삭제되어야 한다는 비수도권 지방의 목소리는 단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16)

국가는 ‘지역균형’을 통해 국가의 정체성과 국가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한다(소진광, 2020:8). 균형 추구를 통해 사회 집단 내부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구성원끼리의 단속을 강화하여 단체나 집단 전체를 안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의 입장에서 균형을 강조하는 것은 일종의 정치적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국가권력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의도적 선택으로서 이를 수행하는 계획 과정에서 확실히 드러난 것은 날로 심화되는 국토불균형 양상을 두고 국가가 비수도권을 향한 보여주기식 정책추진을 통해 지역균형에 대한 원천적 문제를 단순화하고, 권역 재설정을 통한 효율적 영토 운영의 효과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르는 권역 설정의 문제는 중심도시와의 연계성, 접근성과 주변 지역들의 도시성 등을 통해 결정됐다기보다, 경로의존적 효과에 따라 교통권, 문화권, 경제권 등이 임의적으로 중첩된 결과이며, 국가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권역의 규모와 위계도 일관적이지 못한 형태로 변화하였다는 것에 있다[표 2]. 특히 비수도권의 비합리적인 권역 설정은 지역균형발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거나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불필요한 지역 간 경쟁과 유기적 관계를 갖지 않는 지역 간의 충돌을 야기하였다(이양재, 2000).

표 2.

국토종합계획의 권역 구분의 변천

1차 2차 3차 4차 4차 수정(2006) 4차 수정(2011) 5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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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권
(한강유역권,
금강유역권,
낙동강유역권,
영산강유역권)
8중권
(수도권, 태백권,
충청권, 전주권,
대구권, 부산권,
광주권, 제주권)
28개 생활권
대도시생활권 5개
지방도시생활권
17개
농촌도시생활권
6개
9개 지역계획권
(수도권, 강원권,
충청권,
대전・충남권,
전북권,
광주・전남권,
대구・경북권,
부산・경남권,
제주권)
10개 광역권
(아산만권,
전주・군장권,
광주・목포권,
광양만・진주권,
부산・울산・경남권,
대구・포항권,
강원동해안권,
중부내륙권,
대전・청주권,
제주도)
7+1경제권
(수도권, 강원권,
충청권, 전북권,
광주권, 대구권,
부산권, 제주도)
5+2 광역경제권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경권,
동남권, 강원권,
제주권)
행정구역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유연한
협력체계
전통적인 지형
조건을 반영하고
행정구역을
초월하여 권역
설정
도시 인구규모와
지역 특성에
따른 권역 설정
인접한 시도단위
행정구역에 따른
권역 설정
산업단지 배치
중심의 권역 설정
광역단위
행정구역을
중심으로
경제권역 설정
인접한 광역단위
행정구역을
통합한
광역경제권역
설정
-

자료: 대한민국정부 (1971).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72-1981). p115; 대한민국정부 (1981).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82-1991). p22; 대한민국정부 (1992).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92-2001). p147; 대한민국정부 (1999). 제4차 국토종합계획(2000-2020). p24; 대한민국정부 (2006).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2006-2020). p37; 대한민국정부 (2011).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2011-2020). p27; 대한민국정부 (2019).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 p34

3. 균형정책의 지방이양과 종속적 경계의 한계: 지역특화산업의 역설

국토종합계획상 균형발전의 주체는 국가다. 헌법 123조 2항에 따라 국가는 지역 간 균형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지닌다. 국토종합계획의 균형발전은 국토의 불균형발전 시정이라는 당면한 문제의 목표만이 아니라 국가의 의무로 국가와 균형발전은 불가분의 관계다. 균형발전을 위한 계획적 접근의 일환으로서 국토종합계획은 강력한 국가 주도식 정책으로 출발을 하였다. 계획수립의 단일 주체로서 국가는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한다. 이러한 국가의 역할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서 비롯되었다. 시기적으로 1988년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되고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본격 실시되면서 새로운 균형발전의 주체로 지방이 부상한 것과 맞물려 있다.

제도적으로 자치권을 확보한 지방을 중심으로 국토의 공간계획 내용은 재편되기 시작한다. 먼저,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서는 지방의 등장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한다. 국토개발에 대한 지방정부의 역할 증대와 개발 경쟁 분위기 확산을 전망하는 한편, 지역할거주의로 인해 국토개발의 국가적 통합성과 투자의 효율성이 저해될 것을 염려한다. 지방분산형 국토골격의 형성을 강조하고 수도권의 비대화를 견제할 지방 4대도시와 도별 중심도시의 특화육성 방안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것도 이때부터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되었다고 하나 계획수립상 지방의 역할이 크게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었다. 1990년 1월 시작부터 1992년 8월 계획공고 되기까지 약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구체적으로 지역이 언급되는 시점은 계획수립이 중반에 이른 1991년 4월이 처음으로 당시 관계기관 협의를 목적으로 부처와 지자체, 연구기관, 민간단체 등과의 협의 과정이 있었고, 이후 동년 9월 지방에서 공청회가 실시된 것이 전부로 계획수립과정에서 당시 지방의 역할은 미미한 편이었다. 지방의회 및 행정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시기적 한계로 인해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의 수립과정은 국가 주도로 이루어졌다.

1999년 발표된 제4차 국토종합계획은 2006년과 2011년 두 번에 걸친 수정계획이 발표될 만큼 지방과 관련하여 계획 내부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첫째, 이전 계획 대비 지방의 공간계획이 전면화되었다. 시도별 발전방향이 계획의 내용으로 구체화되었고 이로써 국토종합계획의 공간적 단위는 전 국토와 지방으로 구분되는 양상을 보인다. 둘째, 각 지방을 중심으로 한 특화발전전략이 강화되었다. 2006년 4차 수정계획에 따르면 지역혁신체계 구축을 통한 자립적 지역발전 기반 마련을 강조하는데,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비롯하여 공공기관 지방이전, 혁신도시 및 기업도시 건설 추진 등 수도권의 인구 및 중추관리기능 분산을 위한 직접적인 계획을 마련하는 한편, 시도별로 지역특화발전의 특성을 부여하였다. 셋째, 지방을 중심으로 상향식(bottom-up) 계획수립체계가 마련되었다.

이는 가장 특기할만한 지점으로 2006년 발표된 4차 수정계획 발표 이전 2004년 1월 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의거 시・도는 지역의 혁신역량을 강화하고 특성있는 발전추진을 위한 5년 단위 지역혁신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정부는 이를 토대로 국가균형발전계획을 수립하는 ‘상향식 계획체계’를 도입한다. 국가균형발전계획 등장에 따른 계획 환경의 여건 변화로 계획내용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당시 노무현 정부 입장에 따라 재수립된 4차 수정계획은 제1차 국가균형발전계획의 상위계획으로써 계획주체로 제도적 입지를 확보한 지방의 이해를 반영한 결과물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제5차 국토종합계획은 본격적으로 지역주도의 균형발전정책 추진과 자율성 확대를 명시하고 있다. 과거 중앙정부 주도의 균형발전 정책성과의 한계와 반성을 토대로 지역주도적 분권형 균형발전 정책추진을 강조하며, 지역이 주도하고 중앙은 지원하는 자율적・맞춤형 발전전략 중심의 균형발전정책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제시한다.

현행 국토에 관한 계획 및 정책의 수립・시행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는 국토기본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한 공동 주체다. 그러나 과연 지방이 국가와 동등한 위계를 가진 계획 주체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가를 따져보면, 그 관계는 매우 불분명하다. 중앙집권적 균형발전에서 지역주도적 균형발전으로 이르는 제도적 변화는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이에 마땅한 실질적 변화를 지방이 주도하고 있는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지방분권을 강조하면서 분명해진 지방의 공간계획을 살펴보면 비수도권 지방에 대해 정부는 특화발전이라는 선택적・집약적 발전방식을 강조한다. 과거 1차부터 3차까지의 계획이 동남, 중부, 서남부 등 비수도권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지역을 특화해왔다면, 4차 계획부터는 비수도권 지역을 고르게 산업화하되, 지역별 특정 산업 발굴 및 육성을 통해 산업을 특화하는 방식을 취한다. 대표적으로 제1차 국가균형발전계획은 지역혁신발전계획으로서 지역 전략산업을 선정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지역의 자율적 선정결과와 육성의지를 최대한 존중하여 지역마다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여기에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등이 덧붙여져 지역혁신체제가 만들어졌다. 이것이 제5차 국토종합계획까지 이어지는 지방의 지역경쟁력 확보방안의 실체이다.

그러나 2023년 기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 대전환17) 프로젝트의 공간적 특징과 지역특화산업 전략은 목표와 실행에 있어 서로 반대 성격이다. 예를 들어, 산업 대전환의 방향은 지식서비스업과 같은 소프트웨어 경쟁력의 중요성이 커지는 쪽으로 가고 있고, 이는 공간적으로 대도시권의 산업경쟁력과 복합기능의 중요성을 확대한다(김영수, 2022). 다시 말해 현재의 국토종합계획의 방향은 첨단산업 시장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17개 시도로 산업의 나눠먹기식 분산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기술인력이 집중된 초광역적 개방형 혁신공간의 결집에서 해답을 도출하고자 한다.

문제는 전략의 현실적인 추진방식이 수도권에서만 유일하게 실현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그림 3]에서와 같이 2015-2020년간 수도권은 지식서비스업 3대 업종 고용 순증가의 80.4%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산업경쟁력을 가지고 있고(김영수, 2022), 2010년-2020년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GRDP 격차는 갈수록 커져 지역불균형은 심화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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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지식서비스업 3대 업종 종사자 시도별 증감(2015-2020년간, 단위: 명)

수도권 일극주의에 대항하여 비수도권의 지역경쟁력 확보를 위한 특화발전전략은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구조재편에 동승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2021년부터 국가는 초광역권 형성을 통한 산업지원전략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효과 역시 미미하다.18) 역설적으로 지역균형성장의 핵심인 특화발전전략은 비수도권 지역의 다양성을 박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균형발전이라는 상위 목표의 하위 전략으로서 특화발전은 각 지역에 특정 산업만의 발전만을 유도할 따름이다.

예컨대, 울산광역시의 주력산업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의 제조업 중심의 기간산업으로 지역 주력산업의 고도화 및 에너지 분야 혁신기반구축 등은 국토종합계획 내 시도별 발전방향에서 지속 강조해 온 지점이다. 그러나 특정 산업을 향한 집중은 다양한 일자리 기회를 원하는 지역주민에게 지역 유출의 계기를 불러일으킨다. 노동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입지, 지리적 이격 등 공간구조적인 제약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간적 미스매치에 의한 실업(spatial mismatch unemployment)은 단순히 일자리를 확충하는 방법으로는 개선되기 어렵고 공간구조적인 대안을 필요로 할 만큼 난제에 속한다는 점(남기찬 등, 2020)에서 쉬이 여길 일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산업구조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IT, 바이오, 콘텐츠 등 고부가가치산업을 형성하며 혁신 인재를 끌어당기고 있는 가운데 산업구조 변화에 부합하는 수도권은 통째로 발전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비수도권은 각개전투 중인 상황이다(마강래, 2023). 즉, 수도권은 도시로 회귀하는 산업구조의 특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신도시 개발과 광역교통망 확대로 수도권 집적의 불경제를 해소하고 세력을 확산하는 반면, 지방은 경로의존적인 발전 프레임에 갇혀 새로운 산업구조와 엇박자로 가고 있다.

심지어 최근 지방의 뜨거운 감자는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에 따른 유치 경쟁으로19) 지역주도적 지역발전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확충되었음에도 여전히 국가와의 종속적 관계 속에서 지역의 발전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4차 계획에서부터 최근 5차 계획에 이르기까지 국토종합계획 내 지역의 발전 방향을 열거해보면 [표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다수 지역이 각자의 경계 속에서 ‘중심’, ‘수도’, ‘리더’, ‘선도’ 등을 주창한다. 지역경쟁의 우위를 확보하고 이를 과시하고자 하는 지역의 처지를 반영한 구호이나 한 영토 안에서 저마다 중심을 외치는 상황은 여러모로 역설적이다.

지방분권이 강조됨에 따라 지방은 명시적으로 지역발전의 주체로 자리매김하는 양상이나 실제 지역이 주도할 균형발전 운신의 폭은 좁다.20) 전략산업 명목으로 부여받은 지역 산업구조의 경직성은 지역산업의 유연성 확보 기회를 박탈하고 국토불균형을 부추기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연구에서 불균형 해소의 방안으로 지역특화 산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지만, 특화산업이 불균형 해소를 해결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국가 종속적인 지역의 권한 설계와 지역특화산업 발전전략에 대한 굳건한 신뢰가 국토균형발전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는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표 3.

국토종합개발계획 내 지역발전방향

구분 제4차 국토종합계획 제4차 수정계획(2006) 제5차 국토종합계획
서울 새천년의 세계도시 세계일류도시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는 지속가능한 쾌적도시
부산 환태평양권 국제 해양・물류도시 해양・물류 중심도시 시민이 행복한 동북아 해양수도
대구 국제 섬유패션산업 메카 과학기술・문화・교육 혁신도시 시민과 함께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스마트 리더
인천 동북아권 국제정보・교류도시 물류중심・경제자유도시 시민이 만드는 글로벌 플랫폼도시
광주 첨단산업・문화예술 중심도시 첨단과학・광산업・문화중심도시 문화와 첨단이 어우러진 포용도시, 광주다운 도시
대전 과학기술중추도시 과학기술중추도시 혁신성장 주도의 4차 산업혁명특별시
울산 자동차 및 21세기 신산업 도시 자동차・첨단지식기반 산업도시 에너지 혁신을 선도하는 첨단도시
세종 - - 균형발전을 선도하는 시민주권 특별자치시
경기 지식산업 중심지역 지식산업 중심지역 도민의 꿈을 실현하는 통합된 경제・생활권
강원 환동해권 관광・휴양산업 전진기지 생명건강 중심지역 평화와 번영, 동북아 중심지대
충북 내륙 신산업 중심지역 바이오산업 중심지역 포용과 혁신을 선도하는 강호축의 중심
충남 역사문화・임해산업・황해권
교류 중심지역
국가행정의 새로운 중심지역 환황해권 시대를 여는 포용적이고 더
행복한 복지수도
전북 환황해권 생산・물류 전진기지 신산업 생산 및 물류 중심지역 사람이 모이는 농생명・신재생 융복합 신산업의 중심
전남 국제교역・해양관광 중심지역 물류・관광・미래산업 중심지역 남해안시대를 선도하는 미래형 신산업 및
글로벌 섬・해양관광 중심지
경북 환동해권 첨단산업・문화 중심지역 첨단산업・문화 중심지역 동북아 신경제거점, 스마트산업의 중심지
경남 첨단기계산업・문화관광 선도지역 지식기반 첨단산업 선도지역 다함께 행복한 경남-대륙과 해양을 잇는
스마트산업 허브
제주 국제자유도시 국제자유도시 청정과 공존의 스마트 국제자유도시

자료: 4차 국토종합계획(1999), 시도별 발전방향, p.93-141; 4차 수정계획(2006) 권역별・시도별 발전방향, p.149-220; 5차 국토종합계획(2019), 지역별 발전방향, p.117-245.

IV. 균형발전은 실현가능한 목표인가

1960년대부터 시작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1970년대의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 따라 한국 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성장 속도만큼 지역 간 발전격차도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1982년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부터 정부는 전국을 고르게 발전시키기 위한 ‘균형 발전 정책’을 시작하였고, 이는 이후 정부가 추진했던 국토 개발 정책의 중요한 정책 지향점이 되었다. 제5차 국토종합계획은 지방정부가 제안하는 광역개발사업을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의 균형발전 정책이 추진된다. 2040년까지 ‘국가 주도’의 성장과 개발 중심에서 탈피해 중앙과 지역이 함께 연대하고 협력하면서 유연하고 스마트한 국토를 조성하기로 계획하였다(대한민국정부, 2019).

차수별로 계획된 균형개발의 목표는 국내외적 맥락과 균형에 대한 국가와 지역의 고른 성장에 대한 염원을 반영한 것이었다. 따라서 그동안의 지역균형발전은 국토의 균등성이라는 합리적인 논리 안에서 당연시 여겨져 왔다. 균형에 대한 의무와 시행이 국가에게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국토계획부터 예산 배분과 사업 추진에 이르는 모든 영역을 국가가 지휘하였다. 그러나 50년 이상이 경과한 지금까지 지역균형은 실현되지 않았고,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불균형은 어떤 정책으로도 시정되지 못한 채 해결해야 할 문제로만 남겨져 있다.

왜 이러한 상황은 지속되는가? 본 연구는 발전국가론을 비롯한 포스트 발전국가 논의에서 불균등성에 대한 해석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불균등 발전이 국가의 권력 강화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렇다면, 불균등 발전의 지속에 대한 두 가지 측면의 답변이 가능하다. 첫째, 지방의 불균등성은 어떻게 발현되는가? 경쟁 유도를 통해 국가와의 위계 관계를 심화시키고, 타 지역을 견제하는 형태로 불균등성을 합리화시킨다. 둘째, 왜 국가는 불균등 발전을 유도하는가? 권력 유지와 더불어 효율적 성장이라는 명분을 통한 착취적 발전 방식 지속을 성취하기 위함이다. 여기서 균형은 정치적 수사로서 권력 바깥의 지역에 대한 정치력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되는 은유이다. 무엇보다도 본 연구가 강조하고자 한 것은 불균등 발전의 주요 행위자로 국가 혹은 지역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라거나 불균등의 원인이 국가와 지역의 관계로 인한 결과라기보다는 불균등 발전이 국가에 의해 의도된 것이라는 점이다(Cox, 2022).

사례 연구로서 다룬 국토종합계획의 분석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이, 국가는 균형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수도권을 계획적으로 육성하였고, 비수도권 지역은 단기간 여러 차례 경계 설정의 수정과 폐기를 거듭하며 계획 실패라는 단죄의 대상이 되어왔다. 최근에는 국가주도의 분산형 균형발전에서 벗어나 지역주도의 분권형 균형발전을 강조하는 추세이나 지역은 이미 짜여진 국가의 영토적 계획에 종속되어 더는 새로운 것 없는 경계 안에서 국가의 영토전략만을 답습하는 양상이다. 근원적인 문제는 본 연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수도권 집중 정책의 지속, 비수도권 권역 설정의 부적절함뿐만 아니라 균형을 성취하고자 하는 계획 과정의 비합리성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국토종합계획의 목표이자 목적인 균형발전에 대한 올바른 가치 평가와 알맞은 정의(定義)의 부재와 연관되어 있다.

최근 균형발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과 관련하여 프랑스는 새로운 실험을 추진 중이다. 한국처럼 강력한 중앙집권적 전통 아래 ‘파리와 프랑스 사막’이라는 문제 인식을 토대로 1980년대 초반부터 국토균형발전을 본격 추진 중인 프랑스의 균형발전 가치는 균등에서 지역 간 평등으로, 이는 다시 지역결속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하는 추세다. 여기서 말하는 결속이란 행정구역 통합이나 시스템 자체의 변화가 아니라 지역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불평등을 수정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이다(김수진 등, 2022). 그리고 연대의 관점에서 국토개발 및 계획, 지역간 연대, 도시계획 및 주택정책 등을 추진하여 영토의 통합을 개선하고 지역간 협력을 촉진하는 것이다(김은경・문미성, 2022). 국가 주도의 분산과 국토 정비, 기회 평등의 관점에서의 공공서비스 제공 등 기존 균형발전의 가치로서 균등과 평등이 내재한 물리적・단편적・산술적 전제에서 벗어나 결속은 균형이라는 개념 자체가 차이의 부정과 등치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의 한계로서 국토종합계획을 비롯한 균형발전 정책 및 사업 속에서 균형에 대한 국가의 입장을 추려내어 국가의 불균등 발전에 대한 의도성을 완벽히 분리해내었다고 자신할 수 없다. 또한 국토종합계획의 내용을 결정하고 논의하는 과정에 참여, 평가하거나 그와 관련된 관계자의 의견을 담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맥락을 포함했다고 볼 수 없으며, 문헌조사 중심의 논의는 정황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진다.

그러나 그동안의 연구가 국토의 불균형에 대해 비판하거나 불균형 상태를 지표나 정책 검토를 통해 확인했을 뿐, 불균등 발전에 대한 원인과 그것으로 인한 불균등성의 강화가 어떻게 국토계획 안에 반영되었는지 살피지 못하였기 때문에 본 연구가 조금 다른 관점을 제공하였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자 한다. 향후 연구에서는 국토종합계획을 둘러싼 의사결정 과정, 정책 결정자들의 의견을 담을 수 있는 현장 연구를 통해 본 연구의 주장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하겠다.

Acknowledgements

본 논문은 2021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21S1A5C2A03088606)

[3] 1) 김포, 구리, 광명, 고양 하남 메가 서울 편입, 총선 승부수, 뉴스원 2023년 10월 31일 기사

[4] 2) 2020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인한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설치와 연관된 초광역권 협력 프로젝트를 지칭하는 복수 거점의 기능적 연계로서 메가시티 지역(Mega-city region)과 인구 1000만 이상의 글로벌 경제의 결절지로서의 거대 도시를 뜻하는 메가시티가 미디어와 각종 매체에서 동일하게 ‘메가시티’로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개념적 차이뿐만 아니라 정책적 목표와 전략에서 두 개념은 상이하므로 이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며, 본 연구는 후자의 개념에서 접근하였다.

[5] 3) 2009년에는 광역경제권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따라 많은 지역들이 행정구역 통합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성남, 광주, 하남 통합시를 비롯하여, 부산, 울산, 경남 등의 메가시티 리전으로 전환은 난항을 겪다가 무산되었다.

[6] 4) ‘메가 서울’ 구상에… 김포・구리・하남 시민 과반이 찬성, 문화일보 2023년 12월 4일 기사

[7] 5) 국토종합개발계획은 제4차 계획부터 국토종합계획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본 연구는 차수를 명시하는 경우는 계획 본래의 명칭에 따라 국토종합개발계획과 국토종합계획을 혼용하되(3차까지는 국토종합개발계획, 4차 이후는 국토종합계획), 별도의 차수없이 계획 자체를 언급하는 경우는 국토종합계획으로 표기하였다. 단, 차수별 수정계획은 차수와 함께 수정계획으로 기재한다.

[8] 6) 미래의 지역균형정책은 균형에 대한 관점의 재검토와 함께, 동일한 내용과 방식의 균등성이 아닌 불균등성의 이익을 다른 형태로 전환하여 지역의 장점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변경되어야 한다는 연구들이 등장하였다. 오수미 등(2022)는 시스템 다이내믹스를 활용하여 불균형 성장의 관점에서 접근할 때, 오히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줄어들고, 비수도권 인구 및 인프라 여건이 완화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정책 효과는 중추관리기능의 분산과 신산업특화수도, 분권형 시도통합 정책을 동반할 때 실현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임형백(2013) 역시, 공간의 자기 강화적 매커니즘에 의해 절대적인 지역균형발전은 성취되기 어렵고, 오히려 불균등 발전의 이익을 취하면서 그것의 폐해를 최소화하는 접근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지역이 같은 방식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성장 효과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도입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9] 7) 해당 저서에서 발전국가는 다음의 4가지의 특징을 갖는 것으로 설명된다. 첫째, '소규모의, 비용 지출이 크지 않으면서도, 최고의 관리 재능으로 구성된 엘리트 국가 관료제의 존재' 둘째, '관료제에 주도권을 쥐고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충분한 범위가 주어지는 정치 체제'; 셋째, '경제에 대한 국가 개입의 시장 순응 방법의 완성'; 넷째, 계획, 에너지 부문, 국내 생산, 국제 무역, 금융 및 정부 기금에 대한 영향력을 통해 산업 정책을 통제하는 '파일럿 조직'이 이에 해당된다. 주장의 핵심은 사유재산과 시장에 전념하는 발전국가가 경제에 개입하여 경제 발전을 이끌고 촉진했다는 것에 있다(Stubbs, 2009).

[10] 8) '불균등발전'에 대한 이론적 정립과 논쟁(Brenner, 2019)은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의 산물로, 처음에는 자본의 자본 순환에 대한 마르크스의 기초적인 설명에서 파생되었고, 레닌, 룩셈부르크, 트로츠키와 같은 좌파의 주요 사상가들의 작업으로 보완되었으며(Harvey, 1982), 지리학자들의 주요 개입을 통해 공간적 분업, 산업 구조조정, 도시화 및 지역화 패턴,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논의 등으로 확장되었다(Peck et al., 2023).

[11] 9) 수도권 개발계획은 이를 서술하는 분량과 내용에 있어서 비수도권에 해당하는 타 권역 개발계획에 비해 훨씬 자세하다. 단순히 계획의 분량만 보더라도 수도권개발계획은 수도권정비구상도면을 포함해 총 8페이지에 여러 방면의 개발 방향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으나, 타 권역의 내용은 1페이지 또는 1/2페이지에 불과하고 계획의 수준 역시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12] 10)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서는 수도권을 정비촉진지역, 개발억제지역, 개발유도지역, 자원보호지역, 개발유보지역 이상 5대 정비지역으로 구분하나 1982년 12월에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에서는 이전촉진권역(인구 및 산업이 과도하게 집중되었거나 집중될 우려가 있어 그 정비가 필요한 지역), 제한정비권역(이전촉진권역의 주변지역으로서 인구 및 산업의 유입이 급격히 증가하거나 증가할 우려가 있어 그 조정이 필요한 지역), 개발유도권역(인구 및 산업이 상대적으로 과소한 지역으로서 이전촉진권역으로부터의 인구 및 산업의 계획적인 유치로 그 개발의 유도가 필요한 지역), 자연보전권역(자연자원의 보전과 녹지공간의 확보가 필요한 지역), 개발유보권역(도시화의 억제와 개발의 유보가 필요한 지역)으로 권역을 지정한다. 이후 1994년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전부 개정되어 현재와 같은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 이상 3대 권역으로 구분된다.

[13] 11) 제한정비권역도 가능하나 이전촉진지역으로부터 당해권역으로의 기존시설 이전의 경우만 가능하고 인구집중유발시설의 신설은 불가하다.

[14] 12) 당시 신문기사에도 신도시의 부동산 시장에 대해 이러한 은유를 사용하고 있었다. '쇼핑환경이 좋아 천당 밑에 분당으로 불리던 분당상권이 우후죽순처럼 신설되는 쇼핑몰 덕분에 천당 옆으로 한 단계 격상했다.’(분당은 쇼핑천당, 조선일보 1999년 4월 9일 기사)

[15] 13) 행복・혁신도시 ‘수도권 이주민’ 6년간 8만명...인근 원도심만 텅 터어 비었다, 서울신문, 2020년 7월 27일 기사; 혁신도시 구도심 공동화 현상 주범, 새전북신문, 2020년 10월 6일 기사; ‘지역 혁신’없는 ‘혁신도시’…‘구도심 공동화’만 불러 KBS뉴스, 2020년 12월 28일 기사 등 참조

[16] 14) 여기서 주변지역이라 함은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경우 충청권, 혁신도시의 경우에는 관할시도를 의미한다.

[17] 15) 전상인(2023)은 서구와 달리 한국의 도시계획학은 독보적인 스칼러십(scholarship)을 확보하기보다 정책연구나 용역 학문으로 경도되고 내용적 측면에서도 공학・기술 분야가 압도하면서는 막상 도시계획의 가치에 대해 너무나 ‘순진하고(naive)’, ‘거룩한(holy)’ 목소리를 내세운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는데, 국토종합계획도 이와 연장선에 있다.

[18] 16) '기회발전특구' 지정법 8부 능선 넘었다, 충북일보, 2023년 3월 22일 기사; 경기도 “‘기회발전특구’ 비수도권과 차별 없애 달라”, 더팩트, 2023년 12월 18일 기사 등 참조

[19] 17) 정부는 2000년대 들어 주력산업 및 생산구조 고착화, 경쟁국 추격 등 '잃어버린 20년'에 빠진 국내 산업을 다시 부흥시키기 위한 전략 마련에 착수하였다. 투자, 인력, 생산성, 기업환경, 글로벌 전략, 신(新)비즈니스를 망라한 산업대전환 전략을 마련한다. 이를 바탕으로 산업 선도국으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20] 18) 비수도권 최초의 메가시티로서 주목을 받았던 부울경 특별연합이 22년 4월 첫 등장하였지만 정치적 논리와 지자체 간 입장 차이로 인해 1년 2개월만인 23년 2월 완전 폐기되었고, 17개 시도 중 연구원을 통합하여 운영한 광주・전남, 대구・경북 모두 2023년 지역특화된 단독 연구기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분리 신설된 상태다. 초광역권에 대한 정책적 기대에도 불구하고 행정구역을 경계로 한 지역의 이해는 공고해져 가는 양상이다.

[21] 19) 충남도, 지방시대위에 조속한 2차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 건의, 연합뉴스, 2024년 1월 26일 기사; 2차 공공기관 이전 논의 서둘러야, 전라일보, 2024년 2월 4일 기사;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이전 추진 ‘불투명’...‘희망고문’ 그치나, 남도일보, 2024년 1월 31일 기사 등 참조

[22] 20)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은 함께 할 수 있나, 프레시안 2022년 9월 16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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