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국토지리학회지. 31 December 2025. 367-375
https://doi.org/10.22905/kaopqj.2025.59.4.6

ABSTRACT


MAIN

  • I. 서론

  • II. 쾌적성 논의의 비교: 클라크(Clark) 모형의 맥락으로서 미국의 교외 도시

  • III. 아파트로 주로 형성된 한국의 신도시들

  • IV. 한국 도시 쾌적성의 맥락: 학원과 마트

  • V. 한국 도시 쾌적성의 특성: 공간적 범위와 지역적 분포

  • VI. 결론 및 함의

I. 서론

이 연구는 논의의 출발점으로서 테리 클라크(Terry Clark)의 도시 쾌적성 모형을 고찰한다. 이 도시 쾌적성 논의는 “무엇이 지역발전을 불러일으키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고 있다(Clark, 2003). 여기에서 도시 쾌적성과 지역의 경제적 발전 사이의 인과관계가 매우 흥미롭게 제시되고 있는데(Smith, 1978; Knapp and Gravest, 1989; Gottlieb, 1994; Clark et al., 2002), 그 핵심은 도시 쾌적성이 인적자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가장 극적인 사례가 ‘해변으로 서핑 하러 갔다가 정착하는 경우’이다(Clark, 2003, 108). “샐리(Sally)와 같은 경우가 갈수록 중요해진다. 서핑을 하러 샌디에이고에 온 사람이다. 1년을 지내고 났는데, 엄마가 돈을 더 이상 보내주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야채버거 노점을 연다. 그녀의 개인적인 움직임이 먼저이며, 그리고 직장이다.” 그래서 클라크는 이러한 인과관계를 시각화한 다음과 같은 모형을 제시하고 있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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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도시 쾌적성 이론에서의 도시발전 모형
출처: Clark(2003, 106)

이 연구는 클라크(Terry Clark)가 제시한 도시 쾌적성 모형을 논의와 분석의 준거로 삼았다(김준우・안영진, 2024). 그리고 이 연구는 한국의 도시 쾌적성의 특성에 대한 탐색적인 설명을 수행하였다. 여기서 이 연구는 연구방법으로서 관계 전문가들의 표적집단(focus group) 설문을 진행하였는데, 2021년에서 2023년까지 이루어진 조사에서 설문에 응답한 8명의 표적집단은 지리학과 지역개발정책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이 연구는 한국의 도시 쾌적성이 클라크(Clark) 모형의 기반이 된 미국의 경우와 동일한 맥락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구체적으로는 클라크의 논문에 나오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샌디에이고(San Diego) 해변을 즐기는 미국인의 일상공간에 해당하는 장소가 한국에서는 어떤 곳인지를 살펴보는 맥락적인 이해를 추구하였다.

이러한 맥락적인 이해는 한국에서의 도시 쾌적성을 있는 그대로 유효하게 설명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연구는 다른 맥락에서 나온 이론적 분석 틀을 한국의 현실에 적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이전 연구의 한계를 나름대로 극복해 보고자 하였다(황기원, 1996; 권용우 등, 2001; 이우성 등, 2007; 조희선 등, 2013; 이재준 등, 2010; 최유진, 2017; 손호중, 2018; 권규상, 2021). 따라서 이와 같은 맥락에 대한 비교 분석이 이 논문의 내용 부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연구는 전문가 집단에 대한 설문을 통해 이러한 맥락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연구는 이러한 맥락의 틀을 가지고서 한국 도시 쾌적성의 공간적 범위와 지역적인 분포를 조사하여 도시 쾌적성 논의를 전개하였다.

II. 쾌적성 논의의 비교: 클라크(Clark) 모형의 맥락으로서 미국의 교외 도시

쾌적성 논의를 전개하기 위해 우리가 우선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클라크(Clark) 모형의 맥락이 미국의 도시화 과정 전체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도시화 과정 전체는 여기서 다루기에 너무나도 광범위한 주제이다. 더군다나 미국인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곳의 도시 쾌적성을 논의할 경우, 미국 대도시의 도심은 무시해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의 사람들만이 거주하고 있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미국의 교외화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는 미국의 교외를 두 가지의 역사적 유형으로 살펴볼 수 있는데, 그 하나가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의 이른바 ‘전차 교외’(streetcar suburb) 시기이다. 그 다른 하나가 ‘자동차 교외’(automotive suburb)의 시기로, 이는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길험과 맥클린(Gillham and MacLean, 2002)은 1920년대를 미국 자동차 교외의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교외의 시작점은 물론 1930년대로도 논의되고 있다. 대량생산 자동차의 대명사인 ‘T형 모델’(Model T)의 생산을 살펴보면, 우리는 이렇게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이 ‘T형 모델’은 1908년에서 1927년까지 생산되었다.

자동차 이외에도 미국의 자동차 교외를 가능하게 한 요인이 있었다. 미국 정부의 장기 주택금융 지원, 합판 및 석고보드로 대표되는 건축기술의 발달, 그리고 고속 도로망 구축 등이었다. 미국 장기 주택금융은 1934년 ‘국가주택법’(National Housing Act)에 기초하였다. 또한 미국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가는 1944년에 이른바 ‘제대군인 원호법’(Servicemen’s Readjustment Act)의 입법이 있었다. 이 법안에 따라 미국에서는 전쟁에서 돌아오는 참전 용사들이 구입하는 주택, 농장, 사업체 등에 대한 대출을 정부가 보증해 주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조치는 교외에 지어지는 주택의 소유를 매우 용이하게 하였다. 그리고 이 시기에 합판과 석고보드로 대표되는 건축기술의 발달도 중요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는 교외 주택의 대량생산이 가능하였다. 우리는 뉴욕 교외에 있는 레빗타운(Levittown)의 경우를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1950년대부터 고속도로의 본격적인 건설은 전통적인 도심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집에서 거주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고속도로의 건설은 또한 트럭 운송이 가능한 교외를 의미하였다. 이는 직장의 교외 이전을 부추겼다. 미국에서는 1963년에 절반 이상의 산업 일자리가 도시 교외지역에 입지하였으며, 1981년에는 그 비중이 3분의 2로 늘어나기도 했다(Gillham and MacLean, 2002, 39).

미국에서는 1950년 이후 수많은 기업체와 회사들도 대도시의 도심으로부터 교외로 옮겨가기 시작하였다. 예컨대, 크래프트(Kraft)의 합병으로도 유명한 종합식품업체 제너럴 푸드(General Foods)가 1954년 뉴욕 맨해튼에서 뉴욕 교외로 본사를 옮겼다. 석유회사 텍사코(Texaco), 걸프 오일(Gulf Oil), 아이비엠(IBM), 복사기 회사인 제록스(Xerox) 등의 수많은 회사가 교외로 이전하였다(Gillham and MacLean, 2002, 41).

미국에서 단조롭고 고립되고 또한 배타적인 교외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다. 원활하고 효율적인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서양 도시의 전통적인 바둑판 모양 도로는 미국 교외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교외의 도로 풍경은 주택단지에서의 ‘막다른길’(cul- de-sac)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주거용으로만 단일하게 나오는 토지용도가 기본이었다. 지자체에서 건축조례를 통해 단독주택만을 짓도록 한 것이었다. ‘배타적 용도지역제’(exclusionary zoning)의 동의어가 미국의 교외이었다. 경제적으로 빈곤한 계층들이 많이 거주하는 연립주택이나 아파트가 들어서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 교외 거주민 자신들의 주택자산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단독주택만을 허용하는 ‘최소대지’(minimum lot sizes)의 요건도 많은 교외에서 채택되었다.

미국의 토지이용 용도지역제(zoning)의 역사는 이러한 배타성을 명확히 증명해 준다(Fischel, 2004). ‘전차 교외’의 시기에는 단독주택만을 허용하는 규제가 별 필요가 없었다. 전차역 부근에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었고, 이러한 아파트에 차를 소유할 수 없는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였다. 중산층은 정차역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거주할 수 있었다. 전차의 수송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소매상 정도나 전차역 주변에 위치하고, 공장이나 대형 상업시설은 도시에 머물러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고속도로 건설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이러한 단조롭고 배타적 ‘자동차 교외’가 미국인 주거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 연구는 미국의 교외도시 쾌적성에 대해 ‘잔디’와 ‘쇼핑몰’이라는 비유를 제시하고자 한다. 동네의 집집마다 관리되는 잔디밭과 자가 자동차로 즐길 수 있는 주변 대형 쇼핑몰과 같은 소비시설들이 바로 그것이다. 우(Wu, 2006, 528)가 설명하는 미국 교외의 매력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직관적이기도 하다. 즉, “이러한 감정에 북받치는 교외확산에 대한 비난과는 달리, 일부 경제학자는 이 현상이 질서정연한 시장 작동의 결과물이라고 반박한다. 도시와 농촌 간의 토지이용을 이러한 시장이 분배하는 것이다. ... 중략 ... 큰 집, 넓은 앞마당, 편의시설, 쇼핑몰이 주는 편의성, 그리고 다른 교외확산과 관련된 현상을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서술한 미국의 교외라는 클라크(T. Clark) 모형의 맥락은 한국의 경우와는 너무나도 다르고 큰 차이점이 존재한다. 이 논고는 바로 이 점에서 논의를 새롭게 시작하고자 한다.

III. 아파트로 주로 형성된 한국의 신도시들

미국의 교외 확장 및 확산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도시성장에서 두드러지게 진행되고 있는 압도적인 사회적, 지리적 현상의 하나는 주로 아파트로 이루어진 신도시의 확산이다(김준우・안영진, 2017). 푸른 잔디와 쇼핑몰로 대변되는 미국의 도시 쾌적성의 맥락이 한국에서는 ‘아파트’와 ‘회색도시’로 전유될 수 있다. 이러한 아파트와 회색도시라는 비유는 더 정확하게 말하면, ‘기존 도심에서 교외로 확장되는 아파트 신도시’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 신도시와 관련한 도시화는 대체로 1960년대부터 10년 단위로 서술하거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요 신도시 개발추진 단계별로 나열하며 설명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김형선(2008)은 이러한 두 가지 방식을 결합하고 있다. 즉, 1960년대의 서울 인구집중 해결책으로의 빈곤층 이주정착지 광주대단지 개발, 1970년대의 계획적 신도시 개발(노동자 주택단지, 과천 신도시), 1980년대의 도시 내 신도시(개포, 고덕, 목동, 상계 등) 개발, 1990년대의 1기 신도시(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개발, 2000년대의 2기 신도시(화성 동탄, 판교, 김포, 파주, 광교) 개발 등이 진행되어 왔다. 여기에서 말하는 도시화는 주로 아파트의 건설이며, 또한 기존 도심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도시의 경계를 넘어서는 경우에도 공간적 확장이 비교적 연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따라서 신도시 개발은 ‘기존 도심에서 교외로 확장되는 아파트 신도시’화로 특징 지워진다.

우리의 신도시 개발은 미국의 맥락과 비교하면, 두 가지의 측면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여준다. 그 첫 번째로는 신도시가 교외로 확장이 되는 경우에도 도시는 주로 아파트로 구성이 된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는 도시의 공간적 개발이 비교적 연속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에서처럼 ‘자동차 교외’의 출현으로 인해 기존 도심과는 물리적으로 상당히 떨어져 있는 곳에 주택단지가 개발되는 이른바 ‘건너뛰기’(leapfrogging) 현상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건너뛰기 현상을 간접적으로 증명해 주는 것이 통근시간이라는 요인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2003~2011년 사이의 기간 동안 미국의 18~64세 인구의 통근 시간은 평균 2.8시간에서 3.2시간으로 증가하였다(Pew Research Center, 2013, 8).

물론 여기에서도 예외가 존재한다. 한국에서도 단독주택 교외가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미국에서처럼 압도적인 현상은 아니다. 그리고 또한 ‘건너뛰기’식 개발도 나타나고 있다. 설령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고 가정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정책 실패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이른바 ‘혁신도시’의 개발 사업이다. 한국전력이 입주한 나주 신도시가 하나의 사례이다. 광주광역시 경계를 벗어나기 이전부터 시작된 녹지는 혁신도시 인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IV. 한국 도시 쾌적성의 맥락: 학원과 마트

우리는 ‘기존 도심에서 교외로 확장되는 아파트 신도시’ 현상을 맥락으로서 한국 도시 쾌적성의 틀을 규정한다고 고찰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전문가 집단 설문조사의 결과를 여기서부터 체계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우리는 설문조사에서 한국 도시 쾌적성의 맥락적 차원을 물어보는 질문을 던졌다. 즉, “서구 이론에는 ‘도시 쾌적성’(urban amenity)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우리가 한국 현실에서 느끼는 ‘주거환경’과 서구 이론에서 말하는 ‘도시 쾌적성’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하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의 답변에서 한국의 도시 쾌적성이 클라크(Clark) 모형과는 다른 맥락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도시에 너무 밀집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도시에서 쾌적성을 느끼기 어렵다고 본다”, “우리나라 도시는 아파트가 너무 높고, 여유 공간, 자연공간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 “우리나라는 밀집도시 환경에 노출되는 인구가 많으며,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우리나라의 주거환경을 도시 쾌적성의 측면에서 서구와 비교하면, 지역만의 독특한 건물 형태가 없이 거의 유사한 건물 형태로 경관이 단조롭다. 주거지역 내 근린공원과 녹지가 부족하고, 주거지역의 도로는 가로수 식재가 부족하다. 보도 폭이 좁으며, 도로변 주차가 많다. 쾌적한 주거환경과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주거경관의 창출이 어려운 실정이다. 도로망 및 교통체계, 학교(교육) 서비스, 주거지역의 안전성은 서구에 비해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 편의시설(상업시설)과의 접근성을 중요한 주거환경으로 여기는 것으로 생각된다. 공원, 경관, 깨끗한 환경과 같은 요소들은 최근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가장 우선시되는 주거환경은 상업시설, 병원, 교통 등의 생활 편의시설 등이다”, “서구 이론에서도 도시 쾌적성의 구성요소로 강조되는 것이지만, 한국 현실에서는 특히 ‘학교’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그리고 “객관화할 지표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반경 500m 이내에 지하철역이 있느냐와 같은 객관적 평가기준이 필요하다” 등이었다.

우리가 미국 교외의 도시 쾌적성을 ‘잔디’와 ‘쇼핑몰’이라고 비유하였다면, 전문가 응답에서 유추할 수 있는 한국의 도시 쾌적성은 ‘학원’과 ‘마트’로 제시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추측을 확인하기 위해 캐묻기 질문을 던져 보았다. 전문가 집단의 자연스러운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학술적으로는 적합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통념적으로 활용되는 생각을 수치화하고, 또한 추가적인 항목을 물어보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에 일자리, 교육, 교통, 주거환경 등의 순서로 부동산값이 형성된다는 통념을 분석의 도구로서 사용하였다. 이는 서로 중첩되는 개념이므로, 여기서 산출되는 수치 자체는 사실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우리가 특히 주목한 것은 기타 항목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캐묻기 질문이기에 이를 더욱 구체화시켜 보았다. 부동산 대신 도심 아파트라는 표현을 넣어서 구체화하였다(Cheshire and Sheppard, 1995; Glaeser et al., 2001; 김희재・전명진, 2013).

이 연구의 이러한 접근방법은 기존 연구들과 연결점을 가지고 있다. 네덜란드 주거소비 선택에서 건축물, 경관, 자연환경 등과 같은 도시 쾌적성의 영향력을 분석한 게이네 등은 소득에 따른 주거 차별화를 세계 각 대도시지역의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Gaigné et al., 2022). 애덤스 등은 8개의 스위스 대도시 인근에 위치한 각 지역의 대조적인 두 도시를 비교하고 있는데, 거주하기에 쾌적한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를 고찰하고 있다. 여기에서 주택의 시세 역시 중요한 분석 대상의 변수 중 하나로 다루어지고고 있다(Adams et al., 2024). 그리고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각 도시구역 특유의 도시 쾌적성에 관한 연구는 흥미로운데, 각 도시지역 방문자들이 거주하는 동네 부동산 가치를 갖고 요인의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Juhász et al., 2023).

우리가 전문가 집단에 던진 질문은 다음과 같다(표 1). “도시 아파트 가격에 대한 질문입니다. ‘일자리, 교육환경, 교통, 도시 쾌적성, 그 외 중요한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몇 퍼센트(%)라고 생각하십니까? 특히 그 외 중요한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표 1.

도시 아파트의 가격결정 요인

구분 일자리 교육 교통 도시 쾌적성 그 외 중요한 요인
응답자 1 19% 15% 30% 19% 22%. 편의성(구매, 공공시설 이용 등)
응답자 2 14% 21% 14% 21% 31%. 환경(교육 포함)
응답자 3 20% 30% 30% 10% 10%. 편의성(서비스 접근성 등)
응답자 4 20% 25% 25% 10% 10%. 지역 안전성
응답자 5 12% 19% 19% 10% 20%. 단지 규모(세대수가 많을수록 많은 유권자와 선거를 통한 정치력, 이해관계의 힘을 행사하기 용의함)
합계 17% 22% 23.6% 14% 18.6%

출처: 필자의 표적집단 설문조사 결과.

우리에게 가장 흥미로운 점은 역시 기타 항목이었다. 전문가의 응답에서 교육이라는 기존 항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타 항목에 교육이 다시 포함되기도 하였다. 이는 신도시에서 상업화된 교육환경인 학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도시 쾌적성이라는 기존 항목이 제시되어 있어도, 한 전문가는 이동, 구매, 공공시설 이용과 관련한 편의라는 응답을 하였다. 이는 신도시의 상업시설에 대한 강조로 보인다. 그리고 아예 단지규모 자체를 언급한 전문가도 있었다. 그는 “세대수가 많을수록 많은 유권자와 선거를 통한 정치력, 이해관계의 힘을 행사할 수 있다”라는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V. 한국 도시 쾌적성의 특성: 공간적 범위와 지역적 분포

우리가 위에서 언급한 ‘기존 도심에서 교외로 확장되는 아파트 신도시’ 현상은 우리나라의 체감하는 도시 쾌적성의 공간적 범위에도 맥락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도시 및 지역 쾌적성에 관한 기존 연구들은 대부분 하나의 도시나 지자체와 같은 공간적 범위를 가정하고 있다. 또한 공원이 몇 백 미터(m) 거리 안에 있는지의 여부가 주택가격에 미치는지를 다루기도 한다(Letdin and Shimmm, 2019; Farrow et al., 2022). 그리고 Wang et al.(2023)은 이렇게 도시 쾌적성의 공간적 범위에 대한 기존 논의가 주민 체감에 대해 별로 다루지 않은 이유를 1970년대 서구 복지국가의 1인당 공공서비스 균등 배분 시도에서부터 역사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교육, 의료, 간병, 도시 녹지, 스포츠시설, 여가시설 등과 같은 서비스 쾌적성에서 주민의 필요와 연계된 범위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아 왔다는 것이다(권용우 등, 2001).

우리는 설문조사에서 막연한 응답이 나오지 않도록 예시를 덧붙인 구체적인 질문을 다음과 같이 던졌다. “‘도시 쾌적성’(urban amenity) 측정에서 가장 적절한 단위를 선생님의 표현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예를 들어, 전철역과 같은 교통 중심지에서 도보 10분 거리, 동, 몇 개의 동을 포함하는 지구, 몇 개의 구를 포함하는 권역, 시군구 등입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도시 쾌적성의 측정 단위에 대한 응답은 “몇 개의 동을 포함하는 지구”, “4대 범죄발생 정도”,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하천, 산, 건축물의 조망 존재 및 공원과 녹지 등의 오픈스페이스가 걸어서 5분 이내의 위치”, “시군구” 등이었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체감되는 도시 쾌적성의 공간범위는 반드시 자동차로 이동해야 하는 거리보다는 짧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자동차 운전을 전제로 하는 클라크(Clarke) 모형이 나온 미국과는 사뭇 다르다. 미국에서 ‘자동차 교외’가 압도적 현상인 이유는 앞서 언급된 일부 주장처럼 미국인의 선호 때문일 수도 있다. 미국인 중 57%는 “학교, 가게, 식당이 몇 마일 떨어져 있지만, 집이 더 크고 동네의 집 사이 간격이 충분한” 동네에 살고 싶다고 응답하고 있다. 이보다는 훨씬 작은 비율인 42%의 미국인은 “집이 작고 서로 더 가까이 있지만, 학교, 가게, 식당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동네에 살고 싶어 한다(Green, 2023).

우리는 ‘학원’과 ‘마트’라는 한국 도시 쾌적성 요소의 지역적 분포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우리는 물론 클라크(Clark) 모형에 따라 자연적 그리고 사회적 측면 모두를 다루어 보았다. 한국의 도시 쾌적성을 서열척도로 전문가들에게 측정하도록 하였는데, 질문과 응답에 응한 5명의 전문가들이 평가한 점수의 평균 결과는 아래와 같다(표 2).

표 2.

외지인 기준의 도시 쾌적성 평가

지역 쾌적성 평가 측면 지역 쾌적성 평가 측면
자연적 사회적 자연적 사회적
일산 신도시 4.64.4 충주・제천・단양 3.6 3.4
구리・남양주 3.4 3.0 전주・완주・군산 4.24.0
포천・연천・철원 3.4 2.8 무주・진안・장수 4.2 3.2
서울 강남 3구 2.6 4.8 정읍・고창・부안 4.0 3.0
서울 (강남 3구 외) 3.0 4.2 봉화・영양・청송 3.8 2.2
분당・판교 4.05.0 안동 3.6 2.8
안산・시흥 2.8 3.0 경주・포항 3.6 3.8
수원・화성・오산 2.8 3.4 고령・성주・합천 3.8 3.8
과천・의왕・군포 3.6 4.0 대구 수성구 3.4 4.2
춘천 4.0 3.6 대구 (수성구 외) 3.2 3.4
강릉 4.2 3.4 부산 해운대 4.85.2
동해・삼척 4.0 3.0 부산 (해운대 외) 3.8 4.2
속초・양양・고성 4.2 3.2 마산・창원・진해 3.6 4.0
태백・정선 3.2 2.6 통영・거제 4.8 3.6
원주・횡성 3.2 2.8 진주・고성 4.2 3.8
아산・천안 3.2 3.4 광주광역시 4.04.0
당진・서산・태안 3.6 3.2 여수・순천・광양 4.44.0
공주・부여・청양 3.8 3.6 목포・무안 4.2 3.4
홍성・예산 3.8 3.2 제주 5.24.6
대전・세종 3.8 4.6 서귀포 5.04.8
청주・괴산 3.8 3.2

주: 1점(쾌적하지 않아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2점(쾌적하지 않아서 떠나고 싶은 생각이 자주 든다), 3점(쾌적하지 않아서 떠나고 싶은 생각이 가끔 든다), 4점(쾌적해서 눌러 살고 싶은 생각이 가끔 든다), 5점(쾌적해서 눌러 살고 싶은 생각이 자주 든다), 6점(쾌적해서 눌러 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출처: 필자의 표적집단 설문조사 결과.

우선 자연환경의 경우에는 바다의 존재감이 압도적이었다. 제주도의 경우에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두 곳이 모두 포함되었다. 강원도의 경우에는 이러한 바다의 존재감이 한층 더 드러났다. 강릉, 동해・삼척, 속초・양양・고성의 지역은 바다를 끼고 있다. 강원도에서 태백・정선과 원주・횡성의 두 내륙지역은 이 측면에서 빠졌다. 목포・무안, 여수・순천・광양의 두 지역이 전라남도에서는 해안지역에 해당하였다. 통영・거제, 진주・고성이 경상남도의 바닷가 지역에 속하였다. 부산시의 해운대는 도시 느낌의 해변으로 평가되었다. 물론 바닷가의 존재감이 약한 곳에서 자연환경으로 인해 눌러 살고 싶은 생각이 가끔 드는 곳도 존재하였다. 강원도에서는 호반의 도시인 춘천이 이러한 범주에 포함되었다. 전주・완주・군산, 무주・진안・장수, 정읍・고창・부안 등 세 지역으로 제시된 전라북도 지역은 이에 모두 포함되었다. 일산 신도시, 분당・판교 지역은 도시적 자연환경 양호지역에 해당하였다.

일산 신도시, 서울 강남 3구, 서울, 분당・판교, 과천・의왕・군포, 대전・세종, 전주・완주・군산, 대구 수성구, 부산 해운대, 부산, 마산・창원・진해, 광주광역시, 여수・순천・광양, 제주, 서귀포 등의 15개 지역은 사회적 도시 쾌적성으로 인해 가끔씩 눌러 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으로 평가되었다. 사회적 쾌적성 요인으로 눌러 살고 싶은 생각이 자주 드는 곳, 즉 5점 이상의 높은 평가를 받은 곳은 부산 해운대와 분당・판교의 두 지역에 해당하였다. 서울 강남 3구와 부산 해운대의 두 지역은 모두 4.8점으로 5점에 거의 근접하였다.

우리는 도시 쾌적성의 지역적 특성을 조금 더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특징적 지역 몇 곳에 대한 추가 질문을 행하였다. 서울 강남 3구와 나머지 서울을 물어보았다. “도시 쾌적성의 한 측면만을 살펴보았을 때, 서울 강남 3구가 서울의 다른 지역과 두드러진 차이점이 있습니까? 차이점이 있는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적어주십시오.”

이와 관련한 설문 결과로 나타난 ‘명품점의 입지’, ‘거의 모든 시설이 걸어서 이용 가능한 거리에 있다’, ‘학원 등 양질의 교육시설’, ‘지역 특화 음식점, 술집, 상점’, ‘서울뿐만 아니라 주변 광역권으로부터 양호한 교통 접근성’ 등의 응답은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에서의 교육 및 상업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음을 잘 나타내어 주었다. 그리고 각 지역의 도시 쾌적성과 관련하여 연상되는 단어나 표현 역시 이러한 특징적인 맥락을 잘 반영하였다. 서울 강남 3구와 서울을 비교해 보면, 역시 강남 3구에서의 교육 및 상업 서비스에 대한 언급이 두드러졌다. 즉, 서울 강남 3구의 경우에는 ‘학원 교육’, ‘학원 편하다’, ‘고가 외제차 과시욕 특권 의식’, ‘최고 수준의 어메니티’, ‘상위층’ 등이었으며, 서울 강남 3구 이외의 경우에는 ‘과밀’, ‘교통혼잡’, ‘대중교통’, ‘생존 투쟁 및 2등 시민’, ‘혼잡’, ‘문화・예술 인프라 우수’, ‘복잡’ 등이었다.

VI. 결론 및 함의

이 연구의 출발점은 클라크(Terry Clark)의 미국 도시 쾌적성 모형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한국의 도시 쾌적성 특성을 관련 분야의 전문가 초점집단 설문조사의 방법으로 탐색하였다. 구체적으로는 클라크의 논고에서 나오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샌디에이고(San Diego) 해변을 즐기는 미국인의 일상공간에 해당하는 장소가 한국에서는 어떤 곳인지를 살펴보는 맥락적인 이해를 추구하였다. 우리는 미국의 도시 쾌적성을 결정짓는 압도적 현상으로서 교외확산을 주목하였다. 이 논문이 기존 연구와 차별화되는 논점은 사실 이러한 미국 도시화의 맥락을 제시한 것이다. 물론 일반인과 연구자 모두에게 미국의 도시화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도시화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미국인의 일상을 결정짓는 법적, 정치적 일상을 깊이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 기존 도심에서 교외로 확장되는 아파트 신도시를 압도적 현상으로 고찰하였다. 한국의 아파트 단지를 “도시로의 동화”로 규정한 프랑스 지리학자 줄레조와 유사하게(길혜연, 2007, 77), 이 연구는 ‘기존 도심에서 교외로 확장되는 아파트 신도시’를 제시하였다. 우리는 이러한 맥락적인 이해를 전문가 초점조사 설문을 통해 확인하였다. 우리는 맥락적인 이해에 대한 질문과 함께 캐묻기를 통해 ‘잔디’와 ‘몰’이라는 미국과는 달리 ‘학원’과 ‘마트’라는 한국의 도시 쾌적성에 대한 비유가 분명한 실체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아울러 자동차를 운전해야 하는 미국보다 한국에서 체감된 도시 쾌적성의 공간적 범위는 한층 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 3구와 부산 해운대와 같은 아파트 신도시가 높은 사회적 도시 쾌적성 점수를 나타내었다.

이 연구는 학술적 의의와 함께 정책적 함의도 가진다. ‘학원’과 ‘마트’가 없는 새로운 신도시 건설은 최소한 한국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 기존 대도심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입지한 몇몇 혁신도시들이 왜 유령도시로 변해 가는지를 설명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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