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국토지리학회지. 31 March 2021. 101-112
https://doi.org/10.22905/kaopqj.2021.55.1.8

ABSTRACT


MAIN

  • I. 서론

  • II. 장애지리학

  • III. 장애인을 위한 공간정책과 법률

  • IV.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공간정책 및 법률화

  • V. 결론

I. 서론

지리학에서는 최근 장애인과 공간에 대한 연구가 장애지리학(Geography of Disability)이라는 전문 영역으로 특화되고 있다(Aitken and Wingate, 1993; Imrie, 1996). 초기에는 장애인을 위한 지도 제작, 장애인을 위한 교통 연구 등 장애인 지원 연구 도구로서 지리학적 요소를 활용하는 연구가 이루어지다가 사회지리학, 정치지리학적 방법론이 결합하면서 1990년대부터 지리학의 주요 연구주제로 부각되었다(Fry, 1988; Gant, 1992). 한국의 경우 장애지리학 연구는 1990년대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해 방법으로서 지리학 방법론을 활용하는 연구(노시학, 1998; 이용원, 2003; 오충원, 2006)에서 시작하였으며 2012년 한국지리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특수교육에서의 지리학과 지리교육’ 특별 분과가 개설되면서 장애지리학 연구가 본격화되었다. 이후 장애지리학 관련 지리학 석사 학위논문을 통해 지리학의 세부 연구주제로 제시되고 있으나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아직 초창기 단계로 볼 수 있다.

장애지리학의 연구 성과가 실질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기 위한 법률에 기반한 정책과 제도가 필요하다. 미국은 1990년 장애인복지법(ADA, 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을 제정한 이후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인을 지원하는 정책을 체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이동우, 2006). Fayyaz(2013)은 영국의 장애인 차별법(Disability Discrimination Act)을 미국, 호주 등의 관련 법률과 비교하여 법률과 제도적인 측면에서 장애지리학을 연구하였다.

비판지리학자인 최병두(2017)는 ‘포용의 지리학’이라는 개념을 통해 지리학의 정책화를 제시하였다. 지리학의 학문적 성과를 실현하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책과 법률 제도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본 연구는 장애지리학 관점에서 장애인을 위한 공간정책과 법제화를 위해 장애인 중에 가장 취약한 계층인 시청각장애인의 이동과 의사소통을 지원하기 위한 공간정책안을 마련하고 법률 제정을 통한 정책 제도화에 대해 탐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문헌연구를 통해 장애지리학의 개념과 동향 및 우리나라의 장애인 공간정책과 법률을 분석하고,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및 지원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사용자 중심의 시청각장애인 지원 정책안을 마련하고 서울특별시 의회에 자치 법규 조례화를 제언하였다.

II. 장애지리학

장애지리학(Geography of Disability)은 장애와 공간(space and disability)을 고찰하는 지리학의 하위 연구 분야로서 지도학을 비롯하여 도시지리학, 정치지리학, 사회지리학 등의 세부 연구들로 구성된다. 장애지리학의 연구는 시각장애, 지체장애 등 장애 특성을 고려하고, 장애인의 관점에서 도시, 농촌 등의 공간적 특성을 복합적으로 연구한다(Jacobson, 2013). 미국 지리학회(AAG, American Association of Geographers)에서는 1995년 지리학과 장애를 주요 연구 주제로 제안하였다. 1996년 Deborah Metzel과 Michael Dorn를 비롯한 장애와 지리에 관심이 있는 지리학자들이 모여 지리 및 장애에 대한 국제 토론그룹인 GEOGABLE을 시작하였다. 이후 1997년 장애지리학 연구 국제 네트워크인 DAGIN(Disability and Geography International Network)를 구성하고 1998년부터 장애 지리학 연구 그룹인 DSG(Disability Specialty Group)를 시작하였다(Dorn and Metzel, 2001).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영연방 지리학회인 Royal Geographical Society에서는 1997년 연례학술대회(RGS/IBG Conference)에서 ‘Disability and Space’를 구성한 이후 장애지리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다(Deborah et al. 1998). Butler and Parr (1999)는 ‘Mind and Body Spaces’라는 단행본을 통해 정치지리학 관점에서 장애지리학에 대한 미국, 영국, 호주 등의 국제 연구들을 정리하였다.

장애지리학은 장애인의 유형과 특성에 따라 시각장애인을 위한 지리학, 청각장애인을 위한 농 지리학(Deaf Geography) 등으로 특화된다(오충원, 2020). 한편 장애지리학은 지리학의 하위 분야이기도 하면서 건축학, 관광학, 사회학, 사회복지학 등의 학문과 연계된다. 예를 들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없는 무장애 공간은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으로서 건축학 및 시각디자인의 주요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정태승, 2005). Alina Zajadacz(2015)은 장애지리학 연구의 성과가 확산되어 관광학 분야에서 ‘접근가능한 관광(Accessible Tourism)’으로 발전되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Bhakta(2020)은 영국 지리학회에서 장애지리학의 관심을 장애와 인종과 장애(race and disability)로 확장할 것을 제안하였다.

한국의 경우 지리학자들의 장애지리학 연구는 1990년대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해 방법론으로서 지리학적 요소를 반영하는 연구에서 시작되었다. 노시학(1998)은 교통지리학의 관점에서 노인 및 장애인과 여성 등 사회적 취약 계층을 도시공간에서 이동 및 접근 능력에 제한을 받는 교통소외계층으로 규정하고, 교통환경 분석과 통행 여건의 개선을 위한 연구의 필요성과 이에 연관된 연구 주제를 제시하였다. 이는 1995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된 이후 도시공간에서 이동에 제약을 받는 사회적 약자를 이동약자 혹은 교통약자로 규정하면서 도시계획이나 교통공학 등에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었으나 대부분 도시공학, 건축학의 관점에서 경사로, 점자 유도블록 등의 교통시설, 편의시설을 비롯한 도시환경에 초점을 둔 것과 차별성이 있다(이영아 등, 2000; 신연식, 2002). 1990년대 후반 지리학과 정보통신기술이 융합된 지리정보시스템(GIS) 기술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지도학과 GIS 분야에서 장애인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용원(2003)은 지리학적 관점에서 지체장애인을 위한 보행 지원 지도 제작방안을 제시하였다. 오충원(2006)은 GPS 위치 측정 기술을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행자 내비게이션 지도로서 활용하기 위해 장애인 보행 지원 지도의 구성 요소에 대해 연구하였다.

한국의 장애지리학은 지리학과 특수교육, 지리학과 사회복지학의 융합으로 발전되고 있다. 이해균・김홍선(2003)은 특수교육 관점에서 지리학을 연구하였다. 한국지리학회는 2012년 춘계학술대회에서 ‘특수교육에서의 지리학과 지리교육’ 특별 분과를 통해 장애지리학 연구를 주요 주제로 제시하였다. 이 학술대회에서 지리학자인 김감영은 ‘특수학교의 입지설정을 위한 GIS 활용방안’을 발표하였으며, 류주현은 ‘특수학교의 효율적 입지 선정의 필요성’을 발표하였다. 한편 특수교육을 전공한 교수 및 교사들은 ‘충남지역 특수학교 입지 현황 및 문제점(임경원, 공주대 특수교육과 교수)’, ‘시각장애 특수학교에서의 지리교육 현황과 과제(조영훈, 충주성모학교 교사)’, ‘특수교육 현장에서의 사회과 교육내용 체계와 적용(김정미, 공주정명학교 교사)’ 등 특수학교에서 지리교육 이슈를 발표하였다. 한편 지리학 방법론 중 특히 공간분석 및 GIS 기술을 활용한 장애인복지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배미애(2007)는 ‘빈곤계층과 사회복지서비스의 공간적 연계성’ 연구를 통해 장애인을 비롯한 빈곤계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지리학과 사회복지학의 융합연구를 제안하였으며, 손광훈(2013), 김이배・안재성(2014) 등은 GIS를 활용한 사회복지시설 입지 분석을 통해 장애인복지 향상 방안을 제안하였다. 또한 권규상(2010)의 ‘서울시 거주 지체장애인의 통근통행 특성과 직주연계방식’ 김민정(2018)의 ‘시각장애인의 이동성과 공간인지에 대한 탐색적 연구’, 박중홍(2019)의 ‘시각장애인 역학사의 사회공간적 배제와 포용으로의 관계적 변화’ 등의 지리학 석사학위 논문을 통해 장애지리학 연구가 시도되고 있으나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에 비해 초창기로 볼 수 있다.

사회, 정치를 포괄하는 장애지리학에서 최근 강조되는 주요 연구 주제는 장애인 차별철폐, 장애 해방을 목적으로 하는 장애인 운동이 ‘장애학(Disability Studies)’이라는 사회과학으로 독립한 것처럼 공간 정책적인 측면에서 장애인 차별을 비판하고, 지리학적 방법론을 통해 공간에서의 장애차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탐색하는 것이다(전지혜, 2009; Hall, 2016). Gleeson(1999)는 인문지리학의 관점에서 공간과 장애의 관련성에 대안 연구를 묶어 장애지리학(Geographies of Disability)이라는 단행본으로 출간하면서 장애지리학 연구를 공식화하였다. 이 책은 공간, 장소, 이동성 등과 관련된 지리적 문제들이 장애인들의 경험을 어떻게 제한 또는 억압하는지를 밝히며 장애에 관한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정치지리학적 접근을 해법으로 제시하였다. 이 책은 2020년 최병두, 임석회, 이영아 등의 비판지리학자들에 의해 ‘장애의 지리학’으로 번역·출간되었다. 한편 Rachel Pain, Jamie Gough 등의 영국 지리학자들이 2001년 출간한 ‘Introducing Social Geographies’는 영국의 사례 연구를 통해 장애지리학을 비롯한 불평등의 사회지리학을 소개하고 있으며, 이원호와 안영진이 2008년 ‘사회지리학의 이해’로 번역 출간하였다. 이 책은 계급, 인종, 젠더, 장애 등의 사회적 이슈에 대해 불평등한 공간을 평등하게 만드는 것을 강조하면서 장애인 차별 주의 혹은 일반인 우대주의 등을 설명하면서 사회지리학 관점에서 장애지리학을 소개하고 있다. 최병두(2017)는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공간적 배제를 극복하기 위해 ‘포용의 지리학’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포용의 지리학은 장애지리학을 포함하여 지리학의 학술적 발전뿐 아니라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화를 지향하고 있다. 박수경(2014)은 정신 건강을 위한 치유 공간으로서 ‘치유의 지리학’ 개념을 제시하였다. 장애지리학을 비롯한 지리학자들의 학문적 성과는 법률 제정및 제도 수립으로 뒷받침되는 공간정책을 통해 사회에 실질적으로 공헌할 수 있다.

III. 장애인을 위한 공간정책과 법률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에 대한 정책 및 법률은 장애인복지가 주요한 키워드이다. 1981년 6월 심신장애자복지법(心身障碍者福祉法)이 제정되면서 장애인복지 정책이 국가적으로 시작되었다. 특히 1981년 독일에서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를 확정지은 이후, 관례적으로 수반되는 장애인올림픽을 개최하게 되면서 실질적인 장애인 복지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1989년 12월에 장애인복지법으로 개정하면서 장애인 용어 개정, 장애인 유형 추가 등 장애인에 대한 정책이 확장되었다(김성회, 2007). 장애지리학과 관련하여 공간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장애인 공간정책과 법률은 헌법에 근거한 기본권으로서 이동권, 안전권, 정보접근권 등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으며, 이는 국가 단위의 법률과 서울특별시, 경기도 등의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법규인 조례 및 이에 근거한 관련 정책으로 구성된다.

첫째, 장애인 이동권(移動權)은 장애인복지법 23조에서 ‘장애인이 공공시설과 교통수단 등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의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정책을 강구하여야 한다’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시설 등 이용 편의를 위하여 한국수어 통역·안내 보조 등 인적서비스 제공에 관하여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조항에 기반하며 장애인을 이동약자(the mobility handicapped)로 보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한다. 또한 경사로, 장애인 엘리베이터, 점자유도블록 등의 장애인 지원 편의시설의 설치 등을 규정한 ‘장애인의 편의를 돕는 시설에 대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과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에 이동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규정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등 관련 법률을 통한 장애인 지원 공간정책이 있다(오충원, 2006). 특히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수준의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을 수립하고 정책을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의 경우 2018년 제3차 서울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2018년~2022년)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으나 대부분 교통 편의시설 설치에 초점을 두고 있다.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교통약자를 위한 시설 설치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있는지와 어떻게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지리정보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의 경우 경사로, 엘리베이터 등의 위치와 방향, 거리 정보가 필요하지만 서울시의 공식 지도 서비스에서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지리정보가 부족하다. 이는 공간정보 법률과 정책이 사용자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단체인 협동조합 무의는 2016년 ~ 2018년 사용자들의 자원봉사 참여를 통한 커뮤니티 매핑(Community Mapping) 방식으로 서울시의 지하철 53개역 238개 구간에 대한 ‘서울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를 제작하였다. 2020년 현재 서울 지하철 역 331개, 광역수도권 680개역이 존재하며 개별 환승구간에 대한 지리정보 구축을 위한 서울시와 정부의 공간정보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2020년 7월 국토교통부는 행정안전부, 카카오 지도와 협력하여 전국 도시철도 1,107개의 역사의 교통약자 이동 및 환승 경로, 그리고 편의·안전시설 정보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시청역을 사례로 장애인 협동조합 무의가 만든 환승지도와 정부가 만든 카카오 교통약자 환승지도를 비교하면 정보의 양에 대해서는 국가 주도의 카카오 교통약자 환승지도가 많지만 정보의 질과 장애인의 입장에서 접근 방식을 보면 카카오 환승지도는 여러번 클릭해야 접근이 가능하고, 글자와 그림이 개별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불편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데스크탑 환경이 아닌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서 작은 글씨로 하단에 있는 ‘교통약자 이동경로 안내’라는 글자를 찾고 클릭하는 것은 큰 아이콘과 단축키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매우 불편한 방식이다. 또한 환승 시설 그림에서 시설물의 위치와 명칭은 작은 글씨로 표현되며, 이동 구간도 1. 서울역 방면 승강장, 2. 엘리베이터 이동, 3. 지하1층으로 이동 등의 형태로 단순하게 표시되어 구간별 이동 방향과 거리가 표시된 무의 환승지도에 비하면 매우 불편하게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차이점은 카카오 지도가 공급자 중심으로 지도를 제작하여 지도를 사용하는 장애인의 사용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장애인 안전권은 장애인복지법 24조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추락사고 등 장애로 인하여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와 비상재해 등에 대비하여 시각·청각 장애인과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하여 피난용 통로를 확보하고, 점자·음성·문자 안내판을 설치하며, 긴급 통보체계를 마련하는 등 장애인의 특성을 배려한 안전대책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에 근거하며 장애인을 안전약자 혹은 재난약자로 보고 지원정책을 수립한다(오충원 등, 2017). 행정안전부는 2017년 9월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각종 재난·안전사고로부터 장애인 특성을 반영한 재난·안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장애인 안전 종합대책’을 수립하였다. 이 계획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장애인 등 안전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법률 등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둘째, 재난·사고 발생 시 큰 피해가 우려되는 복합건축물의 신축시 배리어프리(barrier-free) 인증과 같은 안전한 장애인 활동공간을 조성한다. 셋째, 장애인을 위한 안전 교육·훈련 강화 및 안전문화를 확산한다.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장애인 공동대응 네트워크는 2019년 4월 ‘장애인 안전종합대책 이행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개최하였다. 여기서 행정안전부는 장애인 안전 종합대책이 잘 추진되고 있음을 강조하였으나, 장애인단체들은 2019년 4월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 재난시 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과 재난방송 정보 부족과 같은 실제 상황 대응 미흡 사례를 통해 장애인 당사자가 배제된 장애인 안전대책의 한계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였다.

2020년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전세계가 사회·경제적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및 재난 정보 대응에서 장애인들은 사회생활에서 더욱 취약한 존재가 되었다. 코로나 19로 인한 비장애인의 사회적 우울증 증세를 코로나 블루라고 표현한다면 더욱 취약한 장애인에게는 코로나 블랙으로 볼 수 있다. 2020년 10월 온라인으로 진행된 ‘장애인 재난 위기 대응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는 사회적 재난을 고려하여 장애포괄적・특정적 재난 대응 정책과 매뉴얼 수립이 촉구되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3조에서는 장애인이 안전취약계층으로 포함되는데 비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49조의2)’에서는 장애인이 감염취약계층에 포함되지 않아 보건복지부의 감염병 대응 정책 지원을 받지 못하는 문제점을 제기하였다. 2020년 12월 국회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감염취약계층의 범위를 장애인, 어린이, 노인, 저소득층 등으로 확대하였다. 그러나 개정된 법률의 시행은 공포 후 6개월 이후로서 2021년 6월 16일 이후 정책에 반영되기 때문에 긴급한 재난 대응에는 여전히 문제점이 있다. 한편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는 2013년 법개정으로 화재를 비롯한 위급 상황발생시 이용객들이 안전하게 피난할수 있는 ‘피난안내도’설치를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근거하여 식당, 극장 등에는 곳곳에 피난안내도가 부착되어 있다. 그러나 피난안내도에는 일반인을 위한 대피 정보만 구성되어 있으며,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는 법률의 한계로 인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2018년 ‘피난촉지안내도 표준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통해 피난안내도에 점자 표시를 주장하였으나 아직 법률과 정책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경기도, 부산광역시, 충청남도 등은 자치법규로서 안전취약계층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있으나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지향성 스피커, 진동경보기 등의 피난시설, 수화통역, 점자를 지원하는 피난안내도 제작 및 비치 등의 제도적 지원이 미흡한 상황이다. 2017년 1월에는 서울시 낙원동 건물 철거현장에서 건물이 갑자기 붕괴하면서 대피소리를 듣지 못한 청각장애인 인부 2명이 사망하였으며, 2020년 6월에 부산에서는 주택 화재로 50대 청각장애인이 대피하지 못하고 사망한 사례가 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화재 대응 장비로 화재경보를 섬광 점멸신호로 표현하는 ‘보이는 화재경보기’가 있다. 강원도, 충청남도, 세종시 등에서는 소방안전대책의 일환으로 청각장애인 가구를 대상으로 시각 화재경보기를 설치하고 있다. 국가적 법률과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통해 재난 정보 취득이 어려운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위해 음성과 섬광점멸 신호로 재난 정보를 제공하는 시청각 경보기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은 장애인복지법 22조 ‘정보에의 접근’ 조항에 근거하여 교통정보, 재난정보, 관광정보 등의 다양한 공간정보에 대해 장애 유형에 맞게 변환・제공하여 장애인과 같은 정보 취약계층이 정보 접근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은행, 식당, 마트에서는 직원이 없이 키오스크로 운영되는 무인 점포가 증가하고 있다. 정보화 기기 사용에 익숙한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지만, 노인, 어린이를 비롯하여 장애인은 정보화가 진행될수록 오히려 정보 접근성이 제한되고 있다. 장애인의 이동권과 안전권 확보에는 정보접근성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사회적 재난으로서 코로나 19 확진자에 대한 이동 동선이 문자로 서비스되는데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친절한 정보이다. 글자로 표시되는 재난문자에서 지명, 주소 및 업소 명칭은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부족한 공간정보이며 시각장애인, 시각 및 청각 중복장애인을 비롯한 중증장애인에게는 체계적인 공간적 정보 인식에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SRT 철도에서는 열차 안내방송이 수어와 자막으로 안내되고 있다. 기존의 음성으로만 제시되는 열차 내 응급방송을 전용 앱인 ‘SRT 응급손말안내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으며, 역사 내 전광판을 통해서 실시간 수어방송을 송출할 수 있다. 그러나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동일한 철도 방식인 코레일이나 수도권 전철에는 서로 다른 관리 부처의 장벽과 정책 협력의 부족으로 인해 수어 및 자막 안내 방송이 활용되지 않고 있다. 장애인 사용자 및 관계 전문가 지속적 참여를 통해 법률 정비와 맞춤형 정책 실현이 필요하다.

국토연구원은 2000년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도시시설 확충 방안 연구’, 2009년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국토공간정보 구축 전략 연구: 장애인을 위한 공간정보 활용을 중심으로’ 연구와 2019년 ‘공간정보의 사회적 가치와 공공성 제고 방안: 공간정보 취약계층 지원대책을 중심으로’ 등의 10년 단위의 연속 연구를 통해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무장애 공간정보’ 구축 및 서비스 정책 수립을 제언하였으나, 지방자치 단체 조례나 국가법률 제정으로 실현되지 않아, 실질적인 사회적 약자 지원 공간정책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여전히 연구 제언의 수준에서 멈추고 있다. 한편 2020년 12월에는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과 ‘토지이용규제 기본법’에 대해 지도에 대한 색각이상자 지원을 포함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색각이상자에 대한 공간정보 지원도 중요하지만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증 장애인을 위한 공간정보 정책 수립과 이를 위한 법률 제도화가 시급하다. 이과 같은 장애인 정책과 법제화의 불균형은 장애인 당사자, 부모 및 지원 전문가 등의 실제 수요자 입장이 반영되지 못하고 관련 업무 공무원 및 국회의원, 시의원 등의 공급자 중심으로 정책과 법률화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IV.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공간정책 및 법률화

장애인을 위한 공간정책은 국가 단위의 법률, 명령, 규칙 및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근거한다. 장애인복지법은 2017년 1급~6급으로 구분된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장애정도가 심한(중증) 장애인(기존 1~3급)과 심하지 않은(경증) 장애인(기존 4~6급)의 장애정도 제도로 변경(2019년 시행)하였다. 이로 인해 시행령, 규칙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 지원 법률과 정책이 연달아 변경되었다.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제5차 장애인 정책 종합계획(2018년~2022년)에서도 장애등급제 개편에 따른 정책 변화가 반영되었다. 장애인 법률은 장애인 직업, 인권, 교육, 건강권 등의 부문별 정책과 관련하여 장애인복지법 이외에도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특수교육진흥법’,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 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 등이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관련 조례들이 있다. 또한 장애 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수화언어법’, ‘점자법’의 법률이 있다. 한편 국가 법률로 제정되지 않았지만 서울시, 경기도 등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치법규로 제정한 ‘서울특별시 장애인 의사소통 권리증진에 관한 조례(2018년)’, ‘경기도 뇌병변장애인 지원 조례(2021년)’ 등의 조례가 있다. 또한 관광약자, 재난약자 지원 등 사회적 수요가 증가하는 부분별 정책에 대해 ‘서울특별시 관광취약계층을 위한 관광 활동지원 조례(2017년)’, ‘충청남도 안전취약계층 지원 조례(2019년)’가 있다. 한편 시군구 단위의 자치법규로서 ‘수원시 시각장애인 정보접근권 지원 조례(2019년)’, ‘서울특별시 은평구 시각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안내견 지원 조례’ 등이 있다. 2020년 12월 현재 서울시에 적용되는 장애인정책 법률은 ‘장애아동 복지지원법’, ‘장애인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을 비롯한 16개 국가 법률과 ‘서울특별시 한국수화언어 사용 환경 개선에 관한 조례’, ‘서울특별시 여성장애인 임신·출산 양육 지원 조례’ 등 18개 자치 조례 등 34개이다.

장애인 정책과 법률은 추진체계에 따라 국가법률 제정과 정책으로 시작하는 하향식 법제화와 지방자치단체 조례 및 정책에서 시작하여 국가 법률로 발전하는 상향식 법제화로 구분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법률, 수화법, 점자법 등은 장애인 당사자, 부모 및 지원 전문가들이 수년간에 걸친 노력 끝에 국가 법률화에 성공하였지만, 뇌변병장애인, 시청각장애인 등을 위한 법률은 지방자치단체 조례에서 시작하고 있다. 하향식 법제화의 경우 진행 과정에서 사용자 요구에 비해 정부, 국회의원 등 공급자 의견이 강조되면서 법률 제정과 정책 시행에서 많은 변화가 발생된다. 발달장애인법률의 경우 2011년 지적장애인복지협회, 한국자폐인사랑협회 등 관련 단체들이 연합하여 법제화를 추진하였으며, 2012년 19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되었으나 통과되지 못하고, 2013년 12월 보건복지부의 수정 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되어 2014년 4월 의결되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의 요구보다 보건복지부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어 최초 법률안보다 정책 내용이 축소되었다. 이후 일부 내용이 개정되었으며, 전국단위의 발달장애인 지원센터 설립 등의 발달장애인 지원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또한 세부 단위로서 서울, 경기 등의 지자체 발달장애인 지원 조례가 제정되었으며 관련 정책이 집행되고 있다.

상향식 법제화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와 정책들이 국가 법률 및 정책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인을 포함한 관광약자를 위한 무장애 관광 정책의 경우 서울, 경기, 부산 등의 관광약자 지원 정책이 국가정책으로 발전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17년 제정한 ‘서울특별시 관광취약계층을 위한 관광 활동지원 조례’에 근거하여 ‘서울시 무장애 관광도시 조성계획’을 수립하였으며 관광약자를 위한 무장애 관광 지원센터를 설치하였으며, 무장애관광 매뉴얼, 무장애 관광 코스, 컨텐츠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무장애 관광정책은 서울 이외에 부산,경기, 전남, 광주, 전북, 제주 등의 여러 지자체가 관련 조례와 정책을 수립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으며, 2018년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무장애 관광환경 조성계획 수립 연구’, 2019년 정부출연기관인 한국법제연구원의 ‘열린 관광 환경 조성을 위한 법제 연구’ 등 상향식 정책 수립과 법제화가 진행되고 있다.

2020년 12월 현재 장애인복지법에서 규정하는 장애 유형은 지체장애인, 뇌병변장애인, 시각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언어장애인,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 등 15개 유형이다. 1981년 제정된 ‘심신장애자복지법’에서는 지체부자유. 시각장애. 청각장애, 음성·언어기능장애 등 외부 신체 기능장애에 초점을 둔 5개 유형이었으나 사회가 발전하면서 신장장애, 심장장애 등의 내부 장애 및 자폐성 장애를 비롯한 정신적 장애 유형이 추가되었다. 또한 의학 기술의 발달에 따라 인구 노령화가 지속되면서 질환과 사고에 의한 후천적 장애 발생이 증가하면서 여러 장애가 중복되는 중복장애인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시각장애와 청각장애가 중복된 시청각(중복)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시청각장애인을 지원하는 정책과 법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시청각장애인(Deafblind)은 시각과 청각에 중복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선천성 질환에 의한 시청각장애인과 후천적 질환에 의한 중도 시청각장애인으로 구분된다. 중도 시청각장애인은 장애 발현 순서에 따라 맹기반, 농기반으로 구분되며, 각각 주 의사소통수단이 달라진다. 시각장애 기반 시청각장애인(맹농인, 맹기반)은 시각장애인으로 살다가 청각장애가 생기는 경우로 손가락점자(점화), 문자통역 등의 의사소통 수단을 주로 사용하며, 청각장애 기반 시청각장애인(농맹인, 농기반)은 청각장애인으로 살다가 시각장애가 생기는 경우로 촉수화, 햅틱시그널 등으로 소통한다. 시청각장애인은 시청각중복장애인, 맹농인, 농맹인 등으로 불리우며, 외국도 Deafblind(영국, 세계협회), Deaf-Blind(미국), 盲ろう者(Mekura rōsha 일본, 영어표현 Deafblind)로 다양하게 사용한다. 시청각장애인은 인구 중 0.2%가 발현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인구의 2% 정도가 경증 진행상태로 본다. 한국은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조사는 양적 조사가 아니라 질적 조사로 한정되어 있어, 1만명의 시청각장애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일본은 일본 23,000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 최초의 시청각장애인 자조 모임인 ‘한국시청각장애인자립지원회’가 구성되었으며, 2020년 12월 현재 ‘손잡다’, ‘손끝세’ 등의 자조모임이 수십명 수준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모임하고 있다. 시청각장애인의 조직으로서 법인이나 비영리민간단체로 승인된 공식적인 시청각장애인협회나 복지단체가 없으며, 이를 지원하는 정책과 법률이 부족한 상태이다. 우리나라는 2016년 제주도농아복지관에서 열린 ‘시청각중복장애인의 의사소통 지원과 전달체계’ 세미나를 시작으로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정책 제도화가 시작되었다. 2019년 시청각장애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었으나 보건복지부 및 전문가들의 반대 의견으로 인해 통과되지 못하였다. 대신 2019년 12월 장애인 복지법 22조 및 35조에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지원에 대한 항목이 추가되었으나 장애인의 정의와 유형을 규정한 2조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2019년 6월 ‘제주특별자치도 시청각중복장애인의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20년 6월 ‘경기도 시청각중복장애인의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었다.

미국의 경우 헬렌 켈러의 이름을 딴 ‘Helen Keller National Center Act(1967)’ 법률을 제정하여 전국 단위의 시청각장애인 지원센터 ‘National Center on Deaf-Blindness’ 및 주 단위 지원 센터를 설립하여, 시청각장애인 지원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협회인 ‘The American Association of the Deaf-Blind (AADB)’를 통해 시청각장애인의 권익을 증진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The Care Act(2014)’를 통해 시청각장애인 지원 정책을 수립하였다. 또한 ‘Deafblind UK’ 협회를 통해 시청각장애인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국제적 협력기구로서 ‘Deafblind International’과 ‘World Federation of the Deafblind’이 구성되어 세계적인 협력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조원석・김경미(2018)은 시청각장애인 10명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이동, 의사소통, 정보통신의 욕구를 분석하였다. 고경희(2018)는 청각장애인이 후천적으로 시각장애를 가지는 농기반 시청각장애인에 대해 연구하였다. 홍유미(2020)는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및 핵심 관련자들의 인식과 과제를 분석하였다. 한편 한국장애인개발원(2017)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정책 기반을 마련하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20년 ‘시청각장애인 실태조사’를 통해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의사소통 지원을 포함한 통합적 지원체계 구축과 자립생활 지원을 위한 정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시청각장애인 관련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당사자들의 욕구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장애인 이동권, 안전권, 정보접근권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기존의 장애인을 위한 정책은 점역, 수화통역 같이 개별적인 방식이기 때문에 장애가 중복된 시청각장애인에게 적용하기 어렵다. 시각장애인복지관이나 청각장애인복지관에서도 중복장애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여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시각장애와 청각장애가 중복된 장애 특성을 고려하여 촉수화, 점화, 햅틱시그널 등의 의사소통 통역과 이동을 위한 활동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장애발현 순서에 따라 맞춤형 의사소통을 지원되어야 한다. 농기반 시청각장애인은 우선적으로 수화통역이 동반된 보행 훈련과 같은 이동 지원이 중요하며 맹기반 시청각장애인은 촉수화 및 일반 수어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 이처럼 시청각장애인의 이동과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개별적 특성을 고려한 전문 활동지원사, 통역사 등의 체계적인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례를 통해 이동과 의사소통을 위한 맞춤형 공간정책을 살펴본다. 시청각장애인 활동가 A는 집이 광주광역시인데 대부분의 행사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어 수시로 광주에서 서울로 이동하고 있다. A는 집에서 기차역까지는 지역에서 지원되는 활동지원사의 도움으로 이동한 후 광주송정역에서 승무원의 도움으로 탑승하고, 용산역 혹은 수서역에서 내린다. 서울에서는 미리 약속한 자원봉사자와 만나 행사하는 곳으로 이동한다. 자원봉사자는 촉수화(protactile)가 가능한 수어통역사이다. A는 활동지원사, 기차 승무원과 의사소통이 불가능하여 집에서 출발이후 열차 탑승 시간을 포함하여 3시간이 지나서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A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신장 기능 이상이 발견되었다. A는 광주에서 기차나 버스로 서울이나 다른 지방으로 이동하는 동안 의사소통을 할 수 없어 제대로 화장실에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담당 의사는 A에게 당분간 외부 출장을 하지 말라고 조언하였다. 그렇다면 A와 같은 시청각장애인은 혼자서 기차나 버스로 장시간 이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지원 정책이 잘 마련되어있는 미국과 유럽 국가의 사례를 리뷰하고,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및 지원전문가들을 인터뷰하여 다음과 같은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공간정책을 서울시의회에 제안하였다. 첫째. 시청각장애인 단독 보행시 간단한 의사소통과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심볼, 안내문, 점자로 구성된 Deafblind 카드1)를 만드는 것이다. 시청각장애인의 재활훈련에서 가장 우선되는 것은 이동(Orientation and Mobility)이다. 미국 헬렌켈러센터의 Gene Bourquin 박사는 보완대체의사소통(AAC; Augmentative Alternative Communication)카드를 제안했다. 이를 활용하여 A에게 농맹인복지회의 도움으로 점자 표시 안내카드를 제작하여 지원했다(그림 1).

https://cdn.apub.kr/journalsite/sites/kaopg/2021-055-01/N037550108/images/kaopg_55_01_08_F1.jpg
그림. 1

시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과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Deafblind 카드 사례

둘째,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촉수화, 점화 등을 비롯한 의사소통 교육을 받은 수어통역사 혹은 농인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이 경우 활동지원사의 급여와 수어통역비를 중복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시청각장애인 Kevin은 여행 유튜버이다2). 그는 촉수화와 햅틱시그널이 가능한 농인 Support Service Provider(SSP)의 도움으로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 그림 2a의 티셔츠는 시청각장애인임을 외부에 알려 다른 사람의 오해를 방지한다. 그림 2b에서 농 통역사인 Lisa는 손가락으로 하는 촉수화와 등에 손으로 주변상황을 설명하는 햅틱시그널로 의사소통한다. 촉수화, 햅틱시그널, 점화 통역이 가능한 활동지원사를 양성하는 정부지원과 정책이 필요하다.

https://cdn.apub.kr/journalsite/sites/kaopg/2021-055-01/N037550108/images/kaopg_55_01_08_F2.jpg
그림. 2

시청각장애인 여행자와 의사소통도우미

셋째, 시청각장애인을 지원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과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다. 그림 3은 호주에 있는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진동 신호등 사례3)이다.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취약계층이 안전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 증진법,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등의 관련 법률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https://cdn.apub.kr/journalsite/sites/kaopg/2021-055-01/N037550108/images/kaopg_55_01_08_F3.jpg
그림. 3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진동 신호등 사례

위와 같은 공간정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법률이나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 2020년 손잡다, 손끝세 등의 시청각장애인 자조모임, 수어통역사, 촉수어통역사, 농통역사 등 지원 전문가, 한국농아인협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등과 연합하여 시청각장애인 정책제언 모임을 결성하였다. 서울특별시의회 서윤기 의원 주관으로 2020년 12월 시청각장애인 정책간담회를 열어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공간정책 설명과 관계자 의견을 수렴하여 서울시 조례화를 제언하였다.

정책모임과 회의에서는 수어통역사, 촉수화통역사, 농통역사, 문자통역사들을 통해 맹농인을 위한 점자 및 점화, 농맹인을 위한 촉수화, 거울수화(농맹인에게 손가락을 맞대고 강단의 수어통역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 햅틱시그널 등 시청각장애인의 특성에 맞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지원하였다. 참석자간의 의사소통은 음성-문자 통역-시각장애인용 컴퓨터 점자 번역과 음성-수어-거울수화-햅틱시그널을 통한 백채널링 등 다중 통역으로 이루어졌다.

이후 서울시의회에서는 입법조사관을 통해 관련 상위 장애인 법률, 서울시 관련 조례, 다른 지역 조례 분석을 통해 2021년 1월 ‘서울특별시 시청각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초안’을 수립하였으며, 2회에 걸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 조례안을 만들었다. 조례안은 시장의 책무로서 ‘시청각장애인의 권리보장 및 지원을 위한 종합적인 복지서비스 시책을 적극 추진 해야함’을 명시하였으며, 시청각장애인 지원 기본계획 수립, 전문위원회 구성, 의사소통 및 이동 지원, 교육, 훈련 등의 지원사업, 지원센터 설치 등을 규정하였다. 조례안은 공청회 등을 통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의원 발의될 예정이다. 이후 의회에서 의결된다면 조례규칙심의회, 행정안전부 보고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공포되며 일정 기간 이후 자치법규로서 시행되고 정책에 반영된다. 한편 정책제언 모임에 참여한 손잡다, 손끝세 등의 시청각장애인 자조모임 구성원과 지원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인 비영리민간단체나 법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21년 당사자 단체인 ‘한국시청각장애인협회’와 지원 단체인 ‘시청각장애인(농맹인)복지회’를 각각 설립하고 법적인 단체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V. 결론

공간에서 인간 활동을 연구하는 지리학에서 공간적으로 차별받는 장애인을 공간약자로서 연구하는 장애지리학은 1990년대 이후 지리학의 주요 연구 주제 및 하부 연구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장애지리학은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을 위한 지원 방법으로 지도학, GIS 등의 지리학 방법론을 활용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지리학, 사회복지학, 특수교육학 등의 여러 학문의 융복합 연구를 통해 장애인의 이동권, 안전권, 정보접근권을 실현하는 실천적 학문으로서 장애인의 공간정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본 연구는 시각장애와 청각장애가 중복되어 사회, 경제, 문화 및 공간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인 시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이동과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공간정책을 마련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법규 조례화를 추진하여 시청각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도모하였다. 본 연구는 시청각장애인의 일상 생활 욕구로서 가장 중요한 이동과 의사소통을 지원할 수 있도록 문헌 연구에 기반하여 선진국의 공간정책을 연구하고,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및 지원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수렴하여 시청각장애인들의 개별적 특성을 고려한 공간정책안을 마련하였다. 또한 서울특별시 의회의 조례화를 통해 실질적인 정책 실현을 추진하였다. 특히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이동과 의사소통 도구로서 보완대체의사소통 카드 방식을 제안하여 시청각장애인과 수화 혹은 점자를 학습하지 못한 일반인과의 공간정보 의사소통의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는 후속 작업을 통해 이동약자, 재난약자, 정보약자, 관광약자 지원 정책과 같이 인간으로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공간정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대할 수 있다. 또한 서울시 조례화를 시작으로 인천광역시 조례화와 수도권 통합 지원 정책을 추진하여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에 거주하는 시청각장애인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국가단위의 법률 제정을 추진하여 치료와 교육 목적으로 서울로 이동하는 전국의 시청각장애인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1) https://www.sauerburger.org/dona/dbcard.htm; https://www.youtube.com/watch?v=UIS4beHV5ks

2) https://www.youtube.com/watch?v=lkOfgZ8fp3U

3) https://www.youtube.com/watch?v=rBWCXO802Pg

Acknowledgements

이 논문은 2019년도 남서울대학교 학술연구비 지원에 의해 연구되었음.

References

1
고경희, 2018, 농인의 맹 과정 경험에 관한 연구, 총신대 석사학위청구논문.
2
국토연구원, 2009,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국토공간정보 구축 전략 연구: 장애인을 위한 공간정보 활용을 중심으로.
3
국토연구원, 2019, 공간정보의 사회적 가치와 공공성 제고방안: 공간정보 취약계층 지원대책을 중심으로.
4
권규상, 2010, 서울시 거주 지체장애인의 통근통행특성과 직주연계방식, 서울대 석사학위 청구논문.
5
김민정, 2018, 시각장애인의 이동성과 공간인지에 대한 탐색적 연구: 근거이론과 심상지도를 중심으로, 상명대학교 석사학위 청구논문.
6
김성회, 2007,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및 의의, 보건복지포럼 (2007. 5.), 34-40. 10.1177/002029400704000201
7
김이배・안재성, 2014, “GIS를 활용한 경북 사회복지 이용시설의 접근성 비교 연구,” 사회복지정책, 41(3) 107-125. 10.15855/swp.2014.41.3.107
8
노시학, 1998, “도시의 교통소외계층에 대한 지리학적 연구를 위한 제언 - 노인 및 장애인과 여성 인구를 중심으로,” 한국도시지리학회지 1(1): 47-60.
9
박수경, 2014, “일상적 삶에서의 치유의 공간에 관한 지리학적 고찰,” 대한지리학회지 49(4), 546-562.
10
배미애, 2007, “빈곤계층과 사회복지서비스의 공간적 연계성,” 대한지리학회지, .42(2): 1225-6633.
11
손광훈, 2013, GIS를 활용한 사회복지관의 장애인복지 기능전환 및 특화에 관한 사례 연구, 한국지역사회복지학 44집 99-125.
12
신연식, 2002, 교통약자의 보행교통환경에 대한 평가와 정비방안, 교통개발연구원 .
13
오충원, 2006, “장애인 보행 지원 지도의 구성 요소에 관한 연구,” 국토지리학회지 40(4): 573-583.
14
오충원, 2020, “농 지리학 관점에서 수어의 공간성에 대한 연구,” 국토지리학회지 54(1): 13-24.
15
오충원・오윤진・안재성,, 2017, “재난약자로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피난지리정보 제공에 대한 연구,” 국토지리학회지 51(2): 195-206.
16
이영아・진영환・변재관, 2000,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도시시설 확충방안연구, 국토연구원.
17
이용원, 2003,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지도제작 방안에 관한 연구, 경희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18
이원호, 안영진 역, 2008, 사회지리학의 이해, 출판지: 푸른길(Pain, R., et al., 2001, Introducing Social Geographies, Routledge).
19
이해균・김홍선, 2003, “시각장애학교 교사와 학생의 지리교과에 대한 인식 분석,” 시각장애연구 19: 1-20.
20
전지혜, 2009, “장애인에 의해 지각된 차별의 개념화와 법적 적용에 관한 연구,” 한국사회복지연구 40(2): 399-425.
21
정태승, 2005, 도시지역 무장애공간 확보방안에 관한 연구: 지리정보체계활용을 중심으로, 경기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2
조원석・김경미, 2018, “시청각장애인의 자립적 삶 지원 기반에 대한 연구,” 한국장애인복지학 39: 57-80.
23
최병두, 2017, “관계적 공간과 포용의 지리학,” 대한지리학회지, 52(6), 661-682.
24
한국장애인개발원, 2017, 시청각중복장애인의 욕구 및 실태조사 연구.
25
홍유미, 2020, 한국 농맹인 사회복지 정책과 서비스에 대한 연구, 강남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6
Aitken, S. C. and Wingate, J., 1993, A preliminary study of the self-directed photography of middle-class, homeless, and mobility-impaired children, Professional Geographer 45(1): 65-72. 10.1111/j.0033-0124.1993.00065.x
27
Bhakta, A., 2020, Which door should I go through?(In) visible intersections of race and disability in the academy, Area 52(4), 687-694. 10.1111/area.12554
28
Butler, R., and Parr, H.(Eds.), 1999, Mind and body spaces: Geographies of illness, Impairment and Disability, Routledge.
29
Deborah, C. P., John, P. R. and Michael, H. V., 1998, Disability studies in human geography. Progress in Human Geography 22(2): 208-233. 10.1191/030913298672928786
30
Dorn, M., and Metzel, D., 2001, Introduction to symposium on disability geography: commonalities in a world of differences. Disability Studies Quarterly 21(4): 2-5 10.18061/dsq.v21i4.312
31
Fayyaz, V., 2013, Understanding disability discrimination law through geography, Routledge.
32
Fry, C., 1988, Maps for the physically disabled, The Cartographic Journal 25: 20-28 10.1179/caj.1988.25.1.20
33
Gant, R., 1992, Transport for the disabled, Geography 77(1): 88-91.
34
Gleeson, B., 1999, Geographies of disability. Psychology Press.
35
Hall, E., 2016, Towards enabling geographies: ‘Disabled’ bodies and minds in society and space, Routledge. 10.4324/9781315550565
36
Imrie, R., 1996, Ableist Geographies, Disablist Spaces: Towards A Reconstruction Of Golledge’s Geography And The Disabled. Transactions Of The Institute Of British Geographers, Transactions Of The Institute Of British Geographers 21(2), 397-403. 10.2307/622489
37
Jacobson, R. D., 2013, Geography of disability. http://www.oxfordbibliographies.com; 20.03.2015. 10.1093/obo/9780199874002-0064
38
Zajadacz, A., 2015, The contribution of the geography of disability to the development of ‘accessible tourism’, Turyzm, 25(1): 19-27. 10.2478/tour-2014-0016
페이지 상단으로 이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