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II. 지역주의 해소를 위한 수단으로써 권역별 비례대표제
1. 김대중 대통령의 독일식 정당명부제 검토
2. 노무현 대통령의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 검토
III. 제17~21대 국회에서의 권역별 비례대표제 논의 과정
1. 제19대 국회의 논의
2. 제20대 국회의 논의
3. 제21대 국회의 논의
IV. 다양한 도입 이유와 권역 설정
1.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이유의 변천
2. 다양한 설정 방식
V. 독일 선거제도를 모방한 권역과 실효성
1. 독일 선거제도의 변용 논의
2. 권역을 생략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정
3.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실효성과 추가적인 논의의 필요성
VI. 결론
I. 서론
권역별 비례대표제, 즉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구를 ‘전국구’라는 단일 선거구에서 복수의 선거구로 바꾸자는 주장은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은 독일의 선거제도인 주(Bundesland)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검토하였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1999)는 1999년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개정의견’을 통해 비례대표선거구를 7개 권역, 2015년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에서는 6개 권역으로 구분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2008년 정치관계법특별위원회가 차기 제18대 국회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관한 논의를 조속히 착수하자는 권고를 포함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내놓았고, 제19~20대 국회에서 각각 4건, 제21대 국회에서는 동법 개정 법률안 중 10여 건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관한 것이었다. 특히 2019년 4월 발의되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의안번호 2019985)은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를 6개 권역별로 작성한다고 했지만, 본회의에서 권역은 삭제된 상태로 수정・가결되었다.1) 제22대 총선 앞두고도 김진표 국회의장은 2023년 정기국회 개회사를 통해서 북부・중부・남부라는 3개 권역의 ‘지역균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시했고, 2024년 1~2월에는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병립형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를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하자는 논의도 있었다.
총선을 기준으로 2000년 제16대부터 2024년 제22대 국회까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논의는 꾸준히 이루어졌지만, 비례대표는 여전히 전국구로 유지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정치개혁을 표방하면서 제17대 총선부터 1인 2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제21대 총선에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이 도입되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선거제도에 있어 주요한 구성 요소인 투표 구조(ballot structure)와 의석 배분 방식(electoral formula)을 이미 변경하였기에 남아있는 선거구제에 대해 권역이라는 대안을 모색하자는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며, 다음의 제23대 총선 무렵에도 거듭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주장을 훑어보면 초기, 즉 1990년대 후반에 앞세웠던 이유와 도입 목적이 점차 바뀌어 오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뒷부분에 다루겠지만, 초기에는 주로 영호남 중심의 지역주의 문제 해소・완화를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이것에 더해 사표 최소화, 비례성 강화, 다양한 정치 세력의 참여 확대, 지역 및 인구 대표성 보정,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균형 등 여러 정치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과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위에 열거한 정치적 과제들이 한꺼번에 해결될까? 비약하여 표현한다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우리 정치의 만병통치약일까? 당연히 병이 다르면 약이 달라야 하듯 지향하는 목표에 부합하는 수단과 제도를 선택해야 한다. 아울러 뜻밖의 부작용까지 면밀하게 살피는 신중함도 필요하다.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도입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은 물론 제22대 총선을 거친 지금에도 여전히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선거제도로 논란이 그치지 않는 실정이다. 원래의 구상보다 현저히 미흡한 비례성, 반복되는 위성정당 문제, 명확한 해명 없이 기존 안에서 홀연히 사라진 ‘권역’의 문제 등 양대 정당의 암묵적인 담합으로 인해 오랜 구상의 과정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 가운데 지역구 축소, 혹은 비례대표 의석 확대의 어려움으로 인한 연동 규모의 축소나 추가적인 입법으로 충분히 해결가능한 위성정당의 문제보다 지역감정의 해소를 목표로 제시되었던 ‘권역’의 문제는 실제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논의 과정이나, 이후 제도의 실행 과정에서 아무런 해명이 없었다는 점에서 의문과 아쉬움을 동시에 가지게 한다.
이상의 배경에서 이 연구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주장이 앞세운 명분이 시계열적으로 어떻게 변화되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각각의 명분에 적합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동시에 각각 주장들이 내재한 문제점까지 분석하고자 한다.
II. 지역주의 해소를 위한 수단으로써 권역별 비례대표제
1. 김대중 대통령의 독일식 정당명부제 검토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 다음 해 실시된 제13대 총선은 소선거구제로 환원된 선거였다. 당시 야당인 통일민주당과 평화민주당 등은 소선거구제 당론을 견지하고 관철했지만(서복경, 2010; 조한석・박명호, 2020), 1인 1투표를 통한 지역구의 소선거구 단순다수제와 비례대표의 병립형 의석 배분이라는 선거제도는 낮은 비례성과 높은 사표 비율, 영호남 중심의 지역 대결 구도라는 고질적 폐단을 만들었다(김만흠, 1995).
특히 ‘망국적’이라는 수식어를 관용처럼 쓸 만큼 지역주의 문제는 극심했고, 이를 해결하자는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당연히 제15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주장과 논의도 활발해졌는데, 지역구에서 개별 유권자의 대표를 선출하면서 16개 주 단위에서는 정당별 득표율-의석률 간 비례성을 얻을 수 있는 독일 연방의회 선거제도(허석재, 2023)는 같은 혼합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가 앞서 언급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적당한 모델이었다(박찬욱, 1997; 조기숙, 1999).
성낙인(1996)은 독일 선거제도 도입 가능성과 한계를 지적하고, 전국구비례대표제를 대신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도적 개선 방안으로 제시하였다. 또한 1998년 취임한 김대중 대통령도 재임 기간에 독일식 선거제도를 선호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있는데, “1998년 6월 18일 일정에는…조세형 국민회의 총재 권한대행과 당 3역으로부터 주례 보고를 받고 지역 분할 구도를 해소하는 방안의 하나로 소선거구제와 지역별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독일식 정당명부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겨레신문, 2019년 12월 8일 字)”했다는 것이다.
이 무렵의 김대중 대통령 및 당시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가 모색한 선거제도의 모습은 강원택(1999)의 연구에서 개략적인 윤곽을 엿볼 수 있는데, 독일식과 유사하지만,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각각의 방식으로 선출하여 합산하는 병렬적 혼용이고, 또한 한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정당명부 의석의 2/3 이상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김재한(1999)은 지역할거형 정당에 대한 제도적 처방을 주장하였지만, 비례대표를 전국이 아닌 광역지역으로 하자는 당시 정치권 일각의 주장은 비례성을 높일 수 있는 비례대표제 본연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며, 광역지역 단위에서 각 정당의 비례대표직 의석비 상한선을 정하는 방안은 인위적 불균형비례의 조정이기에 전국구 단위보다 나은 점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1999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개정 의견을 통하여, 국민의사 반영정도와 지역편중현상 완화를 위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간 의석 비율 2:1로 확대, 지역구와 비례대표 동시 입후보 및 7개 권역별 비례대표 선거구 설정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때 7개 권역 설정 방법은 제주도는 비례대표선거구에 포함하지 않고, ① 서울, ② 부산・울산・경남, ③ 대구・경북, ④ 인천・경기, ⑤ 광주・전북・전남, ⑥ 대전・충북・충남 ⑦ 강원 등이고, 지역편중현상 완화에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며 지역구와 비례대표 동시 입후보를 허용하자고 했다. 하지만 1인 1표 투표 방식은 고수했다.
이 무렵의 논의를 고찰할 때, 2000년 실시된 제16대 총선까지는 1인 2투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독일 선거제도는 비례대표제를 준거로 지역구선거를 가미한 것(강원택, 1999; 허석재, 2023)이므로, 당시까지의 1인 1투표제 현실 아래에서 비례대표를 다수 권역별로 선출하자는 주장은 그 초점을 비례성 개선보다는 지역주의 완화에 맞춰져 있다고 간주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런데 2001년 7월 헌법재판소는 1인 1표제 자체는 위헌이 아니지만 1인 1표제가 비례대표제와 결합되어 지역구 득표비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즉 ‘지역구선거에서 표출된 유권자의 의사를 그대로 정당에 대한 지지의사로 의제하여 비례대표의석을 배분’하는 1인 1표제를 직접선거와 평등선거 원칙을 위배2)하고 또한 유권자들의 평등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판결이 제17대 총선부터 1인 2투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는 직접적인 이유였다.
2. 노무현 대통령의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 검토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논의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어 운영한 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의 정치개혁연구실에서도 진행되었다. 이에 따르면 다양한 선거제도에 대한 검토가 진행되었고, 이 중에서 전국을 7~8개 권역으로 나누고, 지역구 200석+비례대표 99석으로 정하고 전국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방안을 최종적으로 결정하였다(안병길, 2010).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번째 국회 시정연설에서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차지할 수 없도록 선거법을 개정한다면 17대 국회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 또는 정치 연합에게 내각의 구성 권한을 이양하겠다.”며 선거제도 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하지만 다음 해 실시된 제17대 총선은 앞서 언급한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처음으로 1인 2투표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도입되었지만, 소선거구 지역구제와 전국구 비례대표제 그대로 유지되었고, 비례대표 의석배분도 병립형으로 이루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현직에 있는 기간 동안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기록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임기가 끝날 무렵 대통령비서실(2007)에서 한국 정치에 대한 새로운 제언이라며 출간한 도서, 무엇보다도 사후에 발간된 자서전에는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제일 좋은 대안으로 생각했고, 그것이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는 ‘1등만 살아남는 소선거구제가 이성적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지역 대결 구도와 결합해 있는’ 당시 정치 상황의 타개를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III. 제17~21대 국회에서의 권역별 비례대표제 논의 과정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주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독일의 선거제도를 검토했고, 특히 권역별로 비례대표를 선출함으로써 영호남의 특정 정당 의석 독점에 의미있는 균열을 기대하였다. 그러나 이 무렵에는 국회와 정당 차원에서는 이와 관련된 공식적 논의는 활발하지 않은 듯하다. 제17대(2004~2008년) 국회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개최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및 지방선거 제도 개선에 관한 공청회(2005년 2월 16일)’에서 독일식 비례대표제와 권역에 대한 진술인의 의견이 있었지만, 관련 내용을 담은 의안 발의는 없었다. 오히려 임기가 끝날 무렵인 2008년 2월 말에 정치관계법특별위원회는 서론에 언급한 것처럼 제18대 국회에서는 조속히 논의하자는 부대 의결로 마무리지었다.
제18대(2008~2012년) 국회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개최한 ‘공직선거제도에 관한 공청회(2009년 9월 23일)’, ‘「공직선거법」의 개정방향에 관한 공청회(2011년 3월 29일)’ 등에서 여러 진술인과 위원들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언급하였지만, 이를 담은 내용의 의안 발의는 없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2011)는 2011년 4월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지역주의 완화를 위한 국회의원 선출방법 개선안으로 ‘시・도별’로 해당 정당이 추천한 지역구국회의원 후보자 중에서 2명 이상을 비례대표후보자 명부의 같은 순위에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구결합 비례대표제’를 제시했다.
1. 제19대 국회의 논의
원론적 수준 또는 지향적 성격의 권역별 비례대표제 논의에서 벗어나 제19대 국회에 이르러서는 보다 구체적인 의안 발의로 이루어졌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으로 발의된 것 중에서 4건 정도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명시하였는데,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1건, 야당이었던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3건을 발의했다.
우선 2013년 2월 강기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2011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지역구결합 비례대표제와 매우 흡사하며, 내용적으로 1996년 일본 중의원 선거부터 적용된 석패율제와도 비슷하다. 즉 같은 시・도 안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자 중복 추천을 허용하는 것인데, 별도의 권역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17개 광역자치단체별로 비례대표후보자 명부를 작성하도록 했다.
한편 2015년 2월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2015)는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통해 지역구와 비례대표 동시 입후보 허용, 6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1999년 제안한 7개 비례대표선거구 분할과 2011년의 지역구결합 비례대표제를 결합한 내용이다. 제안 이유로는 정당의 지역편중 현상을 완화하고, 2014년 헌법재판소의 선거구획정 인구비례 기준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구의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함을 전제로 정당 지지도와 의석 점유율간, 시・도별 인구수와 의석수 간 불비례를 극복하고 대표성의 강화하자고 하였다. 주목할 점은 ‘병용제’라는 용어의 의석배분을 제안했는데, 이는 연동형을 의미하는 것이다.3)
같은 해 국회에서는 김성태, 박영선, 김상희 의원 등이 관련 내용을 포함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의안에서는 복수의 광역자치단체를 묶어 비례대표 권역을 설정하는데, 그 수는 4~6개 등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안과 유사하다. 하지만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 있어서는 김상희 의원안을 제외하면 지역구와 별개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병립형이다. 김상희 의원안에서는 ‘비례대표국회의원의석은 국회의원선거권역별로 각 정당에게 배분된 의석수에서 각 정당이 해당 권역 내의 지역구국회의원선거에서 획득한 의석수를 공제함.’으로 하였기에 연동형 도입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발생할 수 있는 ‘추가의석(초과의석)’을 허용하도록 하였기에 전체 의석수를 고정하지 않아서 선거 결과에 따라 전체 국회의원이 300명 이상 될 수도 있었다.
2. 제20대 국회의 논의
2016년 개원한 제20대 국회에서는 임기 전반기에 3건의 의안이 발의되었다. 발의될 때는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소병훈, 김상희, 박주민 의원이 대표 발의하였다. 그리고 제21대 총선 1년 전에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무소속 의원들이 참여한, 흔히 ‘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정안으로 부르며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의안까지 모두 4건이 있다.
먼저 전반기에 발의된 세 건 의안을 살펴보면, 비례대표 명부를 6개 권역별로 작성한다고 하는 점에서는 동일하나 그 설정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소병훈과 박주민 의원안에서는 강원도를 인천・경기와 같은 권역에 포함시켰지만, 김상희 의원안은 대전・세종・충북・충남과 묶었는데, 설정 근거는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김상희 의원안에서는 권역별 의원정수를 정할 때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인구수에 10%를 가중하여 할당하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강원도를 인천・경기에서 분리한 것 같다. 전체 국회의원 정수에도 다소 차이가 있지만, 권역별 연동형으로 의석배분하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초과의석을 인정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이중 박주민 의원안의 제안 이유에는 다른 것들이 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대신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명시했다. 또한 제19대의 김성태, 박영선, 김상희 및 제20대의 소병훈, 김상희 의원안과 달리 지역구와 비례대표 동시 입후보를 허용했다. 그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제안 및 제19대 때 강기정 의원안에서도 같은 시・도 안에서 이를 허용하자고 주장했지만, 특정 정당의 열세 지역, 열세 시・도에 한정하여 적용하는 것이다.4) 반면 박주민 의원안에서는 ‘정당이 국회의원선거권역별 비례대표 후보자명부를 작성할 때에는 추천후보자 총수의 100분의 30 범위에서 해당 국회의원선거권역 지역구 출마 정당추천후보자(이하 “중복입후보자”라 한다)를 포함할 수 있다.’라고만 했다.5)
이처럼 6개 권역 설정, 연동형 의석 배분 그리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동시 입후보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또 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2019년 심상정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해당 의안은 앞에 살펴본 의안과 달리 초과의석 발생을 억제해서 전체 의석 300개를 유지하려고 연동배분의석수→잔여배분의석수→조정의석수→권역별 연동배분의석수→권역별 잔여배분의석수→권역별 조정배분의석수라는 상당히 복잡한 의석배분을 적용했다. 그래서 흔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부른다. 이 의안은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었고, 당시 개정을 반대한 자유한국당과 공동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주축의 1+4 협의체 간 극한 대립과 갈등을 겪은 후 수정・가결되었다.
그런데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애초 발의 내용과 다르게 비례대표 명부를 권역이 아닌 전국 단위로 작성하도록 했다. 권역이 사라지면서 석패율제도 사라졌고, 의석배분 방식도 6단계에서 3단계로 줄었다.
3. 제21대 국회의 논의
제21대 총선 결과를 통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선거제도와 정치의 개혁을 견인했는지를 평가한다면, 긍정적인 평가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입법 과정에 권역 및 석패율제를 삭제하여 지역주의 해소를 도모한 제도적 장치를 국회 스스로 포기했고, 또한 거대 양당 모두 위성정당이라는 편법적 전략을 이용하였기에 비례성 확대를 기대할 수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권역도 없고, 위성정당으로 인해 연동형 의석 배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에 기존 병립형 비례대표제보다 나아진 것이 없는 실패한 선거제도였다(이정섭 등, 2020). 그리고 지난 총선의 캡(∩), 즉 병립형 비례대표 의석 배분은 제21대 총선에만 적용된 ‘특례’였고, 2022년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다당제로 정치개혁과 비례대표 확대를 공약했고, 2022년 연말 윤석열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중대선거구제로 개편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제21대 국회에서 다시금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선거제도 개혁 관련 논의를 거듭하였고, 제22대 총선을 1년 남짓 앞둔 2023년 초반부터 김진표 국회의장 직속의 ‘헌법 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창설,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 모임’의 결성, 국회 전원위원회를 통한 선거제도 토론 및 시민참여단 500명의 ‘선거제도 개편 국민 공론조사’ 등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여전히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하는 의안들이 다수 발의되었다. 발의자들은 대체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중심이었고, 그 수는 10여 개에 달한다.
해당 의안들을 권역 설정 기준에서 분석하면, 복수의 광역자치단체를 결합하여 5~6개로 비례대표 선거구를 구분한 의안들이 약 11개 정도이다. 김두관(의안번호 2117155), 김영배(2118328), 민형배(2119432), 김민철(2119588), 서영교(2119720), 최인호(2119743), 윤호중(2119784), 고영인(2119948), 김경협(2120070), 양정숙(2121243)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의안에서는 전국에서 6개 권역의 비례대표 선거구로 설정했고, 이탄희(2119800) 의원안은 5개 권역이었다. 이중에서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배분 방식이 6개, 병립형은 4개이고,6) 지역구와 비례대표 동시입후보 혹은 석패율제 도입을 추진한 의안은 4개이다.
김종민 의원안(2119433)은 소선거구 지역구 의석 150석과 비례대표를 권역별로는 10명 안팎, 전국적으로는 15개 권역의 150석으로 하되, 개별 권역의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동수로 맞추는 것이다. 독일의 선거제도와 가장 근접한 모양새인데, 다만 ‘위성정당’을 막기 위해서 병립형으로 비례대표 당선인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상민 의원안(2117732)은 4~5석 중대선거구 지역구국회의원 127명과 하나의 시・도를 권역으로 설정해서 같은 수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두고, 46명의 전국구 비례대표 국회의원까지 추가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각 시・도에는 동수의 중대선거구 지역구와 권역별 비례대표 의석이 있는데, 의석배분은 연동형으로 한다. 여기까지는 독일식과 흡사하지만 병립형으로 46석의 전국구 비례대표를 따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나아가 권역이라는 용어를 비례대표제가 아닌 명목상으로는 지역구에 적용하는 개정안도 등장했다. 김상희 의원안(2119107)은 ‘39개 권역별 중대선거구제’, 박주민 의원안(2119140)은 ‘개방명부식 권역별 대선거구’라고 명명했는데, 각 대선거구의 의석수는 3~5석, 5~10석, 6~12석 등이다. 이 의안들은 대선거구에서 각 정당의 득표를 헤어-니마이어(Hare-Niemeyer)/해밀턴(Hamilton) 방식에 따라 정당별 당선 의석수를 우선 정하고, 다음 단계에서 정당 추천후보자 명부에서 득표순으로 최종 당선인을 결정하는 개방형 제도를 제안하고 있다. 우리의 지방의회의원선거도 중대선거구지만 단순다수결제에 익숙한 것이 현실이기에 이 의안들은 실제로는 권역별 또는 대선거구 비례대표제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회의 의안은 아니지만, 제22대 총선 직전에 김진표 국회의장은 3개 권역 지역균형비례대표제를 통해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 극복을 도모하자고 했고(2023년 정기국회 개회사),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 도입 주장이 있었는데 명분은 지역주의 해소이다(한겨레신문, 2024년 1월 31일 字).
IV. 다양한 도입 이유와 권역 설정
1.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이유의 변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999년,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관한 의견을 제시했다. 각각의 이유를 살펴보면 1999년에는 국민의사 반영정도와 지역편중현상의 완화정도에 중점을 둔다고 밝혔고, 2015년에도 거의 동일한 이유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병용제라는 명칭의 연동형 의석배분 방식을 추가하였다. 권역은 지역주의 해소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기본이며 연동형을 통해 정당 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의 비례성 확대도 도모하자는 것이다.
제19대부터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의안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도입 이유들이 변해왔다.
제19대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 의안들이 기재한 제안 이유를 살펴보면, 강기정과 김성태 의원은 지역주의 해소 또는 완화를 위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박영선 의원은 비례성과 농어촌지역 대표성 약화의 최소화, 김상희 의원은 지역대표성, 농어촌지역 대표성 보완, 합리적 사표 처리, 인구대표성 등 다목적을 표방하고 있다(표 1).
표 1.
제19대 국회의 ‘권역별 비례대표제’ 관련 발의안
표 2처럼 제20대 국회 때 발의된 의안들은 모두 연동형 또는 준연동형 의석배분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제안 이유에서 지역주의 문제에 대한 언급이 줄고, 비례성과 사표 문제에 초점이 옮겨졌다. 소병훈 의원안에는 사표의 제도적 최소화와 비례성 강화, 유권자의 진실한 정치적 선호 등을, 박주민 의원안은 대량의 사표발생과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간의 불일치가 초래되고 유권자 표심이 왜곡되는 결과 등을 이유에 적고 있다. 제19대에 거듭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발의한 김상희 의원의 경우 그때와 대동소이하다.
표 2.
제20대 국회의 ‘권역별 비례대표제’ 관련 발의안
준연동형 의석배분의 심상정 의원안에서는 대규모 사표 발생, 정당득표율과 의석점유율 간의 불일치 및 지역주의 정당체제 등이 기존 선거제도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배분, 권역별 비례대표제 및 이를 결합한 권역별 석패율제, 즉 열세지역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가 비례대표로 선출될 수 있도록 해서 ‘국회 의석배분에 있어 국민의 의사의 왜곡을 최소함과 동시에 지역주의를 개선하며 다양한 정책과 이념에 기반한 정당의 의회 진출을 촉진하려는 것임’을 표방하였다. 그런데 이 의안이 수정되는 과정에서 권역이 사라진 이유는 찾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는 권역 그리고 석패율의 삭제는 지역주의 해소보다 우선되는 다른 가치를 국회의원들이 선택했음을 의미하고, 그 가치는 비례성, 다양성 등인 듯하다.
제21대 국회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또는 권역별 중대선거구제를 표방한 여러 의안들 중 제안 이유에 지역주의 문제를 한 차례라도 언급한 것은 15건 중 6건이다. 김종민, 서영교, 고영인, 양정숙, 박주민, 이상민 의원안 등인데 대체로 석패율제를 함께 담고 있다. 나머지 의안들이 밝히고 있는 도입의 배경・이유・필요성은 매우 다양한데, 비례성 강화 또는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 간 불일치 완화, 위성정당 방지, 인구대표성과 지역대표성 보장, 수도권과 지역의 균형발전, 정치적 다양성 강화와 전문성 증진, 양당 정치체제 완화 등이다.
아울러 농산어촌을 비롯한 지역대표성의 강화 및 지역불균형 해소 등도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의 이유로 제시되었다. 이것은 헌법재판소가 지역구선거구 획정의 인구 편차 기준을 강화시킨 것 그리고 ‘지방 소멸’, 즉 수도권 집중과 비수도권이 겪고 있는 인구 문제를 배경에 두고 있다. 2014년 헌재 판결에 따라 2:1 인구 편차가 적용된 제20대 총선 직전에 「공직선거법」에 ‘농산어촌의 지역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문이 신설되었지만, 강제성이나 구체적 방안은 불명확하다. 대신 비례대표 의석수를 할당할 때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이외 권역, 또는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경기도 이외 지역에는 추가 의석 할당이나 가중치를 부여하여 비수도권 및 도 지역 의석수를 실질적으로 늘리자는 것이다. 제19대 국회의 박영선 의원안은 4개 권역에 비례대표의석을 균분하고 잔여의석을 지역대표성이 낮은 권역순서로 추가 할당하자고 했다. 제20대 국회 때 김상희 의원안에서는 비수도권 가중치를 10%로 두었고, 제21대 윤호중, 이탄희, 김경협 의원안 등에서는 최대 100%로 제시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023년 9월에 제시한 3대 권역별 지역균형비례제도 수도권보다 지방에 균형 의석을 추가하여 지역 소멸시대에서 지역균형발전 시대로의 전환을 도모하자는 것이 명분이었다.
2. 다양한 설정 방식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논의 초기에 성낙인(1996)은 권역별의 의미는 비례대표제 의원정수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에 따라 다소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로, 다음과 같은 설정을 제시했다. 첫째 광역자치단체, 둘째 당시 5개 광역시를 인근 도와 합친 선거구로 설정, 셋째 서울, 경기, 강원, 충청, 전라, 경상, 제주, 마지막으로 서울, 부산을 제외한 대구, 광주, 대전, 인천 등을 당해 도에 포함시키는 방안 등인데, 이후 논의에서도 이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제각각의 권역 설정이 제시되었다.
다수를 차지하는 권역 설정 방식은 여러 개 광역자치단체를 묶어 3~7개로 만드는 것이다(정연경, 2023). 3개 권역은 2023년 김진표 국회의장의 지역균형비례제인데 전국을 북부・중부・남부로 나누는 것이고, 4개는 제19대 국회의 박영선 의원안으로 서울・인천・경기, 대전・세종・충북・충남・강원, 부산・대구・울산・경북・경남, 광주・전북・전남・제주로, 5개는 제21대 국회의 이탄희 의원안에서 서울・인천・경기,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강원 광주・전북・전남・제주, 대전・세종・충북・충남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그리고 제19대 국회의 김성태, 김상희 의원안, 제20대 소병훈, 김상희, 박주민, 심상정 의원안 및 제21대 고영인, 김경협, 김영배, 김두관, 윤호중,7) 김민철, 민형배, 최인호, 양정숙, 서영교 의원안 등은 6개 권역 설정을 제시하고 있다. 7개 권역 설정은 1999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의견이었다. 세부적인 권역 설정을 살펴보면 우선 지역주의 문제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3개 권역의 지역균형비례제를 제외하면 대체로 영남은 2개 권역, 호남은 제주를 더해 1개 권역으로 설정했고 여기에 연동형 의석배분과 석패율제를 함께 적용하면 특정 정당이 해당 권역 의석을 독점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아울러 비수도권 지역에 가중치를 부여하고 비례대표 의석수 할당에 혜택을 주고 하는 의안에서는 서울・인천・경기를 분리해 설정하였다.
다음으로 17개 광역자치단체를 권역으로 설정한 것도 있는데, 2013년 강기정과 2023년의 이상민 의원안이다. 강기정 의원안에서 시・도를 권역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8) 제안 이유 첫 문장이 지역주의와 결합된 정당의 지역 편중 심화와 특정지역에서 특정 정당의 의석 독점을 언급하며 같은 시・도 안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동시 입후보 허용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17개 권역에 각각 몇 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어떻게 나눌지를 언급하고 있지 않은데, 극단적으로 세종에서는 비례대표 의석이 아예 할당되지 않을 수 있고, 인구가 적은 도 지역들은 1~2석 할당에 그칠 수 있다. 이상민 의원안은 ‘하나의 시・도를 하나의 권역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김종민 의원안은 서울 2개 권역, 경기 4개 권역, 인천, 부산, 울산・경남, 강원, 충북, 전북, 광주・전남・제주, 대전・세종・충남, 대구・경북 등 총 15개 권역을 명시했는데 비례대표명부를 개방형으로 전환하자고 했다. 그런데 서울, 경기처럼 하나의 광역자치단체를 여러 권역으로 분할하는 기준과 주체를 명시하지는 않고 있다.
이외에도 중대선거구이면서 헤어-니마이어/해밀턴 방식으로 당선인을 결정하는 김상희 및 박주민 의원안에서는 각각 39개와 30개 안팎의 권역으로 설정했다. 세부적으로는 김상희 의원의 ‘권역별 중대선거구제’는 대전・세종을 제외하면 하나의 광역자치단체를 다수의 권역으로 분할하거나 광역자치단체를 권역으로 등치하는 것이고, 박주민 의원의 ‘개방명부식 권역별 대선거구제’는 시・도를 하나의 권역으로 하되 선출할 국회의원 정수가 12인 이상일 때에는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인구수 등을 고려해서 분할하도록 했다.
이처럼 '권역별'이라는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만 그것의 개수, 공간적 설정 및 의미는 너무나도 다양하다(표 3).
표 3.
권역별 비례대표제 의견 및 의안의 권역 개수와 설정
V. 독일 선거제도를 모방한 권역과 실효성
1. 독일 선거제도의 변용 논의
1990년대 중반 무렵 시작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논의의 바탕에는 독일식 선거제도, 즉 주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한 정당이 해당 주의 전체 의석 독점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지역주의 해소나 완화를 위한 선거제도라는 인식이 있었다.
독일 선거제도의 변용을 위한 전제는 1인 2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였기에 제16대 총선까지는 지향점 수준에 그쳤다. 2001년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부터 이것이 가능해지면서 적용에 관한 논의 범위가 확대되고 또한 구체성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또 다른 제약이 남아있는데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이 1:1이었던 독일과 달리 우리의 비례대표 의석 비율은 15~25%, 의석수는 46~75석9)에 불과하다. 1999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7개 권역 비례대표 선거구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만약 15~17개10) 광역자치단체별로 비례대표 의석을 할당하면 고작 1~2석 할당 등 각 시・도의 비례대표 의석수가 매우 적다. 게다가 제20대 총선까지 병립형 의석배분 방식이 적용되었으므로, 영호남 시・도에서 오히려 비례대표마저 특정 정당이 독점할 가능성도 있었다. 따라서 각 지역 단위에서의 비례대표 의석수가 증가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방법은 첫째 전체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려 각 시・도별 그것도 늘리거나, 둘째 몇 개 시・도를 합치는 것인데 후자에 대해 권역이라는 조어(造語)가 만들어졌다.
독일의 주를 대신해서 광역자치단체 여러 개를 묶은 권역이라는 공간 설정, 그리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동시 입후보를 허용한다면 영남 및 호남 권역에서 적은 수라도 의석 독점에 균열을 낼 것이라 기대했고,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논의부터 지금까지 표방하고 있는 주요 이유이다.
한편 독일 선거제도는 지역구-비례대표 연동형 의석배분을 통해 높은 비례성과 낮은 사표 비율을 가능하게 한다(홍재우, 2013). 우리나라는 소선거구 단순다수제에 기반한 지역구 의석 비율이 80% 이상을 차지해 왔다. 이것이 지역주의 이외에도 낮은 비례성과 투표 중 과반 가량의 사표 발생이 거듭되는 주요 원인으로 인식되었기에, 권역 설정과 연동형 의석배분을 동시에 적용하자는 주장들이 등장했다. 제19대 국회 임기 중인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의 지역편중 완화와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를 충실히 반영할 수 있도록 권역별 비례대표제 및 병용제 방식의 의석배분을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으로 제시하였고, 같은 해 6월 김상희 의원이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도 국민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사표를 합리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권역별로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연동시켜 의석배분하도록 했다. 제20대 국회 때 발의된 4개의 권역별 비례대표제 관련 의안 중 3개는 연동형, 신속처리안건인 심상정 의원안은 준연동형 의석배분으로 개정하자고 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에서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입법의 흐름이 바뀌어 가면서 지역주의 해소를 넘어 비례성 확대, 사표 축소 등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점유율 간 균형을 표방하는 주장들이 다수를 이루게 되었다.
2. 권역을 생략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정
지역주의 해소에 초점을 맞춘 권역별 비례대표제에서 지역주의, 비례성, 사표 문제까지 보완하겠다고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논의는 확대되었지만 「공직선거법」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실제 개정 과정을 살펴보면, 제20대 국회에서 신속처리안으로 지정되었던 심상정 의원안은 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 여기에는 6개 권역으로 전국을 나누고 각 권역에 석패율제도 도입하고, 1991년 이후 선거법에서 삭제된 비례대표 의석수를 75석으로 정했다.11) 즉 “국회의원 정수는 지역구국회의원 225명과 비례대표국회의원 75명을 합하여 300명으로 한다.”고 했는데, 문제는 독일 연방하원의원 선거 결과처럼 초과 및 보정의석 때문에 전체 의석수가 300석을 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대한 해법이 준연동형이었다.
그런데 최종 개정에서 권역과 석패율제가 없어지고, 의석배분은 제21대 총선에만 적용하는 특례이지만 전국 단위의 병립과 준연동으로 각각 30석, 17석 비례대표로 정해졌다. 제22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의석수가 오히려 1석 줄어든 46석이고, 전국 단위 준연동형으로 배분되었다. 지난 20여 년에 걸쳐 독일 선거제도를 준거로 권역별 비례대표제→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순서로 변용의 모색들이 전개되었지만, 실제 제21~22대 총선은 권역 없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지면서 ‘위성정당’ 문제가 나타났다(강우진, 2020).
3.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실효성과 추가적인 논의의 필요성
권역이 사라진 것이 위성정당 발생의 핵심적 원인은 아니다. 오히려 의석배분을 연동형 혹은 준연동형으로 하자는 주장의 반대편에 위성정당에 대한 지적이 존재했고, 두 차례 총선 때 어김없이 위성정당 창당과 이후 합당이 거듭되었다. 따라서 권역별 비례대표제에서도 연동형 의석배분이라면 위성정당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비례성, 다양성 확대와 사표 감소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오히려 위성정당이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대신에 현행 전국 단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주의 해소에 기여할 여지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그래서인지 제21대 국회에서도 권역별 비례대표제 및 석패율제 도입을 주장한 의안들이 이전보다 더 많이 발의되었고, 심지어 제22대 총선을 두세 달 앞두고서는 위성정당 문제를 해결하자고 권역을 설정하되 병립형으로 회귀하자는 주장들도 등장하였다.
결론적으로 22대 총선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도입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여러 국회 회기 중 총선을 대략 1년 정도 앞두고 관련 개정안 발의가 거듭되었던 것처럼, 제22대 국회에서도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듯하다. 여러 주장의 지향점이 다른데 권역이라는 같은 도구만 고집하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관련 논의가 재개된다면 아래와 같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고 이를 토대로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실효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지역주의 완화를 목적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한다면 중대선거구제와의 비교분석이 필요하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공약에는 “국회의원 선거구제의 중대선거구제 전환을 추진하고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지역주의 정치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루겠습니다.”가 있고,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구도의 제도적 해소를 위해 중대선거구제를 포함한 선거제도 개혁이 대연정을 제안한 이유라고 밝혔다.12)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주의 해소를 위해 독일식 선거제도를 검토했지만, 공개적으로 언급한 선거제도는 중대선거구제였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제5대 총선의 참의원 및 제9~11대 총선에 2인 선거구제를 실시했고, 제13대 총선부터 소선거구제로 환원되면서 특정 정당의 특정 지역 의석 독점이 두드려졌다. 이 같은 의석 독점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둘째, 비례성과 다양성 등을 목표로 도입한다면 굳이 권역이 필요한지를 검토해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선거구 크기가 커지면 선거 결과의 비례성이 높아질 수 있으며(Lijphart, 1994), 비례성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이상적인 상황은 전체 국가를 하나의 선거구로 만드는 것이다(Farrell, 2011, 110). 실제로 제20대 국회 때 심상정(의안번호 2010785), 제21대 이은주(2119375), 용혜인(2124037) 등 군소정당 의원들은 권역별 대신 전국 단위의 연동형 의안을 발의했다. 게다가 정당별 득표율 기준이 전국이냐 권역이냐에 따라 의석할당 봉쇄조항(electoral threshold) 적용 및 의석률도 달라지고, 전국에 비해 권역별에서는 대표성의 편차가 커질 수도 있다.
셋째, 앞의 두 가치를 동시에 지향한다면,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가 우선 되어야 한다. 원래 지역주의 해소, 비례성과 다양성의 확대 그리고 사표 비율 감소라는 희망을 동시에 모색하고 찾은 게 독일 선거제도였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혼합형 선거제도라는 게 일단 비슷하고, 독일 지역구도 소선거구 단순다수결제로 우리와 같다. 다른 점은 주별 비례대표제 및 연동형 의석배분,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이 1:1 비율이다. 독일 선거제도에서 높은 비례성을 찾을 수 있는 요인은 권역이나 연동형이라는 것보다 비례대표 의석수가 많고 그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이 약 5.5:1 비율이기에 앞서 살펴본 의안 중 상당수는 전체나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를 제안했다.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의안 중에서 김종민 의원안이 독일 선거제도와 가장 유사해 보이는데, 15개 권역의 병립형 의석배분이지만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150석씩이다.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1을 제안했고, 여타 의안에서 3:1 이상의 비율을 제안한 것을 찾기 힘들다. 국민들이 반대하는 전체 의석수 확대가 어렵다면, 지역구를 줄여 비례대표 의석을 늘릴 수 있다. 46석 비례대표를 3~6개 권역 또는 17개 시・도에 나누기도 어렵지만, 나누더라도 지역구와 연동하여 의석배분할 때 기대할 수 있는 비례성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전체 의석수 확대는 국민 정서에 반한다는 이유로 늘지 않았고 비례대표는 제21대 총선 비례대표 47석이 제22대에는 46석으로 오히려 줄었다.
넷째, 농산어촌을 포함해 지역대표성 강화 혹은 지역균형발전을 표방하며 비수도권 시・도에 인구 가중치를 적용하는 방안은 평등 선거의 원칙을 위반할 수도 있다. 관련 의안들이 제시한 가중치의 최대는 100%이고, 이것은 2014년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지역구 선거구획정 인구편차 범위에는 부합한다. 지역구 각 선거구는 –33.3 ~ +33.3% 인구편차 범위 내에서 획정하고 있지만 시・도별 인구편차에 대해서는 명문화된 법률 조항이 없다. 「공직선거법」은 시・도의 관할구역 안에서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고 했지만, 시・도별 지역구에 대한 의석할당을 생략하고 있어 경계 획정에 급급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문은영, 2023). 따라서 광주와 대전은 인구가 각각 143.2만 명, 144.7만 명인데 제22대 총선 지역구는 8개, 7개씩이다. 이처럼 광역자치단체 간 역전 현상을 쉽게 찾을 수 있고 특히 상대적으로 수도권은 과소, 비수도권은 과다대표되어 왔다. 여기에 비례대표 의석할당에 최대 가중치까지 더해지면 시・도별, 권역별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수는 헌법재판소의 인구 편차 범위를 초과할 수도 있다.
아울러 연동형 의석배분과 개방형 비례대표제를 동시에 채택한다면 극단적 가정이지만, 수백~수천 득표만으로 비례대표로 당선되는 권역과 그 수십 배 득표로도 낙선하는 권역이 나타날 수 있고 이것은 대표성의 위기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권역이라는 공간 단위가 무엇인지, 그 정의(定意)에 대해 그리고 권역 설정의 준거, 기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연방공화국 기본법 전문(Präambel)에 16개 주를 나열한 독일은 개별 주가 곧바로 권역이므로 추가적인 정의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공직선거법」에는 ‘국회의원지역구는 시・도의 관할 구역 안에서’라고 명시하고 있기에 광역자치단체는 우리에게 중요한 공간 단위이다. 다행히 몇몇 의안에서 시・도를 권역으로 설정했지만, 상당수 의안은 「지방자치법」의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특별자치도 묶거나 반대로 하나를 여러 개로 나누면서 이를 권역으로 명명했지만, 제시한 근거는 없다. 그나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의견 중에 ‘생활권’, ‘지리적 여건’을 설정 근거로 했을 따름이다. 여러 의안을 서로 비교하면 강원은 인천・경기, 대전・세종・충북・충남 또는 대구・경북 등 다양한 권역 조합이 존재하는데, 쉽게 납득하기가 어렵다. 좌우, 상하 또는 대각선 연결을 두고 생활권, 지리적 여건 등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는, 매우 자의적 설정이다. 심지어 ‘권역별 중대선거구제’, ‘개방명부식 권역별 대선거구제’처럼 불필요한 수식어로 권역이라는 용어가 낭비되고 있다. 마치 권역이라는 용어가 유행 혹은 전가의 보도인 듯하며, 지역구 획정뿐만 아니라 비례대표 권역 설정도 투표의 공정성, 게리맨더링, 투표 등가치성, 대표성 등에 심대한 영향을 준다. 매번 총선 때마다 ‘국회의원지역구획정위원회’는 다소 형식적이라 비판은 있지만, 전국을 순회하며 공청회를 개최하고 현지의 의견을 경청하는 절차가 있다. 만약 다시금 권역별 비례대표제 논의가 재개된다면 비슷한 과정이 전제되길 바란다.
VI. 결론
1987년 이전까지는 제도 발전이 정치발전을 이끈다는 한국 정치의 ‘서구화’ 노력이 대세인 시대였다면, 제6공화국의 출범 이후 한국 정치의 과제는 민주주의의 ‘한국화’를 모색하는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87년 체제’ 논의나 ‘정당 발전’ 혹은 ‘정당 민주화’에 대한 각계의 논의는 대통령 직선제와 대의제의 제도적 완성 이후 소위 ‘실질적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었으며, ‘국민의 뜻’을 제대로 대표할 수 있는 추가적인 제도적 발전 혹은 개혁을 제안하고 검토하는 과정이었다(최장집, 2002).
1987년 이후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한 과제로 제기된 여러 문제들 가운데 가장 근본적이고 시급한 문제로 제기된 것이 바로 ‘지역 균열’, 혹은 ‘지역 감정’으로 불리는 영·호남 혹은 호남·비호남의 갈등 문제였다. 지역 균열의 문제가 민주주의의 기반이 되는 정당의 미성숙 혹은 미발전 혹은 불완전한 제도화의 원인으로 지적되면서(김만흠, 1997; 최장집, 2020), 대의제 민주주의의 기반인 정당의 제도적 공고화를 위한 선거제도의 개혁이 구상되고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소선거구제로의 개혁 이후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비례대표제(‘전국구’)가 유지되었고, 1980년대 이후 지역주의가 동원된 정치균열이 여타 모든 정치균열을 압도하면서(김만흠, 1995),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던 중 제기된 것이 독일식 선거제도였다.
우리나라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논의는 독일 선거제도를 변용하는 과정이었다. 초기에는 주를 대신한 권역을 통해 지역의 특성을 존중하면서도 지역감정으로 분열된 정치를 제도를 통해 완화해 보자는 게 목적이었다. 이후 연동형을 통해 비례성 확대 및 사표 비율 감소를 꾀하였다(황아란, 2015; 강우진, 2020). 하지만 근본적인 해법인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는 국회를 불신하는 국민 여론에 막혔고,13) 지역구 의석수를 대폭 감소시켜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확대하는 것은 거대 양당 기득권을 거스르는 것이기에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 반증이 제13대 총선에서는 법률에 명시되었던 3:1 비율이 삭제된 것을 비롯하여 지속적으로 비례대표 의석수가 감축된 것을 들 수 있다.
짧게는 10여 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우리 정치 현실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였다. 일례로 지금은 선거제 개혁 당시와는 지역감정보다는 세대 간의 갈등이 더 큰 갈등 요인으로 지적될 만큼 지역감정 해소의 중요성이 당시보다는 많이 덜 해졌다는 주장도 있다. 애초 구상된 독일식의 선거제도 자체를 고집하기보다 현재의 정치 현실에 맞는 ‘한국식’ 제도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대표적인 요소가 바로 ‘권역’이다. 그러나 선거제도개혁의 과정에서 각각의 법률 개정안을 통해 바라본 결과, 어느 것도 ‘권역’의 의미를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우리 선거제도의 개혁 방향에서 ‘권역’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무엇보다 선거제도의 각 요소가 우리 정치 현실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고, 국민의 뜻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보다 깊이 있고 허심탄회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제22대 총선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논의가 일단락된 것인지, 향후 재개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권역이라는 선거구가 등장하고 사라졌던 그간 논의를 반추한다면 선거의 공간 및 지리적 단위에 대한 고민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