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국토지리학회지. 30 June 2021. 137-154
https://doi.org/10.22905/kaopqj.2021.55.2.1

ABSTRACT


MAIN

  • I. 서론

  • II. 이론적 고찰

  •   1. 모빌리티와 지리적 실천

  •   2. 질병 낙인 이론과 생명정치

  •   3. 사회공간적 배제와 포용도시

  • III.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공개를 둘러싼 경합하는 생명정치

  •   1. 생명정치로서 확진자 동선 공개

  •   2. 확진자 동선 공개에 관한 담론과 경합

  • IV. 코로나19 확진자의 모빌리티와 재구성되는 정체성: 일간지 기사의 댓글 분석

  •   1. 코로나19 확진자와 성소수자의 다중적 스티그마

  •   2. 공간 인식 분석과 성소수자의 공간으로서 이태원 클럽

  • V. 팬데믹의 시대, 포용도시의 의미와 역할

  • VI. 결론

I. 서론

2020년 4월 30일에서 5월 5일까지 이어졌던 연휴 기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다수의 클럽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이하 코로나19) 사례는 확진자 동선 공개와 관련하여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와 낙인화의 문제를 인식시켜준 계기가 되었다. 초발 확진자는 코로나19 감염증상을 인식한 상태에서 이태원 일대를 방문하였으며, 이후 연휴 기간 서울 송파구, 가평군, 춘천시, 홍천군 등지로 이동하였음이 역학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후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확진자의 이동 경로는 시간대별로 상세하게 공개되었고1) 확진자가 이태원에서 방문했던 곳이 주로 클럽과 주점 등 밀폐 공간에 다수의 불특정인이 밀집한 곳이었고 해당 공간들이 성소수자를 위한 시설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인의 성 정체성이 추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집단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논점이 바뀌게 되었다.

이태원발 집단감염의 전개 양상에는 모빌리티(mobility)와 생명정치(biopolitics), 그리고 사회공간적 배제를 통해 이해될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이 존재한다. 해당 개념들은 더 나아가 이태원이라는 지역 혹은 클럽의 의미와 그 변화 양상을 파악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 먼저 코로나19 확진자의 모빌리티는 사회적 관계성에 따라 공간상에서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데, 행위자의 물리적 위치 이동에 감염병이라는 요소가 부가됨으로써 그 의미는 확장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물리적으로 근거리(2m 이내)에 있는 경우를 포함하여 사람 간 밀접 접촉에 의해 감염이 이루어지므로 물리적 위치 변환은 바이러스의 이동과 전파 가능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조치에서 확진자의 이동 경로 파악은 핵심 요소가 되며 확진자마다 상이한 이동 경로는 분명한 정치 현상을 구성하게 된다. 가령 코로나19 확진자 및 접촉자의 이동을 제한하고 확진자의 체류 공간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은 감염을 최소화할 것인지, 또는 개인의 이동과 자유를 보장할 것인지와 같은 생명정치의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다. 즉, 검사・확진, 역학・추적, 격리・치료의 단계로 이루어진 정부의 방역 체계는 인간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국가의 조치로서 생명정치의 과정에 개입하는 일련의 통치 전략인 셈이다. 또한 확진자의 이동 경로에 포함된 장소들 역시 변화하는데, 행위자의 이동과 실천에 따라 새로운 정체성이 형성된다. 이렇게 코로나19 확진자의 모빌리티는 물리적 공간상에서 개인의 실천이라는 의미를 넘어 감염과의 관계가 강조됨으로써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대된다. 질병에 대한 낙인은 코로나19 확진 이상의 의미부여와 사회적 배제와 차별을 뜻하며 주로 개인의 경험 및 이력을 바탕으로 한 정체성의 규정을 의미한다.

본 연구는 이와 같은 관점을 바탕으로 이태원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을 사례로 감염병이 유발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다중적 스티그마와 사회공간적 배제 현상을 모빌리티와 그 안에 내포된 정치와 실천, 그리고 장소 정체성의 의미를 통해 읽어내고, 더 나아가 도시 비전으로서 포용도시의 의미와 역할을 사유해 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코로나19 확진자의 모빌리티와 관계성을 검토하고 일간지 보도와 댓글에 재현된 이태원 클럽 감염에 관한 담론을 분석함으로써 확진자 동선 및 이동・격리를 두고 경합하는 생명정치와 확진자 동선에 내포된 지리적 실천 및 공간성을 도시의 포용성 측면에서 탐색하였다.

본고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2장에서는 사례 해석을 위한 핵심 개념과 이론으로서 모빌리티, 질병 낙인 이론과 생명정치, 사회공간적 배제와 포용도시에 관한 문헌을 검토하였다. 3장에서는 모빌리티의 변화와 사회적 배제의 유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공개에 관한 논의를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4장에서는 이태원 집단감염을 사례로 코로나19 확진자와 소수자에 관한 신문기사 및 댓글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네트워크 분석을 수행함으로써 모빌리티와 사회적 배제를 통해 재구성되는 개인의 정체성과 장소 정체성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드러난 감염병 확진자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다중적 스티그마와 사회공간적 배제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포용도시의 의미와 역할을 제시하였다.

II. 이론적 고찰

1. 모빌리티와 지리적 실천

모빌리티에 대한 이해는 이동이라는 개념과의 비교를 통해 가능하다. 이동이란 일반적으로 특정 지점에서 또 다른 지점으로의 물리적 위치 변환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의미한다. 반면 모빌리티는 이동을 전제로 하지만 이동과 관련된 다양한 관계, 실천, 정치 등을 내포한다. 이동이 단순히 이동 주체가 움직이는 물리적 현상이라면 모빌리티는 이동 주체가 움직이면서 동반하는 사회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Urry, 2004). 또한 이동은 넓은 의미에서 사물의 운송과 정보의 전송을 포함하기도 하지만 주로 인간의 이동을 상정한다. 그러나 모빌리티는 인간뿐만 아니라 사물과 정보의 이동, 그리고 더 나아가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부동적 실체, 대표적으로 공항, 항구, 도로 등을 포함하고 있다(Urry, 2004). 즉, 모빌리티는 인간・사물・정보가 이동하는 배경으로서 절대적 공간이 아닌 다양한 이동 주체와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하는 공간을 상정하며, 그 과정에서의 실천과 의미를 내포한다.

공간과 장소를 주요 개념으로 분석하는 지리학 분야에서 이동과 관계에 집중하는 이유는 모빌리티를 통해 새로운 사회공간적 의미가 발견되고 장소가 재구성되기 때문이다. 근대 국민국가를 형성시켰던 장소에 대한 인식은 장소에 내재하고 있는 특성을 통해 장소성을 구체화하고 정의내리는 것이었다. 차이를 통해 경계를 만들고 영역을 규정함으로써 ‘뿌리내림의 장소’는 형성되었다. 이와 같은 정주주의의 장소 인식에서 이동은 예외적인 상태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모빌리티의 증대는 다양한 이동과 관계를 추동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장소성이 형성되고 장소가 재구성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이상봉, 2017, 124).

네트워크의 형성과 재형성은 지속적인 네트워크의 확산 혹은 유지를 위해 움직이며 장소 간 차이를 뚜렷하게 하는데, 이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개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개인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기초는 ‘네트워크 자본(network capital)’이며, 개인의 모빌리티를 결정하는 것은 ‘모빌리티 자본(mobility capital)’이다(Kafuman et al., 2004; Urry, 2007). 주목할 점은 경제자본을 비롯한 어떠한 형태의 자본이라 할지라도 개인 간 차이가 나타나기 마련이며, 이는 곧 사회적 관계, 구체적으로는 ‘사회적 불평등’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모빌리티 자본과 네트워크 자본은 Bourdieu(1986)Putnam(2001)이 구체화한 사회적 자본에서 출발한다. Bourdieu(1986)는 자본의 유형을 설명하며 일반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유발하는 경제적 자본에 더해 문화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이 구분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문화적 자본은 지배 계층이 권력과 사회정치적 지배 구조를 정당화하기 위해 축적하고 활용하는 상징자본을, 사회적 자본은 지배 계층의 네트워크 그 자체를 의미한다. 문화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은 모두 특정 조건과 환경에서 경제적 자본으로 치환될 수 있으며, 지배 계층은 네트워크라는 사회적 자본을 통해 부(富)를 (재)생산한다. 한편 Putnam(2001)은 이러한 사회적 자본의 형성에는 참여와 신뢰가 있다고 보았으며, 사회적 자본을 지배 계층 중심의 사회정치적 지배 구조를 정당화하는 개념이 아닌 개인 간 연계와 네트워크를 통한 공동체의 소생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개념으로 설명하였다(정승현 역, 2016).

이와 같은 사회적 자본의 개념은 Kaufmann et al.(2004)에 의해 모빌리티 자본으로 확장되었다. Kaufmann et al.(2004)은 시공간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정보의 접근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사물에 대한 전용(appropriation)을 강조하며, 모빌리티 자본을 새로운 자본의 형태로 주장한 것이다(이상봉, 2017, 129). 문화적・사회적 자본이 경제적 자본으로 치환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빌리티 자본 역시 다른 자본을 보완하고 증대시킬 수 있으며, 이는 다른 모든 자본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위계와 불평등을 만든다. 재난 위기의 상황에서 이동을 위한 신체적・물리적 능력의 차이를 보이는 장애인, 그리고 정보 접근 및 신속한 소통이 제한되는 저소득층의 사례는 모빌리티의 불평등성을 보여준다.

Urry(2007)는 모빌리티 자본을 네트워크 자본(network capital)으로 보강시켰으며, 멀리 떨어져 있는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거나 유지하는 능력으로서 모빌리티 역량을 네트워크 자본의 핵심 요소로 보았다(윤신희・노시학, 2015, 499). 네트워크 자본은 모빌리티 역량뿐만 아니라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사물과 장소를 구성 요소로 삼고 있다. 이는 화폐와 같은 ‘경제적 자본,’ 자격증과 비자 등의 ‘법・제도,’ 정보통신 기기와 자동차 등의 ‘사물,’ 이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이동과 체류를 가능하게 하는 모든 ‘장소’까지 포함한다. 사회공간적 불평등은 이와 같은 구성 요소의 차이를 통해 드러나지만 Urry(2007)는 그것을 극복하는 것 또한 네트워크를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즉, 신뢰와 호혜를 바탕으로 한 연계와 상호작용은 수평적인 네트워크를 확산시키며, 점차 위계를 약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이상봉, 2017, 134).

본 연구는 앞서 살펴본 모빌리티에 대한 이론적 고찰 및 장소에 대한 관계적 사고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의 모빌리티를 살펴보고 확진자의 이동과 흐름, 관계를 통해 재구성되는 장소의 의미를 고찰하고자 하였다. 이와 함께 모빌리티의 축소 혹은 증대에 영향을 주는 정체성으로서 성소수자의 특성을 결합하여 분석을 진행하였다.

2. 질병 낙인 이론과 생명정치

질병에 대한 공포는 오랜 기간 학습되어 온,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자연적・본능적 감정이다. 특히 감염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사회적 존재인 인간에 끊임없는 위협과 불안을 심화시킨다. 따라서 자신을 감염원으로부터 보호하고 공동체에 해가 되는 것을 회피하려는 사람들의 태도와 도덕적 판단은 타인에 대한 혐오・차별・배제의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사회적 낙인으로 이어져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유발하기도 한다.

스티그마(stigma) 혹은 낙인(labeling)은 범죄학 이론 가운데 하나인 낙인 이론(labeling theory)에서 유래한다. 낙인 이론은 특정 행위자가 사회 제도나 규범에 의해 일탈자(deviant)로 낙인찍히는 경우, 그 행위자는 결국 범죄자가 되므로 사회 규범, 제도, 법규와 같은 장치들이 오히려 범죄자를 양산한다는 입장을 취한다(이기헌, 2015, 376). 낙인 이론을 주장하는 Becker(1963)에 따르면, 일탈은 특정 주체가 자신과 다른 행동 양식 혹은 태도를 가진 집단이나 개인을 일탈자로 규정함으로써 발생한다(이기헌, 2015, 377). 즉, 일탈을 특정 법규나 금기의 산물로 이해할 수 있지만 모든 일탈의 원인이 규범과 규칙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탈에 대한 규정은 특정 행동을 일탈로 규정할 수 있는 권력과 가능성의 결과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이는 일탈을 규정하는 주체와 일탈자로 분류된 대상 간의 권력 관계가 불균형적이므로 권력의 분배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준다.

유사하게 Lemert(1967)는 사회적 일탈자나 신체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대상에게 부정적 표식이나 정보를 부여하는 과정으로 낙인화를 설명한다(Lemert, 1967, 42). 특정 행위 자체가 범죄의 성격을 띠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그렇게 규정(낙인)함으로써 범죄로 성립될수 있다는 것이다. 즉, 실제 행위의 속성이 아닌 사회 또는 사회구성원이 그 행위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 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질병 낙인은 특정 사회의 규범에 영향을 받아 질병을 가진 사람이나 집단을 배제시키고 차별하는 사회적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센병과 HIV/AIDS의 경우는 감염에 대한 대중의 공포와 부정적 인식을 형성시키는 대표적 질병으로, 개인과 사회는 질병에 대한 낙인을 규정하고자 한다.

질병에 대한 낙인과 차별에서 보듯이 개개인의 차원에서 질병에 대한 국가의 책임 소재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감염병이 유행하게 되면 개인의 생명에 대한 책임이 국가에 위임되며 감염을 막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생명관리를 위한 규범적 권리가 국가에 귀속되게 된다(김승희, 2015, 240). 즉 생명정치의 실천이 시작되는 것이다.

생명정치에 관한 이론은 다수의 학자들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발전해왔는데 그 중 Foucault(1976)가 제시한 생명정치의 개념을 기반으로 국가의 권력을 살펴보는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이규현 역, 2004). Foucault는 생명을 정치와 권력의 관계 속에서 탐구하고자 하였으며 “생명권력, 생명정치, 통치성의 개념”에 근거하여 근대 서양에서의 정치와 권력의 변화를 포착하고자 하였다(김환석, 2013, 15). 또한 권력 메커니즘을 ‘권력(sovereign power)’과 ‘생명권력(biopower)’으로 대비시켜 구분하였다(김환석, 2013, 16).

먼저 권력은 “재화와 서비스의 박탈”이란 형태로 작동하며, 규율 권력은 “죽게 만들거나 살게 내버려 두는 권력”으로서의 의미를, 반대로 생명권력은 “살게 만들거나 죽게 내버려두는 권력”의 의미를 갖는다(박정자 역, 1998, 278-279; 김환석, 2013, 5). 생명권력은 개인의 신체에 대한 규율을 의미하는 ‘규율기술’과 개인을 넘어서 집단의 수준을 의미하는 인구 차원에서의 조절과 통제를 나타내는 ‘안전기술’의 두 가지 형태로 작동하게 되는데, 18세기 이후에는 ‘인구’라는 집합적 대상을 향한 권력기술이 중요해진다(김환석, 2013, 17).2)

18세기 이후부터 생명은 그 자체가 관리의 대상이 되었다. 생명정치는 생명의 억압 측면에서만 작동하지 않고 생명을 통제・통치할 수 있는 기능들로 작동되었으며, 그로 인해 권력은 생명을 직접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는 권한으로 확대되었다(김호연, 2018, 130). 이로써 생명정치는 국가가 주체가 되어 개인의 신체로부터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규율과 통제에서 조절과 관리로 방식이 전환되었다(김호연, 2018, 130).

이와 같은 Foucault의 생명정치에 대한 연구는 Agamben의 『호모 사케르(Homo Sacer)』(1995)를 통해 다시금 주목받게 되었다. Agamben(1995)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존재했던 모든 형태의 권력에 생명권력이 내재되어 있다고 보았다(김환석, 2013, 20). 생명정치라는 용어에서 생명(bio)을 Foucault가 생물학적 측면에서 이해하고자 했다면, Agamben은 그리스어의 사회적 존재를 의미하는 ‘비오스(bios)’를 통해 이해하고자 하였다(김환석, 2013; 강선형, 2014). 그리스인들은 생명의 개념을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뜻하는 ‘조에(zoe: 벌거벗은 생명)’와 개인이나 집단의 고유한 삶의 형태나 방식을 뜻하는 ‘비오스(bios: 정치적 존재)’로 구분하였다. Agamben의 생명정치는 Foucault의 생명정치의 틀을 이어 일상적인 미시권력들에 대한 분석을 새롭게 사고하기 위해 일상공간에서 길들여지는 존재가 아니라 예외 상황에서의 권력에 의해 추방되고 수용소에 갇혀 모든 권리를 상실한 ‘사연 생명’과 법의 보호가 박탈된 벌거벗은 존재인 ‘호모 사케르(homo sacer)’에 주목하였다(김환석, 2013; 강선형, 2014). 호모 사케르는 과거의 범죄자나 사형수로 인식될 수 있고, 현대에서는 망명자, 불법체류자, 보호시설의 수용자 등으로 이해될 수 있다(김환석, 2013, 20). Agamben은 조에(zoe)와 비오스(bios)의 대립관계에서 정치권력을 이해하고자 시도하였다. Agamben에 따르면 Foucault가 제시한 근대의 생명은 “비오스화된 조에”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강선형, 2014, 135).

이상에서와 같이 질병은 생물학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요인들과 상호작용하는데 특정 감염병에 대한 사회적 낙인 효과는 감염 집단에 대한 편견과 배제, 그리고 차별로 연결되고 있다. 특히 감염병의 경우에는 생명정치의 차원에서 다양한 위계의 주체들이 관여하게 하며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 문제를 제기하게 만든다. 감염병의 확산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 사회적 소수자들이 어떤 취약성을 띠게 되며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사회공간적 배제와 포용도시

‘사회적 배제’는 사회구성원이 다양한 기회로부터 배제되거나 이익이 결핍되는 현상을 나타내는 개념으로 흔히 도시 빈곤과 연관된 연구주제로 다루어져 왔다. 사회적 배제를 다룬 연구들은 특히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와 정책 하에서 빈곤이라는 결과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사회적 배제가 진행되는 과정상의 다차원적인 성격에 주목한다. 기존에는 개인이나 집단 차원에서의 ‘빈곤 및 박탈’과 유사한 개념으로 인식되기도 하였으나 오늘날에는 결핍 상태를 발생시키는 사회적 과정과 관계에 토대를 두고 있는 동적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박인권, 2015, 110).

한편 사회적 배제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의 방안으로 등장한 ‘포용도시’ 개념은 “사회적 포용을 달성하거나 적어도 지향하는 도시”를 의미한다(박인권, 2015, 104). 포용도시는 사회 통합을 지향하는 도시 비전으로서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도시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종합적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즉 포용도시는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공간적 배제의 문제를 반영한 개념으로서 민주적 도시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개념이다(남기범, 2018). 도시 비전을 나타내는 규범적 모형의 특성은 이러한 규범을 생성하는 과정이 반드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도시의 포용성 정도를 분석하는 개념으로서의 차원과 조건 역시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박인권(2015)은 도시 포용성의 핵심적 요소로서 Gerometta et al.(2005)이 제시한 ‘상호의존성’과 ‘참여’의 개념에 주목하였다(박인권, 2015, 109). 첫째, 상호의존성은 “분업화된 노동 내에서 나타나는 공식적 협력”뿐만 아니라 “사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호혜적 의무, 수용, 인정, 그리고 연대” 등을 포함한다(박인권, 2015, 109). 둘째, 참여는 “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에 관여하고 사회 전 영역에서 나타나는 각종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권능과 실질적 능력을 보장받는 것”을 뜻한다(박인권, 2015, 109).

이 두 가지 요소는 ‘사회’라는 일반적인 실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도시’라는 구체적 공간을 간과하기 쉽다. 일상생활은 추상적인 공간이 아니라 실체적이고 구체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며, 개인과 집단은 공간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구체적인 장소를 점유하면서 상호의존하고 사회경제적 활동에 참여한다. 따라서 도시의 비전을 설정함에 있어 공간적 차원을 상정하고 공간적 포용 역시 추가할 필요가 있으며, 그런 점에서 공간적 차원은 포용도시의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다(박인권, 2015, 112). 즉, 도시 포용성의 핵심요소로서 상호의존과 참여는 추상적이며 사회적인 관계를 표상하는 요소이고, 공간적 차원은 이 모든 조건의 지리적 스케일과 구체성을 갖도록 하는 요소이다.

한편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시 공간은 파편화되고 계층화되며, 이렇게 형성된 도시 공간 내에서 배제는 다양한 양상으로 드러난다. 실제로 배제는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 등 다양한 차원 및 속성과 연관된다(최병두, 2017, 699). 또한 “이동성의 제약, 거주지 분리”와 같은 배제는 지리적・물리적 환경 속에서 가시화되어 나타난다(최병두, 2017, 699). 따라서 포용의 방안을 제안하기 위해서는 배제의 다차원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도시에서 사회적 배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소수자는 성원권은 갖고 있으나 주류 집단에 의해 구분되는 주변적 존재로 위치한다(정근식, 2013, 184). 즉 소수자는 “담론적 실천의 산물”로서 소수자를 다룬 연구들은 민주주의의 구현이나 “다문화 공생”을 지향하는 경우가 많다(정근식, 2013, 184). 자신의 관점이나 자아를 표현하는 기회와 능력이 제한되는 서벌턴(subaltern)과 유사한 위치성으로 인해 소수자들은 사회적 타자 또는 약자로 불린다(이용균, 2017, 254; 정근식, 2013, 184). 1992년 UN의 ‘소수자 권리 선언’은 인종, 언어, 종교, 계급, 젠더 등이 사회적 소수자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제시하였으나 특정 사회의 맥락에 따라 소수자의 기준은 달라질 수 있다(정근식, 2013, 186).

주목해야 할 것은 국내에서 성 정체성에 의한 소수자의 사회적 차별과 배제에 대해 대체로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이나영・정용림, 2018, 63). 이성애 중심주의 사회에서 소수자인 동성애자들은 항상 편견과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공개에 따른 개인의 모빌리티가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도시 내 공간 자본이 드러남과 동시에 혐오의 장소로서 새로운 정체성이 형성되었다. 도시는 개개인 모두의 일상생활이 영위되고 공유되는 중요한 공간 단위로서 성소수자의 전유 공간 역시 다차원적인 의미와 가치가 부여된 장소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도시 차원에서의 통합과 포용성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성소수자의 공간과 장소가 어떻게 대중에게 재구성되어 인식되는가를 살펴보고 진정한 의미의 사회공간적 포용과 포용도시의 의미에 대해 탐색할 필요가 있다.

III.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공개를 둘러싼 경합하는 생명정치

1. 생명정치로서 확진자 동선 공개

국내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에 앞서 메르스(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의 발생으로 감염병과 관련한 사회적 혼돈을 경험하였다. 언론에서는 메르스의 확산과 대처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지적하였고,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는 감염병의 확산 모형 구축(전상은・신동빈, 2018)에서부터 메르스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동훈 등, 2016), 메르스의 정치화 과정(장경은・백영민, 2016), 전염병에 따른 위기관리와 소통 문제(최미정・은재호, 2018) 등에 이르기까지 다각도에서 메르스 확산 문제를 분석하였다. 보건당국의 대처 능력은 중심 사안으로 대두된 문제 가운데 하나였으며, 그 중에는 메르스 관련 공간정보의 통제도 포함되어 있었다.

자연적・인공적 현상과 객체의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공간정보는 감염병 관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수집되는 정보이다. 감염병은 공간을 기반으로 확산되는 현상으로서 행위자의 이동과 행위자 간 상호작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전상은・신동빈, 2018, 98). 감염병을 관리하기 위한 공간정보는 감염병 발생지의 위치정보로 이해될 수 있으며,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질병 감염이 발생한 공간, 장소, 지역에 관한 정보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전염 우려가 있는 공간과 장소에 대한 정보이다.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 방안이 법률에 명시되어 있는 만큼 감염병에 관한 공간정보는 국가에 의해 관리되며 공개 혹은 비공개된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생명권력’을 지니고 있는 국가는 관련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감염병의 확산을 막고 관리할 수 있다(최병두, 2015, 187). 그러나 메르스 발생 초기, 공간정보가 적극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것이 전파의 원인으로 제기되면서 감염병 예방과 관리에서 공간정보 공개의 중요성은 새롭게 인식되게 되었다.

이에 따라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최초로 발생하자 확진자의 이동 경로는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공개되었다. 국내 첫 확진자는 공항 입국장에서 격리되었고 두 번째 확진자는 공항에서 거주지로 이동하였는데, 거주지 정보가 일부 공개되었다. 이후 확진자부터는 이동 경로 정보가 대폭 증가하여 방문 장소・지역이 공개되었다. 2020년 2월 중순, 대구에 위치한 종교 시설에서 코로나19의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정보 공개가 다른 양상을 띠게 되었지만 확진자 이동 정보 공개는 중요한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러나 확진자의 이동 경로가 상황에 따라 비공개되기도 할 뿐만 아니라 지역에 따라 정보 공개 범위에 차이가 나타나면서 상이한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루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3월 14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확진환자의 이동경로 등 정보공개 안내’ 지침을 발표하였다. 이후 지침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확진자 개인을 특정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공개기간이 경과하면 정보를 삭제하고 목록의 형태로 지역, 공간 유형, 상호와 세부 주소, 노출일시, 소독 여부 등을 공개할 수 있지만 모든 접촉자가 파악될 시 비공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이 포함되었다. 이는 초기 감염자 동선 공개를 통한 2차 피해, 즉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지나치게 노출되고 확진자와의 접촉이 있었던 장소뿐만 아니라 정보의 오류로 발생하는 낙인화의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현재 국내에서는 확진자의 이동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감염자의 신용카드와 교통카드 사용 기록, 접촉 장소 주변의 CCTV, 휴대폰 기지국의 기록 등을 활용한 디지털 기반 역학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와 함께 조사관을 통한 접촉 추적 방역이 실시되고 있다. 이러한 개인정보의 이용은 정보 주체의 동의를 얻어야 수집・처리될 수 있으나 감염병 대유행의 예외적 상황에서는 정보 주체에 의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리가 발효되지 않고 있다(이근옥, 2020, 147). 감염자의 동선 공개는 감염의 가능성을 알려주는 것으로서 건강한 사람들을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개인의 신체를 경계화시키는 국가의 생명정치적 통치성이 발휘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이태원발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2주 동안 이태원 주변 17개 기지국에 접속했던 휴대전화 기록을 모두 수집하여 체류자 총 1만 905명을 특정하고 이들 중 클럽을 방문한 5,517명에게 PCR 검사를 촉구하는 문자 메시지를 전송하였다(중앙일보, 2020년 5월 12일자). 이때 허위로 작성된 개인정보로 역학조사에 어려움이 발생하였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다중이용시설에는 QR코드 기반의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개인정보는 QR코드 발급업체에서 관리되고 방문 장소의 상호명과 방문시간 기록은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전달되어 필요시 역학조사 과정에 이용되고 있다. 동선으로 시각화된 개인의 모빌리티 정보가 팬데믹의 예외적 위기 상황에서 국가의 생명통치에 수용된 것이다.3)

확진자의 이동 경로 공개는 ‘건강한 육체’에서 ‘비정상적인 육체’를 분리하거나 격리하기 위한 국가 권력의 작동을 나타낸다. 이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육체로 분류된 사람들, 즉 감염된 사람이나 이질적 속성에 따라 집단으로 구분되어 경계화의 대상이 된 사람들에 대한 혐오의 낙인화가 나타난다. 코로나19 감염자의 모빌리티 정보 공개는 단순히 바이러스 감염자로서의 경계화를 넘어서 감염자가 나타내는 종교집단 구성원, 성소수자, 플랫폼 노동자 등 특정 정체성에 대한 대중의 혐오 감정을 표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동시에 감염자와 감염자가 다녀간 장소 역시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부정적 이미지가 결합되는 낙인화의 대상이 되었다. 이처럼 생명보존을 담보로 한 생명정치는 때때로 모순된 사회의 실상과 개인과 공동체 모두의 “윤리문제”를 폭로한다(김대중, 2020, 11). 생명보존을 위한 규율과 감시, 그리고 감염을 막기 위한 신체의 경계화가 개인과 집단, 그리고 장소의 구분을 통해 낙인화와 배제를 불러일으키는 기제가 되는 것이다.

2. 확진자 동선 공개에 관한 담론과 경합

코로나19 확산 초기, 국내 방역 시스템은 해외 국가들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광범위한 검사, 신속한 진단과 동선 추적, 그리고 엄격한 격리와 치료로 이루어진 방역 체계의 효과에 대해 서구 국가들은 대체로 동의하였다. 그러나 일부 국가들에서는 이와 같은 방역체계에 내재된 문제점을 심각하게 지적하였다.4) 감염자의 동선 추적 방식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던 프랑스의 한 경제지에서는 한국을 ‘감시와 밀고의 국가’라고까지 논평하였다(ChosunBiz, 2020년 4월 12일자). 확진자 역학조사를 위해 개인 휴대전화의 GPS 정보를 수집하고 이동 경로를 공개하며 자가격리 위반자에게 안심밴드를 착용하게 하는 등의 조치는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서구 문화권에서 강한 거부감을 들게 하였지만, 국내에서는 팬데믹이라는 비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로 인식되었으며 공동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는 사회의 가치 체계가 어디에 지향점을 두고 있는가에 따라 발생한 차이로 해석할 수 있다.

서구의 자유주의 문화는 “개인의 자유와 이익, 기회의 평등, 사유재산, 제한적 정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등의 개념을 핵심 요소로 한다(임성호, 2020, 90). 자유주의에 기초한 사회 체제의 목적을 “국가권력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것”에 두고 있는데 이는 ‘국가 혐오(state phobia)’에 바탕을 두고 공공의 선 보다는 개인의 자유가 더 우선하는 것으로 본다(임성호, 2020, 94). 따라서 바이러스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국가의 다양한 조치들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사생활을 감시하는 통치술로 인식되고 국가의 권한을 비대하게 만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구 국가들에서 전개된 자택 대피령에 대한 거부 시위와 개인 차원의 방역으로 권고된 마스크 착용 거부 사태 등은 규율 권력에 대한 저항으로서 특정 제도가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억압하는 것이라는 인식으로부터 비롯한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방역이 성공적이라고 평가받은 국가들이 주로 정부 주도의 선제적, 혹은 권위주의적 방역을 실시한 국가들이라는 점에서 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은 위축된다. 많은 국가에서 한국의 방역 성공 요소로 유교에 기반을 둔 공동체주의, 집단주의 등을 제시하였다. 공동체주의는 공동체나 사회가 개인을 뛰어넘는 중요성을 지니며 공동체의 맥락에서 규정되는 “자아, 공적 참여를 통한 자아 완성, 공동규범, 공동선, 시민 교육” 등을 핵심 요소로 내세운다(임성호, 2020, 99). 공동체주의에 기반한 사회 체제에서는 개인이 공동체 일원으로서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 중심 가치가 자아보다는 공동선의 추구로 전환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임성호, 2020, 99).

해외 언론에서는 국내 역학조사 방식의 사생활 침해 문제를 우려 섞인 시선에서 지속적으로 다루었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우려보다는 자가격리 지침이나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개인과, 이동 통제와 대피령 등의 조치에 저항하는 타국의 상황 등을 공동체에 위해를 가하는 이기주의와 자유주의 의식의 발로라고 비판하였다. 이러한 반응은 이동 동선을 숨긴 확진자에 대한 언론 보도와 기사 댓글에 그대로 투영되었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직업과 동선 일부를 은폐했던 한 확진자가 7차 감염까지 초래하자 네티즌들은 “동선을 오픈하지 않으면 생기는 일을 경험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사생활 침해라고 하지만 인권존중이란 말 뒤에 타인의 삶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의견을 제시하며 동선 공개의 효과를 되짚었다(국민일보, 2020년 5월 15일자). 같은 맥락에서 다수의 지자체 정부가 거짓 진술로 방역에 혼선을 준 확진자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거나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보다는 사회의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공동체 중심주의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 사회”를 주제로 한 연구(2020)5)에서는 팬데믹의 상황에서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주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권위주의, 집단주의, 순응적인 성향”과 방역 참여도 간의 관계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고, “민주적 시민성”과 “수평적 개인주의” 성향이 강할수록 방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시사IN, 2020년 6월 2일자). 이 연구에서 민주적 시민성이 높은 사람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지만 동시에 공동체 지향성도 강한 사람으로 나타났다. 즉, 민주적 시민성이 높은 사람은 개인의 자유가 공동체 안에서만 진정으로 실현될 수 있다고 믿으며 공동선에 기초한 공동체를 구성하는 데 의무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었다(시사IN, 2020년 6월 2일자). 이러한 결과는 서구 사회와 한국 사회를 비교하는 데 이용되어온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라는 이분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가 상호보완적 관계 속에서 동시에 공존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김희열, 2016, 565). 개인주의와 전체주의의 이분법적 시선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공동체의 안전을 추구해나가는 태도가 요구되고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IV. 코로나19 확진자의 모빌리티와 재구성되는 정체성: 일간지 기사의 댓글 분석

2020년 5월 이태원 클럽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사례를 통해 성소수자와 신종 감염병 확진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뉴스 기사와 댓글 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4종의 주요 일간지(조선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한겨레신문)를 선택한 후 국내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NAVER)’와 ‘다음(DAUM)’의 뉴스 검색 기능을 이용하여 기사 검색을 실시하였다. 뉴스 보도 기간은 2020년 5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로 한정한 후 ‘코로나 and 이태원,’ ‘코로나 and 성소수자,’ ‘코로나 and 용인’을 키워드로 설정하였다. 다음으로 검색된 기사 가운데 댓글 수가 10개 이상인 162건의 기사를 1차로 추출하고, 이 가운데 일간지별 포털 사이트 댓글 수 기준으로 상위 30%에 해당하는 기사를 2차(50건)로 추출하였다. 이후 기사의 댓글은 포털 사이트에 나타난 해당 댓글의 공감수 순으로 정렬한 후 전체 댓글 51,351개의 약 5%에 해당하는 상위 50개의 댓글 텍스트를 다시 선별하였다. 즉 기사 1편 당 공감 정도에 따라 상위 50개의 댓글을 추출한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은 댓글수와 공감수에 대중의 인식이 반영되었다는 점을 전제로 하였다. 최종 수집된 댓글의 수는 총 2,500개였으며, 이후 분석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뉴스 기사 데이터베이스 및 분석 사이트인 ‘빅카인즈(BIGKinds, https://www.bigkinds.or.kr/)’를 이용하여 분석 대상으로 선별된 50건의 일간지 기사에 나타난 키워드를 수집하였다. 빅카인즈에서는 뉴스 기사 속에 포함된 주요 인물・장소・기관을 분석하여 발생빈도 순으로 해당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빅카인즈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사 텍스트의 키워드를 수집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였다. 둘째, 기사 보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댓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였다. 분석 대상으로 선별된 50건의 기사를 중심으로 ‘네이버’와 ‘다음’ 포털 사이트에 게시된 댓글 텍스트를 크롤링한 후 연구진이 전체 댓글 텍스트를 읽어가며 댓글에 나타난 키워드를 행위자, 공간, 지명, 의견 등으로 구분하여 추출하였다. 이와 함께 댓글에 나타난 감성 표현을 살펴보기 위해 댓글 텍스트의 키워드를 수식하는 형용사를 추출하였다. 셋째, 50건의 분석 대상 기사 텍스트로부터 추출된 키워드는 집단감염을 유발시킨 ‘행위자,’ 클럽과 같이 집단감염이 발생한 ‘공간’으로 분류하였다. 즉, 기사 텍스트에서 행위자, 공간 중심의 키워드를 추출한 후 해당 키워드가 댓글의 키워드 및 형용사와 어떤 네트워크를 보이는지 알아보았다.

기사 본문의 키워드와 댓글 키워드, 기사 키워드와 댓글의 수식어로 쓰인 형용사의 네트워크는 최종 분석대상 키워드 수의 적절성과 분석결과의 명확성 등을 고려하여 연결빈도 기준으로 상위 30개씩을 선정하여 분석하였다(최명일, 2018, 2). 이와 같은 키워드와 형용사 간의 연결성은 NodeXL Pro를 이용하여 시각화하였다.

1. 코로나19 확진자와 성소수자의 다중적 스티그마

먼저 신문기사 본문의 행위자와 댓글 키워드 및 형용사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다만 이에 앞서 행위자 관련 댓글의 주제를 범주화하여 보도 내용과 댓글의 맥락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하였다. 댓글의 주제는 크게 세 가지로서 첫째, 확진자의 무책임성에 대한 비난, 둘째,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갈등 양상, 셋째, 방역 조치에 대한 비난과 방역 조치에 협조하지 않는 개인에 대한 비난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 주제는 확진자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한 댓글로서, 확진자가 마스크 미착용 상태로 여러 장소로 이동했다는 점, 그리고 감염증상이 나타났음에도 밀집시설을 방문한 행위에 대한 비난으로 나타난다. 즉, ‘확진자’라는 행위자가 감염증상을 인지하고서도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비난 및 무책임에 대한 지적과 함께 확진자가 성수소자인지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방역수칙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준수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두 번째 주제는 성소수자의 인권이 다수의 국민들의 인권보다 앞서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갈등과 관련된다. 초발 확진자였던 ‘66번 환자’의 동선이 공개됨과 동시에 인터넷과 SNS에서는 성소수자 집단에 대한 혐오와 비난의 표현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감염자로서 얻게 되는 낙인에 대한 두려움과 검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소수자의 아웃팅 효과는 클럽 방문자들이 진단검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성소수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게 되자 방역당국은 익명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대해 온라인상에서 성소수자들에게 특권을 부여하는 것이냐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세 번째 주제는 방역 조치에 대한 비난과 방역 조치에 협조하지 않는 개인들에 대한 비난이다. 2020년 4월 30일부터 5월 5일까지 이어진 연휴 동안 정부는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도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를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이태원의 클럽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였고 역학조사 과정에서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이동을 제한해야 하는 상황에서 거리두기 단계를 하향조정한 방역당국의 조치와 방역수칙 미준수자들을 향한 우려와 비난이 제기되었다.

이와 같은 댓글의 네트워크 분석을 위해 먼저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을 보도한 신문기사 본문에서 행위자 키워드를 추출하였다. 행위자에는 ‘확진자,’ ‘성소수자,’ ‘31번 환자,’ ‘66번 환자,’ ‘외국인’이 포함되었다. 추출된 행위자 키워드에는 이동 동선의 공개로 이태원발 집단감염의 행위자가 ‘확진자’에서 ‘성소수자’로 인식이 전환된 사실이 반영되어 있다.

행위자와 가장 높은 연결빈도를 보인 댓글 키워드는 ‘확진자-코로나’(1순위)였으며, 다음으로 ‘성소수자-코로나’(2순위), ‘확진자-마스크’(3순위), ‘확진자-검사’(4순위) 순이었다(그림 1). 주요 행위자 키워드인 ‘확진자’와 ‘성소수자’에 공통적으로 높은 빈도를 보인 키워드는 ‘코로나,’ ‘마스크,’ ‘검사’였다. 이는 코로나19와 관련된 방역문제와 감염 확대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공통 키워드로 볼 수 있다. 한편 ‘인권,’ ‘동성애,’ ‘에이즈,’ ‘차별’은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반영된 키워드로 구분할 수 있다. 이 키워드들은 행위자가 ‘확진자’인 경우 보다 ‘성소수자’인 경우에 연결빈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66번 확진자’의 이동 경로에 성소수자클럽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관심과 이로 인한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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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이태원 집단감염 관련 신문기사의 행위자 키워드와 댓글 키워드의 네트워크
(주: 링크의 수치는 연결빈도를 나타내며, 연결빈도 상위 30위까지만 표시함.)

두 번째로 기사 보도 내용에 대한 온라인 공간상에서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기사 텍스트에서 추출한 행위자 키워드에 연결된 댓글 형용사의 특징을 살펴보았다(그림 2). 행위자 키워드는 이전과 동일한 ‘확진자,’ ‘성소수자,’ ‘31번 환자,’ ‘외국인,’ ‘66번 환자’였다. 감성어로서 댓글에서 추출된 형용사에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의미가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행위자에 연결된 모든 댓글상의 형용사에서 ‘이기적이다’가 가장 높은 연결빈도를 보였으며, 다음으로 ‘불쾌하다,’ ‘힘들다,’ ‘많다’ 순으로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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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이태원 집단감염 관련 기사의 행위자 키워드와 댓글 형용사의 네트워크
(주: 링크의 수치는 연결빈도를 나타내며, 연결빈도 상위 30위까지만 표시함.)

‘확진자’와 연결된 ‘이기적이다’라는 표현은 확진자를 방역수칙 미준수자로 한정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로 확진자들의 행동에 대한 비난의 의미가 담긴 댓글과 관련되는데 이처럼 확진자에 대한 감정적 반응을 나타내는 형용사로는 ‘불쾌하다,’ ‘무섭다,’ ‘나쁘다,’ ‘관심없다’가 확인되었다. 여기에서 ‘관심없다’는 확진자의 정체성에 대한 의미로 한정되었다. 다음으로 ‘확진자’와 연결빈도가 높은 형용사는 ‘힘들다’인데 이는 코로나19로 등교, 외출, 외식, 여행 등의 자유로운 일상 활동이 제한되는 상황을 반영한다. 이와 유사한 키워드로는 ‘무섭다,’ ‘위험하다,’ ‘답답하다’가 있으며 이 키워드 또한 확진자가 증가함에 따라 보통의 일상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다음으로 ‘성소수자’와 연결된 형용사로는 ‘이기적이다,’ ‘불쾌하다,’ ‘힘들다,’ ‘많다,’ ‘중요하다,’ ‘이상하다,’ ‘무섭다,’ ‘관심없다,’ ‘답답하다,’ ‘위험하다’였다. 가장 빈도수가 높았던 ‘이기적이다’는 ‘확진자’에서의 의미와 유사하게 방역수칙 미준수자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드러내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더불어 이태원 집단감염 발생 후 성정체성이 밝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검사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기사가 발표되면서 성소수자 집단에 대한 비난의 의미가 더해졌다. 이와 유사한 키워드로는 ‘불쾌하다’가 확인되었다. 다음으로 연결빈도가 높은 형용사 키워드는 ‘힘들다,’ ‘많다,’ ‘중요하다,’ ‘이상하다,’ ‘무섭다,’ ‘관심없다,’ ‘답답하다,’ ‘위험하다’ 순으로 나타났으며 대부분 ‘확진자’에서의 의미와 유사하게 사용되었는데, 이 가운데 ‘무섭다’와 ‘위험하다’의 의미는 HIV/AIDS와 연관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투영되어 집단 전체를 낙인화하고 혐오하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댓글 형용사 분석 결과, 성소수자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표현이 만연해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발생한 이태원에서의 집단감염은 다른 장소, 다른 집단에서 발생한 감염과는 달리 공간의 의미가 공개되면서 방역과는 관계가 없는 개인의 성적지향을 드러냈고, 이로 인해 대중들은 이태원발 집단감염의 확진자로서의 한 개인이 아닌 성소수자라는 하나의 집단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감염병의 확진자’로서의 정체성과 ‘성소수자’라는 정체성과의 연계를 통해 다중적 스티그마로 발전한 것이다. 즉, 성소수자들이 전유하는 공간의 운영 방식과 방문객의 행태가 후속 보도로 공개되면서 이들에 대한 타자화와 기존의 이성애 중심사회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이 더욱 강화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2. 공간 인식 분석과 성소수자의 공간으로서 이태원 클럽

신문기사의 본문에서 추출된 공간 키워드는 ‘클럽,’ ‘성소수자클럽,’ ‘유흥업소,’ ‘주점,’ ‘종교시설,’ ‘식당,’ ‘블랙수면방,’ ‘노래방’ 등이었다. 해당 공간들은 확진자 동선에 포함된 공간들이다. 먼저 댓글 키워드를 살펴보면 연결빈도 상위 30개 가운데 ‘클럽’과 연결된 댓글 키워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기사 본문 텍스트에 포함된 ‘클럽’은 사실상 이태원 집단감염이 발생한 ‘성소수자클럽’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댓글에서는 일반적인 ‘클럽’의 물리적 특성과 의미를 서술하는 경우도 있어 ‘성소수자클럽’과 구분하였다.

‘클럽’ 키워드의 경우, ‘클럽-코로나’(1순위)와 ‘클럽-마스크’(2순위)의 연결빈도가 가장 높았다(그림 3). 이는 코로나19 상황과 기본 방역조치로서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댓글의 비중이 높았던 것을 반영한다. 다음으로 ‘클럽’과 연결빈도가 높은 댓글 키워드로는 ‘검사’로 확인되었다. 이는 전술한 바와 같이 이태원 클럽들이 성소수자가 방문하는 공간이라는 사실과 함께 클럽 방문자들이 성소수자로서 아웃팅이 될 것을 두려워해 검사를 받지 않는 상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던 것을 반영한다. 그로 인해 성소수자에게 검사를 요청하는 댓글이 다수 포함되었으며, 방역 당국이 제시한 익명 검사를 강조하는 댓글도 찾아볼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클럽이 성소수자클럽이었다는 사실보다는 다수의 불특정인이 이동하고 밀집하는 공간이라는 사실과 마스크 착용과 같은 기본적인 방역 수칙 준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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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이태원 집단감염 관련 기사의 공간 키워드와 댓글 키워드의 네트워크
(주: 링크의 수치는 연결빈도를 나타내며, 연결빈도 상위 30위까지만 표시함.)

‘클럽’과 연결된 또 다른 댓글 키워드로는 첫째, ‘인권,’ ‘동성애,’ ‘차별’ 등 성소수자 공간임을 드러내는 표현들, 둘째, 코로나19 상황이 ‘이태원’과 ‘클럽’을 중심으로 대규모 유행으로 확산되는 것을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내용과 연관된 ‘문제,’ ‘생각,’ ‘국민,’ ‘사람,’ ‘시국’ 등의 키워드, 셋째, 방역 조치를 설명하는 데 사용된 ‘정부’ 등의 키워드, 그리고 마지막으로 1차 대규모 유행을 일으킨 종교시설과 클럽을 비교하는 ‘신천지’ 키워드 등이 포함되었다.

기사 본문에서 추출된 공간 키워드 중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성소수자클럽’으로 확인되었다. ‘클럽’과 같은 맥락에서 ‘성소수자클럽’과 연결된 댓글 키워드는 ‘코로나,’ ‘인권,’ ‘신천지,’ ‘검사,’ ‘국민,’ ‘동성애’로 나타났다. 즉 ‘클럽’과 연결된 키워드 대부분이 포함되고 큰 차이점은 없으나 연결빈도 상의 순위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성소수자클럽’의 경우 ‘코로나’를 제외하고 ‘인권’이 가장 높은 연결빈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공간에 대한 인식에서도 행위자의 정체성이 강조되고 있음을 설명한다.

공간 키워드 가운데 ‘유흥업소’는 ‘클럽,’ ‘성소수자클럽,’ ‘주점’ 등을 포괄하며, 관련 댓글의 경우 해당 공간을 방문한 사람들 전체를 비판하는 텍스트가 많았다. 이를 설명하듯 ‘코로나’와 ‘마스크’와 같은 공통적인 댓글 키워드를 제외하고 ‘국민’이라는 키워드의 연결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외에 ‘주점,’ ‘종교시설,’ ‘식당,’ ‘블랙수면방’의 공간 키워드가 연결빈도가 높은 상위 30개 안에 포함되었다. 이들 공간 키워드는 주로 ‘코로나,’ ‘마스크’와 같은 일반적인 코로나19 감염 발생과 방역 상황을 드러낸 키워드와 연결되었다. ‘종교시설’이 공간 키워드로 등장한 것은 ‘신천지’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즉, 확산 초기 대규모 유행의 비교 사례로서 종교시설과 신천지가 빈번하게 등장한 것이다.

다음으로 기사 본문에서 추출한 ‘공간’ 키워드에 대한 온라인상에서의 인식을 살펴보기 위하여 댓글 형용사와의 연결성을 살펴보았다(그림 4). 연결빈도가 높은 상위 30개에 포함된 공간 키워드는 ‘클럽,’ ‘성소수자클럽,’ ‘유흥업소,’ ‘주점,’ ‘식당,’ ‘블랙수면방,’ ‘노래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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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이태원 집단감염 관련 기사의 공간 키워드와 댓글 형용사의 네트워크
(주: 링크의 수치는 연결빈도를 나타내며, 연결빈도 상위 30위까지만 표시함.)

공간 키워드에 연결된 댓글 형용사로는 ‘클럽-이기적이다’(1순위), ‘유흥업소-이기적이다’(2순위), ‘주점-이기적이다’(3순위)와 같이 ‘이기적이다’라는 표현의 연결빈도가 매우 높게 나타난 점을 주목할 수 있다.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다수의 국민들에게 유흥시설을 방문한 행위와 코로나19 감염을 발생시킨 것 자체가 개인주의로부터 시작된 것임을 지적하는 댓글이 특히 많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이 일부 강조되기도 하였으나 정체성과는 관계없이 해당 공간의 ‘방문자’를 총칭하는 댓글의 비중이 높았다.

개별 공간 키워드와 연결된 댓글 형용사를 검토해 보면 ‘클럽’과 연결된 ‘이기적이다,’ ‘불쾌하다,’ ‘이상하다,’ ‘관심없다’와 같은 형용사는 주로 ‘클럽’ 방문자 및 성소수자에 대한 수식어로 사용되었으며, ‘많다,’ ‘무섭다,’ ‘중요하다,’ ‘위험하다’는 코로나19 상황과 이태원 클럽을 묘사하는 수식어로 사용되었다. 여기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수용성이 낮은 국내 상황에서 전체 사회에 위해를 가져왔다는 비난과 혐오의 감정이 반영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성소수자클럽’은 앞선 ‘클럽’ 키워드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으나 ‘성소수자’를 붙여 특정하였다는 점에서 공간의 정체성을 성소수자의 공간으로 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연결된 댓글 형용사의 특징은 연결빈도가 가장 높은 형용사가 ‘불쾌하다’라는 점에서 드러난다. 다른 공간 키워드와 연결빈도가 높은 형용사가 주로 ‘이기적이다’인 것과 차이가 있다. 이는 행위자로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으로 사용된 형용사가 이들의 공간을 수식하는 용어로도 사용되고 있음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성소수자클럽’의 공간적 의미를 이해해보고자 한다. 먼저 성소수자클럽은 성소수자들이 전유하는 공간으로서 자신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클럽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물리적 공간으로 존재하는 한편 공간 내부에서는 성소수자들의 일상적 실천과 문화적 향유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성소수자들은 이를 통해 클럽을 커뮤니티로 인식하게 되며, 소속감과 친숙함, 익숙함을 느끼게 된다(한유석, 2013, 268). 그러나 공간을 전유하지 않고 외부에서 바라보거나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사람들은 이를 새로움과 불편함, 익숙하지 않음, 때로는 스트레스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투사시킬 수 있다. 공간에 대한 인식은 개인의 취향과 선호, 사회문화적 배경과 정체성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성소수자의 공간’에 대한 인식은 성소수자와 다른 성적 지향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정체성의 차이만큼이나 이질적인 것으로 다가온다. 신문기사의 댓글을 통해 드러난 이태원 클럽에 대한 공간적 인식과 장소성은 이를 잘 보여준다. 댓글에서 이태원 클럽은 폐쇄적이고 협소한 물리적 환경으로, 방문자들이 밀집해 있는 공간으로 묘사된다. 또한 이태원 클럽은 자신과는 다른 타자들의 공간이며, 극단적으로는 사라져야 할 공간이라고 치부한다.

물론 이들이 성소수자인 것과 관계없이 코로나19의 상황에서 클럽을 찾는 행동 자체를 ‘이기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기적이다’라는 표현만큼이나 많이 언급되는 ‘불쾌하다’라는 형용사를 무책임성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이태원 클럽에 대한 인식은 사회문화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표출되는 개인적 혐오로 이해될 소지가 충분하다. 이태원 클럽 감염에 대한 정보 공개는 성소수자의 모빌리티와 전유 공간을 중심으로 형성된 네트워크 자본을 폭로하는 것이었으며, 특정 정체성에 기반하여 집단을 일반화하고 배제와 혐오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다음 장에서는 성소수자 역시 동등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공간을 전유할 수 있으며, 이와 관련된 사회적 인식 확대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V. 팬데믹의 시대, 포용도시의 의미와 역할

코로나19는 국가의 경계와 방역을 무력화시키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동시에 개인의 일상 공간까지 침투해 들어왔다. 종교시설, 병원과 요양원, 콜센터와 물류센터, 운동 시설, 학교와 학원, 식당, 클럽 등 확진자의 발생은 공간을 통해 소개되고 또 이해되었다. 일간지 기사의 댓글 분석 결과 이태원 클럽은 2020년 코로나19 집단감염을 발생시킨 ‘위험한 공간’이자 국민 모두가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쾌락을 추구하는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공간에 대한 인식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불쾌한’ 감정으로 묘사되고 혐오의 대상이 되는 지워버리고 싶은 ‘성소수자의 공간’으로까지 발전하였다. 이는 앞서 살펴본 확진자와 성소수자에 대한 다중적 스티그마가 공간에도 유사하게 투영되었음을 보여준다. 공간의 의미는 공간 내 인간의 활동을 통해 이해되기도 하는데, 사람들은 성소수자의 특정한 행위와 실천을 통해 공간의 의미를 규정하고 낙인화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볼 때, 팬데믹의 상황에서 경제적 소수자에 대한 지원은 반드시 필요한 것임에 틀림없지만 이와 함께 사회적 혹은 문화적 소수자에 대한 포용 역시 논의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는 사회문화적 소수자들이 활동하고 정체성을 유지하는 공간에 대한 관심을 필요로 한다. 질병 감염이 발생한 공간을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방역을 통해 새롭게 탈바꿈시키고 새로운 활동으로 공간을 채워가듯 소수자들의 활동 공간을 지우고 낙인화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보다 긍정적인 활동으로 채우고 변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여전히 소수자의 공간은 도시 내 다양성의 측면에서 필요하고 또한 저마다의 역할과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코로나19의 예외적인 상황이 소수자와 소수자의 공간에 대한 인식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전개시키고 있지만 그 필요성과 역할에 대한 논의가 다시 한번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이태원 클럽이라는 성소수자의 공간과 이태원 지역에 대한 재인식을 통해 혐오와 배제, 차별이 아닌 포용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공간적 이해가 필요하다.

모빌리티의 관점에서 성소수자의 공간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성소수자의 정체성이 인정되는 공간으로 긍정적인 상호작용과 만남, 사회적 관계가 발생하는 모빌리티의 부동적 실체이다. 성소수자의 공간 내에서 공간 이용 주체들의 실천은 공간의 의미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사회에서 터부시되는 행위가 자유롭게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해당 공간은 성소수자들에게 자유로운 공간이며 이동하는 행위 주체로서 이들이 숨겨지고 가려지며 이성애적 규범이 당연시 되는 사회로 나오기 전 잠시 체류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지리학에서는 이러한 공간들을 커뮤니티의 관점에서 이해하며, 그 의미를 커뮤니티의 내부적 결속력에서 찾는다. 도시에는 이와 같은 특정 사회집단이 전유하는 공간이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이주자, 노인, 장애인, 하위문화 향유자 등 주로 사회 내에서 위치성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공간적 장악력이 부족한 사회 집단이 특정 공간을 전유하고, 이를 통해 공간적 의미와 장소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와 같은 공간들이 개별 집단의 내적인 만남 및 상호작용의 과정으로 형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외적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 외연을 확장하는 것은 물론 긍정적인 공간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사회적 소수자의 ‘인정의 정치’ 혹은 ‘대안적 문화정치’로서 여전히 공간적 점유와 전략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도시의 다양성 축적과 포용도시의 실현에서도 실천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성소수자의 공간 역시 이와 같은 외적 상호작용과 사회문화적 인식의 변화, 그리고 공간적 변화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태원 성소수자 커뮤니티 공간과 관련하여 사회문화적 인식에 관한 변화를 분석한 한유석(2013, 261-262)은 성소수자 공간이 많아짐으로 인해 주변 상인과의 접촉이 빈번해지고 경제적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면서 주변 상인들의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완화되었다고 설명한다. 유사한 연구로서 김주락(2015, 110)은 낙원동의 게이 커뮤니티 역시 “드러냄과 익숙해짐”으로 성소수자의 가시성을 증대시키고 잦은 대외 접촉을 만들어 “주변을 물들이는(queering)”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여전히 성소수자의 공간적 정체성에 중점을 두고 외부로부터의 변화에 대응하여 자신들의 공간과 경계를 재정립하려는 사례도 확인되는 만큼 이들 공간에 대한 획일화된 접근 혹은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이창환・조현민, 2020, 404-406).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공간의 의미와 역할을 통해 다양성에 기반한 포용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즉, 도시 내 동일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의 집중과 공간의 형성을 공간적 분리 혹은 분화로 이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이후의 사회문화적 변화와 공간적 변화의 과정까지 폭넓게 분석하고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 나아감의 방향은 첫째, 사회적 소수자 혹은 특정 집단의 내부적 결속을 위한 공간의 형성에서 둘째, 주변과의 사회문화적・경제적 상호작용과 이를 통한 인식 및 공간의 변화로 진행되며 셋째, 특정 장소나 공간을 넘어 지역 단위 혹은 국가 단위의 다양한 행위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여기에는 당사자로서 공간을 형성하는 행위 주체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의 상인과 주민, 단체와 정부 등 다층적인 행위자를 포함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지배적 주체로서 ‘도시정부’가 큰 역할을 하게 되는데, 그 핵심은 배제가 아닌 ‘차이 공간’에 대한 인정과 포용이 되어야 한다(남수정, 2019, 47).

그 실천 방안으로서 포용적 도시 거버넌스의 구축은 포용도시의 논의에서 강조되는 근본적인 요소이다. 포용적 도시 거버넌스는 공간을 전유하거나 구성하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환경에서 협치와 협력의 과정을 거쳐 공동의 목표와 결과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제도화 및 관련 정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다만 보다 중요한 것은 거버넌스 구축 그 자체에 있기 보다는 거버넌스를 구성해 나가는 과정에서의 관점과 태도일 것이다. 즉, “관용, 시혜, 배려”가 아닌 “참여, 인권,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하며, 이는 포용도시 구축의 거의 모든 영역과 과정에서 필수적인 사항임을 견지해야 한다(남기범, 2018, 476-477). 포용의 대상이 포용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곧 이러한 인식과 태도에 기반한 주장이며, 실제로 그러한 노력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음은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김윤영, 2019: 254-255; 박준홍・정희선, 2019, 126).

클럽 등 성소수자의 공간이 위치하는 이태원은 이와 같은 주체의 참여를 통한 다양성과 차이에 대한 인정이 비교적 익숙한 지역이다. 종교, 음식 등 문화적 다양성을 기반으로 발전하고 활성화되어 온 이태원에 성소수자들이 자리잡은 것 역시 우연은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인식의 변화를 맞이한 현재 이태원에서 다양성의 가치를 다시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태원 방문자가 감소하였고 그만큼 관계와 만남은 적어졌으며, 공간의 다양한 의미가 더해지지 못한 채 이태원의 다양성과 관용성은 기존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VI. 결론

본 연구는 국내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를 통해 감염병이 유발한 사회공간적 배제 현상을 코로나 확진자의 모빌리티와 그 안에 내포된 정치, 실천, 장소 정체성의 의미를 통해 이해하고 더 나아가 포용도시의 의미와 역할을 사유하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먼저 감염병의 확산과 방역에 내포된 모빌리티의 의미와 감염병에 따른 다중적 스티그마가 형성되는 문제를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검토하였으며 이와 같은 스티그마가 유발하는 사회적 차별과 배제를 극복하기 위한 도시 비전으로서 포용도시의 역할을 알아보았다. 특히 2020년 5월 초부터 2개월간 지속된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를 중심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다중 스티그마의 양상과 인식 구조를 보도기사 및 댓글의 키워드와 형용사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확인함으로써 감염병 담론에 연관된 대중의 시선과 그 안에 내재된 차별과 혐오의 요소들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포용도시의 의미와 역할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먼저 질병과 소수자에 대한 스티그마를 감소시키고 사회적 포용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으로서 소수자 및 감염자의 인권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 전달과 인식 개선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차원의 노력이 필요함을 확인하였다. 이를 위해 특정 질병과 질환, 특히 감염성 질환에 관한 정보를 사회문화적 맥락과 사회심리적 효과를 감안하여 세심하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 건강-위험 정보를 통해 부정적 메시지와 차별적 인식이 형성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과 비판이 필요하다. 또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의 언어적 정화의 노력이 요구된다. 이는 주로 혐오 표현과 관련된 내용으로, 이를 위해 자율적 가이드라인의 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는 동시에, 차별 시정 기구에서 제기하는 시정명령에 실효성을 부여하는 등 제도적 차원에서의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 한편 사회의 인식 변화는 단시간에 성취될 수 없기 때문에 소수자의 동등한 인권을 알리고, 혐오 표현의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한 다양한 수준과 차원의 교육과 캠페인 역시 강화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팬데믹의 상황에서 국가와 시민은 포용의 주체로서 어떤 역할이 요구되는지에 대해 인식하고, 소수자를 만드는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공동체 구성원 누구나 다양한 사회문화적 관계 속에서 소수자가 될 수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성소수자의 공간 등 다양한 주체가 만드는 공간의 의미와 역할을 통해 다양성에 기반한 포용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비전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일간지 기사의 댓글 분석을 통해 드러난 이태원 클럽에 대한 인식은 ‘위험한 공간’과 ‘쾌락을 추구하는 공간’에서 ‘불쾌한 공간’과 지워버리고 싶은 ‘성소수자의 공간’으로까지 확대되었다. 그러나 성소수자의 공간과 같은 개별 사회집단이 형성한 공간은 집단 내부의 관계와 만남이 이루어지는 동시에 외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문화적 인식과 공간의 변화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예컨대 이태원의 활성화는 주로 이와 같은 문화 다양성과 관용성에 기반한 공간을 중심으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며 가능할 수 있었고, 코로나19 이후의 침체는 감염병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등 특정 집단에 대한 배제를 중심으로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코로나19 이후의 지역 회복의 쟁점은 포용 및 포용적 인식에 있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감염병과 사회적 소수자의 정체성이 결합하여 발생하는 교차성, 이를 통해 지속되고 강화되는 낙인화와 타자화의 문제를 도시 사회의 맥락 속에서 읽어내고, 포용도시가 지향하는 바를 검토함으로써 문제 해결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분석 대상을 이태원 사례만으로 한정하였으므로 종교공간, 보호시설, 업무공간, 수용시설 등 집단감염이 유발된 다양한 공간 사례들을 비교・검토하여 감염병이 가져오는 사회공간적 변화를 보다 다각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추후 과제로 남는다.

1) 2020년 5월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감염 인원은 총255명으로 집계되었다(연합뉴스, 2020년 5월 26일자).

2) Foucault가 ‘인구’라 지칭한 것은 하나의 종(種)으로서의 인간 또는 인구 전체의 생명을 말하며, 일종의 ‘사회적 신체’라는 의미를 지닌다(김환석, 2013, 17).

3) 이에 대해 방역을 명분으로 사생활에 대한 감시와 개인정보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 영국의 주간지 『Economist』는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에서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개인의 사생활을 감시하는 것을 ‘코로놉티콘(Coronopticon, 코로나+파놉티콘의 합성어)’이라고 묘사하였다(Economist, March 26th, 2020; 한겨레 21, 2020년 5월 29일자).

4) 2020년 3월 말 정부가 해외 국가에 배포한 「코로나 정책 자료」에서는 검사, 추적, 치료 조치를 소개하면서 “투명성(transparency), 개방성(openness), 민주성(democracy)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News 1, 2020년 3월 28일자).

5) <시사IN>과 KBS는 한국리서치의 사회조사를 이용하여 코로나19 이후의 한국 사회를 조망하는 기획 기사를 연재하였다(시사IN, 2020년 6월 2일자). 한국리서치의 웹 기반 사회조사방법은 다음과 같다.

∘조사 일시: 2020년 5월 7일~8일

∘표본: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조사명: 코로나19 이후 한국 사회 인식조사

Acknowledgements

이 논문은 서울연구원・서울특별시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수행한 2020년 「서울 도시인문학」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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