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II. 이론적 배경: 초국경 협력과 초국경 협력지역
III. Grande Région의 지역적 특성과 초국경 협력과정
1. Grande Région의 지역적 특성
2. Grande Région의 초국경 협력과정
IV. Grande Région의 초국경 협력기구와 조직
1. 유럽연합 및 국경국가 간 협력기구
2. 국경지역자치단체 간 협력기구
3. 국경지방자치단체 간 협력기구
V. Grande Région의 초국경 협력과 초국경 협력의 어려움: 국경지역 자치단체 간 초국경 협력을 중심으로
1. Grande Région의 초국경 협력
2. 초국경 협력의 어려움
VI. 요약 및 결론
I. 서론
최근 국경지역은 경제의 세계화와 정치・경제 통합체의 등장, 교통・통신망의 발달 등과 함께 역동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경제의 세계화와 정치・경제 통합체의 등장으로 국경지역은 사람과 상품의 이동이 차단되고 단절된 불연속 공간에서 이동이 시・공간적으로 개방되고 연결되는 연속의 공간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사람과 상품의 통행과 교류가 차단된 선적인 공간에서 흐름이 연결되고 결합되는 면적인 네트워크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Allen and Cochrane, 2007; Ratti and Schuler, 2013; 문남철, 2020).
그리고 국경지역은 통행과 교류의 확대로 다공성의 공간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국경도시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혼성성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Dear and Burridge, 2005; Lamour and Decoville, 2014). 또한 국경지역은 정치적・군사적 대립과 갈등의 공간에서 화해와 협력, 개발과 혁신의 공간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흐름이 단절된 주변부 한계공간에서 국가 간 흐름을 연결하는 접촉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Ratti and Schuler, 2013).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국경지역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잠재력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공간적 차원에서 국경지역 간 협력을 위한 초국경 협력지역의 설립을 확대하고 있다(Reitel and Wassenberg, 2015).
이와 같은 국경지역의 역동적인 변화는 회원국 간 국경기능이 소멸된 유럽연합의 내부 국경지역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유럽연합의 내부 국경지역은 탈냉전 이후 단일시장 출범(EU, 1993)과 쉥겐협정 발효(Schengen Treaty, 1995), 단일통화 도입(Euro, 1999) 등의 경제통합정책과 국경지역 간 상호협력 프로그램(Interreg, 1990)과 범 유럽 교통망 구축 프로그램(TEN-T, 1996), 유럽영토협력그룹화(EGTC, 2006) 등의 영역결속정책으로 커다란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국경지역 연구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본 연구는 유럽연합의 국경지역 협력정책을 공간적 차원에서 분석한 ‘유럽연합의 국경지역 협력정책: 공간적 차원의 접근’의 후속 연구이다. 선행연구에서 유럽연합의 국경지역 협력정책은 국경지방 간 협력정책-국경지역 간 협력정책-(초)국경국가 간 협력정책으로 구분되며, 영역적 결속을 위해 유럽연합은 협력정책의 대상지역을 국경지방-국경국가-국경지역으로 확대해 왔음을 밝혔다. 그리고 협력분야는 지역공유유산을 토대로 협력이 용이한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영역적 결속을 위한 분야로 발전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선행연구는 유럽연합 전체지역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특정 국경지역에서의 초국경 협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분석하지 못한 한계점을 지녔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유럽연합의 국경지역 가운데 국경지역 간 초국경 협력이 가장 활발한 초국경 협력지역인 Grande Région을 사례로 유럽연합의 국경지역 간 초국경 협력을 분석하였다.
그동안 국내・외에서는 유럽연합의 초국경 협력지역을 사례로 한 다양한 관점의 초국경 협력에 관한 연구들이 이루어져 왔다. 국외에서의 초국경 협력지역의 초국경 협력에 관한 연구는 초국경 협력지역의 문화적・정치적 배경과 형성과정(Evrard, 2013; Wassenberg, 2017), 초국경 협력지역의 초국경 경제협력(Gerber and Dautel, 2017; Belkacem and Pigeron-Piroth, 2020), 초국경 협력지역의 대도시 영향과 대도시개발 협력(Evrard and Schulz, 2015; Pupier, 2019), 초국경 협력지역의 협력조직과 거버넌스(Durand and Lamour, 2014; Dörry and Decoville, 2016), 초국경 협력지역의 정체성 형성(Goulet, 2014; Wille, 2020) 등의 연구가 수행되었다. 국내에서도 유럽연합의 초국경 협력지역을 사례로 한 다양한 접근의 연구들이 이루어져 왔다. 프랑스・독일・벨기에・룩셈부르크의 초국경 협력지역 P.E.D.를 사례로 한 유럽연합의 접경지역 개발 전략에 관한 연구(문남철, 2002), 스위스・독일・프랑스 초국경 협력지역 Regio TriRhena를 사례로 한 월경적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김부성, 2006), 덴마크・스웨덴 초국경 협력지역 Øresund를 사례로 한 복합형 도시개발에 관한 연구(서연미, 2012), 프랑스・독일・벨기에・룩셈부르크의 초국경 협력지역 Grande Région을 사례로 한 월경취업 노동이동과 노동시장 조절에 관한 연구(문남철, 2013), 오스트리아・이탈리아의 초국경 협력지역 Euregio Tirol-Südtirol-Trentino를 사례로 한 글로컬리티에 관한 연구(인성기, 2016), 프랑스・독일・스위스의 초국경 협력지역 Upper Rhine Region을 사례로 한 메트로폴리탄 지역 만들기(박선희, 2017) 등의 연구가 있다. 그러나 초국경 협력지역을 사례로 다차원 공간에서의 국경지역 간 초국경 협력에 관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경지역은 국경국가-국경지역자치단체-국경지방자치단체1)로 구성된 다차원의 공간으로 각 차원의 국경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협력은 차이를 보인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Grande Région을 사례로 다차원 공간에서의 국경지역 간 초국경 협력을 분석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사례지역은 프랑스・독일・벨기에・룩셈부르크의 4개국 국경이 만나는 지역으로 프랑스 로렌(Lorraine), 독일 자를란트(Saarland)와 라인란트팔츠(Rheinland-Pfalz), 벨기에 왈롱(Wallon), 룩셈부르크(Luxembourg) 등 5개 국경지역자치단체가 초국경 협력지역인 Grande Région을 설립하여 다양한 공간적 차원에서 초국경 협력을 하고 있다. 따라서 Grande Région은 유럽연합의 국경지역 간 초국경 협력을 분석하는데 적합한 사례지역이라 할 수 있다. 세부적인 분석 내용으로는 첫째, 연구의 이론적 배경으로 초국경 협력과 초국경 협력지역의 개념 및 특성에 대해 고찰하였다. 둘째 사례지역의 지역적 특성과 초국경 협력지역의 형성과정을 분석하였다. 셋째, 사례지역의 국경국가 간-국경지역자치단체 간-국경지방자치단체 간 초국경 협력기구와 조직을 분석하였다. 넷째, 사례지역의 초국경 협력사례와 초국경 협력의 어려움에 대해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요약과 결론에서 분석내용을 요약하고 사례지역의 연구가 남・북한 및 동북아시아의 초국경 협력과 초국경 협력지역의 설립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다.
연구에 사용된 자료는 유럽연합의 초국경 협력 및 Grande Région의 초국경 협력과 관련된 보고서와 논문, 학술서적, 그리고 유럽연합의 국경지역 간 협력정책 홈페이지(www.interregeurope.eu)와 Grande Région 홈페이지(www.granderegion.net), 유럽연합 초국경 협력 운영담당 홈페이지(espaces-transfrontaliers.org) 등에 수록된 자료를 이용하였다. 분석방법은 수집된 자료를 정리・분석한 후, 이를 지도화 및 도표화하여 설명하는 기술적 방법을 사용하였다.
II. 이론적 배경: 초국경 협력과 초국경 협력지역
초국경 협력(tansfrontier cooperation)은 국경을 접하는 국경지역자치단체 및 국경지방자치단체들 간의 비공식 또는 준 법적 협정에 의한 협력으로 국가 간 서명 및 국회 비준을 요구하는 국가 간 협력(transnational cooperation)과는 다르다(Perkmann, 2003). 그리고 초국경 협력지역(transfrontier cooperation region)은 국경을 접하는 둘 이상의 국경지역자치단체 및 국경지방자치단체가 초국경 협력을 위해 만든 영역을 의미한다(Perkmann, 2003). 다시 말해, 초국경 협력지역은 초국경 협력을 위해 협력에 참여하는 국경지역자치단체 및 국경지방자치단체들에 의해 만들어진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초국경 협력에 대한 개념과 정의는 국제기구와 조직, 학자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 1980)는 ‘유럽연합의 초국경 지역 간 협력을 위한 유럽기본협약(The European Outline Convention on Transfrontier Cooperation between Territorial Communities or Authorities, 1980)’에서 초국경 협력은 ‘다른 계약 당사자의 관할 구역 내에서 영역 공동체 및 당국 간 인접관계를 강화하고 육성할 목적을 가진 합의 또는 약정의 체결'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는 협력 행위자와 협력의 역할 등 초국경 협력의 본질을 고려하지 않은 일반적인 정의였다고 할 수 있다.
Perkmann(2003)은 초국경 협력을 4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정의하였다, 첫째, 초국경 협력은 협력의 행위자들이 국가 하위단위의 지역자치단체 또는 지방자치단체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영역에 속한다. 둘째, 초국경 협력은 국가 하위단위의 지역자치단체 및 지방자치단체들 간의 협력으로 행위자들은 국제법의 법적 대상이 아니며 행위자들은 다른 나라와 조약을 체결할 수 없고, 협력은 참여 지역자치단체 및 지방자치단체들 간의 비공식 또는 준 법적 협정에 기초한다. 셋째, 초국경 협력은 국경지역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넷째, 초국경 협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협력을 위한 기관과 조직의 구조화를 수반한다. 즉 초국경 협력은 국경을 접하는 국경지역자치단체 및 국경지방자치단체들 간에 국경주민들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느 정도 제도화되고 구조화된 협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
유럽국경지역협의회(Association of European Border Regions, 2008)는 초국경 협력이 성공하기 위한 4가지 조건을 제시하였다. 첫째, 초국경 협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경지역 및 국경지방 주민들 간에 일상생활에서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접근성과 접촉의 빈도가 높아야 한다. 둘째, 협력 행위자들은 협력에 필요한 지역기반자원을 광범위하게 수용하고 협력을 실천하는데 적극적이어야 한다. 셋째, 협력을 위해 지역자치단체 및 지방자치단체들 간에 높은 협력 파트너쉽이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협력을 위한 기구와 조직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Keating(1998)과 Sousa(2012)는 초국경 협력과 초국경 협력지역의 형성에는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준다고 하였다. 첫 번째 요인은 지리적 접근성으로 국경지역 및 국경지방 간 높은 지리적 접근성은 주민들 간의 접촉빈도와 이동성을 높여 초국경 협력의 가능성을 높인다. 두 번째 요인은 역사적・문화적 동질성으로 국경지역 및 국경지방 간 높은 역사적・문화적 동질성은 초국경 협력지역 형성의 주요 동인이며 협력의 가능성을 높인다. 세 번째 요인은 상이한 경제구조와 유사한 산업구조로 국경지역 및 국경지방 간 소비시장・일자리・노동력・임금수준・지가・세율 등의 상이한 경제구조와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한 유사한 산업구조는 국경지역 및 국경지방 간 기능적이고 보완적인 협력의 가능성을 높인다. 그리고 이러한 기능보완적인 협력의 필요성에 의해 형성된 초국경 협력지역은 기능지역의 특성을 가진다. 네 번째 요인은 협력과정에서 구축되는 제도적 장치와 협력기구 및 조직으로 이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초국경 협력과 초국경 협력지역의 지속성을 높인다고 주장하였다.
Schulz(1999)는 유럽연합의 초국경 협력과 초국경 협력지역은 공간적 수준에서 협력방식은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하였다. 우선, 공간적 수준에서 초국경 협력은 국경지방자치단체들 간의 미시적 수준의 협력(micro-cooperation)과 국경지역자치단체들 간의 중간적 수준의 협력(meso-cooperation), 국경국가들 간의 거시적 수준의 협력(macro-cooperation), 그리고 최상위 수준의 유럽연합의 국경지역 간 협력정책(Interreg 또는 EGTC)으로 분류되며, 하위수준의 공간적 협력은 상위수준의 공간적 협력과 상호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그리고 협력방식은 협력의 공간적 수준이 클수록 협정의 구속력과 문서화된 개발전략, 협의회・의장・집행위원회・주제실무그룹・사무소 등의 협력기구와 조직, 자체 자원관리 등 협력의 강도가 크다(그림 1).
그리고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 2015)는 미시적 수준의 초국경 협력을 도시 간 협력과 비도시 간 협력으로 구분하고, 중간적 수준의 초국경 협력을 단일중심 또는 다중심의 도시구조화를 동반하는 협력과 도시구조화 없이 협력하는 비도시 협력으로 구분하였다. 최근 미시적 수준의 초국경 협력은 도시 간 협력에서 비도시 간 협력으로 확대되고(Gasparini, 2014). 중간적 수준의 도시구조화를 동반하는 초국경 협력은 단일중심 도시의 우위요소에 의한 국경지역 간 불균형 확대를 우려하여 다중심 도시구조화의 초국경 협력이 선호되고 있다(European Commission, 2015).
이상에서 국경지역자치단체 및 국경지방자치단체 간 초국경 협력지역 설립과 초국경 협력은 지리적 접근성과 문화적 동질성, 경제적 보완성, 유사한 산업구조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협력과정에서 형성된 관리적・제도적 기구 및 조직과 국경국가 간-국경지역자치단체 간-국경지방자치단체 간 계층적인 협력구조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초국경 협력지역과 초국경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Grande Région을 사례로 초국경 협력지역의 설립과 초국경 협력을 가능하게 한 지역적 특성과 초국경 협력과정, 다양한 공간적 수준에서의 초국경 협력 기구와 조직, 그리고 초국경 협력사례와 초국경 협력의 어려움에 대해 살펴본다.
III. Grande Région의 지역적 특성과 초국경 협력과정
1. Grande Région의 지역적 특성
초국경 협력지역의 설립과 초국경 협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협력 국경지역 및 국경지방 간 높은 지리적 접근성과 역사적・문화적 동질성, 경제적 보완성, 산업구조의 유사성. 관리적・제도적 기구 및 조직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Keating, 1998; Association of European Border Regions, 2008; Sousa, 2012).
프랑스・독일・벨기에・룩셈부르크의 4개국 국경이 만나는 Grande Région은 6만 5천㎢에 약 1,200만 명이 거주하는 방대한 지역으로 4개의 지역자치단체(프랑스 로렌(Lorraine), 독일 자를란트(Saarland)와 라인란트팔츠(Rheinland-Pfalz), 벨기에 왈롱(Wallon)), 1개의 도시국가(룩셈부르크 대공국(Grande Duchy of Luxembourg)), 75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위치하고 있다(그림 2). 이 지역은 문화적으로 게르만족・게르만어・개신교의 자를란트・라인라트팔츠・룩셈부르크와 라틴족・라틴어・로마가톨릭교의 로렌・왈롱으로 지역 간 차이를 보이지만 크게 코카서스 인종과 기독교, 인도유럽어족의 동질성을 지닌다. 또한 이 지역은 20C 초 산업혁명과 더불어 풍부한 철광석과 석탄을 바탕으로 광업과 제철산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일찍이 지역 간 노동이동이 활발히 이루어져 온 지역이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국제산업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적응의 차이로 침체지역(로렌과 왈롱)과 성장정체지역(자를란트와 라인란트팔츠), 역동적인 성장지역(룩셈부르크)이 공존하는 지역으로 지역 간 경제적 상호의존성과 산업구조의 유사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문남철, 2013).2) 다시 말해, Grande Région은 국경지역 및 국경지방 간 높은 지리적 접근성과 역사적・문화적 동질성, 경제적 보완성, 산업구조의 유사성 등으로 초국경 협력지역 형성과 초국경 협력에 유리한 조건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2. Grande Région의 초국경 협력과정
Grande Région에서의 초국경 협력은 1960년대 제철산업의 침체로 지역적 위기에 직면한 프랑스의 국경지방자치단체와 독일의 국경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의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Carneiro Filho, 2012). 본격적인 초국경 협력은 1969년 설립된 국경협력을 위한 ‘프랑스-독일 정부 간 위원회(Commission intergouvernementale franco-allemande)’에서 프랑스・독일・룩셈부르크 접경지역인 ‘철광석 삼각지대’의 지역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경지역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1971년 룩셈부르크의 합류로 설립된 ‘프랑스-독일-룩셈부르크 정부 간 위원회(Commission mixte intergouvernementale franco-germano-luxembourgeoise)’에서 독일 자를란트와 프랑스 로렌, 룩셈부르크(SaarLorLux)의 지역문제와 쟁점을 다루기 위한 ‘지역위원회’의 설립에 합의하였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초국경 협력이 준 법적으로 제도화된 것은 유럽연합의 초국경 지역 간 협력을 위한 마드리드 협약(Convention de Madrid, 1980)의 영향을 받아 1980년 프랑스-독일-룩셈부르크 정부 간 위원회에서 ‘국경지역에서의 협력에 관한 협정(Accord relatif à la coopération germano-franco-luxembourgeoise dans les régions frontalières)’이 체결되면서 제도화 되었다. 이후 초국경 협력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 간 의회 협의회(Conseil Parlementaire Interrégional, 1986)’와 ‘경제・사회 위원회(Création du Comité économique et social de la Grande Région, 1997)’가 설립되었다(www.granderegion.net). 이와 같은 1960-80년대 Grande Région에서의 초국경 협력은 유럽석탄・철강공동체 설립(ECSC, 1952)과 유럽공동시장 창설(EEC, 1957), 프랑스・독일 간 평화를 위한 엘리제 조약(Elysée Treaty, 1963), 국경지역 간 초국경 협력 확대를 위한 마드리드 협약(1980년) 등 일련의 유럽연합 회원국 간 화해와 협력의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유럽연합 창설의 기초가 된 마스트리히트 조약(1992년)의 영향을 받아 1995년 초국경 협력을 위한 5개 국경지역자치단체의 최고 대표자 모임인 ‘Grande Région 정상회의(Sommet des exécutifs de la Grande Région)’가 설립되었다. 1차 정상회의(1995년)에서 초국경 협력 확대를 위해 5개 국경지역자치단체가 참여하는 초국경 협력지역 Grande Région의 설립과 경제협력, 교통・통신망 설치, 연구・기술이전, 관광활성화, 교육・인력양성, 문화・스포츠 교류, 공동개발계획 등에서 초국경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하였다. 정상회의의 창설로 국경지역자치단체 간 효율적인 초국경 협력이 가능하게 되었고, 2005년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했던 벨기에 왈롱이 정부 간 위원회와 지역위원회에 정식으로 참여함으로써 Grande Région의 초국경 협력지역이 완성되었다.
IV. Grande Région의 초국경 협력기구와 조직
1. 유럽연합 및 국경국가 간 협력기구
유럽연합의 국경지역 간 초국경 협력은 공간적 차원에서 최상위 수준의 유럽연합의 국경지역 간 협력, 거시적 수준의 국경국가 간 협력, 중간적 수준의 국경지역자치단체 간 협력, 미시적 수준의 국경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으로 구성된 계층적 구조를 보인다. 그리고 하위수준의 공간적 협력은 상위수준의 공간적 협력과 상호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Schulz, 1999).
최상위 수준의 유럽연합의 국경지역 간 협력은 1990년 도입된 국경지역 간 상호협력 프로그램(Interreg)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국경지역 간 초국경 협력사업을 재정적으로 지원하여 국경지역 간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현재 6차 프로그램(Interreg VI 2021-2027)이 실행되고 있다, 프로그램의 발달과 함께 유럽연합은 초국경 협력사업의 재정지원가능지역의 공간적 범위를 국경지방자치단체 간 협력(Interreg I, 1990-93), 국경국가 간 협력(Interreg II, 1994-99), 국경지역자치단체 간 협력(Interreg III, 2000-06)으로 확대하였다(문남철, 2020). 이에 따라 Grande Région에서의 유럽연합의 국경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지원은 Interreg I부터 이루어졌고 국경지역자치단체 간 협력지원은 Interreg IV 프로그램(2007-2013)부터 적용되었다.
Grande Région의 초국경 협력을 위한 국경국가 간 협력기구는 프랑스-독일-룩셈부르크-벨기에의 4개국 대표로 구성된 ‘정부 간 위원회’이며, 이 위원회는 초국경 협력사업의 공식적인 합의안을 제시한다. 정부 간 위원회에서 제시된 합의안은 국경지역 간 협력기구에 의해 구체적으로 실행된다.
2. 국경지역자치단체 간 협력기구
정부 간 위원회에서 제시된 협력사업을 집행하기 위해 1971년 각 국경지역자치단체의 대표자로 구성된 ‘지역위원회(Commission régionale Sarre-Lorraine-Luxembourg-Trèves/ Palatinat occidental)’가 설립되었다. 이 위원회는 초국경 협력사업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고등교육, 관광, 교통, 공간계획 등 4개의 주제별 실무그룹을 운영하였다. 그러나 이 위원회는 업무중복을 피하기 위해 2005년 ‘Grande Région 정상회의’에 합병되어 현재 법적으로만 존재한다.
1995년 창설된 ‘Grande Région 정상회의’는 각 국경지역자치단체의 대표자로 구성된 최고의 협의체로 초국경 협력사업을 주도하고 협력정책과 협력계획 등 협력을 위한 전략적 지침을 제시한다. 정상회의는 자문기구로 ‘지역 간 의회 협의회’와 ‘경제・사회 위원회’를 두고 있다. 1986년 창설된 ‘지역 간 의회 협의회’는 각 국경지역 의회 대표로 구성된 협의기구로 경제, 사회, 교통・통신, 환경・농업, 교육・훈련・연구・문화, 시민보호・구조 등 6개의 실무그룹을 두고 있다. 1997년 설립된 ‘경제・사회 위원회’는 각 국경지역의 무역협회와 경제・사회단체에서 임명된 대표자들로 구성되며 경제, 사회, 문화, 공간계획에 관한 문제를 다룬다. 이 위원회는 경제・지속가능개발・내생적 개발과 교통 등 2개의 실무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 대표 위원회(Représantants Personnels)’는 정상회의의 위임을 받아 실무그룹과 협력 네트워크에서의 협력정책과 협력계획의 이행을 관리・감독하며, 정상회의 사무국의 지원을 받는다. 2013년에 창설된 ‘정상회의 사무국(Secrétariat du Sommet de la Grande Région)’은 협력전략과 운영 및 실행 관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전반적인 업무 조정에 참여한다. 마지막으로 정상회의는 산하에 농・임업, 영토개발조정, 환경, 에너지, 지적ㆍ지도, 교육・훈련, 청소년, 고등교육・연구, 노동시장, 국제사업추진, 건강・사회문제, 안전・예방, 관광, 교통, 스포츠 등 10개의 실무그룹을 두고 있으며, 이들 실무그룹은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정책의 실행을 담당한다(Lëtzebuerger Journal, 2016; www.granderegion.net)(그림 3). 이상에서 Grande Région의 국경지역자치단체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초국경 협력과 초국경 협력지역을 위해 협력과정을 통해 제도적・관리적 초국경 협력기구와 조직을 구축하였다.
3. 국경지방자치단체 간 협력기구
Grande Région에는 국경지방자치단체들 간 지역경제문제와 지역사회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협력기구가 존재한다. 첫 번째 협력기구는 독일 자르와 프랑스 로렌, 룩셈부르크의 40여개 국경지방자치단체가 1995년 설립한 ‘EUREGIO SarLorLux+’이다. 이 협력기구는 룩셈부르크 법을 토대로 설립된 비영리 협력기구로 문화교류와 지역정보 교환 등에서 초국경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두 번째 협력기구는 프랑스 로렌과 벨기에 왈롱, 룩셈부르크의 22개 국경지방자치단체가 1996년 설립한 ‘Pôle Européen de Développement(P.E.D)’이다. 이 협력기구는 제철산업의 위기로 인한 지역경제와 지역사회의 침체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고. 산업전환을 통한 지역경제의 재구조화를 추구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문남철, 2002; espaces-transfrontaliers.org).
세 번째는 협력기구는 룩셈부르크 시(Luxembourg)와 프랑스 로렌의 매스(Metz), 독일 자를란트의 자르브뤼켄(Saarbrücken)과 라인란트팔츠의 트리어(Trier)가 2000년에 창설한 ‘QuattroPole’이다. 이 협력기구는 국경도시들 간의 협력기구로 도시관리와 환경개선, 에너지 관리, 문화와 관광 진흥, 통신 인프라와 뉴미디어 개선 등의 협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 네 번째 협력기구는 2010년 설립된 ‘Eurodistrict SaarMoselle’로 독일 자를란트의 자르브뤼켄과 프랑스 로렌의 모젤(Moselle)의 7개 국경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영역 및 도시개발, 교통망, 의료, 관광 등에서 협력하고 있다. 다섯 번째 협력기구는 프랑스 로렌의 알제트(Alzette)와 룩셈부르크의 벨발(Belval)이 2012년 설립한 ‘Alzette-Belval’로 제철산업 폐허지의 개발과 지역경제의 재구조화를 위해 초국경적으로 협력하고 있다(European Commission, 2015) (그림 4). 이밖에 국경지방자치단체들 간 협력기구는 아니지만 2008년 유럽연합의 국경지역 간 협력프로그램(Interreg IV-A)의 재정지원 사업으로 설립된 ‘Grande Région 대학(Université de Grande Région)’이다. 이 대학은 Grande Région에 위치한 6개 대학3)이 참여하고 있으며, 대학 간 국경 없는 교육과 연구를 통해 초국경 협력사업을 지원하고 우수한 인적자원을 지역에 공급함으로써 국경지역 입지 중소기업과 국경지역경제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그리고 각 국경지방자치단체 간 협력기구는 실질적인 협력증진과 협력계획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협력 국경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특별기구가 설치되어 있다. 예를 들어 P.E.D.의 경우, 국경지방자치단체가 체결한 협력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의 책임부처로 구성된 ‘정책적 동반 위원회(CAP)’와 정책적 동반 위원회에서 합의된 목적을 실천하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임명한 ‘상설조정 위원회(C.P.C.)’, 그리고 상설조정 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을 실행하는 ‘국제전문가 팀(E.T.I.)’으로 구성되어 있다(문남철, 2002). 다시 말해 국경국가 간 협력-국경지역자치단체 간 협력-국경지방자치단체 간 협력 등 다양한 공간적 차원의 체계적인 협력구조는 Grande Région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초국경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V. Grande Région의 초국경 협력과 초국경 협력의 어려움: 국경지역 자치단체 간 초국경 협력을 중심으로
1. Grande Région의 초국경 협력
Grande Région의 국경지역자치단체와 국경지방자치단체는 국경지역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적・사회적・영역적으로 통합된 초국경 협력지역의 구축에 협력의 목표를 두고 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주요 활동으로 국경지역 간 인적・물적・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과 조화로운 영역개발, 국경지역 간 문화적 장애요소 극복, 국경지역에 우수한 인적자원을 공급하기 위한 초국경 교육과 평생학습 실행, 국경지역 간 상호이해와 친밀감 확대를 위한 관광과 문화교류 확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경지역 간 경제협력, 국경지역 주민의 안전한 삶을 위한 국경지역 간 협력 확대, 국경을 초월한 환경보호와 지속 가능성의 실현 등에 협력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www.granderegion.net). 아래에서는 노동과 교통, 의료서비스를 중심으로 Grande Région의 국경지역자치단체 간 초국경 협력과 초국경 협력의 어려움을 살펴본다.
1) 초국경 노동협력
Grande Région은 유럽연합 국경지역 가운데 국경지역 간 초국경 노동이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이다. 이 지역의 초국경 노동자 수는 2019년 현재 약 25만 명으로 유럽연합 주요 15개국 초국경 노동자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수는 2007년 18만 명에서 2010년 20만 명, 2015년 22만 명, 2019년 25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IBA/OIE, 2019). 그리고 Grande Région은 국경지역 간 초국경 노동이동을 촉진하기 위해 각 국경지역자치단체의 고용지원센터와 고용자 조직, 노동조합을 통합한 ‘EURES Grande Région(EURopean Employment Services)’을 설립하여 국경지역의 일자리 정보와 상이한 노동법, 사회보장제도, 조세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Grande Région의 초국경 노동이동은 실업률이 높고 임금수준이 낮은 프랑스 로렌(62.0%)과 벨기에 왈롱(19.1%), 독일 라인라트팔츠(13.1%)에서 유출되어, 취업률과 임금수준이 높은 룩셈부르크(77.0%)와 독일 자를란트(15.1%)로 유입되고 있다. 지역자치단체별로는 프랑스 로렌이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은 초국경 노동자(62%, 11만 5천 명)를 배출하고 있으며, 로렌에서 배출된 노동자는 룩셈부르크(80.8%)와 독일의 자를란트(10.0%)로 유입되고, 벨기에 왈롱(5만 6천 명)과 독일 라인라트팔츠(9만 명)에서 배출된 노동자의 대부분은 룩셈부르크로 유입되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은 초국경 노동자(77%)를 유입하고 있으며, 유입된 노동자는 로렌(52%)에서 가장 많이 유입되며, 왈롱(24%)과 라인라트팔츠(19%)에서도 유입되고 있다(IBA/OIE, 2019)(그림 5). 다시 말해, Grande Région의 초국경 노동이동은 실업률이 높고 임금수준이 낮은 로렌과 왈롱, 라인라트팔츠에서 취업률과 임금수준이 높은 룩셈부르크로 유입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Grande Région의 국경지역자치단체 간 지역노동시장의 보완적 관계로 초국경 노동이동이 룩셈부르크의 노동력 부족문제와 로렌과 왈롱, 라인라트팔츠의 유휴 노동력 문제를 해결해 왔음을 의미한다(문남철, 2013; Belkacem and Pigeron-Piroth, 2020). 그러나 초국경 노동이동의 과도한 룩셈부르크 집중은 로렌과 왈롱, 라인라트팔츠 등 인접 국경지역자치단체의 경제개발 자생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간주되기도 한다(Belkacem and Pigeron-Piroth, 2020).

그림 5.
Grande Région의 초국경 노동이동(2019)(주: *산업 및 서비스 부문 정규직 직원의 연간보수(2016)자료: IBA/OIE(2019), www.grande-region.lu)
2) 초국경 교통협력
국경지역 간 이동성 확대와 더불어 원활한 이동을 위한 교통망 개선은 Grande Région의 주요협력 프로그램 중의 하나이다. Grande Région에서 룩셈부르크시는 교통망 체계에서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Grande Région의 철도망은 룩셈부르크시를 중심으로 남쪽 축(Thionville, Metz, Nancy)과 동쪽 축(Trier), 서쪽 축(Arlon) 등 세 개 주요 축이 있으며, 초국경 통근 노동자의 편리를 위해 특별 가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철도 노선 이외에도 국경을 넘는 53개의 버스 노선이 있으며, 이들 노선 또한 룩셈부르크시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그림 6). 철도와 버스 노선에서 떨어진 지역에 거주하는 초국경 통근 노동자는 대부분 개인용 운송수단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동은 도로 인프라의 공급부족과 개인안전,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초국경 통근 노동자의 꾸준한 증가와 이들의 광범위한 분산은 대중 교통망의 개발을 어렵게 하고 있다(Schiebel et al., 2012).
Grande Région의 교통망 개선을 위해 2014년 Grande Région 정상회의는 주요 국경도시를 연결하는 교통망 개선 프로젝트를 논의하였다. 그리고 정상회의의 교통 실무그룹과 경제・사회위원회의 교통 실무그룹이 참여한 회의에서 포화상태를 보이는 룩셈부르크시와 프랑스 로렌의 낭시(Nancy) 간 새로운 고속도로 건설과 독일 라인라트팔츠 켈베르크(Kelberg)의 단절된 고속도로 구간의 연결 등 2개의 고속도로 건설과 룩셈부르크시와 벨기에 브뤼셀(Bruxelles)을 연결하는 철도노선과 프랑스 로렌의 보드르코트(Baudrecourt)와 독일 라인라트팔츠의 만하임(Mannheim)을 연결하는 고속철도 노선 등 2개의 철도노선 개선 등 4개의 우선순위 교통망 개선 프로젝트를 결정하였다(Grande Région, 2014).
이와 같은 교통망 개선 프로젝트는 Grande Région의 주요 국경도시 간의 교통망 개선뿐만 아니라 프랑스 파리와 스트라스부르, 벨기에 브뤼셀,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뒤셀도르프 등 유럽연합의 주요 도시들과의 연결을 개선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 참여자의 일부는 룩셈부르크시와의 교통혼잡이 인접 국경지역의 노동력 유출을 억제시킨다고 생각하여 룩셈부르크시와 연계된 철도와 도로망의 개선에 반대하는 방어적 협력을 취하기도 하였다(Grande Région, 2014).
3) 초국경 의료협력
Grande Région의 협력 프로그램은 의료서비스가 낙후된 국경지역 주민들의 의료서비스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국경지역자치단체 간 초국경 의료서비스의 네트워크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Grande Région에서의 초국경 의료협력은 유럽연합의 국경지역 간 의료협력 지침과 국경국가 간 의료협력 협정이 체결되기 이전에 시작되었다. 유럽연합은 국경지역 간 의료협력을 국경국가와 국경지역자치단체 간 문제로 간주했기 때문에 2011년에야 국경국가는 국경지역 간 의료 서비스의 제공에 협력해야 한다는 지침을 채택하였다. 그리고 프랑스와 독일의 국가 간 국경지역 의료협력 협정은 2005년 서명되어 2007년 발효되었고, 프랑스와 벨기에의 국가 간 국경지역 의료협력 협정은 2005년에 서명되어 2011년 발효되었다(Renaudie, 2016).
그러나 Grande Région에서의 국경지역자치단체 간 초국경 의료협력은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1993년 감염병 치료시설이 없는 벨기에 왈롱의 무스크홍(Mouscron) 병원과 신부전 투석설비가 없는 프랑스 로렌의 투르크앵(Tourcoing) 병원은 의료시설이용에 관한 의료협력 협정을 체결하였다. 이 협정으로 100km 이상 떨어진 대도시의 의료시설의 이용해야만 했던 국경지역 환자들은 2km 떨어진 양측의 의료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Carneiro Filho, 2012). Grande Région에서의 본격적인 국경지역자치단체 간 초국경 의료협력은 유럽연합의 국경지역 간 협력을 촉진하는 Interreg 프로그램에 의해 발전하였다. Interreg III(2000-2006) 프로그램의 지원으로 2002년 룩셈부르크와 프랑스 로렌, 벨기에 왈롱의 국경지역자치단체는 의료서비스의 접근성 개선을 목표로 ‘LuxLorSan 의료협력 프로젝트’를 실행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국경지역 주민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세 지역자치단체의 의료시설과 의료팀 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에 따라 로렌의 롱위(Longwy) 병원과 알롱의 아를롱(Arlon) 병원, 룩셈부르크시 병원은 의료협력 네트워크체계를 구축하였다(Carneiro Filho, 2012).
이와 더불어 프랑스와 벨기에는 국경지역 주민이 국경 양쪽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의료협력의 지리적 영역인 ‘초국경 의료 접근지대(Zone Organisée d' Accès aux Soins Transfrontaliers, ZOAST)’ 제도를 2003년 도입하였다.4) 이에 따라 Grande Région에서는 2008년 프랑스 로렌의 뫼르트・모젤(Meurthe-et-Moselle)의 ALPHA SANTE Association과 벨기에 왈롱의 룩셈부르크 지구의 CSL가 협력하여 ‘ZOAST LorLux’을 설립하여 년 간 약 3,500명의 국경지역 주민이 양측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espaces-transfrontaliers.org)(그림 7). 그리고 현재 벨기에 북동부의 독일어권(Communauté germanophone de Belgique) 지방자치단체와 독일 라인란트팔츠의 프륌(Prüm)지역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여 ‘ZOAST EIEFFL’의 설립을 구상하고 있다. 또한 인구가 희박한 로렌의 모젤 포흐바슈(Forbach) 병원과 자를란트의 자르브뤼켄 지구 푈클링겐(Volklingen) 병원은 응급한 심장질환 환자의 진료를 위한 의료협력 협정을 2013년 체결하였다(Renaudie, 2016). 이와 같이 Grande Région에서는 1990년대부터 국경지역 주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접한 국경지역자치단체들 간에 초국경 의료협력이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초국경 의료협력은 의료시설과 의사급료가 높은 룩셈부르크시 병원으로 환자와 의료진이 집중되면서 인접한 프랑스 로렌의 롱위(Longwy) 병원의 재정적 어려움을 야기하기도 하였다. 또한 초국경 의료협력은 언어문제와 복잡한 행정절차, 의료시스템의 차이, 신뢰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Carneiro Filho, 2012).
2. 초국경 협력의 어려움
Grande Région의 초국경 협력은 협력 국경국가와 협력 국경지역자치단체 및 국경지방자치단체 간 제도적・행정적 차이와 문화적 차이, 전략적 비전과 협력 우선순위의 차이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협력 국경국가 간 정치제도의 차이와 행정체계 및 권한의 차이는 초국경 협력에서 직면하는 가장 큰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4개국 5개 지역으로 구성된 Grande Région은 국경국가 간 정치제도와 국가・지역・지방의 행정체계와 권한은 불일치를 나타낸다, 연방제의 독일과 벨기에는 초국경 협력에서 주 정부(Land, Région)와 지방자치단체(Landkreis, Arrondissements, Province)가 높은 자치권을 가지고 있지만 룩셈부르크 대공국과 중앙집권적 요소가 강한 프랑스는 지방자치단체(District, Arrondissements)와 지역자치단체(Départment)가 일부의 자치권을 가지고 있으나 중앙정부(national)가 큰 권한을 가지고 있다(그림 8). 따라서 이들 국가는 초국경 협력에서 지역자치단체와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이와 같은 국경국가 간 정치제도의 차이와 행정체계의 차이는 초국경 협력에서 행위자 간 권한의 불일치를 초래하고 있다(Evrard and Schulz, 2015).
그리고 Grande Région의 초국경 협력은 국경지역자치단체 간 문화적 차이로 인한 어려움이 존재한다. 특히 언어적 차이는 협력 행위자들 간의 의사소통과 상호이해를 어렵게 하며, 협력전략을 논의하고 구체화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Commission européenne, 2016). 일례로 “다중심주의(polycentrism)”의 개념에서 행위자들 사이에 이해의 차이를 보인다. 프랑스와 벨기에의 행위자는 다중심주의를 주요 중심도시의 개발뿐만 아니라 농촌지역을 포함한 전체영역의 개발방식으로 이해하는 반면에 룩셈부르크와 독일의 행위자들은 주요 중심도시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이해한다(Evrard and Schulz, 2015). 이러한 차이점은 단순히 문화적인 것이 아니라 전략의 논의와 구체적인 협력방식의 실행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Grande Région의 초국경 협력은 거버넌스 내 협력 행위자들 간에 지지하는 전략적 비전과 협력 우선순위의 불일치 문제가 존재한다. 이러한 불일치는 국경지역자치단체 간 경제적・사회적으로 구조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취업기회와 임금수준이 높은 룩셈부르크는 인접 국경지역으로부터 많은 숙련 노동력을 유인하고 있다. 이러한 유인은 인접 국경지역인 로렌과 왈롱의 협력 행위자들에게 지역경제를 개발할 수 있는 자생능력을 희생하는 것으로 여기게 하고 있다(Belkacem and Pigeron-Piroth, 2020). 그리고 로렌의 일부 행위자는 룩셈부르크시와의 교통혼잡이 노동력 손실을 억제시킨다고 생각하여 룩셈부르크시와 연계된 철도망과 도로망의 개선에 반대하는 방어적 협력을 취하였다. 반면에 룩셈부르크의 행위자는 노동자의 초국경 이동문제 해결을 위한 교통망 개선에 협력의 우선순위를 두었다(Grande Région, 2014). 이와 같은 협력 행위자 간 전략적 비전과 협력 우선순위의 불일치는 협력의 범위와 전략을 크게 위축시킨다. 마지막으로 초국경 협력은 협력 행위자 간 신뢰관계의 문제가 따른다. 초국경 협력지역의 합의적 미래 비전을 구축하려면 전략적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행위자 간의 강력한 신뢰가 요구된다. 행위자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정보의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거버넌스 구성원 간 정보단절로 초국경 협력과 초국경 협력지역은 약화될 수 있다.
VI. 요약 및 결론
본 연구는 유럽연합 전체지역을 대상으로 유럽연합의 국경지역 협력정책을 공간적 차원에서 분석한 ‘유럽연합의 국경지역 협력정책: 공간적 차원의 접근’의 후속 연구로 Grande Région을 사례로 지역적 차원에서의 국경지역 간 초국경 협력을 분석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사례지역은 프랑스・독일・벨기에・룩셈부르크의 4개국 국경이 만나는 지역으로 5개 국경지역자치단체가 초국경 협력지역인 Grande Région을 설립하여 국경지역 간 초국경 협력을 하고 있다.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Grande Région의 초국경 협력지역 형성과 초국경 협력은 국경지역 간 인접한 지리적 접근성과 코카서스 인종・기독교・인도유럽어족의 문화적 동질성, 침체지역・정체지역・성장지역으로 구성된 경제적 보완성, 제철산업을 바탕으로 한 유사한 산업구조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리고 협력과정을 통해 형성된 관리적・제도적 기구와 조직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초국경 협력지역과 초국경 협력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둘째, Grande Région의 초국경 협력은 공간적 차원에서 최상위 수준의 유럽연합의 국경지역 간 상호협력 프로그램(Interreg), 거시적 수준의 국경국가 간 협력, 중간적 수준의 국경지방자치단체 간 협력, 미시적 수준의 국경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으로 체계적인 계층구조를 보인다. 그리고 이와 같은 체계적이고 계층적인 협력구조는 이 지역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초국경 협력을 가능하게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셋째, Grande Région은 국경지역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적・사회적・영역적으로 통합된 초국경 협력지역의 구축에 협력의 목표를 두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초국경 활동으로 국경지역의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역경쟁력 강화를 위한 초국경 노동이동과 국경지역의 이동성 확대와 더불어 원활한 이동을 위한 초국경 교통망 개선, 그리고 국경지역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한 초국경 의료협력 등을 실행하고 있다.
넷째, Grande Région은 국경지역자치단체 간 초국경 협력이 크게 확대되었으나. 초국경 협력은 협력전략의 논의와 협력전략의 구체적인 방식 및 실행을 어렵게 하는 국경국가와 국경지역자치단체 및 국경지방자치단체 간 정치제도와 행정체계 및 권한의 차이, 언어 등의 문화적 차이, 전략적 비전과 협력 우선순위의 차이 등의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다.
Grande Région을 사례로 살펴본 유럽연합의 국경지역 간 초국경 협력을 대립과 갈등이 심한 남・북한 및 동북아 지역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군사적 갈등과 민족・언어・종교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초국경 협력지역을 설립하여 초국경 협력을 발전시킨 Grande Région의 사례는 미래 남・북한 및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의 시기에 경제협력과 영토결속을 위해 초국경 협력지역의 설립과 초국경 협력정책을 수립할 때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초국경 협력지역은 긴밀한 초국경 협력을 위해 지리적 접근성과 역사적・문화적 동질성, 경제적 보완성, 산업구조의 유사성이 높은 국경지역에 설립되어야 한다. 둘째,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초국경 협력지역과 초국경 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협력과정에서 제도적・관리적 기구와 조직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초국경 협력을 위해서는 국경국가 간-국경지역자치단체 간-국경지방자치단체 간 체계적이고 계층적인 협력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 넷째, 초국경 협력은 국경지역 주민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실질적인 문제해결에 우선권을 두어야 한다. 다섯째, 지속가능한 초국경 협력지역과 초국경 협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협력의 장애요소를 극복할 수 있는 협력 행위자들 간에 강력한 신뢰가 마련되어야 한다.
끝으로 본 논문은 Grande Région을 사례로 유럽연합의 지역 간 초국경 협력을 분석한 논문으로 특정 국경지방자치단체 간 초국경 협력에 대해서는 분석하지 못한 한계점이 있음을 밝혀둔다. 이에 대한 연구는 후속 연구의 과제로 남겨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