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II. 전력 발전 설비의 공간적 편재성 논의
1. 비용과 편익의 공간적 불일치
2. 비용과 편익의 공간적 불일치와 지역 차등 전기요금제
III. 시도별 전력 자급률과 발전량 변화
IV. 시․군․구별 발전 설비 변화와 입지 편재성
1. 발전설비의 편재성
2. 발전설비 구성의 변화와 입지 편재성
V. 결론
I. 서론
전기와 수도 요금을 공공요금 혹은 ‘전기세’, ‘수도세’ 등으로 표현하지만, 경제학적으로 엄밀하게 정의한다면 전기와 상수도는 공공재(public goods)가 아니다.1) 그러나 수도와 전기는 개인, 가구, 기업 및 공공의 활동 토대이고, 우리 삶의 기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재화 또는 서비스이다. 아울러 상수도는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전기는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를 중심으로 공급이 이루어지고, 그 가격도 시장이 아닌 정부에 의해 결정된다는 공통점 때문에 마치 공공재처럼 여겨지고 있다. 상수도와 전기의 소비 가격을 공공요금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전기와 상수도는 공급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선 상수도는 공급자, 즉 수도사업자가 9개 광역자치단체와 152개 기초자치단체이다. 반면 전기는 몇몇 구역전기사업자가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 전력거래소의 유일한 판매사업자는 한국전력공사이다.
이러한 공급 측면의 차이는 공간적 그리고 지역적 차이로 연결된다. 상수도는 161개의 지역 시장이 분포하지만, 전기는 전국 단일 시장만 존재하기에, 첫째 시장의 공간적 범위는 상수도가 작고 전기는 크며, 둘째 가격에 있어서는 같은 용도일지라도 상수도는 지역별로 다르지만2) 전기는 지역과 상관없이 같다. 셋째 생산지와 소비지 간 입지에 있어서 상수도는 대체로 해당 지방자치단체 및 인접 행정구역 내에서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전기는 시․군․구 혹은 시․도의 경계를 넘는 광역적 발전→송전→배전을 거쳐 소비되고 있다.
이처럼 전기는 상수도에 비해서 생산지와 소비지 사이의 공간적․지역적 불일치 정도가 더 크지만, 단일한 가격으로 소비되는 게 타당한지에 관한 의문과 문제 제기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이인희, 2015; 최원구・김병남, 2020). 즉 상수도는 물의 공급원과 급수인구로 결정되는 규모의 경제에 의해 가격이 책정되지만, 전기는 발전원의 입지와 무관하게 용도별로 동일한 가격으로 소비하는 것이 공정한가에 대한 지적이 이어져온 것이다. 최근 지역별 전기요금을 다르게 하기 위한 입법이 발의되는 등 전기의 발전과 소비의 불일치를 가격체계에 반영하자는 논의가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수도사업자들이 서로 다른 상수도 가격을 책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수(原水)의 위치와 양 등이 자치단체별로 달라서 생산 원가도 다르기 때문이다. 즉 재화로서 상수도는 취수, 정수에 필요한 수자원의 편재성(偏在性)이 가격 차이를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전국 동일 가격 체계를 가지고 있는 전기는 편재적이 아닌 보편적(ubiquitous) 자원으로 만들어지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현실은 우리가 전력 생산을 위해 의존하고 있는 자원들은 오히려 더 큰 편재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전기는 생산지역과 소비지역 간 광역적 이격으로 인한 문제까지 존재하기에 소비의 편익과 생산․발전의 불이익이 공간 및 지역적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본 연구는 이러한 전력의 생산과 소비의 공간적 불일치를 검토하고, 최근의 변화를 추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증가와 발전 설비의 확대가 이러한 공간적 불일치의 경향을 어떻게 바꾸어나가고 있는지에 집중한다. 이 중 전력의 생산과 소비의 공간적 불일치는 이미 많은 연구에서 지적한 바 있어 새로운 것은 아니다(윤순진, 2004; 장우석, 2014). 그러나 구체적으로 이러한 공간적 불일치는 도별 발전량, 도시지역과 비도시지역, 수도권과 비수도권 등으로 추상적으로 이해될 사안은 아니다. 발전으로 인한 해로운 외부효과는 국지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시군구 단위에서 전력생산 설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이러한 생산체계가 전국적으로는 어느 수준의 공간적 불일치를 지니고 있는지 검토한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 발전의 증가의 지역적 패턴, 그리고 태양광 발전으로 인해 이러한 공간적 불일치가 완화 혹은 심화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를 위해 기존 연구를 검토하고, 한국전력통계와 전력통계시스템(EPSIS)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분석하여 지난 10년간 이러한 공간적 편재성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살펴본다.
II. 전력 발전 설비의 공간적 편재성 논의
1. 비용과 편익의 공간적 불일치
각종 발전소 신규 건설에 대한 주민의 반대와 밀양 송전탑을 둘러싼 갈등(이상헌 등, 2014; 유한별・김인수, 2018)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발전소 신규 입지 및 가동 연장은 지역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왔다. 이러한 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비단 원자력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며, 수력・화력 발전과 같은 전통적인 발전방식, 또한 조력, 풍력, 태양광 발전 설비 등 신재생에너지를 둘러싸고도 일어나고 있다(이혜정 등, 2020). 이와 같은 입지 갈등은 발전소 혹은 발전 설비가 해로운 외부효과를 발생시키는 시설로 이해되기 때문이며, 입지 갈등은 지리학에서는 외부효과를 발생시키는 시설과의 거리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오래전부터 이해되어 왔다(Pinch, 1985). 다시 말해, 해로운 외부효과를 일으키는 시설 및 영향의 속성과 거리의 함수로 해로운 외부효과의 거리 조락을 표현해온 것이다(박형서, 2003). 물론 이러한 접근 방식은 입지갈등 혹은 해로운 외부효과를 개념적으로 이해하고, 외부효과를 유형화하기에는 유용하지만, 서로 다른 발전시설의 속성을 감안하면, 다양한 형태의 입지 갈등에 일반화하여 적용하기는 어렵다. 구체적으로 전력 생산시설, 즉 발전소는 건설과정, 전력생산과 유통 그리고 소비 과정에서 지역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며, 무엇보다 전력 생산의 편익은 모든 소비자에게 돌아가지만 그 비용은 국지화 된다는 점에서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된다(윤순진, 2004: 79). 이러한 비용과 편익의 공간적 불일치는 중앙집권적인 전력공급체계로 인해 심화되고 유지되어 왔다는 점도 지적된 바 있다(장우석, 2014; 윤순진, 2004).
최근의 발전소 관련 입지 갈등은 ‘수용성’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김서용・김근식, 2007; 심준섭, 2009; 왕재선, 2013; 이대웅 등, 2018). 즉 지역 주민이 발전소 건설이라는 정책을 받아들이는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발전소주변지역지원에관한법률』에 의거한 경제적 지원,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등 물질적인 요소와 함께, 경험적 감정, 위험에 대한 인식, 정부에 대한 신뢰 등이 수용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논의되었다. 이러한 수용성 연구에서 최근 발전원의 변화에 따라 부상한 또 하나의 요인은 바로 신재생에너지의 확산에 따른 수용성의 변화이다. 일반적으로 신재생에너지의 수용성이 다른 발전원보다 높다고 인식되고 있고, 특히 태양광은 풍력, 바이오매스보다 각각 2.2, 3.0배 수용성이 높다고 분석되기도 한다(이혜정 등, 2020). 그러나 최근 태양광 발전설비 입지를 둘러싼 다양한 갈등이 알려지고 있다. 농지의 태양광 발전 전용으로 인한 농민이 농지 임대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농업을 위한 설비투자가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경향신문 2022년 1월 7일자). 관련한 연구에서 태양광 발전과 관련한 주민의 우려는 중금속 오염, 태양광 패널 세정제의 토양과 하천 유입, 전자파 발생, 태양광 사업의 이익 분배, 농촌지역의 난개발, 생태계 훼손, 토사유출 등 다양하며, 이 중 명확한 근거가 없는 우려도 있지만 모두 주민의 수용성에 영향을 미친다(박미란 등, 2019).
2. 비용과 편익의 공간적 불일치와 지역 차등 전기요금제
이러한 비용과 편익의 공간적 불일치를 보완하는 방안은 사회적 합의에 근거하여야 하며, 이 중 수익자부담원칙(principle of benefit assessment)이 적용 가능한 방법이 된다. 수익자부담원칙은 공공시설로부터 편익을 받는 자들이 그 설치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되, 부담의 정도는 편익을 받는 정도에 비례한다는 것을 말한다(구지선, 2013). 우리나라 공공요금 중에서 ‘수도사업자가 공공수역으로부터 취수된 원수를 직접 또는 정수하여 공급받는 최종수요자에게 물 사용량에 비례하여 부과’하는 물이용부담금이 바로 수익자부담원칙에 기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이용부담금은 깨끗한 상수도 원수를 얻기 위해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수계 상류 지역의 하수처리장 설비사업 보조 등 수질 개선사업 투자 및 토지이용규제로 재산권 제한을 받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소득과 복지증진 등에 지원되는데, 하류 지역 사용자들이 상수도 1㎥당 160~170원씩 사용량에 비례하여 부담한다.
전기요금에도 이러한 수익자부담원칙이 일부 적용되고 있다. 1990년부터 시행된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발전기 반경 5㎞ 이내에 대한 지원사업이 이루어지는데, 원래 지원사업의 재원은 발전사업자, 즉 한국전력공사의 출연금과 차입금 등이었다가 2001년부터는 「전기사업법」상의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변경되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정부가 전력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전력산업의 기반조성에 필요한 재원 확보(동법 제48조)를 위해서 전기요금의 3.7%를 부가하여 조성되며, 법률 명시된 10여 가지 사용 목적 중 하나가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이다.
그러나 물이용부담금 및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모두 용어 그대로 사용자의 부담금3)이지 불편과 불이익에 대한 보상금은 아니다. 특히 2014년부터 시행된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토지소유자는 사업자에게 ‘토지에 대한 재산적 보상 청구’를 명시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부담금은 상수도와 전기 소비자가 해당 재화를 통해 얻게 된 편익에 대한 비용이지 그 편익의 반대급부로 발생하는 불편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전기의 발전소 및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사업이 부담금을 재원으로 진행되기에 어느 정도 편익에 대한 보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수도는 상수원관리 및 댐주변 지역 등에서는 부담금 부과가 면제되지만, 전기는 지역 구분 없이 사용자라면 요금에 정률 비례하여 부과되는 점이 다르고, 무엇보다도 발전소 건설, 운용에 따른 갈등의 사회적 비용이나 발전원에 따라 발생하는 환경오염 비용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 동일의 전기요금은 발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그리고 환경적 비용 등에 대한 부담이 국지화되고, 편익을 얻는 지역과 불이익을 받는 지역이 불일치한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왔다. 따라서 편익을 얻는 지역에는 비싼 요금을, 반대로 불이익을 받는 지역에는 싼 요금을 적용하는 차등 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최근에 제기되고 있다(이인희, 2015; 최원구・김병남, 2020).
이처럼 전기요금이 지역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의 핵심적인 근거 중 하나가 전력 자급률이다. 전력 자급률은 어느 한 지역이 소비하는 전력량 중에서 해당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의 비율인데, 100%를 기준으로 이보다 낮다면 전력 수입 지역이고 높다면 수출 지역을 의미한다. 수출 지역은 자기 소비량 이상의 추가 발전에 따른 사회적, 환경적 비용을 부담하고 있지만, 수입 지역은 이것을 면제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출 지역의 전기요금은 낮추고, 수입 지역의 전기요금을 높이는 것이 공정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지역 차등 요금제 도입 주장은 전력 자급률이 매우 높은 광역자치단체, 즉 충남, 인천, 부산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이인희, 2015).
전기요금 차등제 논의가 정부와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과는 별개로 이러한 전력 생산의 공간적 불일치를 극복하는데 신재생에너지가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존재한다. 특히 태양광은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를 일치 혹은 근접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전력의 생산과 소비의 불일치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발전방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이 기존의 공간적 불일치를 해소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존 발전원을 포함하여 태양광 발전의 공간적 분포와 변화양상을 추적해야만 한다.
III. 시도별 전력 자급률과 발전량 변화
장우석(2014)은 국내 전력수급 현황 및 구조적 문제점 중 하나로 생산과 소비 지역 간의 불균형을 제시했다. 즉 우리나라 전력시스템은 지방의 대용량 발전소에서 전력을 대량생산하여 원거리 소비지역으로 송전하는 방식을 통해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했고, 결과적으로는 전력 생산시설은 소수의 지역에, 소비는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 편중되면서 지역별 전력 자급률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표 1). 서울과 인접하여 송전효율이 높은 인천 및 충남 서북부와 같이 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지역과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시도가 자급률이 100%를 넘어서고 있다.
표 1.
2012년 전국 시도별 전력 자급률 순위(단위: GWh, %)
출처: 장우석(2014), p.71.
최근의 시도별 발전량, 소비량 그리고 자급률을 정리하면 표 2와 같다. 2012년 장우석의 연구와 비교해서 2021년에는 전력 자급률의 시도별 차이가 상당히 완화되었는데, 표준편차가 110.7에서 83.4로 낮아졌다.
표 2.
2015-2021년 전국 시도별 전력 자급률
이처럼 지난 10여 년 동안 시도 간 전력 자급률 격차의 완화는 소비 측면의 요인보다는 공급, 즉 시도별 발전량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전국의 전체 전력 소비량은 2012년 약 465,836에서 2021년에는 533,431GWh로 증가했고, 시도별로는 약 1% 남짓 감소한 경북을 제외하고는 모든 시도가 함께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발전량은 경남이 약 3만, 인천 약 1.6만, 충남 7.5천GWh 등으로 감소했지만, 경기는 무려 약 5.4만GWh 증가한 것을 비롯하여 강원, 울산, 경북은 각각 약 1.9만, 1.7만, 1.1만GWh 증가했다. 아울러 서울, 부산, 대구, 세종, 전북 등도 약 2.5천~6.6천GWh 등의 발전량 증가가 이루어졌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자급률은 증가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한편, 지난 10년 동안 발전원별 및 에너지원별 발전량도 변동되었다. 2021년 발전량은 약 60만GWh로 2012년에 비해 13.3% 늘어났다. 이 기간에 수력과 기력은 각각 11.9%, 11.4% 감소했지만, 복합화력 17.6%, 원자력 5.1% 증가한 것을 비롯하여 신재생과 집단에너지의 발전은 무려 353.7%, 274.2% 증가했다. 즉, 지난 10년동안 수력은 약간 감소(△914), 기력과 복합화력을 합한 전통적인 의미의 화력발전의 감소(△5,284)분 이상의 전력이 신재생(30,484), 집단발전(35,413) 영역에서 생산된 것이다(표 3).
일반적으로 신재생과 분산형 전원인 집단에너지 발전 설비는 수력, 기력에 비해서 규모가 작고 입지의 제한 요소가 적으며, 소비지역에 인접해 있다. 따라서 공급 측면에서의 지역별 발전량 그리고 신재생 및 집단 발전 확대가 시도별 전력 자급률 격차를 완화한 주요 원인이 된다.
표 3.
2012-2021년 전원별 발전량(단위: GWh, %)
2021년의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의 발전 에너지원별 연간 발전량을 정리하면 표 4와 같다. 17개 시도의 발전량과 소비량에 대해서 지니 계수(Gini coefficient)를 산출하면, 각각 0.543, 0.419로 나타났다.4)
17개 시도를 대상으로 측정한 발전량 지니 계수의 값이 소비량의 그것보다 높다는 점은 당연히 전력 공급이 소비보다 지역적 차이가 크다는 것이고, 또한 특정 시도에 발전이 집중되어 편재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전력 자급률과 발전 지니 계수를 17개 시도 단위로 측정하는 것은 전력 생산과 소비의 공간적 불일치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이러한 공간적 불일치가 초래하는 불이익의 국지화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또한 발전소와 관련한 주민 갈등은 발전량 보다는 발전설비 입지 자체에 영향을 받는 것이므로 발전설비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따라서 기초자치단체를 분석의 공간 단위로 설정하여 전력 생산시설 입지의 지역적 차이와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표 4.
2021년 시도 및 에너지원별 발전량
자료: 한국전력공사(2021), 한국전력통계
IV. 시․군․구별 발전 설비 변화와 입지 편재성
1. 발전설비의 편재성
시군구별 발전 설비의 양과 종류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전력 설비 자료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전력통계시스템(EPSIS)은 에너지원과 발전방식이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발전설비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에너지원은 가스, 석유, 석탄, 수력, 원자력 등으로 구분되며, 발전방식은 증기로 터빈을 구동하는 기력, 내연기관을 이용하는 내연, 가스터빈과 증기터빈을 모두 구동하는 복합화력, 전기와 열을 동시에 공급하는 열병합, 수력, 신재생, 원자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가스를 이용하는 발전이 기력발전, 복합화력, 열병합 등으로, 석유를 이용하는 발전은 기력, 내연, 복합, 열병합 등으로 나뉠 수 있다. 신재생발전은 바이오, 태양, 풍력, 해양 등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에너지원과 발전방식을 교차하면 데이터상 총 18종류의 전력설비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복잡한 분류방식은 전력 생산 관리를 위한 데이터 구축에는 필요하겠지만, 전력 설비의 분포와 변화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많다. 본 연구에서는 전통적이고 직관적인 분류 방식을 사용하였으며, 이를 위해 발전방식과 에너지원 중 일부 범주를 통합하였다. 또한 발전량과 발전설비의 수가 적은 경우, 예를 들어 조력발전이나 석탄가스화에너지발전은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최종적으로 화력, 열병합, 수력, 원자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연료전지, 풍력으로 구분하였다. 열병합발전은 주로 신도시 등 공동주택 밀집지구에 입지하기 때문에 화력과 구분하여 분류하였고, 내연발전은 주로 섬이나 격오지 위주의 소규모 발전이므로 제외하였다.5) 수력은 양수발전을 포함하였고, 신재생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등 같은 범주에 있더라도 발전원별로 명확하게 구분될 필요가 있어 세부적인 구분을 유지하였다.
표 5는 발전설비량 기준 상위 15개 시군구를 나타낸 것으로, 당진시와 인천서구 등이 발전설비 용량 기준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주로 대형 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가 클러스터를 이룬 곳이 발전설비가 많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반면 195개의 시군구는 화력발전소나 원자력 발전소가 입지하지 않고 있으며, 168개의 시군구는 화력, 원자력, 열병합 발전소가 입지하지 않고 있다. 설비량으로 살펴보면 대형 화력발전소와 원자력 발전소가 우리나라 발전설비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대형 발전소는 단 25개 시군구에 집중되어 있다. 즉 발전설비로 보면 일부 지자체에 입지한 대형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가 우리나라 전력 설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신도시 개발 등이 이루어진 일부 지자체에 열병합발전소가 운영되고 있고 이외의 신재생에너지가 설비가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것이다.
표 5.
2021년 발전설비량 상위 15개 시・군・구(단위: MW)
그렇다면 2012년과 비교하여 2022년의 발전설비의 편재성은 개선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은 공간적인 접근과 비공간적인 접근을 통해 답해볼 수 있다. 일단 공간적 분포패턴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 2012년의 시군구별 발전설비량의 표준편차는 1,068에서 2021년 1,371로 증가하였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형 화력발전소가 인천 서구, 당진, 포천, 태안, 삼척 등에 신규 입지하면서 전체적인 표준편차가 증가하였다. 이러한 발전설비량이라는 절댓값의 분포를 일종의 순위에 따른 분포로 바꾸어 살펴볼 수도 있다. 즉 발전설비가 가장 많이 입지한 지역과 가장 적게 입지한 지역을 순서대로 배치하고, 그 불균형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분포가 아닌 불균등 혹은 불평등의 정도를 살펴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지니계수를 계산하였다. 계산된 지니계수 값은 2012년 0.8947에서 2021년 0.8007로 감소하였다. 즉 발전설비 분포의 불균등 정도는 지난 10년간 감소하였다고 볼 수도 있다(그림 1).
위의 지니계수를 사용한 비공간적 접근은 발전설비량의 통계적 분포, 혹은 순위에 따른 발전설비량의 불균등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공간통계는 발전소의 위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즉 실제 발전소의 입지와는 무관한 숫자(발전설비량)의 분포만을 고려한 것이다. 발전소의 입지를 고려한 편재성은 지도화(그림 2)와 공간적자기상관(spatial autocorrelation) 분석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Anselin, 1995). 공간적자기상관 분석은 발전설비가 많은 지자체가 공간적으로 밀집되어 있는가를 통계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공간적자기상관 분석은 발전설비량이 집중된 시군구가 근접하여 있는가 혹은 발전설비량이 많은 시군구와 그렇지 못한 시군구가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통계기법이다. 그러나 이는 발전설비의 공간적 집중을 판단하기에 최적의 방법은 아니다. 공간적자기상관 분석은 근접성을 기반으로 하는 가중치행렬(weight matrix)에 따라 통계량이 달라지는데, 현실적으로 한 시군구에 대형발전소가 입지한 경우 인접한 시군구에 대형발전소가 입지할 확률은 오히려 낮기 때문이다. 2012년 시군구별 발전설비의 Morans’I 통계량은 0.014, 2021년 0.018으로 소폭 증가하였으나, 각각 유의수준은 0.15, 0.10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공간적 군집양상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공간적 군집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는 것이지, 발전설비의 편재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 발전설비 증가가 시군구별로 어느 영역에서 일어났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발전설비 구성의 변화와 입지 편재성
발전설비의 변화의 경우 223개 시군구는 발전설비의 증가를 경험하였고, 5개 시군구만 발전설비용량이 감소하였다.6) 즉 지난 10여년간 거의 모든 시군구가 발전설비의 증가를 경험한 것이다. 이와 같은 발전설비의 증가는 신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발전설비의 확산에 기인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대형발전소의 건설로 인한 발전설비의 증가는 화력과 원자력발전 분야에서 이루어졌고, 대규모의 택지개발이 이루어진 곳에는 열병합발전소가 입지하였다. 이외의 발전설비의 증가는 대체로 태양광 발전에 기인한다.
이러한 발전설비의 증가를 이해하기 위해 시군구별 발전설비 증가를 주요 요인별로 분류한 것이 표 6이다. 요인별 분류는 발전설비 증가가 어느 유형의 발전방식에서 주로 이루어졌는가를 기준으로 하였다. 2012~2021년 사이 해당 시군구의 발전설비 증가 총량의 80% 이상이 하나의 발전방식에서 발생하였다면 이를 주요 요인으로 설정하였다.7) 대형화력발전소와 원자력 발전소가 발전설비 증가의 주요 요인인 지역은 해당 발전방식이 지역 내 발전설비 증가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농촌지역의 경우 풍력이나 바이오매스 등의 발전설비를 제외하면 대부분 해당기간의 발전설비 증가는 태양광발전에 기인하고 있다. 유형은 모두 5개로 나뉘는데, 화력발전, 열병합발전, 원자력 발전, 태양광발전, 태양광과 기타 발전유형의 복합요인으로 구분되었다. 대형 화력발전소가 건설된 지역은 수도권과 충남 서해안 지역, 강원도 동해안 지역이 대표적이며, 열병합 발전소는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루어진 지역에서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원자력발전소는 해당기간 울주군의 신고리3호기(2016년)와 4호기(2019년)가 각각 상업운전을 시작하였고, 경주시의 신월성1호기(2012년)와 2호기(2015년)이 각각 운영을 시작하였으며 월성1호기는 2019년 영구정지 되었다.
표 6.
시군구별 발전설비 증가의 주요원인(2012~2021)
태양광 발전의 경우 해당기간 태양광이 발전설비 증가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시군구는 모두 160개 시군구로 가장 많다. 즉 이 기간 동안 발전설비 증가를 경험한 시군구는 대체로 태양광발전설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료를 살펴보면 일부 지역의 설비 증가량은 매우 크지만 도시지역의 설비 증가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며 태양광발전의 증가가 주요인인 지역을 100MW 이상 증가, 10MW 이상~100MW 미만 증가, 10MW 미만 증가로 세부적으로 구분하였다. 100MW는 2020년 기준 1인당 전력소비량 기준(9,826kwh)8), 약 10,000명이 사용하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이며, 10MW는 같은 기준으로 1,000명에게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이를 지도로 나타낸 것이 그림 3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지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형은 태양광발전이다. 해남군의 경우 이 기간 575MW, 대략 57,000인 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는 설비 증가가 이루어졌다. 물론 57,000명은 산업용이나 기타 전기를 모두 포함한 것으로 가정용만으로 환산하면 웬만한 중소도시의 가정용 전력 수요를 충당할 규모에 해당한다. 이어서 신안, 김제, 영암, 익산, 정읍, 남원, 무안, 상주, 고흥, 논산, 순천, 장수, 부여, 나주, 고창 등 주로 전라남북도 해안지역에 태양광발전 설비 증가가 집중되고 있다. 군산의 경우도 열병합과 태양광이 비슷한 규모로 증가하였지만 태양광발전설비 증가량은 해남군에 육박할 정도이다. 또한 경상남북도와 강원도의 경우도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따라 산지가 많은 시군구의 경우 대부분 태양광 발전설비가 큰폭으로 증가하였다. 일부 복합으로 분류되어 있는 경우도 풍력과 태양광이 발전설비 증가의 주요 원인이다.
이러한 태양광발전의 공간적 분포는 위에서 언급한 비공간적 통계와 공간통계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즉, 발전소의 위치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지난 10년 동안 발전소가 없던 지역에 태양광발전설비가 증가하였고, 신도시지역에는 열병합발전소가 건설되어 편재성은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공간통계에서는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는데, 이는 태양광발전이 기존의 전력생산 집중지역과 인접한 지역에서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는 점을 의미한다. 표 6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주요 전력소비지역인 대도시 지역에서 태양광발전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전력 생산과 소비의 공간적 불일치는 전력 수송의 효율성, 사회적 갈등의 측면에서 다루어져야 하며, 최근의 전기요금차등제를 이해하는 기본적인 지리적 지식에 속한다. 최근 10년의 변화는 전력 수급의 공간성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기대와 동시에 예상되는 한계를 보여준다. 즉, 전력원의 다양화, 신재생에너지의 성장과 확산이라는 긍정적인 현상이 나타났지만, 신재생에너지 역시 일부 지역에 집중되는, 즉 과거의 문제가 되풀이되는 모습도 함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V. 결론
전력은 우리 삶을 영위하는 데 꼭 필요한 재화이며, 산업과 경제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전력의 공급을 위해서는 발전소가 지속적으로 건설되어 왔으며, 2021년 기준 우리나라는 전세계 8위의 전력생산국이 되었다(ENERDATA, 2022). 늘어나는 전력 소비에 대처하기 위해 대형발전소가 일부 지역에 집중되었고, 이는 생산과 소비 지역간의 불균형을 초래하였다(장우석, 2014). 또한 발전소 건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어나면서 발전소 건설은 중요한 주민갈등의 원인으로 등장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주요 전력 생산지와 전력 소비지의 전력 가격이 같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전력의 생산과 소비의 공간성을 살펴보기 위해 본 연구는 기존의 연구를 시군구로 확장하여, 발전설비의 분포와 변화를 추적하였다.
지난 10년동안 시도별 전력 자급률의 격차는 완화되었고, 이는 주로 주요 전력 소비지역 인근인 경기, 울산 지역의 발전설비의 확충으로 인한 것이었다. 또한 기력과 복합화력을 합한 화력발전은 감소하였으나, 이러한 감소분 이상의 전력이 신재생에너지와 집단발전에서 생산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시군구 단위로 전력의 생산설비를 분석한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시도 단위의 발전설비의 격차가 감소하였지만 시군구 단위에서는 여전히 집중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발전설비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화력과 원자력발전소는 여전히 25개 시군구에 집중되어 있다. 둘째, 화력과 원자력발전의 공간적 집중에도 불구하고 전력을 거의 생산하지 않던 시군구에서 전력생산설비가 증가하였다. 이는 대체로 태양광발전의 확산에 기인하고 있다. 셋째, 지난 10년간 발전설비 증가의 주요원인을 분류해보면, 화력, 열병합, 원자력, 태양광, 여러 발전설비의 복합 등으로 구분해볼 수 있으며, 대다수의 시군구는 태양광설비 증가가 전력설비 증가의 주요 요인이었다. 넷째, 이러한 태양광발전 설비의 증가는 공간적으로 균일하지 않고 일부 지방에 집중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