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II. 주거복지정책의 추진과 지방정부의 역할
1. 주거복지와 우리나라의 주거복지정책
2. 주거복지정책2)의 지방화 논의와 지방정부의 역할
III. 수원시의 주거복지정책과 수원휴먼주택 사업
1. 수원시 주거복지정책의 추진 경과
2. 수원시 대표 주거복지사업으로서의 수원휴먼주택
3. 수원휴먼주택 사업의 성과와 한계
IV. 수원휴먼주택을 통해 본 기초지자체 주거복지사업의 추진 방향
1. 기초지자체의 정책 역할 : 중앙과 광역 정책의 적극적 보완자
2. 기초지자체의 정책 수단 : 지역 외부 자원의 적극적 활용과 연계 협력
V. 요약 및 결론
I. 서론
우리나라는 20세기 급격한 도시화의 진행에 따라 부족한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규 주택의 양적 공급 확대에 치중한 주택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지속적인 주택 공급에 따라 지역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인 양적 부족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최근에는 주거의 질적 측면과 주거권에 대한 관심으로 정책의 방향이 전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히 2000년대 이후 중앙정부의 주거복지정책 추진에 있어 ‘지방’(local)의 중요성과 ‘지방화’(localization)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이후빈 등, 2020). 실제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약간의 입장 차이가 있기도 하지만, 기존 중앙정부 주도의 주거정책보다 지방정부가 중심이 될 경우 지역의 여건과 시장 환경을 고려해 보다 체계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주거소요에 대응하는 정책의 수립과 실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주거복지정책 지방화 주장의 가장 핵심적인 논거가 된다(김정호, 2007; 맹다미・남원석, 2015; 박미선 등, 2019; 봉인식 등, 2021).
하지만 현재까지 주거복지정책의 지방화를 다루는 연구들에서 ‘지방’은 여전히 광역지방자치단체(이하 광역지자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주거복지정책, 특히 그 중에서 공공임대주택과 같이 실물주택을 공급하는 인프라 기반의 사업은 사업규모와 재원, 그리고 가장 중요한 행정적 권한의 측면에서 오랫동안 중앙정부와 중앙정부 산하 공기업 등이 주도해 왔으며, 최근에서야 광역지자체가 일부 목소리를 내고 때로는 직접적인 실행주체가 되기도 한다. 다만 지역에서 실행되는 주거복지정책에 지역 고유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주거복지 지방화의 필요성으로 언급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역에 가장 밀착된 기초지방자치단체(이하 기초지자체)의 경우에는 여전히 그 역할이 매우 제한적으로만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주거 문제가 가장 큰 지역 주민의 관심영역 중 하나로 등장하면서 각 기초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지방화 기조와 관계없이 그동안의 중앙 및 광역정부 정책의 단순 집행에서 벗어나 지역 특화의 주거복지정책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일련의 시도들을 하고 있다. 2011년 전북 전주시의 「전주시 주거복지 지원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성남시, 시흥시, 수원시 등에서 잇달아 지원조례를 법제화하고 지원조직을 정비하는 한편, 사회주택 공급 등 실제 주택의 공급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원시는 2017년 주거복지를 시민이 마땅히 누려야 하는 4대 시민복지권의 하나로 선언하면서 적극적인 주거복지정책 추진을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체 핵심 주거복지사업으로 ‘다자녀가구를 위한 수원휴먼주택’(이하 다자녀 수원휴먼주택)이라는 정책을 도입하였다. 이 사업은 기존 중앙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에서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무주택 다자녀가구에 대한 주거안정을 위해 수원시가 자체 예산으로 최대 200호의 주택을 공급해 최대 20년간 무료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 특화형의 사업으로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추진하는 특색 있는 주거복지사업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수원시의 주거복지 특화사업인 다자녀 수원휴먼주택 추진과정을 사례로 최근 관심이 커지고 있는 주거복지정책의 지방화 논의와 그 과정에서 기초지자체의 역할에 대한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연구의 내용적・시간적 범위는 최근 진행 중인 기초지자체의 주거복지정책 전반을 다루지만 구체적인 사례 분석은 수원시의 정책과 사업으로 대상을 한정하며, 2018년부터 도입해 운영 중인 다자녀 수원휴먼주택 사업을 주요 분석대상으로 설정하였다. 또한 수원휴먼주택 사업의 진행 과정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향후 기초지자체 주거복지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연구자의 정책적 제언 역시 연구 내용으로 포함하였다.
II. 주거복지정책의 추진과 지방정부의 역할
1. 주거복지와 우리나라의 주거복지정책
현대사회에서 주거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 욕구 중의 하나로, 적절한 주거의 확보는 인간의 자유, 존엄성, 평등 그리고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된다. 이러한 주거의 개념에는 적정한 수준의 물리적 환경 측면뿐만 아니라 적절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환경을 향유한다는 사회적 측면 역시 포함된다(박미선 등, 2019).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저소득 가구는 주택에 대한 지불능력(affordability)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택시장을 통해 적정한 주거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주거복지(housing welfare)는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국가 또는 공공이 사회복지적 차원의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통해 개인 및 가구의 주거 기본욕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 현금 및 현물 등의 서비스, 법률 혹은 활동 등을 포괄한 전반적 체계를 의미한다(하성규 등, 2012). 즉 주거복지는 주택을 원하는 가구 혹은 개인의 능력과 욕구의 집합적 표현을 의미하는 주거수요(housing demand)가 아니라, 일정 수준 이하의 여건에서 거주하고 있는 가구가 가지고 있는 주택에 대한 요구를 의미하는 주거소요(housing needs)에 기초해 각각에게 적절한 주거를 공급하고자 하는 정책적 노력을 의미한다. 따라서 주거복지정책의 추진에 있어서는 주거의 문제를 사람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인권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주거권(housing rights) 개념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김영화・공정원, 2002; 김용창, 2013). 이러한 측면에서 주거복지는 좁은 범위에서는 주거에 대한 지원을 필요로 하는 주거취약계층의 기본적 주거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금전적 지원 및 기타 서비스를 가리키지만, 광의의 개념으로는 국민 전체의 주거에 대한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집합적 책임으로까지 확대되기도 한다(김혜승 등, 2004).
주거복지의 범위와 국가의 개입 정도는 각 국가들의 사회・경제・정치적 맥락에 따라 형성된다(Ball and Harloe, 1992). 미국과 같이 자유방임주의 국가 모형을 택한 국가에서는 주택 역시 시장의 기능에 의존하면서 정부의 규제와 개입을 최소화 하는 방식으로 주택정책이 이루어진다. 이 때 주거복지의 대상은 잔여적 복지의 차원에서 지원을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계층만을 대상으로 시장의 한계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접근한다. 이에 반해서 북유럽 국가와 같이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 모형을 채택한 국가들은 국가가 주택정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주거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한다(Harloe, 1995; Balchin and Rhoden, 2002; 박원석, 2019).
우리나라는 그동안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양적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주택문제를 우선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규주택의 공급에 치중된 주택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2002년 말 주택보급률 100% 달성1)으로 상징되는 양적 부족 시대의 끝을 지나면서 최근에는 주거의 질적 측면에 대한 고려와 국민들의 주거권 보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구동회, 2012). 기존의 공급 위주 주택정책이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와 관리에 중점을 두었다면 최근에는 주거정책의 핵심 영역으로 주거복지가 부상하고 있다(맹다미・남원석, 2015). 우리나라에서 주거복지에 대한 논의는 1980년대부터 부분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하였지만, 1996년 제2차 유엔인간정주회의(Habitat II)에서 주거권 개념이 강조되면서 비로소 주목받기 시작하였다(하성규, 2003). 주거복지가 정부 정책에서 명시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국민의 정부 시기부터로, 1999년 제정된 「국민기초생활법」에서 생활보호대상자에 대한 주거급여 지급이 명문화되고 국민임대주택의 대규모 공급 계획이 발표되는 등 저소득층 주거안정을 위한 다양한 주거복지정책들이 도입되었다. ‘주거복지’ 자체가 정책 용어로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2003년 참여정부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득계층별 주거복지 지원방안을 발표한 것부터로 볼 수 있는데(김리영・한연주, 2018), 특히 같은 해에 국민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주거환경 조건을 담은 ‘최소주거기준’이 처음으로 법제화되면서 주거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물리적 기준이 확립되었다(하성규 등, 2012). 2015년에는 우리나라의 주거정책 관련 최상위법에 해당하는 「주거기본법」이 제정되면서 기존의 주택 공급 위주 정책에서 국민들의 주거의 질 개선과 주거권 향상으로 정책의 방향이 전환됨을 공고히 하게 되었다.
2. 주거복지정책2)의 지방화 논의와 지방정부의 역할
1) 주거정책의 변화와 주거복지 지방화
그동안 우리나라는 중앙정부 중심의 주택 및 주거 관련 정책추진체계를 구축해 왔다.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대량 공급 위주의 주택정책은 한정된 자원 하에서 단기간에 전체적인 주거 여건을 향상시키는 데에는 효율적이었지만 지역의 다양한 주거소요에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박미선 등, 2019). 따라서 주거의 질적 향상을 중심에 둔 주거정책으로의 전환 과정에서는 지역과 보다 긴밀하게 관계를 맺는 지방정부의 중요성이 강조된다(맹다미・남원석, 2015). 더욱이 참여정부에서부터 국정 운영 전반에 걸쳐 지방분권이 국가의 주요 정책과제로 부상하였고, 특히 문재인 정부는 ‘연방제 수준의 강력한 지방분권’을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중앙정부 권한의 적극적인 지방 이양을 추진하였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 기조 하에서 주거정책의 측면에서도 지방정부로의 권한 이양과 분권화가 적극적으로 고려되는데, 2017년 11월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에서는 중앙, 지방, 민간의 협력적인 거버넌스 구축이 주요 과제로 제시되었다(김인제・김지은, 2020). 이러한 중앙정부의 분권화 기조 하에서 일부에서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권한과 사업을 이양받기 보다 자체 사업의 기획을 통해 중앙정부와 동등한 정책 주체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스케일 상승(up-scaling) 전략이 나타나기도 하면서 정책 스케일의 재조정 필요성이 발생하기도 하였다(류연택, 2006; 이진수 등, 2015).
주택은 입지에 따라 그 특성과 수요층이 달라지기 때문에 국지적인 차원에서 각각의 주택 하위시장(housing submarket)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의 추진이 요구된다(김화환 등, 2015;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2022), 동일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지역별로 상이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주거 문제가 가장 시급한 수도권을 주로 고려한 획일적인 주택정책이 추진될 경우 지역에 따라서는 또 다른 양상의 주거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임형빈・김홍배, 2016).
지방정부의 경우 중앙정부의 일률적인 기준이 아니라 지역 내 주거소요와 시장 환경을 고려하여 지역 사정에 맞는 정책을 직접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역 주민의 주거소요에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진다(김정호, 2007; 맹다미・남원석, 2015; 이후빈 등, 2020). 따라서 이것이 주거복지정책 지방화 논의의 출발점이자 가장 기본적인 논리라고 볼 수 있다. 서종균(2018) 역시 주거정책의 지방화를 참여주체의 확대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새롭게 부상되는 주거정책의 문제들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하였다. 봉인식 등(2021)의 경우에는 주거정책의 지방화를 다루면서 지방으로의 분권화 필요성을 보충성의 원칙, 주택의 지역성, 공공자원 배분의 효율성의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하기도 한다. 보충성의 원칙은 모든 정책의 우선권은 가장 작은 조직에 있으며 상위 조직은 하위 조직이 스스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며, 주택의 지역성은 주택이 특정한 위치에 고정되어 지역시장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반면 공공자원 배분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상위 조직의 참여 역시 필요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지방정부로의 이양이 아니라 지방정부 중심의 정책 체계를 중앙부가 지원하고 조정하는 형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주거정책의 지방화를 사회 변화에 대응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적절한 주거 여건을 조성할 수 있는 당위적 방향으로 바라보는 관점 이외에, 지방화에 대한 우려의 시선 역시 여전히 존재한다. 이는 지방정부의 재원 및 역량 부족 등 여러 한계점 역시 명확하게 노출하고 있다는 현재 여건에 기초해 지방정부가 과연 주거정책을 실제 수립・실행할 수 있는 적절한 주체인가의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박미선 등, 2019). 이러한 우려를 빌미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관계 재정립 요구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주거정책 추진의 틀은 변하지 않고 있으며, 지방정부 역시 한편에서는 권한과 재원의 이양이 동반되지 않는 책임과 의무의 전가를 우려해 분권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김인제・김지은, 2020; 양희진 등, 2022). 이후빈 등(2020)은 지방정부의 주거복지 사업을 중앙정부의 계획에 따라 지방정부가 단순 집행만 실시하는 ‘중앙전달형’과 중앙정부가 계획하지만 운영과정에서 지방정부가 지역 특화적 요소를 추가하는 ‘지역추가형’, 중앙정부와 관련없이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계획해서 집행하는 ‘지역고유형’의 세 유형으로 분류하면서 인력과 재원, 재량범위의 한계로 인해 지방정부가 지역고유형, 지역추가형 등의 지역 자체 특화사업의 적극적인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밝혔다. 이러한 결과가 누적되면서 주거정책의 지방화는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으로만 남은 채, 2019년 전체 공공임대주택 공급의 80%를 중앙정부 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담당할 정도로 중앙정부 주도의 형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2022).
2) 주거복지정책에서 기초지자체의 역할
중앙-광역-기초로 이어지는 정책 추진체계에서 그동안 기초지자체는 주거복지 전달체계의 가장 끝단에서 실질적인 사업의 집행을 담당해 왔지만, 단순 실행 기능에만 주로 국한되었을 뿐 주거복지정책의 추진에 있어서 큰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였다.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주거복지 관련 업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주거급여 대상자 선정과 지급, 그리고 사회복지와 연계한 취약계층 상담・발굴・관리와 주거 서비스 지원 등에 한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김리영・한연주, 2018). 즉, 정책의 설계보다는 주거복지의 단순 전달자와 실행자 역할에 충실하도록 역할이 부여되었다. 최근 들어 중앙정부는 주거복지의 지방화를 목표로 지방정부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지방화와 분권화의 대상이 되는 지방정부는 주로 광역지자체 단위까지일 뿐 기초지자체는 아직까지 본격적인 정책의 파트너로 간주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주거정책과 관련한 최상위법에 해당하는 「주거기본법」은 광역지자체에 주거정책의 기본방향과 실행절차를 담는 <주거종합계획> 수립 및 이와 관련한 여러 권한과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반면 기초지자체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별도의 권한이나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다. 주거복지 실현과 관련한 핵심 영역인 공공주택의 공급을 다룬 「공공주택 특별법」에서도 공공주택의 공급・관리계획 수립 의무를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에게만 부여하였을 뿐, 기초지자체는 해당 사항이 없다. 이러한 현재의 정책 관련 체계 하에서 기초지자체는 광역지자체와 달리 주거복지 실현을 위한 자체적인 정책 기획과 추진의 근거를 가지기 어렵다. 최석환 등(2021)은 「주거기본법」, 「주택법」, 「공공주택 특별법」 등 우리나라의 현행 주거 관련 법령의 조문을 분석하여 중앙과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가 각각 어떠한 법적 권한을 부여받고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이에 따르면 기초지자체의 경우 법률상 부여된 대부분의 기능이 신고/보고 접수(20.4%), 인・허가(14.4%), 조사/평가(11.0%), 행・재정 지원(11.0%) 등 행정의 집행과 실무 운영과 관련한 기능에 주로 한정되어 있는 반면 기준 및 대상 선정, 계획 수립, 조직 설치 등 정책 구상과 관련한 기능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주거복지정책의 중앙과 지방간 역할 분담 방안을 정책적으로 모색하기 위한 박미선 등(2019)의 연구에서 정책수단이 지방에서는 광역지자체에게 주로 부여되어 있다는 점과 자료 구득의 어려움 등을 들어 분석 대상을 광역지자체로 한정한 것도 이러한 현재의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각 기초지자체들은 자체 조례 제정을 통해 주거복지정책의 추진 및 기본계획 수립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2011년 전북 전주시가 기초지자체 중 최초로 「전주시 주거복지 지원 조례」를 제정한 이후 2023년 11월까지 63개의 기초지자체가 주거복지정책 추진과 관련한 조례를 제정하였다. 기초지자체의 주거복지 관련 조례 제정 움직임은 최근 들어 더욱 활성화되고 있는데, 2019년까지 조례 제정 지자체는 14개에 불과했지만 2021년 한 해에만 23개 지자체가 추가로 조례를 제정하였으며,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10개와 6개의 기초지자체가 주거복지 관련 조례를 제정하였다(표 1).
표 1.
기초지자체 주거복지 관련 조례 제정 현황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 검색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자가 정리
하지만 이러한 변화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초지자체는 전반적인 주거복지정책의 수립과 추진에 있어서 단순 집행자의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주거복지와 관련된 정책은 국가의 사무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다. 또한 광역지자체 조차도 자체적인 정책이나 사업의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재의 여건에서 이보다 훨씬 열악한 기초지자체의 예산 구조와 부족한 인력은 기초지자체 차원에서 적극적인 정책의 개발과 추진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지방분권화의 흐름 속에서 기초지자체로의 적극적인 책임과 권한의 이양을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봉인식, 2013;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2022).
III. 수원시의 주거복지정책과 수원휴먼주택 사업
1. 수원시 주거복지정책의 추진 경과
수원시는 2022년 말 기준 인구 122.5만 명으로 전국 기초지자체 중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이며,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2022년부터는 고양시, 용인시, 창원시와 함께 인구 100만 이상의 기초지자체에게 부여되는 특례시 지위를 획득하기도 하였다. 수원시가 자체적인 주거복지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시작된 민선 6기부터로 볼 수 있다. 수원시는 시 차원의 주거복지정책 추진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2016년 8월 「수원시 주거복지 지원조례」를 새로 제정하였는데 이는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전주, 시흥, 고창, 천안, 성남에 이은 6번째에 해당한다. 이와 함께 같은 해 시민들의 시정 참여와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는 여러 중간지원조직을 포괄한 우산조직(umbrella organization) 성격의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을 시 산하 공공기관으로 설립하면서 재단 내에 주거복지사업 지원을 위한 주거복지지원센터를 별도 조직으로 설립하였다.3) 시 행정조직 역시 주거복지정책의 추진을 위해 2015년 기존 주거급여 지급 업무를 담당하던 주택과의 주거복지팀을 분리시켜 새로 신설한 지속가능과로 이전하고 기존 주거급여 업무 이외에 수원시의 자체적인 주거복지 시책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재편하였으며,4) 2017년에는 본격적인 주거복지정책 추진에 앞서 시민들의 주거실태와 주거복지에 대한 정책 소요(needs)를 파악하기 위해 <제1회 수원시 주거실태조사>를 시행하기도 하였다.5)
이러한 추진기반의 구축을 바탕으로 당시 염태영 수원시장은 2018년 1월 신년사를 통해 시 정부가 수호해야 할 4대 복지시민권의 하나로 노동, 교육, 육아와 함께 시민이 쾌적한 주거공간에서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권리인 주거복지권을 정의하면서 주거 문제를 지방정부의 과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6) 수원시가 2018년에 주거복지권을 적극적으로 제시하였던 배경에는 그 해부터 5년간 200호의 공공주택을 독자적으로 공급하는 자체 주거복지사업인 ‘다자녀가구를 위한 수원휴먼주택’ 사업 추진이 가시화되고 있던 것이 주요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2019년 1월에는 기존의 「수원시 주거복지 지원조례」를 「수원시 주거복지 조례」로 전면 개정하면서 조례상에 시민의 주거권 향상을 위한 주거복지정책 추진을 시정의 의무로 규정하고,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주거복지정책 추진을 위해 5년 단위의 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하였다. 이에 근거해 2020년부터는 <수원시 주거복지 종합계획(2020-2024)>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수원시는 최근 들어서 기존의 수원휴먼주택 사업 이외에도 다양한 주거복지 사업을 새롭게 전개하고 있는데, 2020년부터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주거복지센터가 국토교통부의 ‘주거취약계층 주거상향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쪽방, 고시원 등 비주택 또는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에 거주하는 무주택 가구를 발굴해 공공임대주택 이주 등을 지원하고 있다. 2022년부터는 아동복지시설에서 퇴소한 29세 이하의 자립준비청년에게 다세대주택 형태의 주거공간과 초기 가구, 가전, 생활용품 등을 지원하는 ‘셰어하우스 CON’ 사업을 도입하였으며,7)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전・월세 보증금 이자를 지원하는 ‘청년・신혼 희망터치(Touch) 보증금 이자지원’ 사업 역시 2022년부터 도입해 매년 청년 및 신혼부부 가구에게 최대 100만원 이내에서 대출이자를 지원하고 있다. 2023년부터는 LH의 매입임대주택을 수원시에 주소지를 둔 청년에게 제공하는 ‘역세권 새빛청년존(zone)’ 사업을 신규 도입하였는데, 이 사업은 입주대상자의 선정에 있어 수원휴먼주택 거주 청년, 수원시 소재 기업 취・창업 청년, 수원시 소재 예술인 청년, 셰어하우스 CON 거주 청년, 자립준비청년 등 기존 수원시의 정책사업들과 연계된 집단에게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
2. 수원시 대표 주거복지사업으로서의 수원휴먼주택
1) 도입 과정 및 추진 내용
수원시는 4대 시민복지권의 하나인 주거복지권 실현을 위한 대표사업으로 2018년부터 자체 공공주택 사업에 해당하는 ‘수원휴먼주택’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수원휴먼주택은 중앙정부의 주거지원 사각지대에 있는 관내 무주택 다자녀가구의 주거안정을 위해 주택을 무상으로 임대해 주는 사업으로, 수원시가 자체적으로 주택을 매입하여 대상가구에게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의 형태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총 200호를 4자녀 이상 무주택 다자녀가구에게 우선 공급하는 목표를 설정하였다(이성호, 2019).8) 수원시는 수원휴먼주택 사업 도입 이전에 이미 2013년 장안구 정자동에 <기존주택 매입임대사업 추진> 명목으로 10호 규모의 도시형생활주택을 시 예산으로 매입해 주거취약계층에 제공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사업은 장애인, 한부모 가정, 차상위계층 등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다자녀 수원휴먼주택 사업과 성격이 유사하다. 이 때문에 다자녀가구를 지원하는 정책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수원휴먼주택’이 사업명으로 채택된 후 현재는 다자녀 수원휴먼주택과 별도로 ‘정자동 수원휴먼주택’으로 명칭을 변경해 수원휴먼주택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하고 있다.9) 따라서 수원휴먼주택 사업에는 두 가지 유형이 존재하며, 일반적으로 ‘수원휴먼주택’이라는 명칭으로 지칭할 때에는 핵심 시정사업으로 도입된 다자녀 수원휴먼주택만을 가리킨다.
수원휴먼주택의 입주대상은 미성년 자녀 4명 이상인 무주택 세대로서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100% 이하인 가구10)이다. 미성년 자녀가 많을수록 입주 우선순위가 부여되며, 부여된 순번에 따라 순차적으로 직장 및 자녀 진학 등의 문제를 고려해 기존 거주지역 등 지원대상자가 희망하는 지역의 주택을 수원시가 직접 매입해 지원한다. 특히 시가 직접 주택을 매입한 후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무료로 하고 전기료, 상수도 등의 관리비만 입주가구가 부담하도록 하였으며, 자녀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해 안정적인 거주 환경을 조성하였다. 또한 어린 자녀가 다수인 점을 고려하여 주택 규모를 방 3개 이상, 전용면적 70㎡ 이상으로 설정하고, 층간 소음 갈등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의 1층을 우선 매입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2018년 5호 입주를 시작으로, 2019년 9호, 2020년 4호의 입주가 완료되었으며, 자녀수가 많은 가정부터 입주를 시작해 8자녀 1가구와 6자녀 5가구, 5자녀 12가구가 입주하였다(기우진, 2020). 다자녀 수원휴먼주택 사업은 중앙정부의 주거복지 사각지대를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보완한다는 사업의 취지를 인정받아 2020년 행정안전부의 후원으로 지자체의 우수정책을 발굴해 수여하는 ‘대한민국 지방자치정책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2) 추진 방향의 전환
수원휴먼주택은 중앙정부의 일률적인 주거복지정책 추진과정에서 소외된 정책사각지대를 지방정부가 보완한다는 점에서 지역 맞춤형 주거복지정책 추진이라는 지방정부의 역할과 방향을 제시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적 의의와 사업성과에 대한 외부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실제 추진과정에서는 다양한 현실적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전국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의 여파가 수원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사업 초기 호당 2억 원 규모로 책정한 수원휴먼주택 매입 예산으로는 사업에서 설정한 주택 기준과 입주 대상자의 요구에 맞는 적절한 주택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졌다(기우진, 2020). 거기에 더해 지방세 수입 감소로 인한 수원시의 예산 규모 감축이 맞물리면서 수원휴먼주택 확보에 필요한 예산 역시 원활하게 조달되지 못하였다. 시 자체 예산으로 행정부서의 업무 담당자가 일반주택을 개별적으로 물색해 확보하는 사업 진행 방식 역시 행정부서의 업무 부담을 과중시키면서 사업 초기부터 계획했던 성과를 달성하기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다자녀 수원휴먼주택의 최초 공급계획에서는 사업이 본격화되는 2019년부터 매년 50호 내외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계획되었으나, 실제 목표를 달성한 것은 도입과정에서 5호를 매입했던 사업 첫 해 뿐이며, 이듬해인 2019년에는 45호 매입 계획에도 불구하고 실제 공급된 규모는 9호에 불과했다. 2020년 역시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아 50호 계획 대비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4호의 매입과 입주가 진행되었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2022년까지 200호를 공급한다는 정책 목표는 그대로 유지되었기에, 미달성된 물량은 계획 후반기로 넘기는 방식으로 매년 목표치를 수정해 2021년과 2022년에는 기존 계획의 두 배에 가까운 91호씩을 확보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수원시 내부자료, 2020)(표 2).
표 2.
LH와의 협약 체결 전・후의 수원휴먼주택 연도별 추진계획 변화 (단위: 호, 백만원)
출처: 수원시 내부자료(2020) 및 기우진(2020)
이러한 사업 추진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원시는 2020년 7월 LH가 수원 관내에 보유한 매입임대주택을 다자녀 수원휴먼주택으로 활용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대상 주택의 확보와 사후관리는 매입임대주택 사업 절차에 따라 LH가 담당하며, 수원시는 다자녀가구의 입주 우선순위에 따라 입주 가구를 선정하고, 보증금과 임대료(2022년 기준 임대보증금 약 1천만원, 월 임대료 약 42만원)를 대신 지원하여 기존 수원휴먼주택과 마찬가지로 무료로 거주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LH의 매입임대주택을 활용하기 때문에 입주자격은 기존의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가 아니라 매입임대주택 입주자격 기준인 70%로 상향 조정되었으며11), 재산액과 자동차가액 역시 매입임대주택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다자녀가구 중 LH의 매입임대주택 입주자격을 충족하지 못하는 가구(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71~100% 해당 가구)에 대해서는 수원시가 자체 예산을 활용해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주택을 매입해 공급하는데, 이 규모는 연간 1~2호 정도로 계획되었다(수원시 내부자료, 2020).
LH와의 업무협약을 통한 운영 방식 변화는 수원휴먼주택의 공급 규모를 대폭 향상시켰다. LH와의 업무협약 이전까지 2018년 5가구, 2019년 9가구, 2020년 1가구 등 총 15호의 매입・공급이 이루어졌던 것에 비해, 2011년 말에는 누적 공급이 40호로 늘어났고 2023년 7월에는 한 번에 38호의 입주자를 모집할 정도로 그 규모가 확대될 수 있었다. 2025년까지 매년 30~35호 내외의 주택이 다자녀 수원휴먼주택으로 안정적으로 공급될 예정인데, 이러한 공급 규모의 확대를 바탕으로 2023년에는 다자녀 수원휴먼주택의 입주 기준을 완화해 3자녀 이상의 무주택 가구도 입주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었다. 다만 3자녀 가구는 지원자격 소득 기준을 LH 매입임대주택 입주자격 기준인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70% 이하로만 한정하였다. 수원휴먼주택 공급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호당 2억원 이상이 필요한 주택의 직접 매입 대신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 지원으로 변경되면서 200호 공급을 위한 전체 시 투입예산 규모도 당초보다 80% 정도 줄어 400억 원 정도를 절감하게 되었으며, 동시에 200호 공급의 사업 목표 달성 가능성도 매우 높아지게 되면서 효율성과 지속가능성 역시 향상되었다.
3. 수원휴먼주택 사업의 성과와 한계
주거정책 혹은 주거복지정책의 추진에 있어서 지방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화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추진 여건을 갖춘 서울과 경기 등의 광역지자체 조차도 인력과 재원, 그리고 지방정부의 재량범위의 한계로 지역 자체의 특화사업을 실시하고 규모를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박미선 등, 2019). 이러한 여건 하에서 수원휴먼주택 사업은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자체적으로 주거복지 모델을 계획하고 운영한 사례라는 점에서 정책적 의의를 가진다. 중앙정부 사업과의 중복이 아니라 중앙과 광역의 정책 사각지대를 기초지자체가 보완하면서 지역 실정과 여건에 맞는 주거복지정책의 도입을 모색해 사업대상과 규모를 선정하였으며, 특히 상대적으로 많은 자본과 전문성이 필요한 하드웨어 공급 사업에 있어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내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수원휴먼주택 사업은 추진 과정에 있어서 몇 가지의 한계점 역시 동시에 노출하였다. 우선 사업 대상의 선정과 지원방식에 있어서의 합리성 문제이다. 다자녀 수원휴먼주택은 당시 수원시장이 7자녀 가정을 방문・면담하는 과정에서 주거 문제의 해결을 약속하면서 검토되기 시작해 시 차원에서 준비 중이던 임대주택지원사업의 계획을 변경해서 약 8개월 만에 실제 정책화가 이루어졌다.12) 또한 정책 도입 과정에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무료’로 주택을 제공하겠다는 점이 강조되면서 보증금과 임대료 등을 받지 않는 조건이 채택되었다. 따라서 전체적인 사업 도입 과정에서 시 전체의 주거소요를 고려해 주거지원의 우선순위가 선정된 것이 아니라 먼저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고 그에 맞는 방식을 찾는 과정으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사업의 중복 여부와 지원 규모를 면밀히 검토하는 과정이 생략되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자녀 수원휴먼주택의 입주 대상은 미성년 4자녀 이상의 무주택 가구로,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인 가구에게 85㎡ 이하의 방 3개짜리 주택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에 반해서 동일하게 수원시에서 추진하는 정자동 수원휴먼주택의 경우에는 입주대상이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 가구, 저소득 장애인 등 주거지원이 더 긴급한 계층인 데다가 원룸 형태로 주거 면적이 훨씬 좁음에도 불구하고 영구임대주택 기준의 임대보증금과 월 10만 원 정도의 임대료를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장 두 대상자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것은 다자녀 수원휴먼주택의 도입이 타 정책과의 면밀한 비교・검토 없이 정치적 차원에서 빠르게 결정되는 과정에서 야기된 문제로 볼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4자녀 이상의 무주택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가구가 시 정책의 최우선 순위 대상자가 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평가도 필요할 것이다.
다음으로 사업 규모의 적절성 문제를 들 수 있다. 수원시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분석이나 시 재정여건에 대한 검토를 소홀히 한 채 관내의 4자녀 이상 가구수 조사와 당시의 주택 가격만을 고려해 호당 2~2.5억 원의 예산으로 200호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이미 2013년에 수원시는 현재 정자동 수원휴먼주택으로 변경된 <기존주택 매입임대사업>에서 30호 규모로 설정한 목표를 부동산 시장 여건 변화 등을 사유로 10호 규모로 축소한 실패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5년간 200호 확보라는 목표치를 설정하였다. 사업 초기부터 시 자체 예산 이외에 민간개발사업자의 기부채납, 용적률 인센티브를 활용한 토지 기부채납까지 활용할 것을 고려하였다는 점에서 200호 공급은 수원시의 예산 규모를 고려할 때 애초부터 무리한 예산 구조 하에서 도입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이로 인해 2020년까지 수원시가 직접 매입했던 14가구 중 5호는 수원시의 예산이 아닌 타 개발사업 주체로부터 기부채납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방식은 당장의 예산 투입 규모는 줄일 수는 있지만 사실상 다른 정책에 활용될 수 있는 시의 잠재적 자원을 소모해 장기적으로는 효율적인 자원의 배분을 막고 정책의 불균형을 가져오는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운영 및 관리체계의 부재 문제가 있다. 다자녀 수원휴먼주택은 사업 실적 달성을 우선 고려하면서 향후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한 예산 및 유지・관리체계 구축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하였다. LH와의 협약을 통한 운영방식 변경 이전까지 수원시는 별도의 운영・관리 조직 없이 주택의 매입 과정에서부터 입주 지원, 관리 등을 모두 시 행정부서의 주무관 1명이 직접 담당하는 구조를 유지하였다. 사업 초기에 운영 규모가 작을 때에는 이러한 방식을 임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목표한 200호를 이 방식으로 최장 20년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는 어렵다. 특히 임대료를 부과하지 않아 향후의 수입 구조가 부재한 상태에서 주택의 노후화에 따른 유지・보수 비용에 대한 예산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존 입주자가 타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미성년 자녀의 성장 등으로 입주 자격을 상실했을 때의 신규 입주자 선정이나 기존 주택의 처리 방안 등도 수립되지 않아 향후 문제 발생의 소지가 다분했던 점 역시 지적될 수 있다.
IV. 수원휴먼주택을 통해 본 기초지자체 주거복지사업의 추진 방향
주거복지정책의 확대와 지방화의 과정에 있어 향후 기초지자체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기초지자체는 정책 집행의 최일선으로 주로 전달체계의 측면에서만 그 역할이 강조되었다. 하지만 주거복지정책의 지방화 논의에서 지방이 강조되는 이유가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가 주체가 될 때 지역의 특성을 더 잘 파악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정책 수립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역을 잘 이해하는 지방의 행정적 단위는 여러 특성을 가진 다양한 하위 지역을 아우르고 있는 광역지자체보다, 상대적으로 더 균질한 특성을 지니고 주민들과 직접 접촉이 가능한 기초지자체가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기초지자체는 주거복지정책의 지방화 과정에서 주민의 일상적 생활과 관련된 서비스의 직접적 제공자로서 장기적으로는 지역 특성에 맞는 주거복지정책을 모색하고 실행하는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기능을 부여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전면적인 정책 전환에는 복잡한 사회적 합의의 과정과 행정 기능의 재편 과정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지향점 이외에 현재의 여건을 고려해 기초지자체가 의미 있는 정책 주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중・단기적 차원에서의 고려 역시 필요하다. 따라서 기초지자체 별로 주거복지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제도화가 이루어지는 현 시점에서, 앞서 수원시의 수원휴먼주택 추진 과정을 통해 살펴봤던 여러 측면들을 종합해 기초지자체의 주거복지정책 체계가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크게 역할과 자원의 측면에서 제안하고자 한다.
1. 기초지자체의 정책 역할 : 중앙과 광역 정책의 적극적 보완자
주거복지정책의 추진에 있어 기초지자체의 역할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적극적인 보완자’로서의 역할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의 방향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우선 기초지자체가 기존의 수동적인 정책의 전달자 역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주거소요에 대응하는 정책 주체로서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이며, 다음으로는 기초지자체가 중앙정부 또는 광역정부와 정책적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광역정부 정책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보완자’로서 지역밀착형의 주거복지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방자치의 실시 이후 선출직인 각 지자체장들은 자신의 정책성과를 업적으로 드러내기 쉬운 특화사업의 추진에 몰두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중앙-광역-기초로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행정 체계에서 각각이 정책의 차별성과 선명성을 내세울 경우 오히려 정책의 유기적인 실행보다는 불필요한 경쟁과 낭비를 발생시킨다. 주거복지정책의 추진에 있어서도 이미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기본적인 지원체계가 구축되어 있는 상황에서 기초지자체가 중앙 또는 광역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주거복지정책을 모색하는 것은 사업의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정치적 선전 효과에 치중할 우려가 클 뿐만 아니라 지역의 주거소요와 정책 소외계층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수원시의 다자녀 수원휴먼주택 사례에서도 중앙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사업의 경우 저소득층의 지원 확대를 위해 일반적으로 작은 규모의 주택과 그에 맞는 저렴한 임대료를 기초로 한다. 하지만 최근 국가적 이슈로 떠오른 저출산 문제의 관점에서 볼 때 정책적 배려와 지원이 필요한 다자녀가구의 경우 소형 주택 위주로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 특성과는 주거소요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수원시의 다자녀 수원휴먼주택 사업은 저출산 극복이라는 국가 및 지역의 정책적 과제와 기존 공공임대주택 공급방식 간의 불일치에서 발생하는 정책 사각지대를 발굴한 것으로 기초지자체의 적극적 보완자로서의 역할을 잘 보여주는 사례에 해당한다. 다만 조직과 예산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의 차별성과 고유성을 드러내기 위해 중앙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유사 혹은 그를 넘어선 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시 예산을 활용한 주택의 직접 매입, 임대료 무료 등을 추진하면서 보완자적 역할보다 중앙정부와의 정책 경쟁을 펼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하지만 수원시의 이러한 방식은 오히려 정책 역량과 기반의 부족으로 인해 원활한 사업 추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기초지자체의 경우 조직과 역량, 자원의 제약을 인정하고 지역 내에서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와 성과 달성을 위해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중앙과 광역 정부 주거복지정책의 보완자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즉 중앙정부와 광역정부의 주거복지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하되, 기초지자체의 자체 사업은 이러한 중앙과 광역의 정책 사각지대와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어야만 한다.
2. 기초지자체의 정책 수단 : 지역 외부 자원의 적극적 활용과 연계 협력
수원시는 2020년 LH와의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기존 시 예산과 행정 인력을 활용해 직접 매입・운영하던 수원휴먼주택을 LH가 보유한 매입임대주택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였다. 여전히 시가 직접 운영하는 방식도 계획상으로 남겨두긴 했지만, 이는 LH의 매입임대주택 입주 자격이 되지 않는 일부 대상자를 위한 보조적 조치일 뿐 사실상 직접 운영 방식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원시는 이미 2013년 정자동 수원휴먼주택 사업 과정에서 여러 실행과정 상의 문제, 특히 예산 확보 문제로 초기 계획했던 사업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던 경험에도 불구하고 다자녀 수원휴먼주택 사업의 도입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시 예산을 활용한 직접 매입과 직접 관리 방식을 고수하면서 초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따라서 LH와의 업무협약을 통한 임대료 보조 방식으로의 전환은 어떤 측면에서는 수원시가 그 동안의 정책 목표 설정과 추진방법 상의 실패를 자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변화는 오히려 기초지자체 주거복지사업의 추진방향 모색에 있어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 기초지자체의 조직 및 예산 규모를 고려할 때 대규모의 예산이 요구되는 주택 관련 하드웨어 공급 사업은 그 명확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많은 지자체들이 직접 새로운 정책을 도입해 추진했다는 상징성에 천착한 나머지 이러한 방식을 우선 도입하지만, 한정된 예산 규모와 인력의 한계로 인해 전체적인 시민의 주거 여건 향상이나 긴급한 주거복지 지원 대상자 전반을 아우르지 못한 채 보여주기 식의 사업 추진에 그치곤 한다. 이렇게 추진되는 소규모 사업은 정치인으로서 지자체장의 성과를 과시하는 데에는 적합할지 모르지만 지역 주민들의 주거권 향상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초지자체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 발굴한 지역 맞춤의 수요와 정책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역 외부의 기관과 자원을 적극적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수원시가 LH와의 협력을 통해 수원휴먼주택의 공급 및 운영방식을 변경한 것은 실행과정에서의 문제와 한계를 직면하고 내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오히려 향후 기초지자체의 주거복지사업 추진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수원시 역시 수원휴먼주택 사업의 변경 이후 새롭게 도입한 여러 자체 주거복지사업에서 적극적으로 외부 자원 및 기관과의 연계를 도모하고 있다. 수원시는 2022년에 LH와 함께 수원시 거주 청년에서 역세권청년주택을 우선 공급하도록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는데, 수원시가 직접 매입・운영하던 수원휴먼주택에서 10여 호의 실제 주택공급에 그쳤던 점과 비교할 때 새로 도입한 역세권청년주택 ‘새빛청년존’의 경우 사업 첫 해인 2023년에만 83호를 공급하였다. 즉, 외부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수원시 관내에 필요한 계층에게 적절한 주택을 공급하면서도 그 규모를 비약적으로 확대시켜 주거지원 필요계층에게 보다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하였다. 이 과정에서 LH의 청년주택 사업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 아니라 업무협약 등의 절차를 통해 수원시의 주거소요에 따른 입주자 선정 기준을 반영해13) 기초지자체 차원에서는 적은 예산과 자원의 투입으로 정책의 목표를 달성하는 성과를, LH의 입장에서는 입주자 확보 등의 행정 부담을 완화하고 전반적인 사업의 효율성과 성과를 확대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을 모색하였다.
따라서 기초지자체가 적극적 보완자로서의 역할을 수용한다면 정책 추진에 있어서도 차별성을 드러내기 위해 무리하게 자체적인 자원과 수단만을 동원하기보다 지역 외부 주체가 보유한 자원을 적극적으로 지역 내로 유치하고 활용하기 위한 연계와 협력의 방식을 고려해야만 한다. 중앙정부, 경기도, LH 등 중앙 및 광역단위의 주거복지 추진주체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정책 실행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주거복지정책의 ‘공동시행자’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주택은 장소에 기반한 물리적 실체라는 점에서 중앙정부, 광역지자체 등 누가 추진하던 결국 최종적인 정책의 구체적 실행 장소와 성과의 영향 범위는 기초지자체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공공주택 조성 등 외부기관 추진사업을 지역 내로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지역맞춤형 모델과 기준이 반영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을 통해 직접적인 재정 투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주거수준의 향상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V. 요약 및 결론
본 연구는 최근 관심이 커지고 있는 주거복지정책의 지방화 논의와 기초지자체의 자체적인 주거복지정책 도입의 과정에서 기초지자체 주거복지정책과 사업의 추진의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우리나라의 주택 및 주거정책은 기존의 양적 공급 위주의 주택정책에서 국민들의 주거에 대한 권리를 향상시키고 적절한 주거지원 필요계층에게 양질의 주거서비스를 제공하는 주거복지에 대한 관심으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획일적인 보편적 주거정책 추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지방정부로 권한을 적극적으로 이양하고 지방정부의 정책 참여를 확대하는 주거복지정책의 지방화에 대한 관심 역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거복지정책 지방화에 대한 관심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방화의 대상으로 강조되는 것은 광역지자체 범주에 한정되는 경향 역시 나타난다.
주거복지정책의 지방화 논의에서 지방화의 당위성은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가 지역의 특성을 더 잘 파악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지역의 주거소요에 더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들어진다.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정책 실행의 가장 최일선에 해당하며 주민과 직접적인 접촉이 이루어지는 기초지자체 역시 지방화의 주요 주체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의 여건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광역지자체조차 지역 특색을 살린 주거복지정책의 수립과 실행에 재원, 인력, 권한, 조직 등의 한계를 경험하고 있는 여건에서 이보다 훨씬 더 열악한 상황에 있는 기초지자체까지 지방화의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여전히 기초지자체는 정책 체계 내에서 주로 중앙정부가 수립한 주거복지정책을 단순 집행하는 역할에만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 여러 기초지자체들은 자체적으로 주거복지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등 지역 실정에 맞는 특화사업들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적극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 사례로 다룬 수원시 역시 이러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기초지자체 중 하나로 2016년 「수원시 주거복지 지원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행정조직 개편, 중간지원조직 설립 등 추진체계를 구축하고 2018년부터는 다자녀 수원휴먼주택이라는 사업명 하에 관내 4자녀 이상 무주택 다자녀가구에게 시가 직접 주택을 매입해 최대 20년까지 무료로 거주하게 되는 지역 특화형의 자체 주거복지사업을 시작하였다. 다자녀 수원휴먼주택 사업은 최초 5년간 총 200호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으나, 주택 매입가격의 상승과 예산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15호까지 진행한 후 2020년부터는 LH가 보유한 매입임대주택을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고 수원시는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보조하는 형태로 사업추진방식을 변경하기도 하였다.
수원시의 다자녀 수원휴먼주택 사업은 중앙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사업에서 소득수준과 주택 규모 등의 측면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무주택 다자녀가구에 대해 지방정부가 직접 지역 맞춤형의 특화사업을 도입하여 주거 안정을 도모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지며, 국가적 과제로 부상한 저출산 시대의 새로운 주거복지모델로서의 가능성 역시 가지고 있다. 다만 대상자 선정과 지원 방법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다소 부족하고 초기에 무리한 공급목표를 설정하면서 사업의 지속적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후 많은 정책 자원을 보유한 LH와의 협력을 통해 지방정부의 부담을 최소화 하면서도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정책의 실행가능성을 높이는 협력모델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수원시의 휴먼주택사업의 도입과정과 성과, 그리고 최근의 운영방식 변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을 통해 향후 기초지자체의 주거복지정책과 사업의 추진에 있어서 몇 가지의 시사점과 방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기적으로는 지역 여건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기초지자체가 지역 맞춤형 주거복지정책의 추진의 핵심 주체로까지 그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지만, 중・단기적으로는 중앙정부와 정책적 효과가 중복되는 영역에 참여해 경쟁관계를 형성하기보다 중앙과 광역 단위 주거복지정책의 지역 내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적극적 보완자의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으며, 지역 맞춤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자체 재원과 자원에 의존하기보다 외부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지역 내로 끌어오는 공동시행자로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는 기초지자체가 가진 가용재원과 인력, 조직 및 권한의 한계를 인정하고 지역에 필요한 자원들을 유치하고 재조직하는 정책 과정의 핵심적인 역할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점으로, 이것이 오히려 지역 주민의 전체적인 주거권 향상을 위한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방향이 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