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지리학회지. 30 September 2026. 325-335
https://doi.org/10.22905/kaopqj.2026.60.3.10

ABSTRACT


MAIN

  • I. 서론

  • II. 해외 주요 국가의 세계지도 투영법

  •   1. 미국과 캐나다

  •   2. 영국, 프랑스와 독일

  •   3.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

  • III. 우리나라의 세계지도 투영법

  •   1. 중등 교육과정과 지도부도

  •   2.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지도 투영 변환

  • IV. 결론

I. 서론

1960년~1970년대에 이르러 안톤 모리슨과 헤르 라타이스키 등은 1940년대 후반에 정립된 기술적 정보이론인 섀넌-위버(Shannon-Weaver) 모델을 인간의 인지 영역으로 확장하여 지도학에 도입하였다(Ratajski, 1977). 이들은 지도를 제작자가 사용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핵심 매체로 정의하였으며, 이를 기점으로 ‘커뮤니케이션 지도학’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Robinson et al., 1978).

한편, 로빈슨과 페체니크는 지도 기호의 인지적 측면을 논의하기 시작했는데(Robinson and Petchenik, 1976), 이는 1980~1990년대 인간의 인지 지도(mental map), 공간 기억 및 시각적 탐색 과정을 실험적으로 규명하는 ‘인지 지도학’의 발달로 이어졌다(Lloyd, 1997). 그리고,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 분석과 가설 검증이라는 과학적 시각화의 탐색적 도구로서 지도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강조되었다(MacEachren, 1995).

1980년대 말 포스트모더니즘과 비판 이론이 지도학계에 도입되면서 지도의 객관성과 가치 중립성이라는 전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비판 지도학’이 태동하였다. 특히, 할리의 ‘누가, 무엇을 위해 지도를 만들고 무엇을 누락시키는가?’라는 권력론적 질문(Harley, 1989)은 특정 시기 권력관계와 이데올로기가 투영된 사회적・정치적 구성물로서 지도를 재정의하는 계기가 되었다.

할리 이후 비판 지도학은 단순한 이론적 비판을 넘어 기존 권력에 맞서는 대안적 지도 제작, 지리정보시스템의 비판적 수용, 참여형 GIS 발달, 페미니즘과 퀴어 지도학의 등장, 유비쿼터스 지도 제작과 디지털 플랫폼 비판으로 이어졌다(Crampton, 2009a; Wood, 2010). 2000년대 후반 포스트 재현주의 영향을 받아 등장한 ‘과정적 지도학’에서는 완성된 고정물이 아닌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과정(process)에 따른 수행(performance)의 결과물로서 지도를 바라보게 되었다(Crampton, 2009b).

3차원 구체 표면의 지리적 사상(事象) 위치를 2차원 평면으로 옮기는 투영법(또는 도법)에 따라 지도에 표현되는 사상의 면적, 형태(각도), 거리, 방위가 보존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 이러한 기하학적 특성은 특정 세계관을 대변하는 정치적 도구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로, 서구 강대국의 영토는 과장되고 적도 부근 아프리카와 남미는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메르카토르 도법 지도는 식민주의적 지배 질서와 서구 중심적 세계관을 공고히 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Peters, 1983).

이러한 배경에서, 본 연구는 해외 주요 국가와 우리나라의 세계지도 투영법 관련 교육과정 및 지도 자료를 비교・검토함으로써 세계지도 투영법의 교육적 활용 양상을 고찰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교육과정과 세계지도 투영법 활용에 관한 학문적・정책적 과제를 도출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II. 해외 주요 국가의 세계지도 투영법

1. 미국과 캐나다

16세기 중반에 개발된 메르카토르 도법 세계지도에 나타난 면적 왜곡이 교육적 문제로 이어지는 비판에 따라, 20세기 초반 구드는 시뉴소이드 도법과 몰바이데 도법을 혼용하여 면적을 보존하는 구드호몰로사인(Goode Homolosine) 도법을 개발하였다. 이 도법을 적용한 세계지도는 그림 1a1)와 그림 1b2)와 같이 대륙 또는 해양을 절단하여 제작될 수 있다(Goode, 1925). 맥널리 사에서 출판한 Goode’s School Atlas에 수록되면서 이 투영법은 교육 자료로 널리 활용되었다(McMaster and McMaster,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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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구드호몰로사인 도법: (a) 해양 절단, (b) 대륙 절단

면적과 형태의 왜곡이 최소화된 절충도법인 반데어그린텐(Van der Grinten)(그림 2a[3]3))을 개발한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는 1988년까지 세계지도 제작을 위한 표준으로 이 도법을 사용하였다(NG, 2026). 한편, 맥널리 사의 의뢰를 받은 로빈슨은 1963년에 시각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로빈슨(Robinson) 도법(그림 2b4))을 개발하였고(Robinson, 1974),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가 1988년에 절충도법에 해당하는 이 투영법을 표준 도법으로 채택한 후 1995년까지 교과서와 지도책 등 교육 자료에 폭넓게 활용되었다(Lapon et al.,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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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a) 반데어그린텐 도법, (b) 로빈슨 도법

메르카토르 도법에 대한 비판을 펼친 독일 역사가 아르노 페터스가 1974년에 발표한 세계지도(Snyder, 1993)는 면적을 보존하는 정적도법에 속하는데, 유니세프와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는 사회 정의와 탈식민지화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페터스(Peters) 도법 지도를 널리 보급하였다(Crampton, 1994). 지도학계를 중심으로 갈(Gall) 도법을 모방한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대중적 보급의 업적을 반영하여 페터스 도법은 갈-페터스(Gall-Peters)라 명명되었다(CMP, 1986). 갈-페터스 도법을 적용한 세계지도에 표현된 남북 방향의 대륙 형태 왜곡(그림 3a)을 지적하면서 ‘직사각형 지도 거부’ 결의안이 북미 7개 주요 지리학・지도학 단체에서 채택되기도 했다(Robinson,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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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a) 갈-페터스 도법, (b) 빈켈트리펠 도법

로빈슨 도법 세계지도의 고위도 지역에서 동서 방향으로 면적과 형태 왜곡을 고려하여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는 1921년에 개발된 절충도법인 빈켈트리펠(Winkel Tripel)(그림 3b5))을 1988년부터 제작된 세계지도에 적용하였다. 로빈슨 도법의 단점을 해소하면서 면적・거리・각도 왜곡의 균형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은 이 도법은 미국 주요 출판사, 교육 기관, 교과서 등에서 표준으로 받아들여 현재까지 널리 활용되고 있다(Goldberg and Gott III, 2007).

한편, 2017년 3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공립학교는 비판적 지도학을 수용하면서 미국 공립 교육구 최초로 교실 벽면에 걸리는 세계지도 투영법을 메르카토르에서 갈-페터스로 전환하는 행정 정책을 펼쳤다(Monmonier, 2018). 이 사건으로 1970~1980년대에 불거진 ‘페터스 도법 논쟁’을 재점화된 후 샤브리치, 제니와 패터슨은 갈-페터스 도법에 대응하기 위해 정적도법인 이퀄어스(Equal Earth)를 개발하였다(Šavrič et al., 2019)(그림 4a6)). 이퀄어스는 정적도법이나 형태 왜곡을 최소화함으로써 학계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으며, 아프리카 연합과 글로벌 시민단체들은 메르카토르 지도 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Correct The Map’ 캠페인을 펼치면서 유엔과 BBC 등에 이 도법을 표준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DWBSUA, 2025). 최근 들어, 유엔 총회에서 정부, 교육기관, 국제기구 등에서 이퀄어스 도법 활용을 권고하는 결의안이 채택된 바 있다(UN,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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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a) 이퀄어스 도법, (b) 오사그래프 도법(위키미디어 커먼즈, 2021)

2024년 1월 네브래스카 주 공립학교에서 메르카토르 도법 사용 금지와 특정 도법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 발의되었고, 이 법안을 포함한 포괄적 교육법안이 4월에 주 의회를 통과하였다(NL, 2024). 이에 따라, 주 내 모든 공립학교 교육구에서는 갈-페터스 도법, 원통정적 도법 또는 일본의 나루카와 하지메가 개발한 정적도법인 오사그래프(AuthaGraph) 도법(그림 4b)으로 제작된 세계지도를 사용해야 한다. 다만, 메르카토르 도법은 지도 투영의 왜곡 특성을 비교하는 수업 자료로는 사용될 수 있으며, 갈-페터스 및 오사그래프 도법이 적용된 세계지도의 저작권・라이선스 문제 발생 가능성을 고려하여 이퀄어스 도법을 적용한 세계지도 사용이 권장되기도 한다(NDE, 2026).

캐나다에서는 교육이 헌법상 주・준주의 관할에 속해 통일된 교육과정이 없으나, 지리 교육의 전국 학습 프레임워크는 지도 투영법과 관점을 학생이 익혀야 할 명시적 학습 주제로 규정한다(CGE, 2026). 이러한 맥락에서 캐나다 교육 현장에서는 단일 도법이 아니라 목적과 주제에 따라 서로 다른 투영법을 적용한 세계지도가 교육 자료로 함께 활용될 수 있다.

2. 영국, 프랑스와 독일

영국 국가교육과정의 공식 지침에서 지도 투영 개념 및 왜곡 특성을 학습 주제가 명시되지 않으나, 지리 교사를 위한 교과 협회인 지리학회(Geographical Association)는 평면 지도의 왜곡 특성 이해를 위해 정적도법, 절충도법, 지구본 등을 활용하는 비교・분석 수업을 권장한다(GA, 2026). 이에 따라, 교육 현장에서는 메르카토르 도법 외에도 여러 도법으로 제작된 세계지도를 수록한 지도책이 학습 자료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콜린스(Collins) 사가 발간한 The Times Atlas of the World에서는 빈켈트리펠 기반 세계지도가 주로 수록되고, 필립스(Philip’s) 사 지도책에는 해머정적(Hammer Equal Area) 도법이 널리 사용된다(Blackwell’s, 2026).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에서 발간하는 지도책에서는 갈 도법을 수정한 절충도법인 갈-봄포드(Gall-Bomford)와 정적도법에 속하는 에케르트제4도법이 주로 활용된다.

지도를 비판적 해석의 대상으로 다루는 전통이 중앙집권적 국가교육과정에 반영되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메르카토르 지도 외에도 1930년대 장 브룬헤스(Jean Brunhes)가 제작한 세계지도와 1953년에 베르탱(Bertin)이 개발한 세계지도를 포함한 다양한 도법의 지도가 사용되어 왔다(Géoconfluences, 2026). 그러나, 최근 프랑스 교육부 산하 프로그램 최고위원회는 중학교 역사・지리 교육과정 개정안에서 ‘부의 불평등’을 다루는 주제 학습을 위한 길잡이로서 갈-페터스 세계지도 사용을 명시한 바도 있다(CSDP, 2025). 이는 특정 도법의 강제가 아니라 지도 투영 특성 중 정적성의 시각에서 불평등을 탐구하기 위한 도구로 채택한 것이며, 프랑스에서 세계지도를 활용하는 교육은 도법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의도를 비판적으로 검증하는 사고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 대형 교육 전문 출판사인 아티에(Hatier)는 지리・역사 백지도 사이트를 통해 정적도법인 베르탱 뿐만 아니라 빈켈트리펠과 절충도법인 풀러(Fuller)로 제작한 지도를 제공한다. 특히, 아티에가 2003년에 출판한 Atlas des relations internationales 지도책에서 베르탱 도법은 일반도와 주제도에 걸쳐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정치・문화・기후와 같은 주제별 심화 지도책을 출판하는 오트르망(Autrement)은 베르탱(그림 5a) 외에도 빈켈트리펠, 에케르트제4(그림 5b), 구드호몰로사인, 풀러, 반구 평사 등 다양한 도법으로 제작한 세계지도를 활용한다. 오트르망이 출판하는 주제별 지도 중 일부는 나탕(Nathan) 사가 출판하는 교과서에 학습 자료로 채택되기도 한다(Nathan,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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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a) 베르탱 도법, (b) 에케르트제4 도법

연방제 국가인 독일에서 교육 입법과 정책은 중앙정부가 아닌 각 주에서 관장하므로 교육과정은 주마다 다를 수 있다. 이로 인한 교육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독일지리학회(Deutsche Gesellschaft für Geographie)는 지리 교육기준(Bildungsstandards)을 자체적으로 제정하여 각 주의 교육당국에 제시하고 있다. 이 기준은 각 주 교육부가 지리 교과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설치 목표를 수립할 때 핵심적인 표준 가이드라인으로 참조되어 왔다(DGfG, 2020; 2024).

독일지리학회가 2020년에 제정한 제10판 중등학교 지리교육 기준에 따르면(DGfG, 2020), 서로 다른 두 가지 투영법으로 제작한 세계지도를 학습 자료의 예시로 들고 있다. 그리고, 상급 중등 지리교육 기준에서는 투영법에 따른 지도적 표현의 조작 및 영향 가능성을 분석하는 역량을 성취기준으로 명시한다(DGfG, 2024). 이러한 맥락에서 베스터만(Westermann)과 에른스트 클레트(Ernst Klett)에서 각각 출판하는 디르케 세계지도책(Diercke Weltatlas)과 하크 세계지도책(Haack Weltatlas)에서는 지도 투영 방법과 왜곡 특성을 소개하는 자료가 수록된다. 정적도법인 몰바이데(Mollweide, 그림 6a7))를 활용한 세계지도가 학습용 백지도로 제공되고 있으며, 지도집의 대표 세계 전도로는 빈켈 트리펠 도법이 채택되어 있다(WG, 2017; Vrachliotis, 2025). 몰바이데 도법은 로빈슨 도법과 함께 미국항공우주국이 기후 변화와 관련한 세계지도를 제작할 때 자주 활용된다(그림 6b8)). 베스터만의 디르케 세계지도책에서는 몰바이데 외에도 웹 메르카토르(Web Mercator) 지도가 수록되지만, 지형・기후・식생과 같은 자연을 다루는 주제도에서는 빈켈트리펠 도법이 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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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a) 몰바이데 도법, (b) 지표 온도 분포

3.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

일본의 현행 교육과정인 ‘헤이세이 29・30 개정’을 반영한 초・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은 각각 2017년과 2018년에 고시되었다. 지도 투영과 왜곡 특성은 2021년에 일부 개정한 고등학교 지리・역사 과목 해설서에서 다루어지며, 활용에 따른 도법 선택의 중요성이 강조된다(문부과학성, 2021).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지리부도와 성격이 유사한 ‘지도장(地図帳)’은 테이코큐소쇼인(제국서원), 야마카와슈판샤(산천출판사), 도쿄쇼세키(도쿄서적) 등에서 출판한다. 이들 출판사 지도장의 대표 세계지도는 절충도법에 속하는 밀러 도법(그림 7a9)), 에케르트제4 도법, 정거원통 도법(그림 7b10))으로 제작된 것이다(하네다 고스케, 2024). 그리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제작된 인구・자원・기후 등의 분포도 및 통계자료 기반 지도 제작에는 빈켈트리펠 도법, 로빈슨 도법, 에케르트제4 도법, 에케르트제6 도법이 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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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a) 밀러 도법, (b) 정거원통 도법

오스트레일리아 연방정부 기관인 호주교육과정평가원(Australian Curriculum, Assessment and Reporting Authority)은 주 및 준주에서 채택하거나 변형하여 적용하는 국가 교육과정을 수립한다. 2023년부터 적용되는 국가교육과정(ACARA Version 9)의 지리 영역 성취기준에서 지도 투영법이 명시되지 않으나, 뉴사우스웨일즈 주 교육부의 지도 소개 지원 자료(NSWDE, 2020)를 고려할 때 교육 현장에서 지도 투영법에 관한 학습이 이루어진다고 추정할 수 있다.

교육과정 연계하여 제작된 재커랜다 지도책은 옥스퍼드 등과 함께 오스트레일리아 전역에서 사용되는 대표적 아틀라스 중 하나이다. 재커랜다 지도책 제9판은 출판사가 ‘50주년 기념판’으로 명명하여 2017년에 출간되었으며(Jacaranda, 2017), 제9판은 현재까지 최신 인쇄판으로서 디지털 자원과 결합된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이 제9판에는 절충도법인 타임스(Times, 그림 8)11)로 제작된 태평양을 지도의 중심에 배치한 세계전도와 주제도가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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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타임스 도법

III. 우리나라의 세계지도 투영법

1. 중등 교육과정과 지도부도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사회과 교육과정의 ‘지리 인식’, ‘자연환경과 인간생활’과 ‘인문환경과 인간생활’ 영역에서 위치와 영역, 기후・지형 환경, 인구・문화・도시・경제 등 주제를 학습한다(교육부, 2022). 그리고, 동일 교육과정에 따른 고등학교의 통합사회1과 통합사회2 과목은 시간・공간・사회・윤리 측면을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 관점에서 지리 내용의 일부 학습 주제를 포함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한국지리와 세계지리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선택 과목으로 편제된다(교육부, 2022).

최신 교육과정을 반영한 고등학교 지리부도는 비상교육, 천재교과서, 미래엔에서 출판한다. 비상교육의 지리부도는 지도 투영 왜곡 특성과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작한 다양한 투영법 세계지도를 학습 자료로 제공한다. 정거원통 도법을 적용한 세계전도 외에도 하크 세계지도, 디르케 세계지도와 미국항공우주국이 제작한 인문환경 및 자연환경에 관한 주제도가 수록된다. 천재교과서에서 출판한 지리부도에는 갈 도법 기반 세계전도가 수록되며, 비상교육과 같이 디르케와 하크 등 세계지도의 주제도가 포함된다. 미래엔의 지리부도에 수록된 세계전도는 로빈슨 도법 및 밀러 도법으로 제작되었으며, 디르케와 하크 외에도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주제도가 수록된다. 고등학교 지리부도에서 제공되는 세계전도와 주제도는 오스트레일리아와 같이 태평양을 중심으로 대륙과 해양을 배치하여 제작된 지도이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소축척지형도 사업의 일환으로 로빈슨, 메르카토르, 에케르트제4, 구드호몰로사인과 빈켈트리펠 도법을 기반으로 제작된 세계지도를 일반인에게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로빈슨 도법과 메르카토르 도법을 적용한 낱장 세계지도는 최근까지 지속적 갱신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나머지 도법을 이용한 낱장 세계지도는 2014년에 한하여 제작되었다.

그림 9는 국토지리정보원이 2025년에 제작한 메르카토르 도법과 로빈슨 도법 기반 세계지도이다. 로빈슨 도법 지도에는 남극과 북극뿐만 아니라 빈켈트리펠, 구드호몰로사인, 에케르트제4와 메르카토르 도법으로 제작된 지도가 포함된다. 국토지리정보원의 로빈슨 세계지도에 포함되는 구드호몰로사인 도법을 적용한 지도는 대륙을 절단하는 방식이 적용되었으나, 지표 현상을 설명하는 대부분 주제도는 해양을 절단하여 제작된다. 청소년 사용자를 대상으로 2022년에 출판된 ‘대한민국 국가지도집 청소년판’은 로빈슨 도법과 메르카토르 도법을 적용한 세계지도와 함께 투영법별 아프리카와 그린란드의 면적과 형태 비교 자료도 제공한다(국토지리정보원,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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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9.

국토지리정보원 세계지도: (a) 메르카토르 도법, (b) 로빈슨 도법

2.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지도 투영 변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인 QGIS에서 지도 투영은 좌표계라 불리는 CRS(Coordinate Reference System)를 기반으로 변환되는데, 이 소프트웨어의 기본 좌표계는 오픈소스 라이브러리인 PROJ를 활용하며, 그 외 좌표계는 PROJ 및 WKT(Well-Known Text) 형식을 기반으로 사용자에 의해 정의될 수 있다.

기본 좌표계 또는 사용자 정의 좌표계가 설정된 후, 벡터 또는 래스터 자료의 좌표계는 실시간(On-the-Fly) 또는 파일 저장의 과정을 거쳐 변환된다. QGIS를 활용하여 국토지리정보원의 세계지도 제작에 적용된 투영법 각각을 대상으로 실시간 좌표변환 결과를 검토하기 위해 내추럴어스(Natural Earth)가 제공하는 1:1억 천만 축척 국가 경계(Admin 0 – Countries), 30° 간격 경위선(graticules)과 공간 범위(bounding box) 벡터 자료를 활용하였다.

그림 10은 지도의 중앙에 영국 그리니치가 위치한 에케르트제4와 구드호몰로사인 두 도법 각각을 대상으로 실시간 좌표 변환 결과이다. PROJ 자료와의 비교에 따르면, 에케르트제4 도법으로 변환하더라도 대륙의 형상과 경위선망 형상・간격이 거의 동일하게 재현되었다. 로빈슨 도법과 빈켈트리펠 도법을 대상으로 수행한 실시간 좌표 결과도 에케르트제4 도법과 같았다. 그러나, 구드호몰로사인 도법의 실시간 좌표 변환12) 결과는 로브가 단절되지 않고 이어지며 경위선이 로브 경계를 넘어 서로 겹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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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0.

기본 좌표계를 활용한 QGIS 기반 실시간 좌표 변환: 표준 경선 0°

그림 11은 동경 150°를 표준 경선으로 설정한 사용자 정의 좌표계를 기반으로 에케르트제4 도법과 구드호몰로사인 도법 각각을 대상으로 실시간 좌표 변환한 결과이다. 에케르트제4 도법의 경우, 표준 경선의 대척 경선에 해당하는 서경 30° 인근을 가로지르는 폴리곤이 단절되지 않은 채 좌표 변환이 수행되어 극의 경계에 위치한 아이슬란드와 남극 대륙이 동서 방향으로 길게 늘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났다. 로빈슨 도법과 빈켈트리펠 도법에서도 이와 같은 형태 왜곡이 확인되었다. 구드호몰로사인 도법의 좌표 변환 결과에서는 대척 경선의 단절과 연계된 형상 왜곡뿐만 아니라, 경위선과 대륙 폴리곤의 절단 위치 불일치에 따른 로브의 단절 형태 소실 및 왜곡 문제점이 추가로 발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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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1.

사용자 정의 좌표계를 활용한 QGIS 기반 실시간 좌표 변환: 표준 경선 150°

국토지리정보원이 운영하는 국토정보플랫폼은 표준 경선을 150°로 설정한 투영법 기반 메르카토르 도법과 로빈슨 도법 쉐이프파일(Shapefile) 자료를 일반인에게 제공한다.13) 그러나, 에케르트제4, 빈켈트리펠과 구드호몰로사인 투영법이 적용된 세계지도는 PDF 형식으로만 배포된다.

IV. 결론

본 연구는 해외 주요국과 우리나라의 사례를 통해 세계지도 투영법의 교육적 활용을 고찰하였다. 3차원 지구 표면을 2차원 평면으로 옮기는 투영법에서는 면적, 형태, 거리, 방위 가운데 일부에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므로, 각각의 도법에 고유한 기하학적 특성은 세계를 이해하는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위도로 갈수록 면적이 과장되는 메르카토르 도법은 서구 중심적 세계관의 강화라는 비판을 받아온 반면, 그 대안으로 제시된 갈-페터스 도법은 면적을 보존하나 남북 방향의 대륙 형상의 왜곡이 크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는 특정 도법을 다른 도법으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에 이를 수 없음을 의미하므로, 교육을 통해 투영법에 내재한 왜곡의 특성을 이해하는 역량의 함양 필요성을 시사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과제의 해결이 요구된다.

먼저, 비판적 지도학 관점의 수용과 교육과정에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1980년대 말 할리 이후 비판적 지도학은 지도를 권력관계와 세계관이 투영된 사회적 구성물로 재정의하여 왔으나, 우리나라의 교육과정과 지리부도는 투영법을 기술적 특성의 소개 수준에서 취급할 뿐, 도법 선택의 의도나 왜곡의 사회적 함의를 탐구하는 내용을 포함하지 아니한다. 이러한 관점의 부재는 제도적 공백으로 이어져,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투영법과 왜곡 특성이 독립적 성취기준으로 명시되지 아니하였다. 이는 일본이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통해 도법 선택의 중요성을 명시하고, 독일지리학회가 투영에 따른 지도적 표현의 조작 가능성을 분석하는 역량을 성취기준으로 규정하는 것과 대조된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비판적 도법 해석의 교육적 의의를 학문적으로 정립하고, 이를 교육과정의 명시적 학습 요소로 반영하기 위한 논의를 심화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다양한 도법으로 제작된 세계지도의 확충・정비 및 활용에 관한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한 현행 지리부도의 대표 세계전도 도법은 상이하나, 이는 목적과 맥락에 따른 의도적 다양성인지 또는 통일된 기준의 부재에 기인한 결과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는 학습 목적과 학습 주제에 부합하도록 상이한 도법을 병행 활용하는 해외 사례와 구별된다. 따라서, 교육과정의 논의에 따른 내용을 반영하여 일반도와 주제도 제작 목적에 부합하는 도법을 선택하여 활용하는 지리부도 발간 지침의 개발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국토지리정보원은 로빈슨・메르카토르 도법 외에도 에케르트제4, 구드호몰로사인, 빈켈트리펠 도법에 기반한 세계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기존 도법 외 신규 투영법을 적용한 세계지도를 제작함으로써 지리부도 발간을 지원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비판적 지도학 관점의 수용이라는 학문적 과제와 다양한 도법 지도의 제작・활용이라는 정책적 과제가 상호 보완적으로 추진될 때, 우리나라 세계지도 투영법 교육에서의 실질적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지리 교육과정의 변천 과정을 고찰하고 미래 교육의 방향성을 하고, 이러한 방향을 구체적인 교육과정 성취기준으로 반영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지리부도 개발 지침으로 발전시키고, 오픈소스 GIS 환경에서 도법별 좌표변환과 왜곡을 직접 재현・검증하는 실습적 접근을 통해 교육 현장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Acknowledgements

본 연구는 상명대학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음(과제번호: 2024-A000-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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