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II. 선행연구 고찰
1. 북한 공간유형의 형성 원리와 특징
2. 북한 공간유형에 대한 도시-농촌의 이분법적 접근의 한계
III. 연구지역 및 연구방법
1. 연구지역
2. 연구방법
IV. 북한 접경지역의 시공간 전이 특성 분석
1. 북한 접경지역의 시공간적 전이 특성 분석
V. 토론
VI. 결론
I. 서론
접경지역은 국가 간 정치・군사적 관계와 경제・사회적 상호작용이 중첩되어 형성되는 특수한 공간으로, 갈등과 협력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적 특성을 가진다. 남북 접경지역도 예외는 아닌데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는 첨예한 갈등의 공간인 동시에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협력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남북 접경지역은 한반도 평화정착과 공동발전을 위한 핵심 공간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왔다.
지금까지의 남북협력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과 같이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점적(Point-to-Point) 협력방식을 통해 추진되어 왔다. 이러한 협력방식은 남북관계 개선과 경제 교류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했으나, 협력의 고도화와 주변지역으로의 파급효과 확산에는 한계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국가 간 협력 초기 단계에서는 거점 기반 접근이 효과적일 수 있으나, 협력의 확대와 고도화를 위해서는 협력 분야의 집적에 따른 외부경제(external economies)가 필요하다. 특히 노동시장 풀링, 생산자 서비스업, 지식 확산 및 혁신 네트워크 형성 등은 도시 단위의 공간집적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향후 남북협력은 개별 거점 중심의 협력을 넘어 도시 간 기능적 연계를 고려한 협력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남북 접경도시 협력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폐쇄성과 자료 접근의 제약으로 협력대상 도시 선정 및 구체적인 추진 방안 구상에 한계가 있었다. 또한 남북의 도시 분류 기준이 상이하여 횡단비교가 어려우며, 이는 실효성 있는 계획 수립의 한계로 작용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남북한 도시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기 위해, 위성 기반의 글로벌 정주지 격자 데이터인 GHS SMOD(Global Human Settlement Layer - Settlement Model, 이하 SMOD)를 활용하였다.
한편 북한 국토공간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전후 복구,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의 형성과 변화 등 급격한 정치・사회적 변동을 경험하였음에도 과거의 공간구조가 현재와 미래의 발전 방향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강한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을 가지고 있다(장경석・김형민, 2021; 김백영, 2023). 따라서 북한 접경지역 도시화의 과거 발전경로를 분석하는 것은 단순한 국토변화의 이해를 넘어 향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도시 발전 방향과 잠재적 협력거점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기존의 북한 도시 연구는 주로 정치이념과 사회주의 체제에 기반한 도시 공간의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반면, 북한 접경지역 공간 유형의 장기적 전이 과정과 지속성, 방향성 및 자기강화 등을 통한 경로의존성을 규명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흡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SMOD 자료를 활용하여 1990~2020년 북한 접경지역의 장기적인 공간유형 변화를 정량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공간적 경로의존 특성을 탐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경로의존적 특성을 SMOD 공간유형의 시공간적 전이 과정에서 관찰되는 정량적 속성으로 설정하고, ‘과거 시점의 공간유형이 이후 시점의 변화에 영향을 미쳐 전이의 방향성 및 제약, 지속성, 그리고 군집을 통한 자기강화가 복합적으로 발현되는 현상’으로 조작적으로 정의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공간유형 전이의 특징, 공간유형의 자기유지 정도, 공간적 군집 패턴을 다각적으로 분석하여 북한 접경지역 도시의 경로의존적 특성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북한 접경지역의 시공간적 변화 특성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고, 향후 남북 접경지역 협력계획 및 도시협력 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II. 선행연구 고찰
1. 북한 공간유형의 형성 원리와 특징
북한의 공간유형1)은 자본주의적 시장원리나 자생적 질서가 아닌, 사회주의 이념과 국가의 정치・군사적 목적에 의해 철저히 기획된 산물이다(전상인 등, 2015; 임형백, 2009). 최근에는 장마당의 활성화와 비공식 경제활동의 확산으로 상업 거점 형성 등 자생적・시장적 요소가 공간상에 일부 반영되는 경향을 보인다(홍민, 2015).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근간이 되는 거시적 공간구조는 여전히 국가의 중앙집권적 계획과 제도적 관성에 의해 강력히 규정되는 경로의존적 특성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도시계획법」(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2003)과 「토지법」(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1977)을 통해 대도시로의 인구 집중을 억제하고 전국 각지에 소규모 도시를 균형 있게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북한 도시계획이 과밀억제 및 위성도시 건설을 기본 원칙으로 제시해 왔음을 보여준다(김흥순, 2018). 이는 자본주의 도시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구 과밀, 노동력 불안정, 계급 분화 등을 방지하려는 사회주의적 공간 통제의 일환이며, 이를 바탕으로 계획경제 체제하의 지역 간 균형발전과 인구 분산을 도모하였다(이재하, 2000). 특히 이러한 공간정책 기조 속에서 지역 거점으로서 ‘군(郡)’의 역할과 기능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으며, 최근에는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추진하여 군 단위의 생산 및 생활기반을 확충함으로써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 이념에 따른 국토의 균형발전을 표방함과 동시에, 중앙집권적 통제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기능적으로 차별화된 정주체계를 구축하였다. 이에 따라 ‘평양-도・직할시-시・군-읍’으로 이어지는 위계적 정주구조가 형성되었으며, 각 공간 단위는 행정, 산업, 생활서비스 기능을 체계적으로 분담하도록 계획되었다. 이러한 기능적 위계는 국가의 계획과 자원배분 체계를 통해 장기간 고착화되었으며, 한번 형성된 공간구조는 이후의 공간적 변화를 제약하는 자기강화 기제로 작용하였다(이영웅・송신배, 2001). 이는 초기의 공간구조와 제도적 배치가 자기강화 과정을 거치며 고착되어 경로의존적 공간구조를 형성하였음을 시사한다(David, 1985; Arthur, 1989; Pierson, 2000; Jang and Kim, 2021).
종합하면, 북한의 공간유형은 이념적・정치적・군사적 목적에 의해 형성된 공간구조가 장기간 유지・강화되는 특성을 보이며, 이는 과거의 제도적・공간적 선택이 이후의 변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약하는 경로의존적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2. 북한 공간유형에 대한 도시-농촌의 이분법적 접근의 한계
북한 공간유형에 관한 기존 연구는 주로 도시와 농촌을 서로 구분된 공간으로 이해하는 이분법적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도시 연구는 평양을 비롯한 주요 도시의 형성과 공간구조, 산업입지, 도시계획 및 사회주의 도시체계에 초점을 맞추었으며(장세훈, 2006; 이상준 등, 2014; 박세훈 등, 2016; 원석환・황철수, 2018), 농촌 연구는 농업, 토지 또는 식량 공급에 대한 연구를 제외하면 마을 배치, 주거계획, 살림집 등의 연구(이왕기・오영식, 1999; 성주인 등, 2012; 임채환 등, 2026)가 수행되었다. 이러한 연구들은 북한 공간구조의 형성과 특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였으나, 도시와 농촌 사이의 점이지대적 공간이나 공간유형의 연속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하였다.
이러한 도시-농촌 이분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두 공간을 연계하려는 연구가 수행되었다. 박희진(2020)은 도시와 농촌을 연속적인 공간체계로 인식하고 양자의 상호작용을 강조하였다. 도시와 농촌이 연접한 공간에서는 도시와 농촌의 관계에 따라 다양한 계층이 파생되기도 하는 역동성의 공간임을 제시하였다. 황진태(2023)는 도시와 농촌을 상호배타적이고 분리된 공간으로 설정함으로써 발생하는 도농 혼재공간의 특징을 포착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적하였다.
이러한 연구들은 북한 공간을 도시와 농촌의 이분법적 구조에서 벗어나 연속적인 공간체계로 이해해야 한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특히 도시와 농촌의 상호작용과 도농 혼재공간의 존재를 강조함으로써 기존 북한 공간연구의 개념적 범위를 확장하였다. 그러나 도시와 농촌으로 구성된 연속적인 공간체계를 어떻게 과학적으로 구분하고 식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와 농촌을 하나의 연속적인 공간으로 간주하고, 공간유형 간 변화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III. 연구지역 및 연구방법
1. 연구지역
연구지역은 비무장지대(DMZ) 및 한강하구 중립수역과 접하고 있는 북한 시・군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공간적 범위는 <그림 1>과 같다. 일반적으로 접경협력 도시는 공유된 사회적・정치적・경제적 과정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도시 간 연계체계로, 국가 경계가 갖는 분리적 성격을 완화하고 상호 지향성과 연대성을 강화하기 위한 협력 전략으로 이해된다(Jańczak, 2017). 또한 접경협력 도시는 지역 안정, 인프라 공유, 시장 통합 및 정보교류 등 초국경적 공공재(collective goods)의 공급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국경지역 거버넌스 형성에 기여한다(Massoni and Abe, 2019).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는 남북 간 공간적 연계 가능성이 높은 남북 접경지역 중 북측 접경지역(이하, 북한 접경지역)을 연구대상으로 설정하였다.
연구지역은 서쪽의 연안군부터 동쪽의 고성군까지의 접경지역으로 구성된다. 연안군, 배천군, 개풍군 및 판문군 일부는 한강하구 중립수역에 접하고 있으며, 장풍군으로부터 고성군까지는 DMZ와 접해 있다. 또한 개성특별시의 중심 행정구역인 개성시는 개풍군, 판문군 및 장풍군과 기능적으로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으며 행정・경제・인프라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연구범위에 포함하였다.
2. 연구방법
1) SMOD 데이터
SMOD 데이터는 DEGURBA의 정의에 따라 분류한 글로벌 정주체계 자료이다(European Commission, 2023). SMOD는 인구와 고해상도 위성영상 기반의 건축물 정보를 결합하여 국토공간을 1㎞×1㎞ 격자 기반으로 도시, 준도시 및 농촌으로 분류한다. 이는 행정구역 중심의 분석을 넘어 기능적 국토공간의 변화와 발전 양상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SMOD는 2026년 현재 1975년부터 2030년까지 5년 단위로 제공되며, 2025년과 2030년 자료는 과거 변화 추세를 기반으로 생성된 전망치(projected estimates)에 해당한다. 본 연구에서는 SMOD 자료를 기반으로 구분된 도시, 준도시, 농촌 간의 전이를 분석하며, 이하에서는 이들 세 범주를 공간유형(spatial type)으로 통칭하였다.
북한은 최근 공식 인구총조사 자료가 2008년에 발표되었을 정도로 통계자료의 접근성이 제한적이며, 건축물의 용도 및 정주지 특성을 검증할 수 있는 상세 공간자료 확보 또한 어렵다. 따라서 SMOD의 정확도 역시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MOD는 전 세계를 동일한 기준과 방법론으로 구축한 자료로서 남북 간 비교를 가능하게 하며, 북한과 같이 데이터가 제한된 지역에서 공간유형의 변화를 장기간에 걸쳐 일관된 기준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북한의 공간유형의 변화가 주요 정치・경제적 전환기에 따라 어떠한 변화를 보였는지 살펴보기 위해 1990년, 2000년, 2010년 및 2020년을 주요 분석 시점으로 선정하였다. 각 시점은 계획경제 정체기, 경제위기 및 고난의 행군 이후, 시장화 확산기, 코로나19 및 국경봉쇄기를 대표한다.
2) DEGURBA에 따른 정주지 분류 방법
DEGURBA는 제51차 유엔통계위원회(UNSC)에서 공식 승인된 국제 표준 분류체계이다(UNSC, 2020). DEGURBA는 국가별 상이한 도시 정의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완화하고 국가 간 비교를 가능하게 해준다. 또한 국토공간을 도시와 농촌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을 하지 않고,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하나의 체계로 인식한다. 이는 도시와 농촌 사이에 위치한 준도시 및 교외지역(peri-urban)의 특성을 분석할 수 있도록 하며, 행정구역 경계에 따른 왜곡을 최소화한다.
DEGURBA는 레벨1 분류에서 도시 중심지(Urban Centre), 도시 클러스터(Urban Cluster), 농촌(Rural)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그 내용과 기준은 <표 1>과 같다. 본 연구에서는 공간적 위계 변화 관점에서 보다 명확히 해석하기 위해, Urban Centre는 ‘도시’, Urban Cluster는 전이적 공간 특성을 갖는 중소도시와 교외지역(peri-urban)을 포함하므로 ‘준도시’, Rural은 ‘농촌’으로 구분하였다. 이와 같은 구분은 다양한 공간유형을 구조화하여 거시적 스케일에서 도시체계 변화의 흐름을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Pontius Jr. et al., 2004).
표 1.
DEGURBA Level1 분류 기준 (인구밀도)
|
level 1 (code) | 논리적 정의에 사용되는 격자 셀 집합 | |
|
지역 인구밀도 최저 기준 “ > ” (people/㎢) |
클러스터 인구밀도 최저 기준 “ > ” (people/㎢) | |
|
URBAN CENTRE (3) | 1,500 | 50,000 |
|
URBAN CLUSTER (2) | 300 | 5,000 |
|
Rural (1) | none | none |
3) 시공간적 변화 및 경로의존성 측정을 위한 지표
(1) 전이행렬과 전이확률
분석 기간(1990년~2020년, 10년 단위) 동안 도시, 준도시, 농촌 간의 전이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3×3 전이행렬(Transition Matrix)을 산출하였다. Kemeny and Snell(1976)은 전이행렬을 시점 간 상태 변화의 방향과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하였으며, 전이 빈도와 전이확률을 통해 상태 유지 또는 유형 간 전환 특성을 분석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전이행렬은 특정 시점의 공간유형이 이후 시점에서 어떤 유형으로 변화하였는지를 행렬 형태로 나타내는 기법으로, 공간유형의 유지와 전환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대각성분은 공간유형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비대각성분은 공간유형 간 전이 방향과 강도를 나타내므로, 공간유형의 경로의존성과 구조적 변화 양상을 분석하는 데 효과적인 분석도구로 활용된다.
전이확률(Transition Probability)은 특정 시점의 유형이 다음 시점에 동일하거나 다른 유형으로 변화할 확률을 의미한다. 전이확률이 높을수록 해당 유형 간 전환이 빈번하게 발생함을 의미하며, 대각선 요소는 동일 유형이 유지될 확률을 나타낸다. 따라서 대각선 전이확률이 높을수록 특정 유형이 기존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는 시간적 경로의존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전이확률은 전이 빈도의 절대적인 규모보다 공간유형별 상대적인 변화 가능성을 나타내므로, 유형 간 안정성과 전환 특성을 비교하는 데 유용하다.
: 상태 에서 상태 로 전이될 확률
: 상태 에서 상태 로 변화한 격자수
: 상태의 개수
(2) 국지적 공간자기상관 지수(LISA)
국지적 공간자기상관 지수(Local Indicators of Spatial Association, LISA)는 특정 공간단위와 인접 공간단위 간 속성값의 유사성을 평가하여 공간적 군집(cluster)과 이상치(outlier)를 탐지하는 기법이다(Anselin, 1995). 본 연구에서는 전이된 격자의 공간적 군집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Local Moran's I를 적용하였다. 전체 분석기간 동안 농촌에서 도시로의 직접 전이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준도시에서 도시로의 전이는 사례 수가 매우 적어 공간적 군집 특성을 분석하기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LISA 분석은 농촌에서 준도시로의 전이 유형을 대상으로 수행하였다.
LISA 분석 결과는 High-High cluster(이하 HH), High-Low outlier(이하 HL), Low-High outlier(이하 LH), Low-Low cluster(이하 LL)로 구분된다. HH는 높은 값을 갖는 지역들이 서로 인접하여 분포하는 공간적 양(+)의 자기상관 패턴으로, 고밀도 또는 고위계 격자의 공간적 군집을 의미한다. HL은 대상 지역의 속성값은 높지만 주변 지역의 속성값은 낮은 공간적 음(-)의 자기상관 패턴으로, 주변 지역과 구별되는 고립적 특성을 나타낸다. 반대로 LH는 대상 지역의 속성값은 낮지만 주변 지역의 속성값은 높은 공간적 음(-)의 자기상관 패턴을 의미한다. LL은 대상 지역과 주변 지역 모두 낮은 값을 갖는 공간적 양(+)의 자기상관 패턴으로, 저밀도 또는 저위계 격자가 집적된 공간 군집을 의미한다.
,
............
: 공간단위 에서의 Local Moran’s I
: 공간단위 수
: 공간단위 의 관측값
: 공간단위 의 관측값
: 전체 평균
: 공간가중치(spatial weight)
IV. 북한 접경지역의 시공간 전이 특성 분석
1. 북한 접경지역의 시공간적 전이 특성 분석
1) 시기별 북한 접경지역 공간유형의 변화
북한 접경지역은 총 12개 시・군, 7002개의 격자(1km × 1km)로 구성되었다. 1990년부터 2020년까지 공간유형의 변화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농촌의 점진적인 감소와 준도시의 확대, 그리고 도시의 정체가 나타나는 구조적 특징이 관찰된다(<표 2> 참조). 1990년 기준 북한 접경지역은 농촌이 전체의 97.9%를 차지하는 전형적인 농・림업 중심 지역이었다. 이후 농촌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20년에는 6,740개 격자로, 1990년 대비 116개 격자(1.7%)가 감소하였다.
표 2.
1990–2020년 북한 접경지역의 공간유형 변화
| 구분 | 1990 | 2000 | 2010 | 2020 |
% change (1990~2020) |
| 도시 | 26 | 28 | 28 | 29 | + 11.5% |
| 준도시 | 120 | 141 | 183 | 233 | + 94.2% |
| 농촌 | 6,856 | 6,833 | 6,791 | 6,740 | - 1.7% |
반면 준도시는 1990년 120개 격자에서 2020년 233개 격자로 증가하여 94.2%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전체 공간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1.7%에서 3.3%로 확대되어 분석기간 동안 가장 뚜렷한 변화가 나타난 공간유형으로 확인되었다. 도시는 같은 기간 26개 격자에서 29개 격자로 증가하여 증가율은 11.5%를 기록하였으나, 실제 증가 면적은 3㎢에 불과하여 전체 비중도 0.4%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북한 접경지역의 공간유형 변화에서 준도시의 증가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북한 접경지역 공간유형의 전이와 특징
시기별 북한 접경지역의 공간유형 간 변화를 전이행렬을 통해 분석한 결과, 농촌에서 준도시로의 전이가 주요한 변화 유형으로 나타났다(<그림 2> 참조). 반면 농촌에서 도시로의 직접적인 전이는 관측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의 신도시 개발과 같은 대규모 도시개발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농촌-도시 간 급격한 공간유형 전이와는 상이한 양상으로, 북한 접경지역에서는 점진적인 도시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농촌에서 준도시로의 전이는 분석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0~2020년 동안 농촌에서 준도시로 전이된 격자는 총 116개로 나타났으며, 이 중 1990~2000년에 23개, 2000~2010년에 42개, 2010~2020년에 51개가 전이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1990년 이후로 농촌에서 준도시로의 전이가 꾸준하게 이루어졌고, 그 규모도 점차 확장되었음을 알 수 있다. 준도시에서 도시로의 전이는 1990~2000년 기간에 2개 격자, 2010~2020년 기간에 1개 격자에서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준도시에서 도시로의 전이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공간유형 간 전이는 양방향으로 나타나지 않고 특정 방향으로 편중된 비대칭적 구조를 보였다. 특히 농촌에서 준도시, 준도시에서 도시로의 전이는 나타나는 반면, 도시에서 준도시, 준도시에서 농촌으로의 역방향 전이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준도시에서 도시로의 전이 역시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북한 접경지역의 공간유형 변화가 자유로운 양방향 전환보다는 특정 방향으로 제약된 전이구조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준도시가 형성된 이후에는 기존 농촌으로 회귀하기보다 준도시 상태를 지속하는 경향이 강함을 나타낸다. 따라서 높은 공간적 지속성과 특정 방향으로 편중된 비대칭적 전이구조가 함께 나타난다는 점에서, 북한 접경지역의 공간유형 변화는 과거 공간유형과 변화경로가 이후의 공간변화를 제약하는 경로의존적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3) 북한 접경지역 공간유형의 전이확률과 지속성
1990~2020년 동안 북한 접경지역의 공간유형 전이확률을 분석한 결과, 모든 공간유형에서 대각선 자기유지확률(self-transition probability)이 0.975~1.000 수준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그림 3> 참조). 이는 대부분의 지역이 기존 공간유형을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북한 접경지역의 공간구조가 높은 공간적 지속성을 보이는 가운데 제한적인 공간유형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지속성과 제한적인 전이 양상은 북한 접경지역의 공간변화가 기존 공간구조의 영향을 받는 경로의존적 특성을 보임을 시사한다. 즉, 공간유형 변화가 새로운 유형으로 급격히 전환되기보다는 기존 공간유형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농촌의 자기유지 확률은 전 기간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농촌에서 준도시로의 전이확률은 1990~2000년 0.3%, 2000~2010년 0.6%, 2010~2020년 0.8%로 점진적으로 증가하였다. 이는 일부 농촌지역에서 준도시 수준의 정주공간으로 변화하는 지역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전이확률 자체는 모든 기간에서 1% 미만으로 매우 낮아 급격한 도시화보다는 점진적이고 제한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준도시 역시 높은 자기유지확률을 나타냈으며, 준도시에서 도시로의 전이확률은 1990~2000년 1.7%에서 2010~2020년 0.5%로 감소하였다. 이는 준도시가 다른 공간유형으로 전환되기보다 기존 공간유형을 유지하는 경향이 강하며, 준도시에서 도시로의 전이는 제한적으로 나타남을 보여준다. 한편, 도시는 전 기간 동안 자기유지확률이 1.000으로 나타나, 기존 도시지역이 다른 공간유형으로 전환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종합하면, 북한 접경지역의 공간유형 변화는 높은 자기유지확률에 기반한 공간적 지속성과 제한적인 전이가 동시에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특히 농촌에서 준도시로의 전이 가능성은 시간에 따라 소폭 증가한 반면, 준도시에서 도시로의 전이는 제한적으로 나타났으며, 도시의 자기유지확률은 전 기간 동안 1.0%으로 유지되었다. 이는 북한 접경지역의 공간변화가 기존 공간유형으로부터 급격하게 이탈하기보다는 기존 공간구조를 유지하면서 제한적인 유형 변화가 누적되는 경로의존적 특성을 보임을 의미한다. 또한 농촌에서 도시로의 직접적인 전이가 관측되지 않았다는 점은 공간유형 간 변화가 특정 방향으로 제약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이러한 전이의 비대칭성은 북한 접경지역의 공간변화 경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특징으로 볼 수 있다.
4) 북한 접경지역 공간유형 변화의 공간적 자기상관 및 군집
전이행렬 분석 결과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북한 접경지역 공간유형 변화의 주요 특징은 농촌지역이 준도시지역으로 전이되는 현상이 우세하게 나타나는 반면, 도시지역으로 발전하는 사례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이에 전이 발생의 공간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농촌에서 준도시 전이에 초점을 맞추어 공간적 자기상관을 분석하였다. 농촌에서 준도시로 전이된 격자는 1, 그 외 격자는 0으로 이진화(binary)하여 LISA(Local Indicators of Spatial Association) 분석을 수행하였다.2) 이를 통해 단순히 준도시 지역의 공간적 분포를 분석하기보다는 전이된 지역의 공간적 군집성에 초점을 두고 분석하였다.
LISA 분석 결과, HH는 연안군, 판문군, 장풍군, 평강군, 창도군, 고성군에서 나타났으며, 이 중 연안군의 전이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HH는 농촌에서 준도시로의 전이가 발생한 격자들이 주변의 전이 발생 격자와 공간적으로 집중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농촌에서 준도시로의 전이는 연구지역 전반에 무작위적으로 분산되어 발생하기보다는 일부 지역에서 공간적으로 군집하여 발생하는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데이터의 최외곽 경계부분을 제외하고는 북한 접경지역 전체에서 LL 유형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는 농촌에서 준도시로의 전이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들이 공간적으로 군집하는 패턴이 뚜렷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하면, 북한 접경지역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공간구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농촌에서 준도시로의 전이가 선택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LH는 전이가 발생하지 않은 격자가 전이가 집중된 격자 주변에 위치하는 공간적 이상치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LH가 HH 및 HL 주변에 분포한다는 것은 전이가 집중된 지역과 비전이 지역이 공간적으로 인접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향후 전이의 공간적 확산 또는 주변 지역으로의 확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잠재적 공간으로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농촌에서 준도시로의 공간 유형 전이를 이진화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Local Moran's I 공간가중행렬에 대한 민감도를 검토하기 위해, Queen(8방향 이웃)과 Rook(4방향 이웃)의 인접성을 각각 적용하여 결과의 일치도를 비교하였다(<표 3> 참조). 총 7,002개의 격자를 대상으로 HH의 민감도를 분석한 결과, Rook 방식을 적용했을 때 도출된 HH 격자는 36개인 반면, Queen 방식은 77개로 나타나 약 2.1배의 양적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두 방식에서 공통적으로 HH로 식별된 격자는 35개로, Rook에서 식별된 HH의 97.2%(35개 중 36개)가 Queen에서도 동일하게 HH로 식별되었다. 이는 Rook 방식에서 식별되는 핵심적인 농촌에서 준도시로의 전이 HH 격자 대부분이 Queen 방식에서도 안정적으로 식별됨을 의미한다. 즉, 공간 정의를 대각선 방향까지 확장하더라도 Rook 기반의 핵심적인 전이 중심지는 대부분 누락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었다. 다만, Queen의 더 넓은 이웃 정의로 인해 대각선 방향의 격자까지 공간적 연관성 계산에 포함되면서, 순수한 HH 간의 유사성을 나타내는 HH Jaccard 유사도는 44.87%, Queen 기준의 HH 유지도는 45.45%로 다소 낮게 집계되었다. 우연에 의한 일치 확률을 보정한 Cohen's Kappa 계수 역시 0.4294로 보통 수준의 일치도를 기록하였다. 결론적으로 Queen 방식은 Rook 방식이 찾아내는 HH를 대부분 포함하면서도 농촌-준도시 전이의 공간적 연속성을 더 유연하게 포착하므로, Queen 방식의 적용만으로도 연구 지역의 공간유형 전환 패턴을 규명하는 데 부합하는 정보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Queen 방식은 대각선 방향의 인접성을 포함하기 때문에 Rook 방식에 비해 HH 클러스터의 공간적 범위를 넓게 식별하나, 이는 이웃 정의 기준에 따른 공간적 범위의 차이일 뿐, 이진화된 공간유형 전이 데이터의 전반적인 전체 패턴과 핵심 지역을 식별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V. 토론
본 연구는 GHS-SMOD를 활용하여 1990~2020년 북한 접경지역의 도시・준도시・농촌 공간유형 변화를 분석하고, 전이행렬 및 LISA 분석 등을 통해 북한 도시공간의 시공간적 경로의존성을 체계적으로 검토하였다. 분석 결과, 각 공간유형은 전반적으로 높은 자기유지확률을 보였으며, 공간유형의 변화 역시 농촌에서 도시로 직접 전환되기보다 준도시를 거쳐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또한 이러한 전이가 일부 지역에 집중되는 공간적 자기강화 특성도 확인되었다.이는 북한 접경지역의 공간변화가 기존 공간구조와 무관하게 새롭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형성된 구조를 기반으로 변화의 방향과 속도가 결정되는 경로의존적 과정임을 보여준다.
경로의존성의 핵심은 과거의 경로가 이후의 변화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방향과 범위를 제한하는 가운데 기존 경로 위에서 새로운 변화가 누적된다는 점에 있다. 본 연구에서 농촌에서 도시로의 직접적인 전이는 나타나지 않은 반면 농촌-준도시 간 전이가 확인된 것은 이러한 특성을 잘 입증한다. 즉, 기존 농촌공간이 단기간에 도시로 급격히 전환되기보다는, 준도시라는 중간적 공간유형을 거치며 점진적으로 변화하였으며, 이는 북한 접경지역의 도시화가 기존 경로에 새로운 공간적 변화가 누적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준도시의 증가는 북한 접경지역 도시화의 경로의존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학술적 의미를 지닌다. 기존 북한 공간구조 연구가 도시와 농촌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에 치중하여 준도시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반면, 본 연구는 두 공간 사이에서 준도시가 형성・확대되는 역동적 과정을 실증하였다. 따라서 준도시는 일시적・단절적 전환의 결과가 아니라, 기존 공간경로가 새로운 도시화 동력과 결합하며 발현된 ‘경로변화의 공간적 결과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본 연구의 결과는 북한 도시의 경로의존성을 ‘지속성과 변화의 동시성’이라는 통합적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공간유형의 높은 자기유지성이 보여주는 시간적 관성은 기존 공간구조를 유지시키는 기저로 작용하며, 농촌에서 준도시로의 점진적 전이는 이러한 관성하에서 일어나는 경로제약적 변용을 의미한다. 이는 과거의 공간구조가 미래의 공간변화를 단선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경로가 변화의 가능성과 방향을 제한하면서도 그 내부에서 새로운 발전경로를 형성해 가는 다차원적 과정임을 보여준다.
한편, LISA 분석에서 확인된 HH 군집 역시 이러한 경로의존성을 공간적으로 규명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연안군, 판문군, 평강군, 창도군, 고성군 등에서 관찰된 전이의 HH 군집은 공간 전이가 개별 격자에서 무작위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거점 및 주변 공간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특정 지역에 군집되는 ‘공간적 자기강화’ 과정임을 의미한다. 즉, 북한 접경지역의 공간변화에는 각 지역에 축적된 공간구조와 지역적 조건에 따라 차별화된 변화경로가 형성되는 공간적 선택성이 작용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종합하면, 북한 접경지역 공간구조는 기존 공간의 높은 지속성, 농촌에서 준도시로의 점진적 전이, 그리고 특정 지역 중심의 공간적 군집성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하나의 시공간적 경로의존 체계 안에서 전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단면적인 도시 규모나 성장률 분석을 넘어, 공간 체계가 어떠한 시공간적 경로를 거쳐 현재 구조에 도달했고 향후 어떠한 이행 경로를 밟아가는지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함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북한 도시의 경로의존성을 정적인 ‘고착’이 아닌, 기존 경로의 지속과 새로운 경로의 점진적 형성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동태적 과정으로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한 실증적 근거를 제공한다.
VI. 결론
본 연구는 GHS-SMOD 자료를 기반으로 1990~2020년 북한 접경지역 도시공간의 시공간적 경로의존성을 분석하였다. 기존 북한 도시 연구가 주로 역사적・제도적・정책적 맥락에서 경로의존성을 다루었다면, 본 연구는 장기 시계열 공간자료를 활용하여 과거에 형성된 공간구조의 지속성, 전이경로, 그리고 공간적 군집성을 통해 경로의존성을 정량적으로 규명하였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연구의 구체적인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공간유형에서 0.975~1.000의 높은 자기유지확률이 관찰되었으며, 특히 도시 유형은 1.000의 자기유지확률을 보였다. 이는 북한 접경지역의 공간구조가 장기간 유지되는 강한 공간적 지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농촌에서 도시로의 직접 전환은 부재한 반면 농촌에서 준도시로의 전이가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준도시가 기존 도시와 농촌 공간 사이에서 점진적 공간변화를 매개하는 핵심 유형임을 보여주며, 이러한 방향성 있는 단계적 이행은 기존 공간구조가 이후 변화를 규정하는 경로의존적 특성을 나타낸다. 셋째, 연안군・판문군・장풍군・평강군・창도군・고성군 일부 지역에 형성된 LISA 전이 HH 군집은 공간 변화가 무작위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공간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특정 지역에 공간적으로 집중・강화됨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도시-농촌의 기존 이분법적 한계를 넘어, 공간적 지속성 속에서 준도시를 매개로 점진적・군집적 변화가 전개되는 북한 접경지역 공간구조의 발전 경로를 규명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학술적 의의를 지닌다.
그럼에도 본 연구는 공간유형의 변화 및 경로가 형성・지속되는 구체적인 원인과 작동 메커니즘을 직접 규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국가의 계획과 행정체계 외에도 산업 배치, 교통망, 군사적 영향, 인구 및 경제활동 등 다양한 요인이 지역별 공간 변화에 작용할 수 있으나, 자료의 제약으로 이를 종합 분석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야간조도, 교통망, 산업시설, 인구 및 경제활동 등의 자료를 결합하여 지역별 경로의존성의 차이를 유발하는 사회・경제적 동인을 규명하고, 경로가 강화되거나 분기되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본 연구는 북한 접경지역을 대상으로 분석하였기 때문에, 연구결과를 북한 전체 도시의 경로의존성으로 일반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향후에는 북한 내륙 및 주요 도시권으로 범위를 확대하여 북한 전체 도시체계의 경로의존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규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실증 분석 결과는 향후 남북 접경지역 도시협력의 공간적 방향을 모색하는 데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간의 남북 협력사업은 정치・군사적 요인에 의해 대상 지역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경로의존성이 강하게 작동하는 지역에서는 인위적인 거점 조성에 앞서 기존 공간체계의 발전경로를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공간적 지속성이 유지되는 지역과 농촌-준도시 전이가 집중되는 지역은 서로 다른 발전 단계에 있으므로, 일률적인 개발을 지양하고 각 지역의 공간구조와 전이경로에 부합하는 차별화된 맞춤형 접근이 요구된다. 본 연구의 결과가 향후 남북 교류와 협력이 재개될 때 실효성 있는 접경지역 공간협력 및 상생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데 유용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