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지리학회지. 30 September 2026. 167-189
https://doi.org/10.22905/kaopqj.2026.60.3.1

ABSTRACT


MAIN

  • I. 서론

  • II. 여성 이주노동자의 이동성과 도시 공간: 선행연구와 이론적 배경

  •   1. 여성 이주노동자의 이동성과 도시 공간

  •   2. 키노폴리틱스와 조건화된 이동성

  •   3. 공공장소의 공공성과 전유

  • III. 싱가포르 여성 이주가사노동 제도와 일요일 이동의 구조

  •   1.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고용과 체류

  •   2. 휴일제도와 시・공간적 이동성의 제약

  •   3. 일요일 이동의 경로와 집결 양상

  • IV.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일요일 집결과 공간 전유: 파야 레바-게일랑 사례

  •   1. 공공장소로의 집결과 신체를 통한 공간 재구성

  •   2. 체류 행위와 일시적 장소 만들기

  •   3. 물리적 점유의 반복과 초국적 관계의 가시화

  •   4. 조건부 체류와 공공성의 정치: 이동권과 체류권의 불균형

  • V. 결론

I. 서론

싱가포르는 세계 경제의 중심지이자 다수의 이주노동자가 유입되는 대표적인 글로벌 도시국가로서, 특히 가사와 돌봄을 담당하는 입주형 여성 이주노동자는 싱가포르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사회적 재생산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취사, 청소, 돌봄과 같은 재생산 노동은 고용주의 사적 주거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고 입주 제도의 특성상 노동 공간과 거주 공간이 동일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임금노동과 구별되는 특성을 보인다. 평일 고용주의 주거 공간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여성 이주가사노동자들은 일요일(법정 휴무일)이 되면 도심의 공원, 광장, 보행로, 상업시설 주변, 교통 결절점 등에 집결한다. 이와 같은 집결의 사회적 배경에는 가사와 돌봄을 여성의 역할로 규정하는 가부장적 젠더 규범이 초국적 노동이주의 송출 및 고용 구조 전반에 반영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매주 일요일 특정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싱가포르 이주가사노동자들의 모임은 표면적으로는 노동으로부터 벗어난 여가활동이나 동일 국적 또는 민족집단 구성원 간의 친교행위로 보일 수 있는데, 실제로 기존 논의에서도 이주노동자의 휴일 모임은 사회적 고립(Anjara et al., 2017, 1, 6-7)을 완화하고 정서적 지지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한 공동체 활동이나 초국적 관계망의 재생산이라는 관점에서 주로 설명되어 왔다(Yeoh and Huang, 1998; 2000).

그러나 이를 휴식, 여가 혹은 민족적 친교의 차원으로만 해석하게 되면 그러한 모임이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게 하는 제도적, 공간적 조건을 명확히 드러내기 어렵다. 여성 이주가사노동자가 일요일에 공공장소로 이동하는 현상은 평일의 이동 제한과 일요일의 한시적 이동 허용, 고용주 가구 내부의 사적 공간과 도시의 공적 공간 사이의 분리, 이주노동자에게 적절한 실내 쉼터 부족, 특정 장소에 반복적으로 집결하는 이동방식 등이 반영된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요일 모임은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한 여가활동이라기 보다는 노동과 체류를 규율하는 제도 속에서 제한적으로 확보된 시간과 이동 가능성을 집합적으로 활용하는 공간적 실천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은 이동을 권력에 의해 구성되고 조절되는 사회적 과정으로 파악하는 키노폴리틱스(kinopolitics)의 관점과 연결된다. 키노폴리틱스의 관점에서 이동은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부여되지 않고 국적, 젠더, 계층, 직업, 체류자격 등에 따라 차별적으로 배분되는 역량이다(Nail, 2015, 24). 그러므로 특정 집단의 이동은 신속하고 편리하게 촉진되지만 또 다른 특정 집단의 이동은 제한된 시간과 경로 안에서만 허용되거나 감시와 관리의 대상이 된다. 즉, 싱가포르의 여성 이주가사노동자1)의 일요일 모임을 평일의 상대적 부동성과 휴일의 집중적 이동, 공공장소에서의 장시간 체류, 그리고 정해진 시간 안에 고용주의 주거 공간으로 귀가해야 하는 시・공간적 질서가 투영된 현상으로 파악하는 것은 국가와 고용주의 권력이 이주 여성의 신체와 시간을 정교하게 관리하는 통치 기술을 드러낼 수 있다.

한편 여성 이주노동자의 집합적 체류는 공공장소의 공공성에 관한 질문을 제기한다. 공공장소는 원칙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간주되지만 실제 이용 가능성은 모든 집단에 동등하게 확보되지 않는다. 공간에 진입할 수 있는 권리와 그곳에서 장시간 머무를 수 있는 권리, 집단적으로 모일 수 있는 권리, 소비하지 않고 휴식할 수 있는 권리, 공적인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권리는 구별될 필요가 있다. 여성 이주노동자들2)은 일요일마다 반복되는 모임을 통해 통행과 소비 중심으로 구성된 공간을 식사, 휴식, 대화, 놀이, 종교・문화 활동, 정보교환 등의 장소로 재구성한다. 그러한 실천은 도시 공간의 소유권이나 공적 기능을 변화시키지는 않으나 제한된 시간 동안 공공장소의 용도와 장소성을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한시적인 공간 전유이자 장소 만들기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싱가포르 여성 이주노동자의 일요일 모임을 이주노동 제도에 의해 구성된 차별적 이동성, 집합적 체류를 통한 공공장소의 전유, 그리고 도시 공간의 공공성이 상호작용하여 야기한 현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이주노동자의 공간적 실천이 기존의 배제적 도시 공공성에 던지는 실천적 함의를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비참여 관찰과 사진 자료를 활용하여 이들의 이동과 집결, 신체의 공간적 배치와 상호 위치 조정, 체류 행위, 그리고 물리적인 점유와 관리의 가시적 양상을 검토함으로써 싱가포르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공간적 실천에 내재한 이동의 정치와 공공성의 문제를 고찰하고자 한다. 이는 돌봄 노동력 부족으로 이주가사노동력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 이주노동자의 일상적 실천과 공공성의 문제를 사전에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3)

연구 목적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구조화되었다. 세 가지 주제는 싱가포르 여성 이주노동 제도가 이들의 일상적 이동과 일요일 시・공간적 활동 범위를 구조화하고 통제하는 방식,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일요일 집합적 이동과 체류에 기반한 공공장소에서의 물리적 점유와 공간적 실천을 통한 한시적 장소 만들기, 그리고 여성 이주노동자의 일요일 모임이 싱가포르 공공장소의 공공성, 포용성, 이동 통제에 대해 제시하는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다.

연구 대상은 싱가포르에서 가사 및 돌봄 노동에 종사하는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일요일에 특정 공공장소로 이동하여 집단적으로 체류하는 현상이다. 사례 지역은 싱가포르 동부에 위치한 파야 레바-게일랑(Paya Lebar-Geylang) 일대4)의 파야 레바 스퀘어 몰(Paya Lebar Square), 파야 레바 쿼터 몰(Paya Lebar Quarter Mall), 시티 플라자 몰(City Plaza), 파야 레바 MRT역 주변으로, 싱가포르에서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 이주노동자 중심의 일요일 모임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곳이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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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파야 레바-게일랑 일대 여성 이주가사노동자 집결 구역과 주요 시설의 분포
출처: Google Maps를 바탕으로 작도

싱가포르 내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일요일 공간 전유 양상은 출신 국적에 따라 뚜렷한 공간적 분화(spatial differentiation)를 보이는데, 필리핀계 노동자들은 오차드 로드(Orchard Road)의 럭키 플라자(Lucky Plaza)와 그 주변 공간에 모여 주로 가톨릭 기반의 종교 활동5)5)과 사교를 이어가며, 인도네시아계 노동자들은 파야 레바의 시티 플라자와 게일랑 세라이 일대를 주요 거점으로 삼아 무슬림 문화 중심의 공동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미얀마계 노동자들은 시티홀 인근 노스 브리지 로드(North Bridge Road)의 페닌슐라 플라자(Peninsula Plaza)와 그 주변에 집결하여 고유의 상업과 문화 허브를 구축하고 있다(Roces, 2022, 122, 124, 130-131, 137-139). 따라서 연구 대상지 선정에서는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집결 규모와 반복성, 대중교통 접근성, 공공장소에서의 통행, 상업・관광 기능과 체류 기능의 공존, 공공기관 또는 민간주체에 의한 관리 여부 등을 고려하였다.

연구진은 2023년 7월 7~11일과 2026년 1월 23~25일 두 차례에 걸쳐 현장조사를 실시하였다. 다만 두 시기의 조사 대상과 목적은 동일하지 않았다. 2023년 조사에서는 럭키 플라자와 페닌슐라 플라자, 그리고 그 주변 지역에서 여성 이주가사노동자가 휴일에 집결하는 장소와 공간 이용 특성을 탐색적으로 살펴보았다.6) 2026년 조사에서는 럭키 플라자를 재방문하였으며 본 연구의 주요 사례지역인 파야 레바-게일랑 일대의 시티 플라자, 파야 레바 MRT역과 주변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현장 조사를 실시하였다. 따라서 두 시기의 자료는 동일 장소의 변화를 추적하기 위한 종단적 자료로 통합하지 않았으며, 2023년 자료는 싱가포르의 주요 이주가사노동자 집결지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비교・맥락 자료로, 2026년 자료는 파야 레바-게일랑 사례의 공간 이용과 전유 양상을 분석하기 위한 현장자료로 활용하였다.7) 주요 자료수집 방법은 비참여 관찰과 사진 촬영이었다. 비참여 관찰은 연구진이 대상 집단의 활동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동, 집결, 신체와 물품을 통한 공간의 물리적 점유, 다른 공간 이용자와의 교류 활동 등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관찰기록에는 관찰 날짜와 시간, 장소, 기상조건, 집단의 대략적인 규모, 주요 활동, 공간 시설과 관리행위 등을 포함하였다. 사진자료는 동일 장소의 시간대별 변화, 이동공간의 체류공간화, 물리적 경계와 관리 시설 등을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하였다. 그러나 비참여 관찰과 사진자료는 관찰 가능한 행위와 공간의 물리적 형태를 분석하는 데에는 유용하지만 행위자의 의도, 감정, 경험, 관계망의 구체적인 성격을 밝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관찰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 내면적 동기나 정체성을 추정하지 않으면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공간적 패턴과 제도, 정책, 공간관리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해석하고자 하였다.8) 또한 싱가포르 여성 이주노동자의 고용, 휴일, 체류 제도에 관한 법령과 정책자료, 언론보도와 시민단체 보고서 등을 보조자료로 활용하였다. 해당 자료들은 공식적 제도와 규정, 물리적 공간구조, 현장에서 관찰되는 실제 이용행태 사이의 관계를 비교하는 데 참조되었다.

본 연구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2장에서는 여성 이주노동자의 이동성과 도시 공간에 관한 선행연구를 검토하고 키노폴리틱스, 차별적 이동성, 공공장소의 공공성과 공간 전유 개념을 연계하여 연구의 이론적 분석 틀을 제시하였다. 3장에서는 싱가포르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고용, 체류, 휴일 제도를 검토하고 이들의 일요일 이동 경로와 집결 현상이 제도적 조건과 도시교통, 상업 인프라에 의해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4장에서는 이주가사노동자들이 파야 레바-게일랑 일대에 집결하여 다양한 체류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공간을 한시적으로 전유하고 초국적 관계를 가시화하는 과정을 검토하였다. 5장에서는 이주가사노동자의 휴식 공간이 고용주의 주거지 외부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이동권과 체류권9)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이들의 공공장소 이용이 특정 조건 아래에서만 허용되는 조건화된 선별적 포용의 성격을 지닌다는 점을 논하였다. 마지막으로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일요일 이동과 장소 전유가 도시 공간의 공공성과 이동의 정치에 제기하는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II. 여성 이주노동자의 이동성과 도시 공간: 선행연구와 이론적 배경

1. 여성 이주노동자의 이동성과 도시 공간

국제 노동이주는 국가 간 임금격차, 노동력 수요, 돌봄의 상품화, 그리고 재생산 노동의 분업 구조 속에서 확대되어왔다. 특히 여성 이주노동자의 증가는 돌봄과 가사 노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른바 돌봄의 국제분업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Parreñas, 2000; Yeates, 2004). 일반적으로 경제활동 참여 여성의 증가, 인구 고령화, 아동・노인 돌봄 수요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시장이 적절한 공공 돌봄체계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 가구는 돌봄의 상당 부분을 저임금 이주여성에게 이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여성 이주노동자는 가족의 일상생활과 노동력 재생산을 유지하는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지만 시민권, 체류자격, 고용관계, 젠더화된 노동분업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취약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싱가포르의 여성 이주가사노동자 역시 이와 같은 국제적 돌봄노동체계에 위치한다. 이들은 주로 고용주의 주거 공간에서 청소, 취사, 육아, 노인 돌봄을 포함한 가사 업무를 수행하는데, 일반적인 임금노동자가 노동시간 종료 후 일터를 떠나 별도의 주거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과 달리, 입주형 가사노동자에게 노동과 휴식은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는다. 고용주의 사적 주거 공간은 여성 이주노동자에게 노동 공간이자 생활 공간이므로 대부분 감시와 규율이 일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들의 이동성은 체류자격이나 국경 통과의 문제로만 한정되지 않고 고용주의 가구 내부와 도시 공공공간 사이를 이동할 수 있는 시간과 조건의 문제로 확대된다.

여성 이주노동자에 관한 선행연구들은 노동권, 고용주의 권한, 임금, 휴식시간, 신체적・정서적 학대, 사회적 고립, 초국적 가족관계 등에 주목해 왔다(Huang and Yeoh, 2007; Tan, 2023; Yeoh and Huang, 1998). 이 연구들은 가사노동이 사적 가구 내부에서 수행되기 때문에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동감독과 권리보호가 어렵고 고용주와 노동자 사이의 권력관계가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또한 여성 이주노동자가 본국에 남은 가족에게 송금하고 휴대전화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이용하여 가족관계를 유지하며 국경을 초월하여 돌봄과 정서적 책임을 지속한다는 점도 중요하게 다루었다(Huang and Yeoh, 2007; Lan, 2003; Parreñas, 2005; Tan, 2023). 그러나 여성 이주노동자의 생활을 노동 공간이나 초국적 가족관계에 한정하게 되면 이들이 수용국의 도시 공간을 어떻게 경험하고 이용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여성 이주노동자는 고용주의 가구 내부에만 체류하지 않고 휴일과 외출시간을 활용하여 교통시설, 상업시설, 종교시설, 공원, 광장 및 보행공간 등을 이용한다. 따라서 여성 이주노동자의 도시 경험은 노동과 여가,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 이동과 정지의 관계를 통합하여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한편 여성 이주노동자의 휴일 모임을 다룬 선행연구들은 이들이 공공장소에서 동향인과 교류하고 음식을 나누며 종교・문화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정서적 안정과 집단적 소속감을 형성한다는 점을 강조한다(Chung and Mak, 2020; Cornelio, 2008; Yeoh and Huang, 1998). 일요일 모임은 고립된 노동환경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사회관계를 회복하는 시간이 되며, 출신국의 언어, 음식, 음악, 종교, 문화가 재현되는 초국적 사회공간을 형성하고,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정보교환은 고용, 임금, 노동권, 송금, 휴대전화 서비스 및 본국 소식과 관련된 실질적인 자원을 제공한다는 점이 제시된다(Cornelio, 2008; Law, 2001; Lin and Sun, 2010; Shrestha and Yang, 2019; Yeoh and Huang, 1998). 이와 같이 입주형 가사노동자의 휴일 모임에 대한 연구들은 공동체 형성이나 민족적 네트워크의 재생산이라는 관점에서 주로 해석해 온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공동체 중심의 접근은 그러한 모임이 일요일 제한된 시간대에 특정 공공장소에서 대규모로 형성되는 이유를 시・공간적 조건과 연결시키거나 이동을 둘러싼 제도적 제약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지 않다. 즉, 일요일 공공장소에서 나타나는 대규모 집결은 제한적으로 허용된 이동 가능성이 특정 시간과 장소에 집중되는 현상으로서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이동을 제도적으로 불균등하지만 법・제도를 통해 정교하게 조절되는 과정으로 접근할 필요성을 나타낸다.

본 연구는 선행연구들의 성과를 반영하면서 고용주의 사적 주거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노동과 휴일의 공공장소 이용이 하나의 연속적인 이동체계 안에 놓여 있다고 본다. 평일의 부동성, 휴일의 일시적 이동, 특정 장소에서의 집결과 체류, 고용주의 주거 공간으로의 귀환은 여성 이주노동자의 시간과 공간을 조직하는 동일한 제도적 구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여성 이주노동자의 일요일 모임은 이주, 노동, 도시 공간 및 공공성을 연결하는 분석대상이 된다.

2. 키노폴리틱스와 조건화된 이동성

이동・운동을 뜻하는 그리스어 어근 ‘kino-’와 ‘politics’의 합성어인 키노폴리틱스는 Nail(2015)이 제안한 이동 지향적 정치론으로, 사회적 권력이 이동의 생산, 분배, 촉진, 통제를 통해 작동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키노폴리틱스의 관점에서 권력관계는 이동의 방식과 속도, 방향과 경로, 이동과 정지 조건에 반영되어 있음이 강조된다(Nail, 2015, 21-25). 즉, 키노폴리틱스의 핵심은 모든 이동이 동등한 가치를 갖거나 동일한 조건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글로벌 자본가・전문직 종사자, 관광객, 일반 시민들과 같은 이동 주체들은 교통, 통신, 행정 체계를 통해 신속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지만 저임금 이주노동자, 난민, 불안정한 체류 자격을 가진 집단은 허가, 감시, 시간제한, 특정 경로, 고용관계 등에 의해 이동이 제한되는 것(백지혜 등, 2025, 21-22)과 같이 차별적 통제는 이동이 전면적으로 금지되기보다 국가의 출입국 및 체류 제도, 고용관계, 시간적 제약과 공간적 통제 아래 제한적으로 허용된다는 점에서 조건화된 이동성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Nail, 2015). 이러한 조건화된 이동성은 누가 어떤 경로와 시간, 어떤 신체적, 제도적 제약 속에서 이동할 수 있는가를 규정함으로써 특정 이주 집단의 일상적 삶의 공간과 패턴을 재구성한다(윤신희・노시학, 2015, 495).

그러므로 성별화된 노동시장에 배태된 이주가사노동은 조건화된 이동성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영역이라 할 수 있으며, 조건화된 이동성의 대표적인 사례로 싱가포르, 홍콩, 타이베이 등에서의 이주가사노동자의 이동을 들 수 있다(Cheng, 1996; Lan, 2003; Yeoh and Huang, 1998). 이들의 이동은 국적, 젠더, 직업, 체류자격 등과 결부된 제도 아래에서 허용되며, 수용국에서는 출입국・체류 범위, 입주형 고용관계, 휴일과 귀가시간 등의 제약에 따라 이동의 시간과 범위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조건화된 이동성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들은 노동을 위해 국경을 넘었지만 수용국에 도착한 뒤에는 고용주의 주거 공간에 체류하면서 일상적 이동이 제한될 수 있다. 즉, 국경을 넘는 국제적 이동이 반드시 도시 내부에서의 자유로운 이동을 담보하지는 않는데, 국경을 넘는 대규모 이동과 일상생활에서의 상대적 부동성이 공존하는 모순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주가사노동자의 삶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국제 이동뿐만 아니라 수용국에서의 미시적 이동 통제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키노폴리틱스가 이동을 포함하여 정지, 대기, 체류 역시 정치적으로 규정된다는 점을 강조하므로 정지는 이동이 부재한 상태라기 보다는 이동의 흐름 안에서 특정 공간상의 위치와 시간대에 위치 지어지는 과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Bissell, 2007; Cresswell, 2010; Nail, 2015). 평일에 억제되었던 이동의 가능성이 휴일의 집중적인 이동으로 표출되고 이동이 다시 특정 공공장소에서의 집단적 체류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이동과 정지를 하나의 이동체계 안에서 상호 구성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요컨대 이주가사노동자의 휴일 공공장소 체류는 제한된 시간에 부여된 공간 이동의 자유를 실현하는 것이지만 이동의 허용 범위와 체류 가능성이 제도적으로 조절되는 방식을 드러내는 키노폴리틱스의 상징적 장면이라 할 수 있다.

3. 공공장소의 공공성과 전유

공공장소는 일반적으로 불특정 다수가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도시 공간을 의미한다. 공원, 광장, 거리, 보행로, 교통시설 등은 소유와 관리 방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다양한 사회구성원이 접촉하고 도시의 일상을 공유하는 곳이다. 그러나 공공장소가 물리적으로 개방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장소의 공공성이 확보되지 않는다. 공공성은 주체의 접근성, 공간 체류 가능성, 허용 행위의 범위, 의견 표출과 발화의 정당성 인정 기준 등의 문제와 연관된다(Low and Smith, 2006; Mitchell, 1995; Németh and Schmidt, 2011; Varna and Tiesdell, 2010). 그러므로 공공장소의 공공성은 법적 소유관계, 물리적 접근성, 사회적 포용성, 정치적 표현 가능성이 반영된 개념으로(Langstraat and Van Melik, 2013; Varna and Tiesdell, 2010), 공간에 진입할 수 있는 접근성 측면을 포함하여 물리적 통과와 함께 일정 시간 머무를 수 있는 체류 가능성, 휴식, 대화, 식사, 놀이, 문화활동, 시위・집회 등의 행위가 허용되는 이용의 다양성, 그리고 특정 집단이 자신들의 존재와 문화를 드러낼 수 있는 가시성을 포괄한다(Mehta, 2014; Mitchell, 1995; Piazzoni, 2024). 그러므로 공공장소는 모든 이에게 동등하게 개방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사회적 규범과 권력관계가 끊임없이 경합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도시정부는 안전, 질서, 위생, 경관 유지와 원활한 통행을 명분으로 공공장소를 관리하는데, 관리가 공공장소의 유지에 필수적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특정한 이용방식만을 정상적인 것으로 규정하게 되면 공공성은 제한될 수 있다(Németh and Schmidt, 2011, 7-9, 18-20). 공공장소의 이용규범은 명시적인 법과 규정뿐만 아니라 공간설계와 비공식적 사회규범을 통해서도 이행될 수 있다(Németh and Schmidt, 2011, 6-9). 가령 앉을 장소가 부족하거나 장시간 머무르기 어려운 구조물 중심으로 조성된 공간은 형식적으로 개방되어 있더라도 실질적인 체류 가능성은 제한된다. 이와 같은 공간환경적 요소는 퇴거명령을 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아도 이용자의 행동을 조정하고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여기에서 공간의 전유는 주어진 공간을 이용자가 자신의 필요와 실천에 따라 사용하고 의미화하는 과정을 말한다(Chan and Latham, 2022, 3538-3539). 전유는 법적 소유권의 이전이나 물리적 공간의 영구적 변형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이용자는 반복적인 행위, 신체의 움직임, 공간상의 머무름, 물품의 사용, 사회적 관계 등을 매개로 기존 공간에 새로운 기능과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즉, 전유는 영구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한시적 장소 만들기의 성격을 갖는다. 그런데 한시성이라고 해서 공간적 실천의 의미가 약해지는 것은 아니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전유는 도리어 특정 장소와 집단 사이의 연관성을 지속해서 만들고 도시 공간의 기능 변화 자체를 누적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상의 논의를 토대로 정리한 연구의 분석 틀은 다음과 같은 조건들로 구성된다. 즉, 여성 이주노동 제도와 고용주에 종속된 생활 구조, 휴일의 제한적인 이동성, 특정 공공장소로의 집결과 집합적 체류, 한시적 장소 만들기와 공간 전유, 공공성의 배제적 측면과 이동 통제의 가시화이다. 이 분석 틀에서 키노폴리틱스는 여성 이주노동 제도가 규정하는 이동 조건과 일요일 공공장소에서 드러나는 공간적 실천을 연결하는 개념적 연결고리가 된다. 이 조건들은 특정 공공장소로의 집단적 이동과 체류를 야기하고, 반복되는 체류는 한시적인 장소 만들기와 공간 전유로 이어지는 과정을 만들어 낸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에게 허용되는 이동과 체류의 범위, 공공장소의 배제적 측면, 이동에 대한 규율 방식이 어떻게 가시화되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III. 싱가포르 여성 이주가사노동 제도와 일요일 이동의 구조

1.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고용과 체류

싱가포르에서 이주가사노동자의 취업허가제가 시작된 것은 1978년이다. 197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기, 싱가포르는 제조업과 수출산업의 인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여 자국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적극적으로 장려하였다. 이에 따라 가정 내 육아와 가사의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인근 국가 출신 여성들을 외국인 가사노동자로 고용하기 시작하였는데 도입 당시부터 숙식 제공의 책임을 개별 고용주에게 부과하는 입주 방식을 기본 원칙으로 설정하였다(Yeoh and Huang, 1998, 586). 1978년 제도 도입 초기부터 국가의 고용허가와 고용주 책임을 결합한 관리 체계가 운영되었으나 가사노동이 사적 가구 내부에서 수행된다는 점과 고용주 중심의 규율 방식으로 인해 이주가사노동자에 대한 제도적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Tan, 2010; Yeoh and Huang, 1998). 이후 1990년 「외국인력고용법(Employment of Foreign Manpower Act)」은 외국인력 관리의 법적 틀을 보다 체계화하였지만 이주가사노동자는 「고용법(Employment Act)」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며, 취업허가와 고용주 귀속, 거주 및 취업 장소 제한, 보증금 제도 등의 통제를 받는다(Ministry of Manpower, Singapore, n.d.; Tan, 2010).

현재 싱가포르 이주가사노동자의 취업허가는 특정 고용주와의 고용관계를 전제로 발급되며 노동자는 원칙적으로 인력부에 등록된 고용주의 주거지에서 가사노동만을 수행할 수 있다. 싱가포르 인력부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이주가사노동자용 취업허가 보유자는 316,900명이며, 싱가포르 전체 이주노동자 1,635,700명의 19.4%에 해당한다(Ministry of Manpower, Singapore, 2025a).10)1 이주가사노동자는 싱가포르 인력부가 승인한 13개 출신국・지역(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인도, 스리랑카, 필리핀, 홍콩, 마카오, 대만, 대한민국)의 여성으로 제한된다. 비록 13개 출신국・지역이 승인되었지만 현재 주요 출신국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이다(Thazin and Campbell, 2023, 93-94).11)1

이러한 제도적 틀 내에서 싱가포르 정부는 이주가사노동자와 고용주 모두에게 엄격한 취업허가 요건을 부과하고 있다. 신규 취업허가 신청자는 만 23세 이상 50세 미만이어야 하며, 최소 8년의 정규교육 이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고용주는 말레이시아 국적 노동자를 제외한 이주가사노동자 1인당 SGD 5,000 규모의 보증 증권을 은행이나 보험회사를 통해 마련해야 하는데 정부에 현금을 직접 예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취업허가 조건 위반 시 은행이나 보험회사가 정부에 보증액을 지급하는 제도로, 취업허가 취소와 노동자의 출국이 확인되면 보증책임이 해제된다(Ministry of Manpower, Singapore, 2026).12) 취업허가는 최대 2년간 유효하고 갱신할 수 있다(Ministry of Manpower, Singapore, n.d.). 한편 싱가포르에서는 이주가사노동자에게 적용되는 법정 최저임금이 설정되어 있지 않으며(Ministry of Manpower, Singapore, 2024), 실제 임금은 출신국별 관행 임금 수준을 바탕으로 고용주와 직업소개소 사이에서 협의된다.13) 일부 송출국 정부14)나 대사관이 자국민의 최소 급여 또는 표준계약 조건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모든 이주가사노동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법정 임금 기준은 부재하다.

전술한 바와 같이 싱가포르 인력부는 이주가사노동자들에게 「고용법」 대신 「외국인력고용법」과 그 하위 규정에 따른 취업허가 조건을 적용하고 있으며, 그 이유로 가구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가사노동의 특성상 노동시간과 공휴일 근무 등의 근로조건을 일반 사업장과 같은 방식으로 규율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고 있다(Singapore, 2020a; 2020b). 이에 따라 이주가사노동자의 노동시간, 휴식시간, 공휴일 근무는 일반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표준 근로조건과 동일 방식으로 규정되지 않는다(Kantachote, 2023, 2). 취업허가 조건은 고용주가 가사노동자에게 적절한 주거 공간, 충분한 음식, 정기건강검진(6개월마다 1회), 휴일 등을 제공할 의무를 요구하지만 일터와 거주 공간이 일치하는 입주형 노동의 특성으로 실제 노동과 휴식의 구분은 개별 가구의 생활주기와 고용주와의 관계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Platt et al., 2014; Tan, 2023).

무엇보다도 입주노동을 전제로 하는 주거체계는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이동성을 구조화하는 제도적 조건이 된다. 여성 이주가사노동자는 고용주와 함께 거주하며, 취업허가시 기재된 고용주의 주거지 또는 싱가포르 인력부가 별도로 승인한 주소를 공식 거주지로 사용해야 한다(Singapore, 2012). 싱가포르 인력부는 독립된 방을 제공할 것을 권고하지만 이것이 어려운 경우에도 적절한 수면 공간과 사생활을 확보하도록 요구한다(Ministry of Manpower, Singapore, n.d.). 그러나 노동자의 생활 공간은 원칙적으로 고용주의 사적 주거영역 내부이므로 일반적인 임금노동에서 나타나는 일터와 주거의 공간적 분리는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에게 성립하지 않는다(Tan, 2023, 80).

여성 이주노동자는 일과가 종료된 것으로 간주되는 시간 이후에도 고용주의 가구 안에 머무르며 영유아나 고령자 돌봄과 같이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업무를 담당할 수 있다. 그러므로 노동, 대기, 휴식, 수면의 시간 구분이 유동적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Tan, 2023, 81-82). 즉, 노동자가 고용주의 주거지에 체류하는 동안에는 언제든지 가구 구성원의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으므로 비노동시간을 실질적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제기된다. 또한 고용주의 주거 공간은 이주노동자에게 독립적으로 이용 가능한 사적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외부인을 초대하거나 공동체 활동과 대면 교류를 위한 별도의 공간을 확보하는 데 제약이 따를 수 있다(Kantachote, 2023; Tan, 2023). 그러므로 이들의 대면적 사회관계와 공동체 활동은 고용주 거주지의 외부, 특히 휴일에 접근할 수 있는 도시의 공공장소와 상업공간을 중심으로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Platt et al., 2014; Yeoh and Huang, 1998).

2. 휴일제도와 시・공간적 이동성의 제약

싱가포르에서 이주가사노동자의 일요일 이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휴무일을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협의되는 시간적 자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의 현행 제도에서 이주가사노동자는 원칙적으로 매주 1일의 휴일을 부여받는다. 휴일은 반드시 일요일일 필요가 없으며 상호 합의에 따라 다른 요일에 사용하거나 두 차례의 반일로 나누어 사용할 수 있다(Ministry of Manpower, Singapore, n.d.). 노동자가 고용주와의 합의에 따라 휴일에 근무하게 되면 고용주는 통상적인 월 임금에 더하여 최소 1일분의 임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Ministry of Manpower, Singapore, n.d.). 다만 2023년 1월부터 이주가사노동자의 휴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도록 매월 최소 1일의 휴일을 금전적 보상으로 대체할 수 없도록 의무화하였다. 싱가포르 인력부는 이와 같은 의무 휴일이 이주가사노동자에게 노동으로부터 벗어나 휴식을 취할 기회를 제공하고 고용주 가구 외부에서 사회적 지지관계를 형성하는 데 필요하다고 설명한다(Ministry of Manpower, Singapore, n.d.).

그러나 월 1회 이상의 법정 휴일 부여가 모든 이주노동자에게 균등한 휴식 시간으로 전환되지는 않는다. 가사노동자에게 법적 휴일이 부여되더라도 외출 준비, 이동 시간, 정해진 귀환시간 등을 고려하면 공공장소에서 실제 체류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될 수 있다. 특히 고용주의 주거지가 주요 집결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거나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위치할 경우, 왕복 이동시간은 휴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 또한 휴일의 이동 전후에 가사 또는 돌봄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가구 외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축소될 수 있다. 휴일의 시간적 제약은 여성 이주노동자가 도시에서 방문할 수 있는 장소의 범위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한된 시간 내에 이동, 만남, 식사, 휴식, 송금, 생필품 구매, 종교・문화 활동 등을 수행하려면 여러 기능이 집적되어 있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높은 장소가 유리하다(Yeoh and Soco, 2014, 171-173). 교통 결절점과 인접하고, 상업시설, 음식점, 송금과 통신서비스, 체류 가능한 개방 공간 등을 함께 갖춘 곳이 주요 집결지로 선택될 가능성이 커진다. 즉, 특정 장소로의 집중은 국적별 선호의 결과라기보다 제한된 휴일에 여러 활동을 수행해야 하는 시간지리적 조건과 교통・서비스 시설의 공간적 집적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휴일의 시간적 제약은 여성 이주노동자가 방문할 수 있는 도시 공간을 제한함으로써 도시 기능과 서비스가 집적되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높은 상업 중심지가 주요 집결지로 선택된다(Yeoh and Huang, 1998, 593, 598-599).

한편 이주가사노동자들은 휴일에 휴식을 취하며 친구, 동향인, 종교공동체 구성원과 만나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정보와 정서적 지원을 얻고자 한다(Yeoh et al., 2020). 이 과정에서 개별 노동자에게 허용된 외출과 이동이 특정 요일과 시간대에 집중되면서 집단적인 이동과 체류 형태로 가시화된다. 다수의 여성 이주가사노동자가 동일한 시간대에 특정 장소로 이동해 머무르면서 이들의 휴일 이동은 도심 공간에서 대규모 집결이라는 집합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한편, 매주 1일 또는 매월 최소 1일로 정해진 법적 휴일은 노동자의 신체를 고용주 가구라는 정주 공간에 묶어두면서도 최소한의 순환적 이동을 허용하는 이중적 통제의 형식을 취한다.

이렇듯 이동의 정치성은 집합적 이동이 권력관계와 제도적 제약을 내포한 공간적 실천임을 통해 드러나는데, 이주가사노동자의 이동은 고용계약, 노동허가 조건, 가구 내 가사 및 돌봄 일정에 영향을 받으며 외출의 시작과 종료 시점, 이동 경로, 목적지에서의 체류 가능 시간이 결정된다. 그러나 제한된 이동이 특정 요일과 장소에 다수의 노동자를 집결시키면서 개별적으로는 분산되고 가시성이 낮았던 이동은 집합적 가시성과 사회적 연대를 형성하는 계기로 전환될 수 있다(Yeoh and Lam, 2022, 3303-3305). 그러므로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이동은 통제와 관리의 대상이자 공동체성을 형성하는 조건이라는 이중적 정치성을 갖는다.

키노폴리틱스의 관점에서 이주가사노동자의 휴일 이동을 공간적 집중과 분산의 상호작용으로 볼 때 제한된 휴일의 가용 시간, 대중교통 결절점의 입지, 상업, 송금, 통신, 종교 시설의 공간적 집적은 이동을 특정 도시 거점으로 집중시키는 구심력으로 작용한다. 이 조건들은 제한된 시간 안에 각종 업무를 수행하려는 시간지리적 효율성의 필요와 더해져 노동자들의 이동과 체류를 특정 장소로 집중시킨다. 이와 대조적으로 고용주 가구로 복귀해야 하는 제도적 측면과 고용상의 요구는 집결지에서 각자의 거주지로 이동을 분산시키는 원심력으로 작용한다. 국적, 언어, 종교, 출신지 등에 따라 형성된 상이한 공동체에 소속되는 것은 같은 도시 집결지 내부에서도 노동자들의 이동과 체류를 서로 다른 하위 공간으로 분화시킨다. 이와 같은 집중, 분산, 분화의 복합적 작용으로 도시의 집결 현상은 제도적으로 한정된 휴일 시간 안에서 형성되고 해체되며 휴일마다 되풀이되는 반복적 공간 패턴으로 나타난다.

3. 일요일 이동의 경로와 집결 양상

싱가포르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일요일 이동은 주로 MRT와 공공버스, 도보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일부 도시 외곽 주거지역에서는 LRT가 철도망으로의 접근을 보완하고 필요에 따라 택시나 승차호출 서비스가 이용될 수 있다. 싱가포르의 도시철도체계는 2025년 기준, 6개 MRT 노선과 143개 역, 약 242.5km의 철도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기에 3개의 LRT 체계(Bukit Panjang LRT, Sengkang LRT, Punggol LRT, 총 43개 역, 28.8km)와 공공버스망이 도시 전역을 연결하고 있다(Land Transport Authority, Singapore, n.d.). 통합 대중교통체계는 입주형 이주가사노동자가 고용주의 주거지라는 공간적으로 분산된 출발지에서 특정 도시 집결지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주요 이동 기반이 된다.

높은 대중교통 접근성을 바탕으로 형성된 집결지는 특정 국적 집단을 위한 상업・생활 서비스 시설이 집적되어 있으며, 건물 내부와 주변의 개방 공간이 만남과 체류를 보완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전술한 바와 같이 싱가포르에서 여성 이주가사노동자들의 일요일 주요 집결지는 오차드 로드의 럭키 플라자, 게일랑 로드에 위치한 시티 플라자, 노스브리지 로드와 콜먼 스트리트(Coleman Street)가 만나는 교차점에 자리한 페닌슐라 플라자이다. 이 가운데 필리핀 출신 이주가사노동자의 대표적인 일요일 집결지인 럭키 플라자는 오차드 MRT역과 가장 가깝고, 서머셋 MRT역에서도 도보로 접근할 수 있으며, 오차드 로드와 스콧츠 로드(Scotts Road) 일대에 분포하는 다수의 버스 노선과도 연결된다. 럭키 플라자 쇼핑몰 내부와 주변에는 필리핀계 음식점과 식료품점, 국제송금업체, 통신・물류 관련 상점 등이 집적되어 있어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가 휴일의 제한된 시간 동안 식사, 생필품 구매, 송금, 정보교환 및 사회적 교류 등을 함께 수행할 수 있는 다기능 집적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Roces, 2021, 15-16).

다음으로 시티 플라자는 파야 레바 일대의 대표적인 일요일 집결지 가운데 하나로, 특히 인도네시아 출신 여성 이주가사노동자들이 빈번하게 이용하는 상업시설이다. 1970년대 후반 개발・분양이 진행되어 1981년 완공된, 18층 규모의 상업・주거 복합건물인 시티 플라자는 이스트-웨스트 라인(East West Line)과 서클 라인(Circle Line)이 교차하는 파야 레바 MRT역에서 도보로 접근할 수 있으며, 건물 인근의 게일랑 로드(Geylang Road)와 탄종 카통 로드(Tanjong Katong Road)에는 다수의 버스정류장과 택시 승하차 공간이 분포한다(City Plaza, n.d.). 주변에는 키넥스(Kinex)와 파야 레바 쿼터(Paya Lebar Quarter) 등의 쇼핑몰, 헤이그 로드마켓 앤 푸드센터(Haig Road Market and Food Centre)와 게일랑 세라이 마켓(Geylang Serai Market) 등의 전통시장 및 식음료 시설, 그리고 다양한 상업시설이 분포한다. 특히 하부 5층까지 상업시설로 구성된 시티 플라자 내부와 주변에는 말레이 및 인도네시아계 할랄 음식점, 식료품점, 송금・통신 및 생활 서비스 시설이 집적되어 있어 인도네시아 출신 가사노동자들이 소비와 송금, 만남과 휴식을 연계할 수 있는 생활거점으로 기능한다.

노스 브릿지 로드에 위치한 페닌슐라 플라자는 시티 홀 MRT역과 에스플러네이드 MRT역(Esplanade MRT)에서 도보로 접근할 수 있는 도심 교통 결절점에 위치하며 미얀마계 이주노동자의 대표적인 일요일 집결지이다. 주변에는 푸난(Funan) 쇼핑몰과 같은 상업시설과 파당(Padang) 잔디광장, 에스플러네이드 공원 및 시빅 디스트릭트(Civic District)와 같은 개방 공간이 분포하여 상업시설 내부와 외부공간에서의 비소비적 체류를 가능하게 한다.

이와 같은 집결지는 뛰어난 교통 접근성과 함께 상업・생활 서비스 시설, 체류 공간이 근접해 있어 여성 이주가사노동자가 제한된 시간 동안 다양한 활동을 한정된 공간 내에서 연결할 수 있는 이동의 거점이 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중교통망을 통한 접근 가능성이 실질적인 휴식과 체류 시간의 보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데, 일요일 집결지로의 이동 소요 시간은 고용주 가구의 위치, 목적지까지의 거리, 대중교통 접근성 및 환승 횟수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주요 집결지와 가까운 주거지역에서 출발하는 경우 이동 시간이 짧지만 외곽 지역(Woodlands, Jurong West, Tampines, Sengkang, Punggol, Yishun 등)이나 철도역과 떨어진 곳에서 출발할 경우에는 편도 이동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법적 휴일의 보장이 실질적인 여가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왕복 이동 시간이 체류 시간을 축소함에 따라 노동자들은 다양한 기능이 집적된 교통 결절점을 반복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싱가포르의 이주민 엔클레이브(enclave)는 이처럼 제한된 시간 속에서 여성 이주가사노동자가 소비, 송금, 휴식, 사회적 관계 유지를 압축적으로 수행하고자 전유하는 대표적인 공간임을 보여준다(Yeoh and Lam, 2022, 3298, 3304-3306).

즉, 싱가포르의 대중교통망은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에게 도시 전역을 오갈 수 있는 이동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제한된 가처분 소득과 휴일의 시간, 생활서비스의 공간적 집적 등이 반영되어 이동 가능성에 구심력을 발생시킴으로써 이들의 이동은 소수의 교통 결절점으로 수렴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일요일 이동은 제도적, 시간적, 경제적 조건에 의해 특정 경로와 장소로 한정되는 조건화된 이동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IV.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일요일 집결과 공간 전유: 파야 레바-게일랑 사례

앞서 싱가포르에서 이주가사노동자의 휴일 이동이 취업허가제, 입주형 가사노동제도, 휴일의 제한적 허용, 고용주와의 협의, 도시교통망의 구조 등이 상호작용하여 형성되는 제도적, 공간적 실천임을 살펴보았다. 이 장에서는 일요일 현장에서 수집한 비참여 관찰 및 사진 자료를 중심으로 파야 레바-게일랑 일대에서 전개되는 인도네시아 출신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일요일 집결, 체류와 반복된 공간 전유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보고 이들의 공간적 실천이 공공장소의 이용규범 및 관리 방식에 제기하는 의미를 검토한다.

1. 공공장소로의 집결과 신체를 통한 공간 재구성

파야 레바-게일랑 일대의 시티 플라자와 그 주변 공공장소에 인도네시아 출신 가사노동자들의 모임이 관찰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로(City Plaza, 2016, January 27), 시티 플라자를 중심으로 형성된 사회적, 상업적 관계망은 휴일제도의 확대 및 파야 레바 일대의 도시개발을 거치며 인접 공간으로까지 확장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Eng, 2016, 1-2). 휴일 집결은 평일 고용주의 주거 공간에 분산되어 있던 여성 노동자들이 일요일이라는 제한된 시간적 자원을 활용하여 도시의 교통 결절지로 이동하고, 평일 드러나지 않던 가사노동자들의 존재를 집단적으로 가시화시키는 공적 출현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시티 플라자 중심의 집결 양상은 MRT역과 상업시설을 기준점으로 주변 공간으로 확산된 형태를 보인다. 일요일 오전 8~9시경부터 이주가사노동자들은 파야 레바 MRT역이나 인근 버스정류장과 보행로를 통해 시티 플라자 주변으로 이동하며 시티 플라자 쇼핑몰은 만남의 장소이자 이동 방향을 설정하는 랜드마크의 역할을 한다(현지조사). 실제 집합적 체류는 쇼핑몰 입구, 외부 보행로, 계단, 벽면과 기둥 주변, 그늘진 건물 가장자리, 도로와 건물 사이의 건축선 후퇴부 및 인접한 잔디밭 등에서 이루어지는데, 공공공간과 대중에게 개방된 사유공간이 혼재한 건물 주변부로서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비교적 오래 머물 수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그림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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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일요일 오전 9시경 파야 레바 MRT역 인근에 모여 있는 여성 이주가사노동자들
출처: 연구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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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일요일 파야 레바의 시티 플라자 측면 공공녹지에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여성 이주가사노동자들
출처: 연구진 촬영

여성 이주가사노동자들은 상업시설의 높은 접근성과 편의시설15)을 이용하지만 이들의 집결은 상업시설이 전제하는 소비 중심의 이용방식에 포섭되는 것은 아니다. 집합적 체류는 장시간 앉기, 기다리기, 대화하기, 음식 나누기, 휴대전화 사용하기,16) 물품 정리하기와 같이 일상적 행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대체로 5명에서 10명 규모, 혹은 그 이상의 집단을 형성하며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볼 수 있도록 원형 또는 반원형으로 앉거나 서는 배치를 취한다(그림 4). 이러한 자리 배열은 제한된 공간 안에서 구성원 사이의 대화와 시선 교환을 가능하게 하고 일정한 집단적 체류영역을 형성하는 공간적 실천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음식, 가방, 물병, 도시락 용기 등을 집단의 중앙이나 주변에 배치함으로써 대화, 사진 촬영, 휴대전화 화면의 공동 시청과 같은 구성원 간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한다(그림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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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일요일 시티 플라자 맞은편 파야 레바 쿼터(PLQ)의 외부 녹지공간에 집결한 여성 이주가사노동자들
출처: 연구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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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일요일 시티 플라자 인근 게일랑강변(Geyland River)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여성 이주가사노동자들
출처: 연구진 촬영

신체의 공간적 위치 선정은 개별 노동자의 복식을 통해 시각적으로 확인되는 신체화된 장소 만들기(embodied placemaking)로 구체화된다(Zein, 2020, 77). 평일에는 도시 공간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신체가 휴일에는 외출복, 유행을 반영한 의상, 화장과 히잡(hijab) 등을 통해 가시화된다(Eng, 2016; Roces, 2022; Wise et al., 2026). 복식의 변화는 노동시간과 휴일, 고용주의 주거 공간과 도시의 여가공간을 구분하는 시・공간적 기표가 되며 가사노동자라는 직업적 기준으로만 인식되던 여성들이 국적, 종교적 소속감 등을 표현하는 자기표상의 실천이기도 하다(Eng, 2016, 14-15). 특히 유사한 복식 요소를 공유한 다수의 여성들이 집결할 때 옷차림은 인도네시아의 복식문화와 이슬람의 신체 규범을 드러내는 집합적 문화경관의 일부가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복식의 가시성이 인도네시아의 문화를 단일하고 고정된 이미지로 재현하는 것은 아니며 종교적 실천의 정도, 출신 지역, 세대와 개인적 취향 등에 따라 상이하게 구성되고,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정체성과 자기표현의 방식이 함께 나타난다(Jones, 2007, 225-227).17) 복식을 통한 특정 문화의 가시화는 배타적인 점유 없이도 여성 이주가사노동자가 도시 공간의 이용 주체로 존재하고 있음을 현시하는 상징적인 실천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복식과 집합적 신체의 움직임과 배치를 통한 가시화는 원활한 통행과 경관의 질서를 중시하는 상업공간의 이용규범과 긴장 관계를 발생시킬 수 있다. 주변부 공간에 장시간 머무르면서 집단적으로 식사하고 대화하는 행위는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에게 휴식과 친교의 실천이지만 일부 시민과 상업시설 관계자에게는 통행을 방해하거나 기존의 공간 이용방식에서 벗어난 행위로 인식되기도 한다. 실제로 시티 플라자와 키넥스 쇼핑몰을 연결하는 보행자 육교에서는 일요일 노동자들의 점유가 보행공간을 축소하고 혼잡과 소음을 유발한다는 민원이 제기되었으며, 관리 주체와 경비원이 순찰과 이동 권고를 실시한 사례가 보도되기도 하였다(8world, 2025, November 23; Lianhe Zaobao, 2025, November 20). 그러나 이러한 긴장은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공간 이용을 억제하기보다는 주어진 공간 안에서 신체와 물품의 위치를 조정하고 체류 범위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이 이주가사노동자들은 집단적 행위로 통행과 소비의 공간이었던 파야 레바-게일랑 일대를 한시적 체류의 장소로 재구성해 낸다.

2. 체류 행위와 일시적 장소 만들기

시티 플라자 일대의 일요일 경관은 공공장소에 부여된 공적 기능과 행위자들의 공간 이용 방식 사이의 차이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본래 통행의 보조, 출입의 매개, 상업시설로의 접근성 확보 등 기능적 유동성을 위해 설계된 구조물과 공간은 일요일이 되면 여성 이주가사노동자들의 미시적 실천을 통해 휴식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사회적 장소로 재구성된다. 이주노동자들은 보행자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체류할 수 있는 주변부 경계면을 찾아 자리를 잡은 뒤 음식을 나누고 대화하며 평일에 분산되어 있던 사회적 관계를 다시 연결시킬 수 있다(Cornelio, 2008; Yeoh and Huang, 1998).

일반적으로 도시의 상업공간에서 앉기는 카페, 음식점, 벤치, 대기공간과 같이 지정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로 제한된다. 그러나 여성 이주가사노동자들은 공공장소에 마련된 벤치, 테이블과 같은 지정된 체류시설만 이용하지 않고 계단, 벽면, 기둥 그늘, 보행로 가장자리와 같은 비지정 공간을 활용하여 앉을 자리를 만들어낸다. 파야 레바-게일랑 일대에서 나타나는 비지정 공간에서의 앉기는 상업시설과 물리적 기반시설의 가장자리와 틈새가 일요일에는 여성 이주가사노동자들의 체류공간으로 활용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한편 체류행위의 또 다른 핵심 요소는 음식의 공유와 물품의 배치인데 여성 이주가사노동자들은 비닐봉지, 도시락 용기, 음료, 간식, 포장음식 등을 중심으로 소규모 식사 단위를 구성하고 음식을 집단의 중앙에 놓고 함께 나누는 경우가 많은데 음식은 휴일의 시간을 노동시간과 구분하고 출신국의 문화와 생활 습속을 공유하는 매개가 된다(그림 4).

특히 인도네시아 출신 여성 노동자들에게 고향 음식과 익숙한 향신료, 모국어로 소통할 수 있는 식음료 매장18) 등은 파야 레바-게일랑 일대에 문화적 친숙성을 부여하는 조건이 된다. 또한 가방, 비닐봉지, 도시락 용기, 음료수병, 휴대전화와 돗자리 등의 물품은 앉을 수 있는 영역을 표시하고 집단의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는 임시 경계를 형성한다. 가령 몇 개의 가방을 돗자리(넓은 비닐, 얇은 천, 편평하게 접은 골판지 또는 박스 등) 위에 놓고 그 주변에 사람들이 둥글게 앉는 행위는 고정된 시설물 없이도 하나의 소규모 체류 단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음식과 물품은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통행과 집단의 체류가 충돌하지 않도록 공간 사용을 중개하는 유연한 경계 표시 도구가 되며 이주노동자의 일시적 장소 만들기를 가능하게 하는 물적 기반이 된다.

그러나 여성 이주가사노동자들은 일요일의 제한된 시간 동안만 해당 장소에 머물 수 있으며 저녁이 되면 다시 고용주의 주거 공간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이들의 체류는 몇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가 해체되는 한시적 공간 질서를 형성한다. 돗자리나 가방은 쉽게 접히고 음식물은 빠르게 정리되며 집단은 주변의 통행량, 상점 운영과 날씨 등에 따라 위치를 조정한다. 한시성은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장소 만들기가 이동 가능한 물품과 신체의 배치를 통해 형성되고 해체되는 가변적 실천의 과정임을 보여준다.

여성 이주가사노동자들은 또한 동료들과 만나 고용조건, 이직 권리, 지원제도(Shrestha and Yang, 2019), 휴일, 송금, 건강 등 이주생활 정보(Roces, 2021; Tan, 2010; Yeoh and Huang, 1998)를 공유한다. 정보교환은 공식 상담기관이나 제도적 창구를 통해서만 이루어지지 않고 친구・동료 간 비공식 대화와 온・오프라인 사회관계망을 통해서도 광범위하게 이루어진다(Roces, 2021; Shrestha and Yang, 2019; Yeoh and Huang, 1998). 특히 공통의 국적, 언어, 출신지를 기반으로 한 관계는 상호 이해와 정보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달되는 정보의 이해와 수용을 돕는다(신지연・이영민, 2014, 51). 그러므로 파야 레바-게일랑 일대의 체류공간은 여성 이주가사노동자들이 이주생활의 대응 방식을 공유하는 비공식적 정보 네트워크의 공간적 중심지가 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여성 이주가사노동자들이 보행자와의 물리적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건물 경계와 틈새 공간에 앉고 물품을 쉽게 정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배치하며 주변 상황에 따라 체류 위치를 조정하는 것은 장소가 제도적 계획이나 물리적 시설에 의해서만 규정되지 않고 특정 집단의 반복적 이용과 사회적 관계를 통해서 생산됨을 보여준다. 여성 이주가사노동자들은 배타적 점유권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일상적 실천을 함으로써 통행과 소비를 위해 계획된 공간에 휴식과 사회적 교류라는 새로운 기능과 의미를 투사한다. 이와 같은 실천은 특정 시간과 장소에 한시적으로 의미와 기능을 부여하는 공간 만들기의 사례이며 이주가사노동자들이 도시 공간을 자신들의 사회적 관계망을 위한 장소로 전환시키는 미시적 영토화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3. 물리적 점유의 반복과 초국적 관계의 가시화

파야 레바-게일랑 일대에서 일요일마다 현시화되는 경관은 공간 이용의 반복성에서 비롯된다. 평일 통근자와 상업시설 이용자의 이동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 일요일에는 이주가사노동자들의 집결, 체류, 해산이라는 독특한 시・공간적 패턴을 만들어낸다. 새로운 패턴으로의 전환이 매주 반복됨으로써 해당 공간에 일요일의 사회적 의미가 축적된다. 노동자들은 반복적인 공간 경험을 통해 만남의 장소와 이동 경로, 체류하기에 적합한 틈새 공간과 주변 시설의 활용 방식에 대한 실천적 지식을 축적시킬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인도네시아어로 이루어지는 대화, 고향 음식의 냄새와 맛, 익숙한 복식과 종교적 표현19)은 이곳의 일요일을 평일과 구별하는 다감각적인 감응의 경관으로 재구성한다. 결과적으로 반복되는 집결과 사회적 실천은 파야 레바-게일랑 일대를 인도네시아 출신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정체성과 사회적 관계망이 반복적으로 가시화되는 관계적 장소를 구성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이영민, 2013, 58).

파야 레바-게일랑의 관계적 장소성은 고용주의 사적 주거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재생산 노동과 출신국에 남아 있는 가족의 생활세계를 연결하는 초국적 접점으로 확장된다. 시티 플라자 1층 점포와 출입구 주변에 집중된 환전 및 해외송금매장은 이주가사노동자의 집결 시간을 반영하여 일요일에도 영업한다(그림 6, 7). 이러한 금융서비스의 공간적 집적은 싱가포르에서 획득한 노동소득을 본국 가족의 생계유지와 자녀교육을 위해 이전시키는 초국적 경제활동의 물질적 기반이 되며(정현주, 2010; Platt et al., 2013), 휴일의 제한된 시간 동안 송금과 사회적 교류를 한 장소에서 수행할 수 있는 시티 플라자로 이주노동자들을 수렴시키는 요인이 된다(The Straits Times, 2020, June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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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시티 플라자 1층에 위치한 환전・해외송금 매장
출처: 연구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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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시티 플라자 1층 해외송금 매장 앞에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이용자들
출처: 연구진 촬영

시티 플라자의 1층과 저층부에는 환전 및 송금 업체와 함께 휴대전화 단말기, 데이터 요금제와 국제전화 관련 서비스를 취급하는 통신서비스 매장들도 입점해 있다. 이주가사노동자에게 휴대전화와 인터넷은 본국의 가족 및 친구와 일상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적인 소통 수단이다. 이에 따라 선불 SIM 카드와 데이터 중심 요금제, 국제전화 및 관련 부가서비스 등에 대한 수요가 형성되며, 이들 서비스는 영상통화와 모바일 메시징을 통한 원거리 가족관계의 유지를 가능하게 한다. 즉, 휴대전화는 이주노동자가 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가족들의 일상에 관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초국적 관계의 연결고리로 볼 수 있는데, 시티 플라자의 통신 매장과 관련 상품・광고는 이주노동자의 초국적 소통 수요가 도시의 상업공간에 물질적으로 투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그림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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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시티 플라자 1층의 휴대폰 및 통신용품 판매점
출처: 연구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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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9.

시티 플라자 1층 통신용품 판매점의 이동통신 요금제 광고판
출처: 연구진 촬영

상업적, 사회적 기반을 공유하면서도 파야 레바-게일랑 일대에 형성되는 이주가사노동자들의 집결 공간의 성격은 싱가포르 내 다른 이주민 집결지와 일부 차이를 보인다. 필리핀 이주민 중심의 럭키 플라자는 1970년대 후반 개장 이래 도시의 중심 상업축인 오차드 로드에서 대표적인 쇼핑몰로 자리 잡았고 일요일에는 필리핀계 상점과 송금, 통신, 생활서비스 시설이 집중된 쇼핑몰 내부20)와 그 주변 공간을 중심으로 필리핀 출신 가사노동자가 고밀도로 집결한다(Yeoh and Soco, 2014; Roces, 2021). 한편 1990년대 초부터 리틀 미얀마(Little Myanmar)로 알려진(National Heritage Board, Singapore, 2016) 싱가포르 미얀마 이주민 공동체의 대표적 결절점인 페닌슐라 플라자 역시 미얀마 음식점과 식료품점, 의류판매점, 여행사 및 비자 대행업체, 환전・송금업체 등이 건물 내부에 집적되어 있어, 이 건물의 상업 서비스 공간을 중심으로 휴일의 집결이 이루어진다(Egreteau, 2012; National Heritage Board, Singapore, 2016).

이에 비해 파야 레바-게일랑 일대는 교통 허브 기능과 신・구 상업공간이 혼재된 지역으로, 시티 플라자 내부의 생활서비스 공간보다는 건물 주변의 보행로, 외부의 개방 공간 및 건축선 후퇴부가 연계된 곳에 이주노동자들이 집결한다. 럭키 플라자와 페닌슐라 플라자가 특정 쇼핑몰 내부에 형성된 국적별 상업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집중된 장소성을 보이지만 파야 레바-게일랑은 시티 플라자의 상업적 기능과 주변 공간이 도시철도역, 보행로, 개방공간과 연결되면서 보다 분산적이고 외부 지향적인 공간 이용 구조를 보인다. 이는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휴식과 사회적 교류가 상업시설 내부로 한정되지 않고 주변 도시 공간으로 가시화되고 지역 생활권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관계적 장소 만들기의 성격을 보여주며, 외부 지향적 공간 이용은 다양한 틈새 공간의 활용 가능성을 확대하지만 통행 질서와 상업적 관리, 감시와 규제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조건부의 불안정한 장소 형성의 특성도 내포한다.

4. 조건부 체류와 공공성의 정치: 이동권과 체류권의 불균형

싱가포르에서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일요일 집결은 휴일을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독립적인 휴식 공간의 부족과 이동의 정치가 결부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시간적 권리와 공간적 조건 사이의 불균형은 고용주의 주거 공간이 이주가사노동자에게 노동 공간이자 생활 공간이 되는 입주형 가사노동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싱가포르의 이주가사노동 제도는 휴일을 제도적으로 보장하지만 노동 공간과 분리된 저비용의 실내 휴식 공간이나 안정적인 체류권까지 보장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휴일은 실질적인 휴식을 확보하기 위해 고용주의 주거 공간을 떠나 외부의 체류 장소를 찾아야 하는 이동으로 이어진다.

휴일제도는 고용주의 주거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대중교통망은 도시 공간으로의 접근을 가능하게 하며 시티 플라자의 생활서비스 시설은 제한된 시간에 여러 활동을 함께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한 이후의 체류는 제한된 공간에 집중된다. 즉 이동의 편의성을 높이는 제도와 인프라는 구축되어 있으나 이동 후 휴식과 체류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적 기반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와 같은 이유로 싱가포르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휴일 이동은 이동할 권리와 목적지에서 머무를 권리 사이의 불균형을 보여준다. 이들은 고용주의 주거 공간을 떠나 도시의 공공장소로 이동할 수 있지만 목적지에서 장시간 휴식하거나 집단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안정적인 체류권까지 보장받지 못함으로써 체류의 시간과 방식은 시설관리 규정, 공간의 물리적 구조, 소비 능력, 보행자의 통행 요구, 타 이용자의 시선과 관리자의 판단 등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그림 10, 11). 따라서 이들의 이동성은 목적지에서의 체류 조건에 의해 제약이 가해지는 조건화된 이동성의 성격을 띠며, 이는 이동의 자유가 확보되더라도 주체적인 체류권과 사회적 관계 형성이 저해되는 구조적 취약성을 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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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0.

파야 레바 MRT역 인근에 설치된 절도 예방 안내판
출처: 연구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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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1.

파야 레바 PLQ Mall과 PLQ 2 오피스 타워 사이 보행 광장에 위치한 복합 기능형 폴의 감시 카메라(냉각 팬, CCTV, 스피커 통합 설치)
출처: 연구진 촬영

조건화된 이동성은 이주노동자들이 도달하는 공공장소의 공공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의 문제로 이어지는데, 공간을 활용하여 식사와 소통을 이어가지만 공식적인 쉼터나 휴게시설이 부족하여 통행과 상업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경계 영역이나 틈새 공간을 찾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이들의 체류는 혼잡도나 관리 주체의 판단, 감시와 규범에 의해 이동 또는 해산이 요구될 수 있어 잠정적이고 조건부적인 성격을 띤다. 그러나 공공장소 접근권이 인정될지라도 안정적인 체류권과 정당한 이용자 지위까지 보장받지는 못하는 현상은 공간적 공공성의 모순을 보여준다. 존재는 허용되지만 체류의 지속성과 행위의 범위가 타 주체가 설정한 규범에 의해 통제되는 구조는 조건화된 공공성의 선별성을 드러내는 것이다(Mothership, 2026, February 4).

COVID-19 팬데믹 시기 싱가포르 언론은 시티 플라자를 일요일 혼잡이 우려되는 대표적인 이주가사노동자 집결지로 지목하였으며 혼잡을 감염 위험과 안전거리 유지, 송금업체 앞 대기행렬 및 대규모 집단의 분산이라는 군중 관리의 문제로 다루었다(CNA, 2020, June 17; The Straits Times, 2020, August 21). 이러한 보도는 COVID-19라는 예외적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집합적 체류가 방역과 통제의 대상으로 재구성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적절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지 못한 제도와 도시계획의 미비가 문제의 원인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그에 대한 대응 책임이 노동자 개인과 공공장소의 관리주체에게 이전되는 공간적 책임의 외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적절한 실내 쉼터의 부족으로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노동은 시민 가구의 돌봄과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사회적 기반이 되지만 노동자 자신의 신체와 사회적 관계를 재생산할 공간은 도시의 공식적인 휴식 공간 안에서 보장되지 않는 모순적 상황을 드러낸다.

따라서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일요일 집결에 내재된 이동의 정치는 통행의 가부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문제의 본질은 이동 이후 도달한 공간에서 체류의 안전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고 비소비적 휴식과 사회적 관계 형성을 정당한 도시 이용의 권리로 승인할 것인가에 있다. 파야 레바-게일랑의 사례는 이주노동자의 이동권을 물리적 접근권으로 한정하기보다 체류의 지속성과 휴식권 보장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하고, 공공장소의 포용성 역시 체류의 안정성, 비소비적 이용의 정당성, 사회적 관계망의 유지를 담보하는 공간복지의 관점에서 재구성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

V. 결론

본 연구는 싱가포르 여성 이주가사노동자들이 일요일에 특정 공공장소로 이동하여 집단 모임을 형성하는 현상을 여성 이주가사노동 제도, 키노폴리틱스, 공공성의 관점에서 접근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이들의 이동을 구조화하는 제도적 조건, 공공장소의 물리적 점유 양상과 반복적인 체류 행위, 초국적 관계가 가시화되는 방식, 공간관리를 통해 설정되는 공공성의 성격을 상호 연계하여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싱가포르의 여성 이주가사노동 제도가 이들의 일상적 이동과 일요일의 시・공간적 활동 범위를 어떻게 구조화하는지 검토하였다.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이동성은 특정 고용주와 결부된 취업허가, 고용주의 주거 공간 내 입주 노동, 휴일의 제한적 허용이라는 제도적 조건들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되며, 휴일은 고용주의 주거 공간을 벗어나 도시의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 제한적으로 확보된 시간적 기회이자 자원이 된다. 그러나 이들의 일요일 이동은 자유로운 선택이나 강제된 부동성 가운데 어느 한 요소만으로 한정하여 설명하기 어려우며 휴일의 요일과 횟수, 귀환 시간, 교통비용, 가구 내 돌봄 수요 등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일요일 이동은 노동체계 안에서 특정 시간과 범위로 제한되는 조건화된 이동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의 집결은 제한된 시간과 이동비용을 활용하려는 시간지리적 조건과 휴일 제도, 교통망, 도시의 상업 공간이 상호작용하면서 접근성이 높고 여러 기능이 집적된 특정 결절점으로 수렴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사례연구지역인 파야 레바-게일랑 일대에서 인도네시아 출신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일요일 집합적 이동과 체류가 공공장소의 일시적 점유와 공간 재구성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검토하였다. 이들은 서로의 움직임과 체류 위치를 조정하며 공간을 함께 점유하고, 식사, 대화, 정보교환 등을 수행함으로써 통행과 소비 중심의 공간을 휴식과 교류, 사회적 관계의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전환시킨다. 이와 같은 공간의 전유는 모임이 종료되면 해체되지만 매주 동일 요일과 시간대에 반복되면서 해당 장소에 상징적 의미를 축적시킨다.

파야 레바-게일랑 일대에서 반복된 물리적 점유를 통해 형성되는 관계적 장소는 시티 플라자 내부에 한정되지 않고 주변의 보행・개방 공간과 상업시설로 확장된다. 파야 레바-게일랑은 환승역, 복수의 쇼핑몰, 보행교, 공원, 게일랑 세라이 상권이 보행권 내에서 연결된 다핵적 복합 공간으로, 이주노동자의 휴일 활동은 단일 쇼핑몰 내부에 국한되지 않고 이들 공간을 연결하는 보행 네트워크 전반으로 확장된다. 이와 같은 공간적 확장은 특정 쇼핑몰 내부의 상업 서비스 네트워크가 구심력의 중심이 되는 필리핀과 미얀마 출신 이주가사노동자의 집결지와는 다소 상이한데, 이곳의 집결이 상업시설과 교통 결절점, 공공장소를 연결하는 넓은 공간적 범위에서 이루어짐을 보여준다. 쇼핑몰 내부보다 개방공간을 중심으로 한 집결은 이주가사노동자에게 소비를 전제로 하지 않는 휴식과 교류의 가능성을 제공하고 집단의 규모와 활동 방식에 따라 체류 장소를 선택하고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대시킨다. 그러나 편의시설의 부족, 관리와 감시, 주변 이용자의 시선 등에 보다 직접적으로 노출된다는 점에서 불안정성을 함께 지닌다. 따라서 파야 레바-게일랑의 공공장소를 체류 가능성과 공간적 자율성이 확대되며 휴식의 조건이 지속적으로 협상되는 공간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이동과 정지를 하나의 순환적 이동체계로 파악하고 평일의 상대적 부동성이 휴일의 이동과 공공장소에서의 체류로 전환되는 과정을 키노폴리틱스의 관점에서 고찰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일상적 이동과 체류는 고용 및 주거 제도를 포함하여 도착지인 공공장소의 물리적 구조, 통행 질서, 관리 규범 등에 의해 통제된다. 이는 이동권에 관한 논의가 목적지에 대한 접근성을 포함하여 도착지에서 안전하게 휴식하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체류권과 공간적 정의까지 포괄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와 함께 공공성에 관한 논의 역시 물리적 접근 가능성과 실질적인 이용 가능성을 구분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공공성의 실질적 범위는 어떤 신체와 행위가 공간 내에서 적절한 것으로 인정되는지, 그리고 그 적절성을 판단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비소비적 체류와 집단적 휴식이 통행 방해, 미관 저해, 비공식 점유 등의 담론으로 재규정되고 이 과정에서는 통제와 배제의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는데, 이들의 존재 자체는 허용되더라도 체류의 지속성과 행위의 범위가 다른 주체가 설정한 규범에 의해 판단되고 조정된다는 점에서 파야 레바-게일랑의 공공성은 조건화된 포용의 성격을 보여준다.

정책적 측면에서 볼 때 주목할 점은 노동정책과 공간복지의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할 휴식 공간의 문제가 공공장소의 혼잡, 위생, 경관, 통행과 질서의 문제로 재규정된다는 사실이다. 제도적으로 충족되지 못한 이주가사노동자의 휴식 공간 수요가 도심의 공공영역과 상업시설 주변부로 이전되고, 그에 따라 나타난 집단적 체류가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재규정되는 과정은 적절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지 못한 제도와 도시계획의 구조적 결핍을 개별 노동자와 공공장소 관리 주체에게 전가하는 공간적 책임의 외부화를 보여준다. 공간적 책임의 외부화는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노동과 노동자 자신의 사회적 재생산에 상이한 공간적 가치를 부여하는 도시의 모순을 드러내는 것이다.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노동은 싱가포르 시민 가구의 돌봄과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사회적 기반이 되지만 노동자가 자신의 신체를 회복하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은 고용주의 주거 공간 내부와 도시의 공식적인 휴식 시설에서 확보되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사회적 재생산은 건물 주변과 틈새의 불안정한 공간에 의존하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도시정책은 이주가사노동자의 일요일 집결을 노동권과 공간복지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저비용의 실내 휴식 공간과 기본 편의시설, 식사와 대화가 가능한 비소비적 체류 공간, 그리고 대중교통과 생활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등을 함께 보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공장소의 관리기준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이주가사노동자를 공간 이용의 당사자로 참여시키고, 관련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일요일 모임에서 드러나는 문제는 집단적 체류 자체보다는 이를 수용할 휴식 공간과 관리체계가 노동정책과 도시정책의 영역에서 제도적으로 확보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파야 레바-게일랑의 사례는 도시의 포용성이 비소비적 이용과 집단적 휴식의 정당성, 공간 이용규범의 결정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데까지 확장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며, 이주가사노동자의 휴식 공간 문제를 개별 공공장소의 관리 부담으로 남겨두기보다 노동행정, 도시계획, 공간복지를 포괄하는 정책과제로 재구성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상에서와 같이 본 연구는 비참여 관찰과 사진 자료를 통해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집결 및 공간 전유 양상을 실증적, 시각적으로 포착했다는 의의를 지닌다. 그러나 비참여 관찰에 의존한 외부자로서의 관찰은 주체들의 미시적 경험과 협상 과정을 직접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특정 시기와 장소에 국한된 조사 방식은 정책적 맥락과 제반 환경의 변화에 따른 집결 양상을 일반화하는 데 제약이 있다. 심층 인터뷰와 타 집결지와의 비교 연구를 통해 이와 같은 한계를 보완하는 것은 추후 과제로 남는다.

Acknowledgements

이 논문은 2025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25S1A5A2A03011989).

註

[1] 1) 싱가포르의 저임금 남성 이주노동자들(주로 방글라데시와 인도 출신)은 휴무일에 주로 도심의 대표적인 에스닉 엔클레이브(ethnic enclave)인 리틀 인디아(Little India)에 집결하여 고향 음식을 소비하고 송금 업무를 처리하며 동료들과 교류하는 등 대안적 공동체 공간을 형성해 왔다. 그러나 2013년 리틀 인디아 폭동을 계기로 싱가포르 정부는 남성 이주노동자의 도심 집결을 통제하고 주류 사회와의 접촉을 축소시키기 위해 도시 외곽 남성 노동자 기숙사 인근에 정부 주도의 전용 레크리에이션 센터를 확충하였다(Goh and Lee, 2022, 3313-3315).

[2] 2) 본고에서는 ‘여성 이주가사노동자’를 맥락에 따라 ‘여성 이주노동자’로 약칭하여 서술한다.

[3] 3) 싱가포르는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이동과 도시 공간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주가사노동이 시민 가구의 돌봄과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주요 노동력으로 제도화되어 있고 취업허가와 특정 고용주에 종속된 고용관계, 고용주 주거지에서의 입주노동, 제한적으로 보장되는 휴일이 노동자의 일상적 이동과 체류 범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도 2024년 9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도입되었으며 본사업으로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기존 참여자의 고용은 취업활동기간 연장을 통해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싱가포르의 경험은 외국인 가사노동 제도가 노동자의 이동과 휴식, 도시공간 이용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비교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

[4] 4) 파야 레바-게일랑은 공식 행정구역 명칭이 아니라 여성 이주가사노동자의 이동과 집결이 집중적으로 관찰되는 권역을 포착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 설정한 공간 범주이다. 파야 레바 MRT역(Paya Lebar MRT)과 시티 플라자를 중심으로 파야 레바 센트럴(Paya Lebar Central), 게일랑 세라이(Geylang Serai), 그리고 인접 공공장소가 기능적으로 연결된 공간 범위를 가리킨다.

[5] 5) 필리핀 출신 이주가사노동자들은 예수성심성당(Church of the Sacred Heart)을 비롯하여 타갈로그어 미사가 제공되는 여러 가톨릭 성당에서 미사와 종교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며, 럭키 플라자는 미사 전후 또는 휴일의 다른 시간대에 동료들과 모이는 주요 집결지라 할 수 있다(Cornelio, 2008; Parreñas, 2015; Roces, 2021; 2022; Roman Catholic Archdiocese of Singapore, 2026).

[6] 6) 본 연구에서 럭키 플라자와 페닌슐라 플라자에 관한 자료는 파야 레바-게일랑과 동일 조건을 기준으로 비교・분석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싱가포르의 주요 여성 이주가사노동자 집결지의 공간적 맥락을 파악하기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하였다.

[7] 7) 두 차례의 현장조사 사이에 이주가사노동자의 공공장소 이용 환경에 일부 변화가 있었다. 일례로 2025년 11월 시티 플라자와 키넥스를 연결하는 육교를 일부 이주가사노동자가 점유하면서 보행 불편 민원이 제기되었고, 이후 관리 주체와 경비원의 순찰 및 이동 권고가 강화된 사례가 보도된 바 있다(8world, 2025, November 23; Lianhe Zaobao, 2025, November 20). 따라서 2026년 파야 레바-게일랑에서 관찰된 공간 이용 양상을 해석할 때 관리환경의 변화 이후를 반영한 현상이라는 점을 고려하였다. 그러나 파야 레바-게일랑에 대한 2023년 동일 지점의 관찰자료가 확보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2025년의 민원과 관리 강화가 공간 이용 양상을 어떤 방식으로 변화시켰는지를 비교하거나 그 인과 효과를 판단하지 않았다. 관련 보도자료는 2026년 현장관찰 당시의 공간관리 맥락을 이해하기 위한 보조자료로 활용하였다.

[8] 8) 선행연구에서 보고된 이주가사노동자의 경험, 동기, 사회적 관계 등에 관한 논의는 현장관찰을 해석하기 위한 맥락적 자료로 활용하였다.

[9] 9) 본 연구에서 체류권은 도시 공공장소에 접근하여 일정 시간 머물고 일상 활동을 수행하며 공간의 정당한 이용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이 개념은 Lefebvre의 도시에 대한 권리, 특히 도시공간을 사용하고 전유할 권리에 이론적 기반을 둔다(Lefebvre, 1996, 173-179). Purcell(2002, 102-103)이 설명한 바와 같이 전유의 권리는 도시 거주자가 공간에 접근하고 물리적으로 점유하고 사용하며 공간 생산에 관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10] 10) 공개된 싱가포르 정부 통계만으로는 국적별 이주가사노동자의 정확한 규모와 비중을 파악하기 어렵다. 싱가포르 인력부(Ministry of Manpower, Singapore)가 정기적으로 이주가사노동자의 전체 규모는 공개하고 있으나 출신국별 인원과 구성비를 세분하여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11] 11) 공개된 공식 통계는 없지만 싱가포르 이주가사노동자 관련 연구들에서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를 핵심 출신국으로 제시하고 있다(Eng, 2016; Goh et al., 2017).

[12] 12) 싱가포르에서는 말레이시아 출신 이주가사노동자에 한하여 고용주가 부담하는 SGD 5,000의 보증채권 의무가 면제된다(Ministry of Manpower, Singapore, 2026). 싱가포르 정부는 구체적인 근거를 밝히고 있지 않으나 양국 간에 장기간 형성된 초국경 노동이동체계, 고용 종료 후 귀가 여부를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관리할 수 있는 행정적 조건 등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3] 13) 싱가포르 정부는 이주 가사노동자의 국적별 평균 임금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지만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실제 고용계약 5,060건을 집계한 민간 고용알선기관(‘We Are Caring’)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이주 가사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SGD 862로 나타났다. 출신국별로 보면 필리핀 출신이 SGD 876, 인도네시아 출신이 SGD 828, 미얀마 출신이 SGD 706로 산출되었다. 이 자료의 공개 기관은 임금 격차가 출신국에 따른 시장수요와 근무경력의 차이를 반영하며 특히 싱가포르 내 근무경험과 이직 여부에 따라서도 임금 수준에 차이가 나타난다고 설명한다(We Are Caring, 2026).

[14] 14) 필리핀 정부는 해외 취업 자국민 가사노동자에게 오랫동안 월 USD 400의 최저임금 기준을 적용해 왔다. 싱가포르에서는 환율 변동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필리핀 대사관과 현지 고용알선업계의 협의를 통해 이를 SGD 500의 현지 기준으로 적용하였으며 2016년에는 SGD 550으로 조정되었다. 이후 필리핀 이주노동부(Department of Migrant Workers, Philippines)는 2025년 해외 가사노동자의 최저 월급 기준을 USD 400에서 USD 500으로 인상하였고, 싱가포르에서는 이를 SGD 650으로 적용하였다. 이 기준은 2025년 10월 21일 이후 처리되는 신규 계약과, 휴가 후 기존 고용관계로 복귀하는 해외노동자의 갱신 계약에 적용되고 있다(Department of Migrant Workers, Philippines, 2025; Migrant Workers Office Singapore, 2025).

[15] 15) 이주가사노동자들은 상업시설 내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일부 푸드코트나 식당을 방문하지만 낮은 임금 수준으로 인한 지출 부담으로 식음시설 이용률은 낮게 나타난다(Yeoh and Lam, 2022, 3294, 3304). 연구진의 현장 관찰에서도 상당수가 건물 내부보다는 외부 보행로나 건축물 주변 틈새 공간에 체류하며 지참한 음식과 음료를 나누어 먹는 모습이 다수였다.

[16] 16) 싱가포르에서 이주가사노동자의 일부 고용주는 업무 집중과 돌봄 안전을 이유로 근무 중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거나 특정 시간에만 휴대전화를 돌려주는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CNA, 2020, February 5). 입주형 가사노동에서는 노동시간과 휴식시간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근무 중 사용 제한은 사실상 하루 대부분 외부 연락을 통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17] 17) 인도네시아 출신 무슬림 이주가사노동자의 히잡 착용은 일상생활에서 지속 착용 또는 비착용, 특정 상황에서만 착용, 근무 중에는 미착용이지만 휴일에만 착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는데, 히잡은 국적이나 무슬림 정체성을 일률적으로 나타내지 않으며 신앙의 실천 방식, 출신 배경, 노동환경 등에 따라 선택될 수 있는 종교적, 문화적 양식이라 할 수 있다(Eng, 2016, 14-15). 그러므로 일요일 집결지에서 히잡은 동료들과의 상호작용과 집합적 체류 속에서 소속감과 종교적・문화적 정체성을 가시화하는 신체화된 표현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18] 18) 파야 레바-게일랑 일대에는 말레이 음식과 인도네시아 음식을 제공하는 할랄 음식점과 호커 노점이 다수 분포한다.

[19] 19) 파야 레바 MRT역 인근에는 모스크(Masjid Wak Tanjong)가 위치하며, 파야 레바 쿼터 몰과 같이 일반 이용자를 위한 공식 기도실을 갖춘 상업시설이 존재하지만(Paya Lebar Quarter, n.d.), 다른 시설의 기도 공간은 연회장이나 개별 점포의 이용객을 대상으로 하거나 계단실 주변에 형성된 비공식 공간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있다.

[20] 20) 럭키 플라자 내부에서는 일요일마다 복도부터 주차장까지 거의 모든 공간이 필리핀 출신 이주가사노동자들로 채워지며 도시락을 밟지 않도록 조심하며 복도를 지나가야 할 정도로 혼잡하다는 관찰이 보고되어 있다(Rice Media, 2020, January 6; Stomp, 2025, September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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