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II. 과소론 논의: 일본의 과소 문제와 과소 대책을 중심으로
1. 과소 문제
2. 과소문제 대응 전략
III. 과소대책으로서 인구감소지역 지원 정책
1. 인구감소지역의 지정
2. 인구감소지역 지원제도
IV. 봉화군의 과소 실태와 인구감소 대응 전략
1. 과소 실태
2. 인구감소 대응전략 평가
V. 요약 및 토론
I. 서론
과소(過疎), 인구가 급감하여 인구밀도가 지나칠 정도로 낮아졌다는 의미로 1960년대 후반 일본에서 태동한 용어이다. 이때부터 긴급한 대책이 수립되고 학계의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후 50년 넘게 과소 문제는 계속 확대되었다. 처음에는 일부 산촌에서 과소 현상이 발생하던 것이 점차 산촌뿐만 아니라 산간지역과 평야지역의 중간에 위치한 중산간지역까지 과소 현상이 발생하였다. 또 처음에는 농업인구의 부족, 경지황폐화 문제가 부각되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 저출산・고령화 추세, 인구감소 상황까지 겹치면서 지역사회의 유지 자체가 위협받는 현상까지 대두하였다. 특히 마을이 마을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되자, 남아 있는 주민들은 자긍심의 공동화, 체념적 상태에 빠지는 등 지역사회의 아노미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 무렵부터 일본의 학계와 정책 당국은 과소 대책의 방향성을 둘러싸고 논쟁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농촌포기론(農村たたみ論), 마을접기론(むらおさめ論)같은 이른바 ‘질서 있는 철수론’이 제기되고 있다(作野, 2006; 林.et al., 2010). 다른 한편에서는 과소 대책의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들도 제기되고 있다. 즉 농촌활성화, 농촌진흥 혹은 격차 해소를 목표로 대규모 공공투자 및 민간자본 유치 방식을 지양하고, 지금은 인구감소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 구축에 주력할 때라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주민의 주체성 및 역량을 높여 내발적 방식으로 마을 기능의 회복, 마을재생을 목표로 한 마을만들기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오다기리, 2014).
우리나라에서 과소 문제에 대한 최초의 연구는 오홍석의 연구(1980) 이다.1) 1990년대에도 부분적으로 이루어졌지만 본격적인 연구는 2000년대에 들어와서 이루어졌다. 2000년대 이후 연구의 대부분은 과소의 실태 파악 위주로 이루어졌다.2) 즉 과소마을, 한계마을, 소멸위험마을 개념에 입각해 마을 유형 분류 및 실태를 밝히는 연구들이다. 인구학적 기준의 과소・한계마을로 구분되는 마을의 사례는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 전체 마을의 5% 내외3)이며 그것도 산발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성주인・채종현, 2012; 정원기・안영진, 2016;. 한주성, 2018; 윤정미・김동한, 2017). 그리고 과소・한계마을의 경우도 내부의 공동체 기능은 다른 마을에 비해 상대적인 취약할 뿐, 본질적인 차이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성주인・채종현, 2012; 조영재 등, 2015; 박경철, 2014, 박진우 등, 2018). 나아가 소멸전망에 대한 의식도 예상과 달리 다른 유형의 마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조영재 등, 2014). 이처럼 현재 우리나라 과소문제는 그 폭과 깊이가 일본의 수준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최근의 인구감소, 광범위한 지역소멸 위기를 고려한다면 지금부터 과소문제에 대한 본격적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최근까지 별도의 과소대책은 없었고 농촌정책과 낙후지역 제도로 접근하여 왔다. 이 정책들은 도농격차, 상대적 낙후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주요 정책수단도 생활환경개선, 일자리 및 소득기회 확충 등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과소문제의 본질은 지역사회의 위기에 있기 때문에 해결 방향도 인구감소 상황 하에서 지역사회의 대응 체제 구축 위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점에서 문제 상황과 해결 수단이 다르고 할 수 있는 농촌정책과 낙후지역 제도는 과소 대책으로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과소대책은 소프트웨어 사업 위주로 시책을 펴고 하드웨어 사업도 소프트웨어 사업을 위한 기반 조성에 한정하여 이루어진다(오다기리, 2014).
최근 지방소멸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인구감소지역 제도 신설, 2022년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 제정 등 새로운 제도가 마련되었다. 이에 따라 89개 인구감소지역 시군구는 인구감소지역 대응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중앙정부로부터 매년 평균 100억 정도를 지원받게 되었다. 인구감소지역 지원제도는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사회의 위기 극복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갖고 추진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필자는 우리나라에 있어서 최초의 과소 대책으로 평가하고 싶다.
본 연구는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경상북도 봉화군을 사례로 과소화 실태 및 지역의 인구감소 대응전략을 평가해보고자 한다. 봉화군은 198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정부의 여러 낙후지역 정책 사업의 대상지로 빠짐없이 지정되어 왔고 이번에 다시 인구감소지역으로도 지정되었다. 따라서 봉화군은 지역 차원에서 인구감소문제를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그 실태의 단면을 파악하는데 의미 있는 사례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봉화군의 인구감소 대응전략은 2023년 5월에 수립된 ‘인구감소지역 대응 기본계획’ 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과소 대책으로서의 적절성 측면을 평가해보고자 한다.
논문은 다음과 같이 구성하였다. 먼저 2장에서는 과소론에 관한 이론적 검토로써 일본의 과소문제의 본질과 과소 대응 전략을 정리하였다. 일본은 지난 50년 이상 과소대책을 꾸준히 실시하였고 그 과정에 과소문제와 대응전략에 관해 상당한 연구 성과를 축적하였다. 3장에서는 인구감소지역 지원제도에 관해 고찰하고, 이어 4장에서는 경상북도 봉화군의 과소화 실태와 인구감소지역 대응전략을 분석하였다. 마지막 5장은 4장의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토론 및 정책적 제안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는 일본의 과소론 논의에 입각해서 봉화군의 인구감소 대응 전략을 검토하는 접근 방법을 채택하였다. 따라서 연구는 문헌 자료와 통계자료를 활용하여 그 실태를 기술하고 해석하는 방법으로 진행하였다. 한편 4장의 실태분석을 위해 국가통계포털 농업총조사(지역조사) 2020년 자료를 활용하였다. 농업총조사의 지역조사 자료는 행정리의 서비스시설 보유 실태, 주요 서비스시설까지의 이동 시간 혹은 거리, 마을의 인구자료, 행정리의 공동체활동 실태 등 행정리별로 다양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는 자료이다.
II. 과소론 논의: 일본의 과소 문제와 과소 대책을 중심으로
1. 과소 문제
과소화, 과소문제는 1960년대 후반부터 일본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며 개념이다. 출반부터 학술적 개념이라기보다 정책적 용어로 사용되었다. 즉 과소지역을 ‘인구의 현저한 감소에 따라 지역사회의 활력이 저하되고, 생산기능 및 생활환경의 정비 등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상태에 있는 지역’으로서 특별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한 지역으로 규정하였다. 우리나라 낙후지역 개념과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학술 분야에서는 처음부터 인구학적 왜소화만으로 과소를 규정하는 데에 비판을 하였다. 이들은 과소의 본질은 인구감소나 인구밀도의 저하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인구감소로 인해 지역사회의 유지, 재생산능력이 취약해지고, 나아가서는 지역사회의 붕괴 우려 등 사회문제적 상황의 발생에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오까하시(岡橋, 1997)는 과소화를 고도경제성장 과정에서 대도시, 공업지역에 종속됨으로써 지역의 내발적 역량을 상실해버리는 주변지역화(peripheralization) 개념으로 정의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김두철(金斗哲, 1998)은 과소란 외부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지역사회의 자기조정기능이 마비되고 지역사회의 가치관과 규범이 아노미 상태에 처한 상황이라고 정의하였다.
한편, 농촌지역사회 맥락에서는 과소 문제를 인구의 절대적 부족, 노령화 등 인구구조가 취약해지면서 농촌마을이 담당해오던 상호부조기능, 생산보완기능, 지역자원관리기능 등이 약화되며, 나아가 잔존 인구의 삶 유지 자체가 위협을 받는 상황으로 본다. 즉 마을의 인구학적 왜소화와 기능적 취약화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 과소로 규정한다. <그림 1>는 인구감소, 마을기능의 변화 두 가지 프로세스를 통해 마을의 변화 과정을 모식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그림에서 I 단계는 인구가 급감하지만 마을이 지역사회조직단위로서의 기능을 그런대로 유지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과소 이전의 단계이며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농촌의 과잉인구 해소가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II단계는 추가적인 인구 감소와 함께 비로소 마을 기능의 약화가 발생하는 본격적인 과소화 단계에 돌입한 시기이다. 그리고 III단계는 마을이 물리적으로는 존재하지만 마을다운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한계마을 단계이다. 한계마을 단계 어느 시점에는 소수의 주민이 존재하더라도 마을기능은 완전히 소멸한 마을소멸기에 돌입하고 마침내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 폐촌화에 이른다.
이러한 과소마을, 한계마을 정의에도 불구하고 인구학적 기준에 의한 조작적 정의가 널리 통용된다. 오노(大野, 2005)는 한계마을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면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50%를 넘고 가구수가 20호 미만인 마을’을 한계마을로 규정하는 조작적 정의를 내렸다. 이후 정책과 학술 두 분야 모두 이 조작적 정의를 두루 사용하고 있다.
한계마을에 대한 조작적 정의를 무리하게 적용하는 경향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인구학적 왜소화와 마을의 기능적 취약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며, 고령인구비율이 50%가 넘고 거주 가구는 20호에 못 미치는 소규모・고령화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공동체 활동이 이루어지는 다양한 사례와 통계적 분석결과가 제시되고 있다(小田切・坂本, 2004; 夫惠眞・金斗哲, 2010; 中條, 2011, 橋詰, 2015 등).4) 이로 인해 학계와 정책 당국에서 부정적 뉘앙스가 담긴 한계마을 용어 대신에 중립적인 의미가 담긴 ‘소규모・고령화마을’ 용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中條, 2011).5)
한편 일본 사회의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고착된 만큼 과소마을 대책도 마을 유형에 따라 차별화되어야 한다는 논의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쿠노(作野, 2006)는 한계마을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책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마을에 적용되는 활성화나 재생 전략과 다른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한계마을의 주민 이주가 불가능하다면, 남아 있는 주민의 생활에 필요한 복지적 보호 시책을 실시하는 한편, 마을에 대해서는 폐촌에 대비해서 마을 역사를 기록하고 전통과 지식을 보존하는 이른바 ‘마을접기(むらおさめ)’ 대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이 대책이 한계마을들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질서 있는 후퇴’ 전략이라고 표현하였다(作野, 2015).
‘마을접기론’을 반박하는 주장도 활발하다. 전체 마을의 5% 정도가 인구학적 기준으로 한계마을에 해당하는데, 실제로 소멸 혹은 소멸위험성이 큰 마을은 이 보다 훨씬 적고, 그나마 실제로 소멸된 마을도 재해, 개발사업으로 인한 소멸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山下, 2019). 또 마을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섣부른 ‘마을접기’ 대책이 해당 마을 주민에게 그곳에서 계속 살아가는 의미와 자긍심을 잃어버리게 함으로써 오히려 폐촌화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오다기리, 2014).
2. 과소문제 대응 전략
일본의 과소지역 정책은 1970년 ‘과소지역대책긴급조치법’ 제정을 계기로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4차례 개정을 거쳐 과소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소 정책의 기본 목표와 핵심 대책도 변화하였다. 특히 인구감소시대에 들어선 2010년 이후 과소대책의 기본목표는 지역활성화나 자립촉진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인구 시책의 방향도 정주인구, 교류인구 확대 중심에서 관계인구6)의 확대, 나아가 최근에는 지역사회 지속을 위한 필요 인구7)를 확보하는 쪽으로 선회하였다(사쿠노, 2021). 그리고 기본목표와 인구 시책의 전환에 맞춰 정책 지원의 초점도 대규모 시설투자, 자본 유치를 통한 지역활성화 사업을 벌이는 데서 벗어나, 주민의 주체성 확립 및 내발성 조성 등 지역사회의 자치 역량을 강화하는 측면에 두고 있다(그림 2 참고).
한편 큰 틀에서의 제도적 변화와 함께, 여러 가지 새로운 구체적 시책들도 2000년대에 들면서 추진되고 있다. 그 가운데 마을 단위를 벗어난 광역커뮤니티의 구축, 관계인구 확대 지원 시책, 재정지원 방식의 개편 등 세 가지 측면이 주목된다. 모두 시설 투자, 외부 자본 유치 위주였던 종래의 과소 대책과는 궤를 달리하는 시책들이라고 할 수 있다.
광역커뮤니티 구축은 같은 생활권에 속한 마을들을 묶어 하나의 커뮤니티 단위를 형성하는 시책이다. 여러 부처에서 다양한 명칭의 지원 사업들을 시행하는 데, 예를 들면 집락네트워크권 형성 지원 사업(총무성), 고향집락생활권 형성 추진사업(국토교통성)8), 집락연합 추진사업(농림수산성) 등이 대표적이다9), 이 사업들은 모두 전통적인 마을자치조직을 대체 혹은 보완하는 광역자치조직, 이른바 지역운영조직을 육성하는 데에 목표를 두고 있다. 지역운영조직의 규모는 지역 여건에 따라 다양하지만 초등학교 학군 범위 내의 마을들을 포괄하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이다. 지역운영조직은 단순히 주민협의 및 행정의 보조를 통합기구 역할만을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이 시책의 목표는 과거 마을들이 수행해오던 생활지원서비스, 환경보전활동, 지역활성화 활동 등을 마을을 대신하여 담당하는 조직으로 육성하는 데에 있다. 특히 다수의 마을들이 마을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과소지역의 경우 광역커뮤니티 구축은 추가적인 한계마을화를 방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계인구 확대 시책도 최근에 중앙정부, 지자체 주도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책 중의 하나이다. 관계인구는 관광 등을 이유로 지역에 일시적으로 머무는 교류인구와 달리 기부, 주기적 방문, 통근, 지역후원 활동, 두 지역 거주 등의 방식으로 지역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외부 인구를 말한다. 과소 지역의 입장에서 관계인구가 중요한 것은 이들이 앞으로 이주・정착하는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 아니다. 관계인구는 이주정착하지 않더라도 지역사회 유지에 필요한 필요인구를 확보하는 데, 도농교류의 안정적이고 심화시키는 데 그리고 지역혁신을 촉진하는 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作野, 2019). 관계인구 확대를 명시적으로 표명한 정책 사업은 없지만, 농산어촌체험 지원, 지역부흥협력대 등 외부 인력 파견사지원 등은 관계인구 확대에 기여하는 사업이다. 그동안 도농교류 사업이 농촌관광, 농산물판매에 집중하였다면, 최근의 도농교류 사업은 관계인구 확대를 통해 지역의 고립감 해소, 지역사회의 역량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시책 변화는 과소지역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방식의 변화이다. 첫째, 격차 해소를 명분으로 인프라와 시설 투자를 위한 보조금 위주로 이루어졌던 과거의 지원 방식에서 최근에는 지역에서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교부금 형태의 지원이 확대되었다. 기존의 과소대책사업채10) 이외에 지방창생교부금, 농산어촌진흥교부금 등 새로운 교부금 형태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은 이러한 교부금으로 지역 실정에 맞는 다양한 사업들을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외부 인재를 활용하고, 주민조직 및 중간지원조직의 활동에 지원하는 사업들이 늘어났다. 이 두 가지 변화는 과소지역 대책 사업의 성격이 소프트웨어 사업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오다기리, 2014). 2009년부터 과소대책사업채 예산 중 소프트웨어성 사업을 위한 예산, 즉 과소대책사업비(소프트웨어분)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는 데서 중앙정부가 소프트웨어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사쿠노, 2021).
오다기리(2014)는 과소문제 해결 혹은 지역재생을 위한 접근 전략으로서 지역활성화, 지역진흥, 지역만들기 전략을 구분하였다. 그에 따르면, 지역활성화・지역진흥은 대규모 투자, 민간자본 유치 등에 의존하는 외생적 전략인 반면에 지역만들기는 내발적 전략으로 구분된다. 그는 지역만들기 전략을 과소화・노령화에 대응할 수 있는 지역사회 체제 구축 및 지역사회 역량 강화에 초점을 두는 전략으로 규정하였다. 그리고, 성공적인 지역만들기를 위해서는 주체 양성, 광역적 자치조직 구축, 효과적인 서비스전달체제 구축, 지역 내 순환경제 체제 구축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지역만들기를 위해서는 지역은 다양한 소프트웨어 사업들을 추진하고 중앙정부는 이를 중점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III. 과소대책으로서 인구감소지역 지원 정책
1. 인구감소지역의 지정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오지, 성장촉진지역(舊 개발촉진지구), 신활력지역 등 여러 가지 낙후지역 제도를 운영하여 왔다. 낙후지역은 인구변화율 이외에 개발수준, 소득수준 등 상대적 격차 개념을 중요하게 고려하였다. 이에 비해 일본의 과소지역 개념은 인구감소 상황을 중점적으로 고려한 지역제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낙후지역 개념과 일본의 과소지역 개념 사이에는 초점을 두는 문제 상황이 다소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2020년에 도입된 인구감소지역은 지역 개념이나 구체적 선정 기준을 고려할 때 기존의 낙후지역 제도보다 일본의 과소지역 개념에 훨씬 유사한 지역제도이다(표 1).
표 1.
일본의 과소지역 및 우리나라 낙후지역 제도들의 정의 및 선정지표
인구감소지역 제도는 지방소멸 위기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국가균형발전법」 개정(2020.12)을 통해 도입된 제도이다. 이후 인구감소율 비롯한 7개의 인구학적 지표와 재정자립도 총 8개 변수를 이용해 2021년 6월 89개 인구감소지역을 고시하였다. 89개 인구감소지역에는 5개 광역시 자치구도 포함되어 있다(그림 3). 정부는 89개 인구감소지역 이외에 18개 시군구 지역을 관심지역으로 별도 지정하였다. 기존의 낙후지역 제도에 의해 지정된 시군구의 거의 대부분이 인구감소지역으로 분류되었다. 한편 인구감소지역은 5년 주기로 새로 지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첫 시행 주기(2021~2026)에는 2년 후 타당성을 분석하여 보완할 계획이다.
2. 인구감소지역 지원제도
행정안전부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인구감소지역 통합지원 사업을 실시한 바 있다. 이 사업은 총 437억원의 특별교부금으로 36개 시군을 지원하였다. 「국가균형발전법」의 인구감소지역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고려한 시군을 대상으로 소규모 지원을 한 사업이었다. 이후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2021.12)에 ‘지방소멸대응기금’ 제도가 신설되고 이어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약칭 인구감소지역법)이 2022년 6월에 제정됨으로써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지원제도가 확립되었다.
인구감소지역법에 따르면, 인구감소지역은 생활인구11) 확대, 주민 및 지역 역량 강화 등에 관한 사항을 중심으로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고, 국가는 인구감소지역이 이 계획에 의해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예산의 일부를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표 2). 주요 지원 내용을 보면, 이주・정착 및 생활인구 촉진을 통해 지역의 인구활력을 확보하고, 지역사회의 역량을 높이며, 주민의 삶을 보호할 수 있는 시책 등 인구감소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시책에 중점을 둔 것을 알 수 있다.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지원제도는 사회간접시설, 주거 및 생활편의시설, 지역산업 육성 등에 초점을 두는 낙후지역 지원 제도가 방점을 두는 분야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표 2.
인구감소지역특별법 상의 인구감소지역 지원 분야 및 세부 시책
인구감소지역을 지원할 수 있는 핵심적 재원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2022년부터 2031년까지 매년 1조원 규모로 조성하고 그 가운데 75%를 인구감소지역 시군구에 직접 지원한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법 24조에 지방소멸대응 등 관련 기반시설 조성 등을 위한 시군구의 사업을 지원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조문의 내용에서 보듯이 포괄적 분야에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인구감소지역 지원을 주관하는 행정안전부의 공식 입장도 지역이 자율적으로 수립하는 전략과 투자계획에 중앙부처가 지원하는 상향식 지원 정책이란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시군구는 투자계획 평가에 따라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부터 차등 지원을 받게 되는데, 평균 매년 60~80억 씩, 최대 120~160억 씩 5년간 지원을 받는다. 그런데 시군구는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부터의 지원 이외에 중앙부처의 국고보조사업, 도비, 시군구 자체 예산 사업까지 고려하여 5개년 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다. 특히 지방소멸대응기금의 투자 계획 평가기준에 따르면 다른 예산 사업과의 연계・협력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12) 이러한 지방소멸대응기금 지원 원칙으로 인해 시군구의 인구감소대응 기본계획은 인구감소 억제 목표만이 아닌 지역의 다양한 과제를 해결하는 종합적인 전략 계획적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일자리 창출, 청년인구 유입, 생활인구 확대 등의 성과를 요구하기 때문에 행정안전부는 하드웨어 사업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사업도 균형 있게 계획에 반영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류영아, 2022).
정리하자면, 인구감소지역 지원 제도는 지역격차보다 인구감소라는 문제 상황을 겨냥한 제도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실시하는 과소대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대상지역 선정 기준도 일본의 과소지역 선정기준과 유사하고, 해당 시군구가 자율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다양한 소프트웨어 사업까지 추진할 수 있도록 교부금방식과 유사한 성격의 지방소멸대응기금 운영을 한다는 점에서 일본의 과소대책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과소대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IV. 봉화군의 과소 실태와 인구감소 대응 전략
1. 과소 실태
봉화군은 경상북도 최북단에 위치하며, 해발 1,000m가 넘는 산을 비롯해 전체 면적의 82.8%가 산악으로 이루어진 산간지역이다. 평지는 내성천 등 낙동강의 지류 주변에 소규모로 형성되어 있다. 행정구역은 1읍 9면, 157개 행정리로 이루어져 있다. 과거에는 봉화(읍)권, 춘양권, 명호권으로 3개 생활권으로 나뉘어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생활서비스 시설들이 봉화읍과 춘양면에 상대적으로 편중되고 있다(그림 4 참고).
봉화군의 인구는 1980년 약 10만 명 수준이었던 것이 2020년 현재는 3만 명이 무너졌다. 그만큼 인구감소가 지속적으로 그리고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2000년대 초반에 25%를 넘어 초고령사회가 된 이후에도 계속 높아져 2020년 기준으로 37%를 넘었다. 이 기간 동안 순유입은 마이너스 상태를 계속 유지하였고, 특히 2000년 이후 인구감소의 주요인은 자연감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봉화군은 경북 내에서 소멸위험도가 네 번째로 높은 지역이 되었고, 봉화읍을 제외한 나머지 읍면은 모두 소멸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될 정도이다(봉화군, 2023).
행정리의 평균 규모도 크게 축소되었다. 1980년 당시의 행정리 당 평균 인구수는 584명이었던 것이 2020년에는 188명으로 거의 1/3 수준으로 축소되었다. 다만 행정리 인구규모는 1995년까지 급격하게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이후로는 감소폭이 완만해졌다. 2000년대에 들어서 잠재적 인구 유출 계층인 청장년층이 대폭 줄어든 탓이다. 행정리의 65세 이상 인구 평균 비율은 2008년 32.8%에서 2020년 42.1%로 고령화 수준이 매우 높은 상태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행정리가 소멸위험지수가 높은 마을로 평가되었다(봉화군, 2023).
그러나 이른바 일본 학계에 자주 적용하는 인구학적 기준의 한계마을, 즉 가구 20호 미만, 노령인구 비율 50% 이상인 행정리는 전무한 것으로 확인된다(표 3). 또한 가구 30호 미만, 노령인구 비율 40% 이상 준한계마을 기준에 해당하는 행정리도 단 2곳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마을들은 소규모・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한계화 수준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할 수 있다.
표 3.
봉화군 행정리의 가구 규모와 65세 인구 비율 분포
| 구분 | 가구수 | ||||||
| 29호 이하 | 30~39호 | 40~49호 | 50~99호 | 100호 이상 | 계 | ||
|
65세 인구 비율 | 50% 이상 70% 미만 | 1 | 2 | 18 | 3 | 24 | |
| 40% 이상 50% 미만 | 1 | 6 | 4 | 47 | 24 | 82 | |
| 40% 미만 | 1 | 3 | 3 | 23 | 51 | ||
| 계 | 2 | 7 | 9 | 89 | 50 | 157 | |
통상적으로 마을의 조건불리가 과소화를 초래하는 한 요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도 봉화군 행정리의 과소화 수준과 입지조건을 비교 분석하였다(표 4). 다만 봉화군의 경우 마을 규모가 한계마을 또는 준한계마을 수준에 해당하는 마을은 거의 없기 때문에 행정리의 65세 이상 인구비율(2020년)과 입지조건 간의 관계만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높은 행정리일수록 읍・면소재지에서 상대적으로 멀고, 시내버스 운행횟수가 상대적으로 적으며 그리고 재래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먼 것으로 분석되었다. 다만 행정리의 65세 이상 인구비율 수준과 병원 및 대형마트까지의 상대적 거리 사이에는 체계적 차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13)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50%가 넘는 24개 행정리들은 읍・면소재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대중교통 운행 빈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도상으로 확인해보면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50%가 넘는 마을들은 대부분 소하천 유역 상류 지점에 해당하는 궁벽진 곳에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표 4.
봉화군 행정리의 노령화 수준별 입지 특성 비교
| 구분 | 65세 이상 인구 비율(2020년) | 전체 | ||||
| 30% 미만 | 30~39% | 40~49% | 50% 이상 | |||
| 행정리 수 | 11 | 40 | 82 | 24 | 157 | |
| 읍(면)소재지까지의 소요시간* | 평균 | 5.2 | 9.0 | 9.2 | 11.00 | 9.1 |
| 표준편차 | 4.8 | 6.5 | 5.6 | 7.3 | 6.2 | |
| 시내버스 운행횟수** | 평균 | 12.0 | 7.3 | 5.7 | 3.9 | 6.3 |
| 표준편차 | 15.1 | 8.8 | 5.2 | 3.5 | 7.3 | |
| 병의원까지의 소요시간* | 평균 | 16.0 | 23.4 | 18.8 | 23.7 | 20.5 |
| 표준편차 | 14.7 | 14.9 | 8.7 | 15.1 | 12.2 | |
| 재래시장까지의 소요시간** | 평균 | 10.3 | 13.4 | 16.2 | 18.9 | 15.5 |
| 표준편차 | 13.5 | 10.4 | 8.8 | 8.4 | 9.7 | |
| 대형마트까지의 소요시간** | 평균 | 16.0 | 27.5 | 23.5 | 21.6 | 23.7 |
| 표준편차 | 14.7 | 12.3 | 11.6 | 9.4 | 12.0 | |
봉화군 행정리의 약 절반 정도는 마을 내 생산자조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고, 대부분의 행정리는 생활관련 공동체 활동을 실시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생활관련 공동체 활동 중 마을잔치는 대부분의 마을들이 실시하고 있지만, 마을가꾸기, 취약계층지원, 공동급식, 공동여가활동, 기타공동체 활동을 실시하고 있는 마을은 일부 마을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5). 특히 취약계층지원, 공동급식, 공동여가활동 등이 실시하는 마을은 극히 드물었다. 결국 봉화군 행정리의 공동체 기능은 전반적으로 취약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생활관련 공동체 기능은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행정리의 절반 정도는 생산관련 조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다만 생산조직의 존재로 생산관련 공동체 기능이 활성화되었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소수의 농가만이 생산조직에 참여하거나 조직은 있지만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표 5.
행정리의 공동체활동 실태
| 구분 | 공동체 활동 | ||||||
| 마을가꾸기활동 | 마을잔치 | 취약계층지원 | 공동급식 | 공동여가활동 | 기타 공동체활동 | 도농교류활동 | |
| 실시 | 44 | 133 | 29 | 10 | 7 | 19 | 17 |
| 미실시 | 113 | 24 | 128 | 147 | 150 | 138 | 140 |
한편 행정리의 인구학적 특성과 공동체 기능의 활성화 사이에는 뚜렷한 관계를 발견할 수 없었다. 행정리의 규모・노령화 수준과 생산 및 생활 관련 공동체 활동의 활성화 정도 간에 어떤 체계적 관계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농가수가 20호 미만 인 행정리의 경우 생산자 조직 활동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표 6). 결국 행정리의 공동체 기능 활성화 여부는 소규모・노령화 등 인구학적 조건과 관련성이 약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히려 주민의 가치관 및 생활양식의 변화가 마을의 공동체 기능을 약화시키는 주된 요인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표 6.
행정리 인구학적 특성과 생산자조직 및 공동체 활동 실태
| 구분 | 행정리 수 | 생산자조직 유무 | 생활관련 공동체활동 여부 | |||
| 없음 | 있음 | 하지 않음 |
하고 있음 (평균 종수)* | |||
|
65세 이상 인구비율 | 30% 미만 | 11 | 10 | 1 | 3 | 8(2.13) |
| 30~39% | 40 | 17 | 23 | 4 | 36(1.81) | |
| 40~49% | 82 | 41 | 41 | 11 | 71(1.73) | |
| 50% 이상 | 24 | 11 | 13 | 2 | 22(1.68) | |
| 계 | 157 | 79 | 76 | 20 | 137(1.77) | |
| 농가 수 | 19호 이하 | 31 | 24 | 7 | 8 | 23(1.52) |
| 20~29호 | 38 | 22 | 16 | 5 | 33(1.97) | |
| 30~39호 | 36 | 11 | 24 | 3 | 33(1.39) | |
| 40호 이상 | 50 | 21 | 29 | 4 | 46(1.96) | |
| 계 | 155** | 78 | 76 | 20 | 135(1.75) | |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봉화군의 경우 일본의 인구학적 기준의 한계마을에 해당하는 소규모・고령화 현상은 일부 고립된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나타날 뿐 아직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행정리의 공동체적 기능은 마을의 규모, 고령화 수준과 무관하게 이미 상당히 취약해져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행정리의 인구학적 조건보다 생활양식의 변화, 주민의 개인주의 경향이 공동체 활동의 약화의 주된 배경으로 보인다. 앞으로 행정이 상당한 수준으로 개입하지 않을 경우, 마을의 생활・생산인프라 시설의 유지관리, 취약계층의 생활 유지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한계마을과 흡사한 행정리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 시점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인구감소 상황 하에서도 지역사회가 유지, 존속할 수 있는 대응 체제 구축에 본격적으로 착수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된다.
2. 인구감소 대응전략 평가
봉화군은 2021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받아 인구감소 대응 정책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기 전까지 명시적인 과소정책, 과소대책 사업을 실시하지 않았다. 다만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 시행계획에 의한 사업과 각종 농촌정책은 인구 유입, 고용기회 확충, 생활환경 개선 사업 등을 실시함으로써 과소 문제에 간접적으로 대응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14)
2022년부터 추진되는 인구감소지역 지원사업은 인구감소문제를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이전의 농촌개발정책과 개념적으로는 구분되는 사업이다. 특히 이 사업에는 인구감소지역 대응기금으로부터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최대 600억원 이상의 특별양여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 지원금은 다른 보조금 사업에 비해 지역이 주도적으로 그리고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다양한 사업들에 투입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본 연구에서는 2023년 5월에 봉화군이 수립한 인구감소지역 대응 기본계획을 중심으로 봉화군의 과소문제 대응 방식을 평가하고자 한다.
봉화군 인구감소지역 대응 기본계획의 기본 목표는 인구 회복을 통해 지역의 활력을 높이는데 있다. 정주 인구 목표는 2026년까지 순전입 861명으로 2022년 인구보다 늘어난 31,000명의 정주인구 및 그 중 청년 인구는 10%을 달성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외 연간 생활인구 200만명을 확보함으로써 활력 있는 봉화를 만드는 것을 기본 목표로 잡고 있다. 기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4개 부문 총 71개 세부사업을 추진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재원은 인구감소지역 대응기금(67,351백만원), 국비, 도비 및 군비 등 총 808,804백만원 등 총 1,617.6억의 공적 재원을 투입할 계획이다(표 7).
표 7.
봉화군 인구감소지역 대응 기본계획의 목표와 전략
기본계획에 반영된 71개 사업에는 중앙정부 여러 부처, 경상북도의 보조금 사업 및 봉화군 자체 사업 등 기존 사업 메뉴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71개 사업 중 21개 사업이 사업비의 전부 혹은 일부를 인구감소지역 대응기금으로 충당하려는 사업(이하 기금사업)이다(표 8). 기금으로만 사업비를 조달하는 사업은 단 2개 사업에 불과하다. 나머지 19개 기금사업은 중앙정부, 도의 보조금사업 혹은 봉화군 자체의 기존 사업과 연계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당초 추진하고자 하던 보조금 사업 혹은 자체 사업의 사업 내용, 사업규모를 확대하고 시너지 효과를 얻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군구의 기본계획 평가 시 사업간 연계성 요소를 중요한 평가 요소로 한다는 중앙정부의 방침을 고려한 측면도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표 8.
봉화군 인구감소대응계획의 사업 구성 내역(단위: 갯수, 백만원)
| 재원 | 사업 유형 | 사업 수 | 사업비(%) |
| 인구감소지역 대응기금 사업* | 하드웨어 사업 | 15 | 339,765( 96.2) |
| 소프트웨어 사업 | 6 | 13,280( 3.8) | |
| 소 계 | 21 | 353,045(100.0) | |
| 기타 공적 재원 사업 | 하드웨어 사업 | 20 | 383,037( 84.1) |
| 소프트웨어 사업 | 30 | 72,713( 15.9) | |
| 소 계 | 50 | 455,750(100.0) | |
| 총 계 | 71 | 808,805 | |
그리고 21개 기금사업 중 단 6개 사업만 교육 지원,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행사 개최 및 운영 등의 소프트사업인 것으로 파악된다. 나머지는 모두 시설 구축 등의 하드웨어 사업으로 기금사업 예산의 96.2%를 투입할 계획이다. 오히려 대응기금이 투입되지 않는 기금 외 사업 유형이 건수 기준으로 소프트웨어 사업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프트웨어 성 기금사업들도 대응기금 지원을 염두에 두고 새롭게 추진되는 독자적인 프로그램이라기보다, 구축되었거나 구축될 하드웨어 시설의 운영과 관련된 지원 사업이다. 그 중 사업에 참여하는 NPO가 해당 시설이 소재한 마을과 관련이 없는 조직인 경우도 3개 사업으로 파악되었다.
한편 봉화군의 인구감소지역 대응계획 추진과 관련하여 봉화군청 각 부서 이외에 중간지원조직으로 농촌활성화센터 그리고 일부 NPO조직들이 핵심 주체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농촌활성화센터는 관설민영 조직으로 원래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의 중간지원조직으로 설립되었다. 그리고 NPO조직이 참여하는 15개 사업 중에 마을이나 읍・면 단위에서 활동하는 NPO조직이 참여하는 경우는 단 4개 사업에 불과하다. 나머지 11개 사업은 농촌활성화센터, 귀농・귀촌협의회, 농어업회의소, 축제관광재단 등 봉화군 전 지역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NPO조직이 주요 주체로 참여한다.
정리하면, 봉화군의 인구감소 대응 계획은 이주・정착인구 및 생활인구 확대, 생활환경 개선, 일자리 창출, 인재 양성 등 4가지 전략 하 71개 사업을 추진하는 종합적 전략 계획적 성격을 갖고 있다. 다만 세부 사업에서 하드웨어 사업 비중이 높고, NPO를 비롯한 주민조직이 핵심 주체로 참여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15). 사업메뉴 구성방식이나 추진 방식은 시군 기본계획이나 기존의 농촌개발 사업계획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목적 사업의 성격 상 사업 분야는 기본계획이나 타 사업계획과 구분된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인구감소지역 대응 기본계획’을 통해 파악해본 봉화군의 인구감소 대응 전략은 내발적 방식에 의한, 주민 주체성에 뿌리를 둔 발전 전략에 못 미치고 있다. 오다기리(2014)에 따르면, 인구감소 상황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주체 양성, 광역커뮤니티 체제 구축, 커뮤니티가 주도하는 서비스전달체제 활성화, 작은 경제 중심의 지역 내 순환경제 체제 구축 등에 중점을 두는 새로운 ‘지역만들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봉화군의 대응 전략을 보면, 이러한 지역만들기 전략의 핵심 요소들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의 개발사업 계획과의 차별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V. 요약 및 토론
본 연구는 경상북도 봉화군을 사례로 본격적인 인구감소 시대를 맞아 지역의 과소화 실태 및 인구감소 대응 방식을 평가해보려 한 연구이다. 사례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인구감소지역 제도에 따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경상북도 봉화군은 지속된 인구감소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인구학적 기준의 한계마을에 해당하는 행정리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마을의 공동체 기능은 상당히 취약해져 있음이 확인되었다. 인구 조건보다 생활양식의 변화, 개인주의 경향이 행정리의 공동체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인구의 추가적 왜소화에다 행정으로부터의 개입 축소까지 겹친다면, 생활・생산인프라 시설의 유지관리, 취약계층의 생활 유지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한계마을들이 빠르게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과소문제에 본격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인구감소지역 대응기금 지원을 받기 위해 수립한 봉화군의 인구감소지역 대응 기본계획을 보면, 하드웨어 사업 비중이 높고 NPO를 비롯한 주민조직이 핵심 주체로 참여하는 사업도 소수에 불과하다. 사업 분야는 크게 이주・정착인구 및 생활인구 확대, 이주・정착인구 및 생활인구 확대, 생활환경 개선, 일자리 창출, 인재 양성 등으로 편성되어 있지만, 사업의 대부분은 이 분야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 시설 구축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군 기본계획이나 기존의 농촌개발 사업계획과의 뚜렷한 차별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결론적으로 과소문제를 오래 경험해온 일본의 과소대책에서 역점을 두는 내발적 방식에 의한, 주민 주체성에 뿌리를 둔 발전 전략, 즉 이른바 ‘지역만들기’ 방식의 전략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혹은 최초의 과소대책이라고 할 수 있는 인구감소지역 지원제도가 지역에서 타 사업과 뚜렷한 차별성을 갖지 못하고 추진될 우려가 큰 데는 일차적으로 중앙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의 문제점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한다. 중앙정부는 지방소멸 대응이라는 포괄적인 목적만 설정해놓고 지역자율 추진이라는 명목으로 계획의 수립과 추진을 지역에 맡겨놓고 있다. 또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이 법에 의해 지원하는 지역의 사업 분야 5가지가 제시되어 있지만, 생활인구 확대 지원 이외 나머지 4개 분야는 기존의 낙후지역 사업 분야와 중첩된다. 그 결과, 하나의 사례이긴 하지만 봉화군의 대응 계획은 행정기관 주도로 하드웨어 중심의 전략이 수립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중앙정부는 사업 실시에 앞서 사업의 근본 목적에 맞게 그리고 하드웨어 사업 위주로 추진되지 않도록 명확한 지침 및 참조할 만한 다양한 사업메뉴 사례를 제시하고, 또 계획 수립과 관련된 교육도 충분히 실시하고 난 뒤 추진하는 식의 철저한 준비 과정이 부족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2년 후 중간점검을 하기로 되어 있으므로 시군구가 계획을 재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필요하다.
내발적 방식의 인구감소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여건이 성숙되지 못한 지역의 현실도 앞에서 언급한 계획의 문제점들이 발생하게 된 배경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공간위계별로 활동하는 다양한 주민조직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인구위기에 따른 지역사회의 구체적인 대응 과제가 발굴되지 못함으로써 타 개발사업 계획과 유사한 방식의 대응 전략이 수립하게 된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일본의 한 시정촌의 과소대책이 구체적 내용의 소프트웨어 사업 위주로, 다양한 주민조직이 핵심주체로 참여하는 계획으로 구성된 데는 활성화된 주민자치조직 및 높은 자치역량이 토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구감소 대응 전략에 이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한 사업들이 다른 사업보다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바람직한 지역만들기를 위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계획 수정 기회가 주어진다면 봉화군은 이 측면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