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국토지리학회지. 31 March 2022. 1-12
https://doi.org/10.22905/kaopqj.2022.56.1.1

ABSTRACT


MAIN

  • I. 서론

  • II. 크리스탈러의 중심지이론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 III. 중심지이론에서 크리스탈러는 무엇을 가정하였는가?

  • IV. 크리스탈러는 중심지 배열원리에 대하여 어떻게 말하였는가?

  • V. 결론

I. 서론

중심지이론의 학문적 뿌리는 1900년대 초 농촌 사회학자와 지리학자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중심지이론의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사람은 1930년대와 1940년대의 두 독일 학자, 크리스탈러(Walter Christaller)와 뢰쉬(August Lösch)였다(King, 1984, 7).

크리스탈러의 저서 『남독일의 중심지: 도시 기능을 갖춘 취락의 분포와 발전의 법칙성에 관한 경제지리학적 연구』(Die Zentralen Orte in Süddeutschland: eine ökonomisch-geographische Untersuchung über die Gesetzmäßigkeit der Verbreitung und Entwicklung der Siedlungen mit städtischen Funktionen, 이하 『남독일의 중심지』)는 1933년에 출판되었다. 1966년에 영역본(Baskin, 1966), 1969년에 일역본(江沢譲爾, 1969), 2008년에 국역본(안영진·박영한, 2008)이 출판되었다. 그의 박사학위논문인 이 책은 중심지이론(central place theory)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로부터 7년 후, 뢰쉬(Lösch, 1940)는 『경제의 공간적 질서』(Die räumliche Ordnung der Wirtschaft)를 출판하여, 크리스탈러의 중심지이론을 더욱 심화하고 일반화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에 취락지리학의 중요한 이론인 중심지이론이 비로소 도입되었고, 이를 검증하고 소화하려는 연구가 행해지기 시작하였다(박영한, 1983). 최기엽(1971)의 방법론 연구를 필두로 하여, 사례를 중심으로 중심지이론을 검증하려는 연구들(홍경희, 1970; 1971; 1975; 류우익, 1972; 박영한, 1972; 1975)이 쏟아져나왔다. 1980년대 이후 도시지리학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했으나 중심지이론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잦아들었다. 2000년대에 들어 중심지의 계층성, 중심지이론의 역할 등 중심지이론에 대한 이론적 연구들이 발표되었다(성준용, 2001; 2004, 2005; 이전, 2011). 2008년에는 크리스탈러의 『남독일의 중심지』 국역본이 출간되었고, 최근 크리스탈러의 중심지이론에서의 range 개념에 대한 연구(구동회, 2017)가 발표되었다.

크리스탈러 이후 많은 사람이 중심지이론을 발전시켜왔지만 크리스탈러의 기본 사고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임석회, 1998). 오늘날 중심지이론은 지리학은 물론이고 도시공학, 도시계획, 건축학 등 공간을 다루는 학문의 토대가 되었다. 크리스탈러의 중심지이론이 지리학의 역사에서 족적을 남긴 중요한 이론임에도 불구하고, 간과되거나 오인되고 있는 부분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논문의 목적은 크리스탈러의 중심지이론을 원전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중심지이론을 언급하고 있는 연구들에서 간과되거나 오인되고 있는 문제들을 재검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논문에서는 첫째, 크리스탈러의 중심지이론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둘째, 중심지이론에서 크리스탈러는 무엇을 가정하였는가?, 셋째, 크리스탈러는 중심지 배열원리에 대하여 어떻게 말하였는가?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여기서 참조한 크리스탈러의 중심지이론 원전과 관련된 문헌은 1933년에 출판된 원본을 1968년에 다시 인쇄한 크리스탈러의 독일어원본(Christaller, 1968), 1966년에 출판된 영역본(Baskin, 1966), 1969년에 출판된 일역본(江沢譲爾, 1969), 그리고 2008년에 출판된 국역본(안영진·박영한, 2008) 등이다.

II. 크리스탈러의 중심지이론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크리스탈러는 『남독일의 중심지』 서론에서 “도시의 수, 규모, 그리고 분포를 규정하는 법칙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하였다. 이에 관한 이론을 탐색함으로써, 그는 폰 튀넨(Johann Heinrich von Thünen)의 농업생산의 입지론, 알프레드 베버(Alfred Weber)의 공업입지론과 나란히 자리매김될 수 있는 ‘도시적 영업과 시설에 관한 입지론’을 정립하고자 하였다(안영진·박영한, 2008, 13-31).

『남독일의 중심지』는 「이론편」(도시지리학의 경제이론적 기초), 「연계편」(취락지리적 현실에 대한 이론의 적용), 그리고 「지역편」(남독일에서의 중심지의 수와 분포, 그리고 규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론편」은 다시 「기초개념」, 「정태적 관계」, 그리고 「동태적 과정」 등 세 부분으로 나뉜다(표 1 참조).

표 1.

『남독일의 중심지』(1933)의 차례

○ 서론
1. 도시의 수와 규모, 그리고 분포를 규정하는 법칙이 존재하는가?
2. 연구의 구상과 자료에 대한 개관
Ⅰ. 이론편: 도시지리학의 경제이론적 기초
A. 기초개념
1. 배열원리로서의 중심
2. 중심지
3. 중요도와 중심성
4. 중심재와 중심서비스
5. 보완지역
6. 경제적 거리와 재화의 도달범위
B. 정태적 관계
1. 중심재의 소비와 중심지의 발전
2. 인구분포와 중심지
3. 인구밀도와 인구구조
4. 중심재
5. 지역
6. 교통
7. 중심재의 도달범위
8. 중심지체계
C. 동태적 과정
1. 동태적 고찰방법
2. 인구
3. 중심재
4. 생산비와 기술진보
5. 지역
6. 교통
7. 중심재의 도달범위
8. 동태적으로 살펴본 중심지체계
9. 경기순환의 문제
D. 소결: 일반 경제이론과 특수 경제이론
Ⅱ. 연계편: 취락지리적 현실에 대한 이론의 적용
A. 도입: 과제
B. 중심지의 규정방법
1. 지점의 중요도
2. 지점의 중심성
C. 첫 번째 결과
1. 중심지
2. 체계의 기타 요소들
3. 체계들
Ⅲ. 지역편: 남독일에서의 중심지의 수와 분포, 그리고 규모
A. 뮌헨 L-체계
B. 뉘른베르크 L-체계
C. 슈투트가르트 L-체계
D. 슈트라스부르크 L-체계
E. 프랑크푸르트 L-체계
Ⅳ. 결론
A. 이론의 검증
1. 분포법칙
2. 경제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삼차적 편차
3. 경제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편차
B. 취락지리학에 대한 방법론적 귀결
1. 취락지리학에서의 경제학적 방법
2. 기타 취락지리학적 방법
3. 경제학인가 경제지리학인가
○ 부록
○ 참고문헌
○ 지도

출처: Christaller, 1968, 5-9.

「이론편」의 「기초개념」 부분에서 크리스탈러는 배열원리로서의 중심(Zentral als Ordnungsprinzip), 중심지(Zentrale Orte), 중요도와 중심성(Bedeutung und Zentralität), 중심재와 중심서비스(Zentrale Güter und Dienste), 보완지역(Das Ergänzungsgebiet), 경제적 거리와 재화의 도달범위(Die wirtschaftliche Entfernung und die Reichweite eines Gutes) 등 중심지이론에서 사용할 개념들을 정의하였다(Christaller, 1968, 23-32; Baskin, 1966, 16-23; 안영진·박영한, 2008, 37-52; 구동회, 2017)(표 2 참조). 크리스탈러는 배열원리로서의 중심에서 구심적 배열이라는 도시의 표현 형태가 아니라 ‘도시가 수행하는 기능’을 고찰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중심지 개념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표현의 함축성을 심화하기 위해 도시나 취락이라는 용어를 지점(Ort)이라는 용어로 대체하였고, 중요도 개념으로부터 중심지가 중심기능을 수행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중심성 개념을 도출하였다. 즉 어떤 지점이 지닌 총량적 중요도(절대적 중요도)에서 도시 자체의 인구에 귀속되는 중요도를 제외한 중요도의 잉여, 즉 상대적 중요도를 중심성이라 정의하였다. 또한 그는 중심지에서 생산·공급되는 재화와 서비스를 중심재와 중심서비스라 정의하고, 재화는 재화와 서비스를 함축하는 용어로 사용하겠다고 명시하였다. 그는 시장권, 세력권, 판매권 등 일상적인 용어 대신에 도시에서 농촌이라는 방향과 농촌에서 도시라는 방향을 모두 함축하는 보완지역 개념을 도입하였다. 그리고 그는 경제적 거리 개념으로부터 도출한 재화의 도달범위 개념을 “주민들이 중심지에서 공급되는 재화를 구매하기 위해 기꺼이 이동하고자 하는 가장 먼 거리”로 정의하였다. 이론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그는 도달범위 개념을 도달범위의 상한(외측 한계), 도달범위의 하한(내측 한계)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이후 Berry and Garrison(1958)은 도달범위의 하한 개념을 threshold 개념으로 대체하였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구동회, 2017을 참조할 것).

표 2.

중심지이론의 기초개념

Christaller
(1933; 1968)
Baskin
(1966)
江沢譲爾
(1969)
안영진·박영한
(2008)
개념 설명 또는 정의 비고
Zentral als
Ordnungsprinzip
Centralization as a
Principle of Order
配列原理
としての
中心部
배열원리로서의
중심
구심적 배열원리 구심적 배열이라는 도시의
표현 형태가 아니라 도시가
수행하는 기능을 고찰함.
Zentrale Orte Central Places 中心地点 중심지 중심기능을 수행하는 지점 도시나 취락 대신에 지점
(Ort)이라는 용어를 사용함.
Bedeutung und
Zentralität
Importance 意味 의미* 지점이 지닌 중요도 지점의 중심성은 중요도의
잉여, 즉 상대적 중요도임.
Centrality 中心性 중심성 지점이 중심기능을 수행하는 정도
Zentrale Güer
und Dienste
Central Goods and
Services
中心的な財貨と
用役
중심재와
중심서비스
중심지에서 생산·공급되는 재화와
서비스
재화는 재화와 서비스를
함축하는 용어로 사용함.
Das
Ergän-
zungsgebiet
The Complementary
Region
補完区域 보완지역 중심지로부터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받는 지역
시장권, 세력권, 판매권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음.
Die
wirtschaftliche
Entfernung und
die Reichweite
eines Gutes
The Economic
Distance
経済距離 경제적 거리 운임 및 기타 경제적으로 중요한
교통상의 이점 또는 부담을 화폐
가치로 환산한 지리적 거리
경제적 거리에 따라 재화의
도달범위 개념을 정의함.
The Range of
a Good
財の到達範囲 재화의
도달범위
주민들이 중심지에서 공급되는
재화를 구매하기 위해 기꺼이
이동하고자 하는 가장 먼 거리

* ‘의미하다’는 뜻의 의미와 혼돈의 우려가 있어 여기서는 Bedeutung을 중요도로 번역한다.

기초개념을 정의한 후, 「정태적 관계」에서 크리스탈러는 중심재의 소비와 중심지의 발전 사이의 관계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그는 인구분포와 중심재의 소비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한 명의 의사가 중심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구가 균등 분포하는 지역(사례 1), 하나의 소규모 중심지가 존재하는 지역(사례 2), 하나의 대규모 중심지가 존재하는 지역(사례 3), 두 개의 중심지가 존재하는 지역(사례 4)을 차례로 사례로 들었다. 그리고 인구밀도(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중심재의 소비가 많다), 인구구조(문화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중심재를 더욱 많이 소비한다), 소득수준(소득수준이 높은 지역에서는 중심재의 소비가 많다) 등이 일반적으로 중심재의 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서술하였다. 또한 중심재의 종류를 네 가지로 나눠(수량이 주어져 있는 재화/수량을 임의로 늘릴 수 있는 재화, 독점가격/시장가격) 재화의 소비에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개별적으로 설명하였다. 그리고 중심재의 도달범위는 기본적으로 첫째, 중심지의 규모와 중요도, 그리고 인구분포, 둘째, 구매자의 가격지불의지, 셋째, 주관적인 경제적 거리, 넷째, 중심지에서의 재화의 종류와 수량과 가격 등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고, 중심지체계에 관한 세 가지 원리를 도출하였다(Ⅳ장에서 논의함).

「동태적 과정」에서 크리스탈러는 “정지상태는 허구에 불과하며, 현실은 곧 운동이므로, 중심지가 지닌 중요도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인은 끊임없는 변화 속에 놓여있다”(안영진·박영한, 2008, 139)라고 말하며 「정태적 관계」에서 서술한 이론이 가진 한계를 스스로 지적하였다. 이어서 인구(인구가 증가할 때, 인구구조가 변화할 때, 인구밀도가 하락할 때), 중심재(중심재의 공급, 또는 중심재의 종류가 변화할 때), 생산비와 기술진보(중심재의 도달범위를 확대시키는 효과), 그리고 중심재의 도달범위를 규정하는 요인들의 변화가 중심재의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였다.

「연계편」에서는 「이론편」에서 정립한 이론을 현실에 적용할 때 필요한 사항, 즉 어떤 지점이 중심지에 해당하는지의 문제(어떤 지점이 중심적인지 그렇지 않은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규모의 유형에 속하는지의 문제)를 논의하였다. 크리스탈러는 중심지를 규정하는 방법, 즉 지점의 중요도(Bedeutung; importance)와 중심성(Zentralität; centrality)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전화 대수를 사용하였다. 그에 따르면, 한 지점의 중심성(Zz)을 나타내는 식은 다음과 같다(안영진·박영한, 2008, 227-228).

Zz=Tz-EzTgEg

여기서 Tz는 중심지의 전화 대수, Ez는 중심지의 주민 수, Tg는 지역의 전화 대수, Eg는 지역의 주민 수를 나타낸다. EzTgEg는 기대 중요도(expected importance)이고 Tz는 실제 중요도(actual importance)이며, 이 둘의 차이가 중요도의 잉여, 즉 중심성이다.

「지역편」에서는 뮌헨(München, 영역본에는 이 사례만 번역되어 있음), 뉘른베르크(Nürnberg), 슈투트가르트(Stuttgart), 슈트라스부르크(Straßburg, 현재는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 Strasbourg), 프랑크푸르트(Frankfurt) 등 다섯 개 지역에 대한 사례연구를 제시하였다.

『남독일의 중심지』의 제목(‘분포’와 ‘발전’)이나 차례(‘정태적 관계’와 ‘동태적 과정’)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크리스탈러는 정태적 관계(또는 구조-분포)와 동태적 과정(또는 과정-발전)을 모두 강조하였다(Preston, 1985, 180). 하지만 “중심지이론은 정태적이다”(Pacione, 2009, 128; 이희연, 2011, 490)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Preston(1985)은 “크리스탈러 이론의 동태적 부분은 간과되었을 뿐만 아니라 중심지이론은 일관되게 정태적인 것으로, 또는 기껏해야 도시체계의 발전을 다루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기술되어 왔다”라고 지적하면서, 동태적 요소가 간과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추정하였다. 첫째, 중심지이론에 관한 초기 연구자들이 이론의 특정 부분에 관심을 기울였으나, 이후의 연구자나 교과서 저자들은 초기 연구자들의 연구를 전체 이론을 대표하는 것으로 오인하였다. 동태적 요소를 무시한 두 번째 이유는 Baskin의 영역본에만 주로 의존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셋째, 동태적 부분을 무시한 것이 중심지이론의 주요 문장에 관한 번역상의 차이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 넷째, 이론을 구성하는 것에 관한 관점의 차이로 동태적 부분이 거부되었을 수도 있다.

Preston(1985)에 따르면, 기존의 연구들은 중심지이론이 정태적·규범적 관점만을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2단계 이론(two step theory)에 기초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크리스탈러의 원전을 살펴보면, 중심지이론은 중심지체계의 네 차원(four dimensions)을 밝히고자 하였고, 따라서 중심지에 관한 2개의 관점이 아니라 4개의 관점에서, 즉 (1) 정태적 현상, (2) 동태적 현상, (3) 실세계 현상, (4) 규범적(이상적 유형과 관련된) 현상으로서 중심지를 고찰하였다. 나아가, 크리스탈러의 이론은 2단계가 아니라 5개의 명확하고 상호관련된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그림 1, 2 참조).

https://cdn.apub.kr/journalsite/sites/kaopg/2022-056-01/N037560101/images/kaopg_56_01_01_F1.jpg
그림 1.

중심지이론의 네 차원(출처: Preston, 1985, 179.)

https://cdn.apub.kr/journalsite/sites/kaopg/2022-056-01/N037560101/images/kaopg_56_01_01_F2.jpg
그림 2.

중심지이론의 구조(출처: Preston, 1985, 180.)

1단계에서 크리스탈러는 중심지, 중심성, 보완지역, 중심재와 중심서비스, 경제적 거리, 그리고 재화의 도달범위 등의 개념을 조작적으로 정의한다. 2단계에서 그는 개별 중심지 분석을 위한 추상적 틀, 즉 실세계 중심지의 지역구조를 설명하는 요인들을 구성하는 틀을 제시한다. 3단계에서 그는 일반 중심지 분석을 위한 추상적 틀, 즉 일반적인 중심지의 지역구조를 설명하는 원리(시장원리, 교통원리, 행정원리)를 제시한다. 4단계에서 그는 개별 중심지체계의 발전을 분석하기 위한 추상적 틀, 즉 실세계 중심지의 지역구조가 가지는 안정과 변화를 설명하는 요인들로 구성된 틀을 제시한다. 5단계에서 그는 중심지체계의 동적인 측면들, 즉 시장원리, 교통원리, 행정원리를 추동하는 힘이 시간에 걸쳐 경쟁함으로써 생성된 중심지체계의 발전을 설명한다. 이러한 단계별 논의를 통해 그는 실세계 중심지체계와 이상적 중심지체계의 지역구조를 기술하고 설명하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남독일의 중심지』는 이론을 정립하고 사례를 통해 검증하는 연역적 방법론에 따라 서술되어 있다. 「이론편」에서는 기초개념을 정의하고, 중심지체계의 정태적 관계와 동태적 과정을 모두 고려하였다. 「연계편」에서는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중심성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전화 대수를 사용하였다. 「지역편」에서는 남독일의 다섯 개 지역을 사례로 중심지의 수, 분포, 그리고 규모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III. 중심지이론에서 크리스탈러는 무엇을 가정하였는가?

크리스탈러는 자신의 중심지이론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중심지이론의 전제나 가정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경제지리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폰 튀넨이 『농업과 국민경제에 관한 고립국』(Der isolierte Staat in Beziehung auf Landwirtschaft und Nationalökonomie, 1826, 이하 『고립국』)에서 전개한 고립화의 방법론을 가정(또는 전제)하여야 한다는 것이 크리스탈러가 중심지이론의 가정에 관하여 언급한 내용의 전부이다. 즉 그가 중심지이론을 전개할 때 전제로 하는 가정은 폰 튀넨이 『고립국』에서 전제한 가정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는 『남독일의 중심지』의 서론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지리학자들뿐만 아니라 경제학자들도 경제지리학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폰 튀넨의 기초적이고 선구적인 연구 업적인 『고립국』으로 언제나 되돌아가야 할 것이다. 폰 튀넨은 주로 농업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다루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농업생산이 보여주는 공간분포에서 이를 지배하는 경제법칙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해답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그가 전개한 고립화의 방법론과 함께 고립화한 요소들을 수학적으로 다루는 일은 모든 경제 이론적 연구에서 필수불가결한 것으로서 자리 잡아 가고 있다(안영진·박영한, 2008, 27-28).

그러면 폰 튀넨은 『고립국』에서 무엇을 가정하였는가? 북부 독일 메클렌부르크(Mecklenburg) 지방의 지주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공간경제학(spatial economics)을 창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저서 『고립국』은 공간경제학과 경제지리학을 심도 있게 다룬 최초의 학술서적이었다. 폰 튀넨은 『고립국』의 1장 「가정」(Wartenberg, 1966, 7)에서 고립국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배가 다닐 수 있는 강이나 운하가 없는 비옥한 평원의 중심에 있는 아주 큰 도시를 상상해보라. 평원의 토양은 경작할 수 있고 비옥도는 동일하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평원은 경작할 수 없는 황무지로 바뀌고, 이 국가와 외부세계 사이에는 어떠한 통신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평원에 다른 도시는 없다. 따라서 이 중심도시는 농촌지역에 모든 종류의 제조된 상품을 공급해야 하고, 그 대가로 주변 농촌에서 모든 종류의 농산물을 얻을 것이다.

이 국가에 소금과 금속을 공급하는 광산은 중심도시 근처에 있으며, 여기서는 이 도시가 유일하므로, 앞으로 단순히 “이 도시”(the Town)라고 부르겠다.

이것이 폰 튀넨이 『고립국』 1장 「가정」에서 언급한 가정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2장과 4장에서 그는 가정을 추가적으로 언급하였다. 즉 2장 「문제」에서 그는 “농업은 합리적으로 운영된다고 가정한다”(Wartenberg, 1966, 8)라고 말했다. 그리고 4장 「고립국의 여러 지역에서 곡물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에서 그는 “(1) 이 도시는 유일한 곡물 시장이다, (2) 고립국에는 배가 다닐 수 있는 강이나 운하가 없고, 그래서 모든 곡물은 우마차를 이용하여 이 도시로 운반해야 한다”(Wartenberg, 1966, 12)라는 두 가지 가정을 추가하였다.

이처럼 폰 튀넨이 『고립국』에서 언급하고 있는 가정은 우리가 경제학 또는 경제지리학 서적에서 익히 보아온 형태가 아니다. 그의 농업입지론을 소개하는 문헌에는 폰 튀넨의 『고립국』에서의 가정이 더욱 정돈된 형태로 제시되어 있다. 예컨대, 위키백과사전(https://en.wikipedia.org/wiki/Johann_Heinrich_von_Thünen)에는 폰 튀넨의 『고립국』에서의 가정이 다음과 같이 제시되어 있다.

- 도시는 “고립국”의 중앙에 위치한 유일한 시장이다.

- 고립국은 황무지로 둘러싸여 있다.

- 땅은 완전히 평평하고, 강이나 산이 없다(등질공간).

- 토양의 비옥도와 기후는 동일하다.

- 고립국의 농부는 우마차를 이용하여 중심도시로 재화를 운송하며, 고립국에는 도로가 존재하지 않는다.

- 고립국의 농부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합리적으로 행동한다(합리적 경제인).

중심지이론에서 크리스탈러는 이와 같은 『고립국』에서의 가정을 전제하였을 뿐, 중심지이론의 가정에 관한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이후 크리스탈러의 중심지이론을 소개하는 서적에서 중심지이론의 가정 또는 전제는 유사하지만 아주 다양한 형태로 제시되었다.

Fielding(1974, 128-129)Geography as Social Science에서 “대부분의 입지 이론과 마찬가지로, 중심지이론은 가정을 전제로 하며, 그것은 대개 폰 튀넨이 농업입지모델에서 가정한 것과 유사하다”라고 주장하며, 세 가지 가정을 제시하였다.

1. 자연적 장애물이 없는, 상대적으로 등질적인 평원(homogeneous plain)

2. 균등한 인구 특성(분포)과 균등한 구매력

3. 어느 방향으로나 이동할 수 있으며, 교통비는 균등하다.

이러한 가정에 따라 경제 과정의 효과를 관찰할 수 있는 등질공간(isotropic or uniform surface)이 형성된다. 또한 그는 “크리스탈러는 경제 경관의 발전은 3차산업 활동의 발달과 관련되어 있을 뿐이며, 소비자는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가정하였다”라고 덧붙였다.

홍경희(1988, 232-233)는 『도시지리학』에서 “주거패턴에 미치는 복잡한 영향력을 가능한 한 많이 제거하기 위해서 크리스탈러는 아래의 특징을 지닌 가상지역에 대해서 그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라고 언급하면서, 네 가지 가정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 가운데 처음 세 가지는 등질공간(isotropic surface)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1. 대상 지역은 다소의 기복도 없는 동질적인 평야이다.

2. 이동은 어떠한 방향으로도 가능하다.

3. 구매력을 의미하는 인구는 연속적으로 균등하게 분포하고 있다.

4. 소비자들은 최소거리(distance minimization)의 원리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동한다.

Pacione(2009, 125)Urban Geography: A global perspective (3rd ed.)에서 “모든 모델과 마찬가지로, 중심지이론은 현실의 단순화를 의미하며, 많은 가정에 근거를 둔다”라고 언급하면서, 중심지이론의 가정을 여덟 가지 범주로 정리하였다.

1. 어느 방향으로나 이동할 수 있는 무한한 동질 평원(uniform plain)이 있다. 교통비는 거리에 비례하고 교통수단은 오직 하나뿐이다.

2. 인구는 균등하게 분포한다.

3. 중심지는 배후지에 재화와 서비스, 그리고 행정기능을 제공한다.

4. 소비자는 가장 가까운 중심지를 이용함으로써 통행 거리를 최소화한다.

5. 공급자는 합리적 경제인으로 행동한다. 사람들이 가장 가까운 중심지를 이용할 것이므로, 공급자는 시장 지역을 최대화하기 위하여 가능한 한 서로 떨어져 입지하려 한다.

6. 사람들이 기꺼이 이동하고자 하는 범위 내에서 그들은 그렇게 할 것이다.

7. 고차중심지는 저차중심지가 제공하지 않는 기능을 공급한다. 또한 고차중심지는 저차중심지가 공급하는 모든 기능을 공급한다.

8. 모든 소비자의 소득은 동일하고,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동일하다.

이희연(2011, 480)은 『경제지리학(제3판)』에서 “크리스탈러는 그의 이론을 전개하기 위하여 복잡한 현실세계 상황을 가정을 통하여 단순화하였다”라고 언급하였고, 중심지이론의 가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그는 등질적 평면(isotropic surface)이라는 가정을 통하여 중심지에서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든지 간에 이동의 장애물이 없으며 운송비는 같은 비율로 증가하며, 등질평면 상에 인구는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고 소득과 기호도 같으며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동일하다고 가정하였다. 또한 중심지는 그 배후지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 등질평면 상에 삼각격자 유형의 분포패턴을 이루고 있다고 보았다. 더 나아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완전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최적자(optimizer)이며, 따라서 소비자는 가장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여 재화를 구입한다고 가정하였다.

한주성(2015, 440)은 『경제지리학의 이해(제2개정판)』에서 “크리스탈러는 중심지이론을 현실적으로 단순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전제조건을 제시했다”라고 주장하면서, 중심지이론의 가정을 여덟 가지로 제시하였다.

첫째, 모든 방향에서 교통의 편리도가 같은 등질평야이다. 그리고 운송비는 거리에 비례하고 단일 운송수단을 이용한다. 둘째, 평야 상에 인구가 균등하게 분포해 있다. 셋째, 중심지는 그 배후지에 재화·서비스 및 행정적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평야 상에 입지한다. 넷째, 소비자는 그들이 수요로 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최근린 중심지를 방문한다. 즉 소비자는 각 기능에서 소요거리를 최소화한다. 다섯째, 이들 기능의 공급자는 경제인으로 활동하며, 가능한 한 가장 넓은 시장을 획득하기 위해 평야 상에 입지함으로써 그들의 이윤을 최대화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요자가 최근린 중심지를 방문하고, 공급자는 그들의 시장지역을 최대화하기 위해 가능한 한 다른 공급자로부터 멀리 떨어져 입지할 것이다. 여섯째, 중심지는 기능적 차이로 인해 상위 계층, 하위 계층 중심지가 존재한다. 일곱째, 상위 계층 중심지는 하위 계층 중심지가 제공하지 않는 다른 기능을 공급한다. 여덟째, 모든 소비자는 소득과 재화·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동일하다.

정리하자면, Lloyd and Dicken(1977, 20-22)이 언급한 바와 같이, 중심지이론의 가정은 두 가지 범주로 구분될 수 있을 것 같다. 즉, 지표와 그 특성에 관한 가정, 그리고 지표상에 사는 사람들에 관한 가정이 그것이다.

1. 공간에 대한 가정: 등질공간(homogeneous plain)

a. 지표는 이동에 장애물이 없고 완벽하게 평평하다. 그러므로 어느 방향으로나 이동할 수 있다.

b. 교통비는 거리에 비례하고, 하나의 균일한 교통수단이 존재한다.

c. 자연자원은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고, 따라서 토양의 비옥도는 동일하며, 천연자원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비용은 동일하다.

2. 인구(인간)에 대한 가정: 합리적 경제인(economic man)

a. 균등한 공간적 분포

b. 동일한 소득, 수요, 그리고 취향

c. 생산자와 소비자는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이 정보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동한다. 따라서 그들은 최적(optimum) 행위를 할 수 있다.

크리스탈러는 『남독일의 중심지』에서 “경제지리학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폰 튀넨의 『고립국』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 이외에 중심지이론의 가정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가 없지만(또는 없으므로), 중심지이론의 가정이나 전제가 다양한 형태로 제시되었다. 크리스탈러가 의지하고 있는 『고립국』에서의 가정도 명료한 범주로 제시되어 있지는 않다. 여러 문헌에서 제시된 중심지이론의 가정, 그리고 폰 튀넨의 『고립국』에서의 가정을 검토한 결과, 중심지이론의 가정은 공간에 대한 가정과 인간에 대한 가정 등 두 가지 범주로 구분될 수 있다. 즉, 중심지이론은 ‘등질공간’이라는 가정과 ‘합리적 경제인’이라는 가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IV. 크리스탈러는 중심지 배열원리에 대하여 어떻게 말하였는가?

크리스탈러의 중심지이론에서 중심지가 한 개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배후지의 모양은 원형이다. 동일한 계층의 중심지가 여러 개 있다면, 중심지 간에는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발생하고, 결국 각 중심지는 육각형 패턴(hexagonal pattern)의 배후지를 갖게 된다. 다양한 계층의 중심지가 여러 개 있다면, 특정한 중심지 배열원리에 따라 계층체계가 형성된다.

중심지 배열원리(k-values, 계층적 공간구조가 조직되는 방식), 즉 고차중심지의 배후지 안에 저차중심지의 배후지가 분할·포섭되는 방식을 홍경희(1988, 245-252)는 “포섭원리(nesting principle)”라고 표현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이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남독일의 중심지』에서 크리스탈러는 ‘포섭원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시장원리, 교통원리, 행정원리를 “원리(Prinzipien; principles; 原則)”(안영진·박영한, 2008, 180-138; Christaller, 1968, 77-85; Baskin, 1966, 72-80; 江沢譲爾, 1969, 94-104)라고 칭했다. 森川洋(1980, 170)는 저서 『中心地論』에서 “巣状原理(nesting principle)”라는 표현을 사용하였으나, 영어권에서 중심지 배열원리를 nesting principle이라 표현한 문헌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울러 크리스탈러는 k-values라는 표현도 사용하지 않았다. 뢰쉬(Lösch, 1940; Woglom and Stolper, 1954, 130-132)가 자신의 저서에서 k=3, k=4, k=7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k-values는 그의 저작에서 비롯된 듯하다.

「정태적 관계」에서 크리스탈러는 중심지체계를 설명하는 법칙, 즉 중심지 배열원리를 도출하기에 앞서, 중심지 분포방식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어느 한 지역이 완벽하게 균등한 중심지망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받고, 그래서 이러한 종류의 중심지가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으며 더군다나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지역도 남아 있지 않다면, 인접한 중심지들은 서로 동일한 간격을 취하고 있어야만 할 것이다. 이 조건은 이러한 중심지들이 정삼각형의 꼭짓점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이 정삼각형들이 모여 아무 문제 없이 육각형을 형성할 때 충족될 수 있다(안영진·박영한, 2008, 111).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중심지가 그림 3의 B처럼 삼각격자패턴으로 분포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리스탈러는 중심지가 A가 아니라 B처럼 분포하는 것이 가장 균등한 분포방식이라고 주장하였고, 이와 함께 구체적인 현실에서는 편차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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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중심지의 분포방식(출처: 안영진·박영한, 2008, 111.)

이어서 크리스탈러는 시장원리, 교통원리, 행정원리 등 세 가지 중심지 배열원리를 도출하였다(그림 4 참조). 시장원리(보급원리, marketing principle, k=3)는 보완지역의 크기를 최소화하여 재화와 서비스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공급하는 원리이다. 고차중심지에 차하위중심지의 보완지역이 3개씩 포섭된다. 계층이 낮아짐에 따라 보완지역수는 1:3:9:27로, 중심지수는 1:2:6:18로 증가한다. 교통원리(transport principle, k=4)는 교통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주요 교통로 상에 입지하는 중심지의 수를 극대화하는 원리이다. 고차중심지에 차하위중심지의 보완지역이 4개씩 포섭된다. 계층이 낮아짐에 따라 보완지역수는 1:4:16:64로, 중심지수는 1:3:12:48로 증가한다. 행정원리(격리원리, administrative principle, k=7)는 인간의 공동생활에 기인하는 원리이다. 고차중심지에 차하위중심지의 보완지역이 7개씩 포섭된다. 계층이 낮아짐에 따라 보완지역수는 1:7:49:343으로, 중심지수는 1:6:42:294로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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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크리스탈러 모델의 세 원리에 따른 중심지의 규모, 간격, 배후지(좌), 그리고 교통로(우). (a) 시장원리(중심지 수를 최소화함), (b) 교통원리(도로의 길이를 최소화함), (c) 행정원리(배후지가 계층적으로 포섭됨). (출처: Gregory et al., 2009, 77.)

크리스탈러는 세 가지 중심지 배열원리 가운데 중심재의 공급과 관련된 시장원리(보급원리)를 우선 설명하였고, 시장원리가 “중심지체계가 발전하는 데 전적으로 근거가 되는 원리”라고 말했다.

한 국가의 모든 부분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중심재를 공급받으며, 더구나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가능한 소수의 중심지로부터 공급받는 것을 목표로 하여, 중심지체계는 중심재의 도달범위로부터 발전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중심지체계가 발전하는 데 전적으로 근거가 되는 원리를 보급원리(Versorgungsprinzip) 또는 시장원리(Marktprinzip)라고 부를 수 있다(안영진·박영한, 2008, 124).

다음으로 크리스탈러는 중심재의 공급 이외의 조건과 관련된 원리로서 “교통에 기인하는 원리(즉, 교통원리)”, “인간의 공동생활에 기인하는 원리(즉, 격리원리, 또는 행정원리)”를 언급하였다. 교통원리와 시장원리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전자는 선의 형태로, 후자는 면의 형태로 작용한다는 점에 있고, 교통원리와 시장원리 가운데 어느 것이 작용하는지는 구체적 상황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고 지적하였다. 행정원리는 이와 전혀 다른 성질을 지닌 제3의 원리이며, 인간 공동체의 격리라는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물론 중심지의 분포와 수와 규모에 영향을 미치는, 중심재의 보급 이외의 조건과 관련된 또 다른 원리도 존재한다. 그것은 주로 교통에 기인하는 원칙과 인간의 공동생활에 기인하는 원칙이다. …(중략)…

교통원리(Verkehrsprinzip)의 이점이 보급원리가 제공하는 이점을 능가하는 한 교통원리가 중요하고, 이와 반대면 보급원리가 중요하며,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로는 이 두 원리의 결합, 즉 절충을 통해 가장 유리한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데, 이 중 어느 것이 작용하는지는 구체적 상황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중략)…

교통원리와 보급원리의 근본적 차이점은, 전자가 선의 형태로, 그리고 후자가 면의 형태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이 점에서도 순수한 형식적 관점에서 살펴본 이러한 두 원리의 근본적 불일치가 드러난다.

제3의, 즉 정치사회적 원리는 이와 전혀 다른 성질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인간 공동체의 격리(Absonderung)라는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공동체는 한층 더 강력하게 결속되고 낯선 공동체의 적대적 영향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중략)…

현대적 입장에서 보면, 격리원리는 행정원리(Verwaltungsprinzip)와 동일시될 수 있다(안영진·박영한, 2008, 124-133).

세 가지 중심지 배열원리를 설명한 후, 크리스탈러는 「정태적 관계」를 마무리하는 부분에서 세 원리가 각각 독자적인 법칙성에 따라 중심지체계를 규정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시장원리와 교통원리는 경제적 성격을, 행정원리는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많은 경우에는 이 원리들이 서로 경쟁하게 된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동태적 과정」에서 그는 중심지 분포를 결정하는 세 가지 원리가 경쟁하는 데서 발생하는 중심지의 입지적 편차를 살펴보았다.

이 세 가지 원리는 각각 독자적인 법칙성에 따라 중심지체계를 규정한다. 이 중 두 원리[시장원리, 교통원리]는 경제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제3의 원리[행정원리]는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다. …(중략)… 어떤 전제조건하에서 이 세 가지 원리 중 어느 것이 중심지의 분포에 결정적인지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했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 이 원리들은 서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안영진·박영한, 2008, 138).

서론에서 크리스탈러가 제기한 질문은 “도시의 수, 규모, 그리고 분포를 규정하는 법칙이 존재하는가?”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결론적으로 어떤 답을 얻었는가? 「이론편」에서 세 가지 원리를 중심지 배열원리로 제시하고, 「지역편」에서 남독일의 중심지 분포에 관한 구체적인 사례를 검토한 결과, 그는 “시장원리가 일차적이고 주요한 분포법칙이라고 한다면, 교통원리와 행정원리는 이차적 편차를 일으키는 법칙에 불과하다”라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교통원리가 나타나는 네 가지 조건과 격리원리가 나타나는 세 가지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다.

보급원리[시장원리]가 일차적이고 주요한 분포법칙이라고 한다면, 교통원리와 격리원리[행정원리]는 이차적 편차를 일으키는 법칙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이차적 법칙의 효과는 사실상 일정한 조건에서만 나타난다. 교통원리는 (1) 중심재에 대한 요구가 많을 때, …(중략)… (2) 과거나 현대의 교통로가 실제로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을 때, (3) 자연적 조건이 이상과 같은 사정을 가능하게 하거나 조장할 때, 그리고 (4) 중심지망이 정비되는 시기에 교통이 경제사회적 생활에서 한층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때 나타난다. 격리원리는 (1) 경제외적인 사회학적·정치적 관점이 합리적인 경제학적 관점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갖고서 주장될 때, (2) 특히 중심지망이 정비되는 시기에 이상과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때, (3) 자연적 조건이 이상과 같은 사정을 가능하게 하거나 조장할 때 나타난다(안영진·박영한, 2008, 420).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크리스탈러가 세 가지 중심지 배열원리를 제시하였으나, 이 세 원리가 동등한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시장원리가 기본적인 원리이고, 나머지 두 원리는 부차적인 원리임을 강조하였다. 안영진(2008, 529)은 『남독일의 중심지』 국역본 해제에서 “크리스탈러는 중심지가 일정한 간격으로 분포하는 것을 설명하는 가장 보편적인 원리는 다름 아닌 보급원리라고 지적하였다”라고 언급하였고, 그리고 한주성(2015, 447)은 “시장원리가 중심지체계의 주된 결정요인이 된다”라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중심지이론을 다루는 다수의 문헌은 세 원리의 중요성이나 위계적 관계를 언급하지 않고 세 원리를 단순히 나열하고 있다.

V. 결론

이상에서 중심지이론을 언급하고 있는 연구들에서 간과되거나 오인되고 있는 문제들을 재검토하였다. 이를 위해 첫째, 크리스탈러의 중심지이론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둘째, 중심지이론에서 크리스탈러는 무엇을 가정하였는가?, 셋째, 크리스탈러는 중심지 배열원리에 대하여 어떻게 말하였는가?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주요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중심지이론의 구조에 대한 것이다. 크리스탈러의 『남독일의 중심지』는 이론을 정립하고 사례를 통해 검증하는 연역적 방법론에 따라 서술되어 있다. 「이론편」에서는 기초개념을 정의하고, 중심지체계의 정태적 관계와 동태적 과정을 모두 강조하였다. 「연계편」에서는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중심성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전화 대수를 사용하였다. 「지역편」에서는 남독일의 다섯 개 지역을 사례로 중심지의 수, 분포, 그리고 규모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둘째는 중심지이론의 가정에 대한 것이다. 크리스탈러는 『남독일의 중심지』에서 중심지이론의 가정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경제지리학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폰 튀넨의 『고립국』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이다”라고 썼을 뿐이다. 크리스탈러가 중심지이론의 가정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명시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기에 다양한 형태의 전제나 가정이 제시되었다. 여러 문헌에서 제시된 중심지이론의 가정, 그리고 폰 튀넨의 『고립국』에서의 가정을 검토한 결과, 중심지이론의 가정은 공간에 대한 가정과 인간에 대한 가정 등 두 가지 범주로 구분될 수 있다. 중심지이론은 ‘등질공간’이라는 가정과 ‘합리적 경제인’이라는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셋째는 중심지이론의 배열원리에 대한 것이다. 크리스탈러는 시장원리, 교통원리, 행정원리 등 세 가지 중심지 배열원리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그는 중심지 배열원리와 관련하여 포섭원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고, 이 세 원리를 그냥 “원리”라고 칭했다. 중심지이론을 소개하는 문헌에서 대부분 세 원리가 나란히 나열되어 있으나, 크리스탈러는 세 원리의 위계에 대하여 분명하게 언급하였다. 서론에서 그가 제기한 질문, 즉 중심지의 수, 규모, 그리고 분포를 규정하는 법칙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그는 “그 법칙은 세 원리이다”가 아니라, “시장원리가 일차적이고 주요한 분포법칙이라고 한다면, 교통원리와 행정원리는 이차적 편차를 일으키는 법칙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의 최종적인 결론이었다.

Acknowledgements

이 과제는 부산대학교 기본연구지원사업(2년)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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